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 황교익의 일과 인생을 건너가는 법
황교익 지음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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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이제는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맛칼럼리스트 황교익의 에세이다. 처음엔 당연히 음식과 맛에 대한 칼럼들의 묶음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자신의 일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고 나름의 인생론들에 감탄하게 되고 읽다보면 어떤 대목에서는 내 인생에 큰 힌트가 되는 문장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크게 싸우고 당당하게 져라. 그래야 다음에 이긴다. 돈은 있다가 없다가 한다. 지켜야 하는 것은 자존이다. 자존은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긍정하는 것에서 얻어진다. 인생은 겁내면 진다. 타인의 눈치나 보면서 한평생을 보낼 것인가 등의 강속구같은 직설 어록들이 넘쳐나는 이 책은 인간 황교익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책의 첫문장에서부터 몰입해서 읽게 하는 날카롭고 명쾌한 문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나는 세속적인 인간이다. 물적 토대에 따라 인간의 정신세계가 달리 구축된다고 믿는 유물론자이다. ‘인간은 왜 사는가’ 같은 존재론적 사색은 어쩌다가 해도 내 삶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존재론적 사색을 하는 종교인, 철학자, 예술가 등의 삶을 가벼이 보지는 않는다. 그들의 삶과 말에서 위로와 지혜를 얻는다. 다만, ‘어떻게 먹고살까’ 하는 세속적 사색, 아니 세속적 걱정만으로도 내 삶은 벅차다. 이런 나의 삶이 여러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느 에세이의 솔직담백을 한참 넘어서는 이 책은 서두에서도 이렇게 밝히고 시작한다. 

  

이 책의 서술 방식은 내 삶의 연대기에 맞추어져 있다. 내 삶에 수많은 사건이 존재하나 ‘어떻게 먹고살까’ 하는 세속적 고민을 불러일으키고, 또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질을 했던 사건들로 편집될 것이다. 내 삶을 미화할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내 무의식이 왜곡해놓은 기억이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 읽어야 할 것은, 황교익이 어떻게 먹고살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며, 또 이 책에서 얻어야 할 것은, 황교익의 구질구질한 삶의 방식에서 작은 보편성이라도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맛칼럼니스트의 탄생> 이란 제목으로 한 챕터를 할애해서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마지막 챕터에서는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행복의 기술과 관계의 기술에 대해 친절히 안내하기도 한다. 


세상은 불공정하다.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깨부수지 못하면 탓하지 마라.

부모, 자식, 친구, 연인이 반대하면 그 길이 맞다. 그 길로 가라.

부당하면 싸우라. 져도 된다. 크게 싸우고 당당하게 져라. 그래야 다음에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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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똥 정의 이야기
박제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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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똥 정의” 이야기


개똥 정의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겸손했던 소방관의 눈으로 본 이 사회의 기울어진 모습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자신의 인생을 통해 경험하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에세이 형식의 책이었다. 



비난을 위한 비판이 아닌, 서로를 위해 더 발전하기 위한 되짚음과 논의들이 이어졌고 이 책의 저자 박제현 작가는 감자 열매를 맺기 위해 꽃을 피웠다 지며 희생하는 감자꽃처럼, 정의와 상생을 위해 한 발짝 더 딛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 외에도 뻔하지 않은 드라마같은 자신의 출생부터 지금까지의 인생 이야기와 독자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는 읽을거리들이 가득했다. 


한없이 힘없는 존재로 살아가지만 우리는 불의와 불공정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희생을 감내하고 꼬일 대로 꼬여버린 인생에 절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세상이 바뀌기도 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어떻게 어떠한 모습으로 태어났든 그 자체가 소중하고, 살아갈 날들이 길게 느껴지지만 결국 짧기만 한 인생이라는 것. 그렇기에 살아있는 고통마저도 행복 속에 녹아있는 일부라는 것을 아주 명쾌한 문체로 만나 볼 수 있었다. 


책의 구성은 유년 시절 이야기부터 시간 순으로 정의감이 불타올랐던 시기와 인생의 지각변동이 일었났던 시기와 도전과 실패 그리고 새로운 희망으로 진정한 소방관이 되어 비상 하게 되는 스토리가 한편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저자는 아버지의 존재도 모르고 태어나 강원도 외할머니 손에 맡겨 자라게 되면서 갖은 시련을 겪는다. 고등학교 때는 연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동급생들을 막는 과정에서 인생이 한없이 꼬여가기 시작한다. 지역방위로 영장이 나왔지만 나태하고 나약한 나를 가다듬기 위해 애써 사랑하던 여인과 이별을 하고 해병대에 입대를 하게 된다. 


얼떨결에 소방관이 되지만 막상 소방관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그곳에서 지금의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게 되는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연애 과정과 결혼은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이름을 대면 누구나 다 알 법한 국회의원과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세월호 관련 소방방재청 해체 반대를 명분으로 목숨을 걸고 1인 시위까지 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아내와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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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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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오랜만에 정말 경쾌하면서도 아주 독창적인 어디서도 읽어보지 못했던 색다른 소설을 만났다. 초반부에서는 강원랜드 일대의 현실을 아주 리얼하게 묘사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어느새 SF라는 의외의 요소들이 더해지며 누아르의 본색까지 드러내는 그야말로 신박한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포트라는 초능력이란 소재가 가미된 대목들은 기존의 마블 스튜디오의 이제는 진부해진 SF적 요소와는 다른 번역을 거치지 않은 한국 작가의 소설이 너무나도 친근하고 흥미를 돋군다. 


성 사장은 칼자루를 쥐고 있으면서도 돈을 내밀었다. 김 사장은 그것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임을 알고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한참 후 그는 꽉 움켜쥐었던 주먹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힘을 빼더니 그 주먹을 성 사장 앞으로 내밀었다. 잠시 후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중앙에 붉은 점 하나가 생겨나고 그 점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거미줄 같은 열선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열선에서 더 미세한 모세혈관들이 생겨 온 손바닥이 붉게 물든 순간 그 위에 농구공 크기의 포트가 열렸다. 그와 동시에 네 사람 앞에 있는 탁자의 중앙에 또 다른 포트가 열렸다. 그가 포트 안에 손을 집어넣자 탁자의 뚫린 포트에서 그 손이 솟구쳤다.


주인공 소년 진은 강원랜드 인근의 뒷골목에서 전당포 직원으로 살아가다 알 수 없는 자들로부터 무자비하게 사냥당하는데 이는 병인 줄만 알았던 그의 저주 같은 능력 때문이다. 그를 노리는 이들과 그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대립 속에서 남은 선택은 하나뿐이다. 능력을 각성하든가, 죽든가. 이 소설 역시 초능력이란게 능력이 아니라 저주임을 알아가며 갈등구조가 증폭된다. 


험난한 듯 평온했던 진의 인생은 지병이 심해지면서 균열이 생긴다. 그의 기억은 자꾸만 끊기고 그때마다 매번 캐딜락 뒤에서 눈을 뜬다. 약을 한 움큼 먹고 잠든 어느 날, 그는 아버지와 새어머니가 다투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포트’라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였다. 진은 병증인줄로만 알고 살아왔던 것들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다. 그는 공간을 열고, 또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이 사실을 알게 되었던 성 사장은 진이 포트 능력을 일깨우고 다루는 법을 배우도록 이끈다. 배우지 않으면 죽거나 죽이게 될 거라는 섬뜩한 조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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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이해하면 사라진다 - 성내지 않고 . 참지 않고 . 화를 버리는 법
일묵 지음 / 불광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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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묵스님의 신간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 와 같은 받은 <반조 일기>는 책에 담긴 지혜를 바탕으로 하루를 돌이켜 볼 수 있다. 각 주제별로 3주 동안 기록 할 수 있고 하루 동안 일어난 화와 실천한 수행을 되돌아보는 자신만의 항목을 만들어 반조의 시간을 갖는데 도움을 준다. 


오늘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나요?


오늘 일어난 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나요?

그것은 현명한 방법이었나요?


오늘 일어난 화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지혜를 활용했나요?

그 지혜는 당신에게 유효했나요?


오늘 일어난 화를 조사해 보세요

화의 이면엔 어떤 욕망과 어리석음이 자리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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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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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도 방관자적 태도로 일상과 사회문제를 대했다는 점을 반성하며 불의와 혼돈의 시대에서 용감하게 침묵을 깨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 다짐하기도 했다. 


저자는 방관자 효과를 정의하길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목격하더라도 ‘누군가 나서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굳이 자신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책임의 분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방관자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가 행동하지 못하게 막는 힘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삶에 가해지는 압박에 저항하는 실용적 방법 또한 제안한다. 


또한 사람들이 좋지 않은 행동 앞에서 침묵하려는 인간의 본성 이면에 깔린 심리적 요인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다른 사람의 나쁜 행동을 보고도 침묵하는 이유도 생각해본다. 그런면에서 여느 사회학 서적과는 다른 심리학적 분석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후반부에 학교에서의 따돌림부터 대학에서의 성폭력, 직장에서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사례분석이 인상적이었고 타인에게 맞서는 방법과 도덕적 저항행위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전략적 제안들까지 읽을 수 있는 명쾌한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마틴 루터 킹이 남긴 연설을 인용하기도 하는데 “이 사회적 전환기에 벌어진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격렬한 외침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는 대목에서 큰 울림과 죄책감도 느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무리에 속하길 바란다. 하지만 남들에게 모가 나 보이지 않도록 침묵하는 경향은 집단 내 구성원 대부분이 반대하는 행동을 찬성하고 있다는 잘못된 허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은 개인적으로 친구나 동료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인정이나 대응을 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생각과 행동의 괴리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기준에 순응하게 만든다.


침묵은 출발점이다. 다음으로 점차 묵인되고, 결국에는 기존의 강한 비판론자들이 정책과 사람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들을 지지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도덕 저항가를 찾을 수 있다. 숙제를 베끼려는 학급 친구를 말리고, 사무실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제지하며, 스포츠팀에서의 괴롭힘을 알리는 일도 도덕 저항이다. 도덕 저항가의 시작은 용기 있는 첫걸음을 떼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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