-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ㅣ 오늘의 젊은 문학 5
문지혁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4월
평점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이제는 기다리며 챙겨 읽게 되는 ‘오늘의 젊은 문학’ 시리즈의 다섯번째 책은 문지혁 작가가 주인공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를 문예지에서 읽고 알게된 작가였는데 이번 단편집으로 만나 더 반가웠다.

다양한 지면에서 발표된 여덟편의 단편들이 엮여있고 후반부에는 문학비평가의 해설과 문지혁작가가 직접 쓴 창작노트도 실려있다.
책을 펼치면 먼저 만나게 되는 단편 ‘다이버’는 세월호가 연상되기도 했고 다른 작품들에서도 성수대교 참사와 911테러, 일본 쓰나미, 전쟁, 코로나 등의 재난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는 공통분모가 있기도 했다. 그렇다고 블록버스터급 재난영화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런 큰 일들과 관련된 개인들의 이야기들이었고 그들의 마음은 어떤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서재’ 와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며 SF적인 요소까지 들어간 점이 흥미로웠는데 새로운 지배자들이 종이책을 금지시키고 종이책을 몰래 소유하고 읽는 저항세력들도 있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알고보니 이미 <비블리온>이라는 전작 장편소설과도 연관되는 이야기였고 조만간 비블리온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문지혁 작가의 단편들은 SF 장르적 요소가 있으면서도 여느 국내 단편소설의 문학적 감수성까지 느껴져서 즐거웠고 자신이 선호하는 이민자를 주제로 하는 소설도 몇편 있었다. 그것이 아마도 문지혁 작가만의 개성이 될 듯 했다.
여덟편의 단편들은 인공행성에 추락한 여객기의 유족, 책을 소지한 죄로 감옥에 끌려간 아버지를 둔 아들, 전쟁이 났다는 엄마의 말에 화장실로 대피한 청소년, 아들을 잃은 후 매일 호수에 동전을 던지는 천재 수학자, 딸을 잃고 홀로 크로아티아의 섬을 찾아가는 아버지, 아내와 부하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한인 사업가, 논문도 소설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 유학생, 코로나 팬데믹에 마스크를 잊은 대학 강사 등의 신선한 설정들이 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