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원종우 지음 / 아토포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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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오랜만에 책을 한 권 사달란다. 너무나 반가운 맘에 한달음에 주문을 했다.

그런데? 철이 들었는지 무슨 변덕인지 소유만 하고, 고3생활이 끝난 후에 읽겠단다.

뭐지, 이 묘한 느낌은.

그래서 내가 먼저 읽게 된 책 바로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다.

아이가 좋아하는 팟케스트 운영자이기도 한 작가분, 책을 읽는 내내 그 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묘했다.

일단 책은 재미있다.

특히나 작품마다 앞설과 뒷설을 통해, 그 작품의 세계관이나 과학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게 담겨 있어, sf소설책을 샀는데 과학교양서도 같이 따라 온 느낌이라 횡재한 것 같기도 하다.

다양한 SF소설들을(켄 리우나 테트 창 등) 아이와 같이 입문해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이 책 또한 그에 못지않는 기발함이 있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결국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간을 말살하고 그 와중에 투쟁하는 내용의 소설은 많이 봤지만, 결국 인간이 몰살되고 기계들만이 남은 지구에 외계인이 찾아오는 설정은 참신했고, “계몽의 임무”에서는 나 또한 언제나 안타까웠던 라이카를 구원의 조건으로 담아내는 이야기는 생각꺼리를 주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 실험실에서 무사히 탈출했지만, 진짜 그 전에 살고 있던 그 지구로 돌아온 것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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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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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여기 저기 그어진 밑줄. 10년전의 나는 무슨 이유로 이 구절에 줄을 그은걸까. 왜 저 문장 뒤에 분노에 찬 메모를 한 거지?
지금은 다른 구절이 더 마음에 드는데.
정말 상투적이지만 같은 책도 나이에 따라 다르게 와 닿나보다.

책을 읽다보먼 지금과는 많이 다른 시대상황을 접하게 된다. 미리 그 시대의 사상과 변화와 분위기를 안다면 더 깊ㅇ 있는 독서를 할 수 있겠지.
그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노예의 삶을 살아간 이솝, 장대하게 쓰러지나 비굴하지 않는 그리스 비극의 의미, 여성에 대한 억압에 저항하는 메타포들 , 제국주의 소년의 성장소설인 보물섬.
일본의 주신구라, 가족보다 우선시되는 충성과 무사도의 절정에 있다는 할복 미화의 끝판왕이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유난히 자살이나 할복에 대한 로망이 있다. 자살하거나 할복한 예술가도 많고 오히려 그런 모습을 예술성에 기인한 예민함으로 혹은 그런 죽음이 예술의 완성인 듯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동네다.
해저 2만리의 주인공 네모선장( 누구도 아닌자)이나 타잔 등에는 그 시대 제국주의와 인종주의가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인간의 본성에 숨겨진 어둠이 파리대왕이 되고, 누군가의 한 마디에 수만명이 굶어죽는 시대를 웃음과 눈물로 이야기하는 허삼관매혈기 등을 그 시대 역사와 함께 소개한다.

역사적 배경이 중심이 되어 그 속에 숨어있는 사상까지 깊이 있는 문학비평문 혹은 수준높은 이의 독후감을 읽으며 우와 이런 뜻이? 나도 이렇게 생각했는데라며 공감하며 더 즐겁게 독서하는데 무지 도움이 되는 책.

(양편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국가‘이다. 즉, 국가의 편에 서서해외로 나가 폭력을 휘두르면 해군이나 사업가가 되고, 국가의 명령을 위반하면서 해외로 나가면 해적이 된다. 그 밖에 본질적인 차이는없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에서 이를 잘 표현하는 구절을 찾을수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사로잡힌 해적에게 왜 바다를 어지럽히면서 도둑질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해적은 오만불손한 태도로 이렇게대답했다. "세계 각지에 출몰하는 당신과 다를 바 없소이다. 다만 나는 작은 배를 타니까 해적이라 불리는 것이고, 당신은 막강한 해군을가지고 있으니 황제라 불릴 뿐이오." 『보물섬』에서 설파하는 도덕률이 모호한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서구를 위협하는 외부의 사악한 세력이 ‘동방‘에 투사되어 만들어진 것이 드라큘라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선한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흔히 외부의 악한 모습을 만들어 내서 그것을 거울로 삼아 대조하곤 한다. ‘서구‘는자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암울한 측면을 다스리기 위해 그것을뒤집어씌운 사악한 이미지의 ‘동방(동유럽, 그리고 더 나아가서 동양 세계)을 필요로 한 것이다. 에로틱한 방식으로 여성들을 유혹해서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마 같은 존재인 드라큘라는 곧 진보하는 사회의 내면에 자리 잡은 세기말의 불안한 그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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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은 자유·평등·박애(형제애)를 기치로 내걸었다.
700다면 혁명을 통해 정말로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되었으비판적인 논자들은 혁명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방의 가능성을 말했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을 배제하고 억압했다고 주장한다. 형제애는 있었을지 몰라도 자매애는 없었으며, 그 형제들(시민)이 아버지(국왕)를살해하고 권력을 잡았을 때 나타난 결과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질서였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관점에서 볼 때 혁명은 아무것도바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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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 동서양을 호령한 예술의 칭기즈칸 클래식 클라우드 18
남정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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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현대 예술이란 뭘까
소변을 갈겨대는 거
대변을 깡통에 담는 것
자신의 피를 얼려 조각하는 것
헝클어진 침대를 전시하는 것

도대체 이게 뭐지?
이 정신사나움은?
그렇다.
자유.
위선으로부터의 탈출
모든 금기에서 벗어나 꿈꾸기
인류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날게 하는 것.
그것이 예술의 역할 ,
현대예술은 그런 혁신을 추구하다 오히려 주객전도가 되는 경향도 있지만 .
현대예술의 선두에 서서 온 몸으로 새로움과 금기를 깨며, 브라운관으로 미래를 보여준 예술가가 바로 백남준이 아닐까. 어설픈 흉내내기가 아닌 본인만의 철학과 본인만의 창의성으로 천재가 된 예술가 )



한국예술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하면 처음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백남준은 아닐 것이다.

예전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예술가 100인가를 뽑은 기사를 봤는데 그 중에 유일하게 한국인 백남준의 이름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이란 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인정받는 예술가가 아닐까. (백남준의 인지도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정통 예술을 먼저 떠올리는 고정관념때문이 아닐까한다. 나만 그런가 ㅎㅎ)
그런 백남준의 생애와 삶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회상하고 작품을 설명하는 형식의 책이다.

일단 가격이 사악한데 책이 얇아서 슬펐다. 그렇지만 그가 살았던 지역이나 작품의 사진과 설명등이 좋았다. 부유한 어린 시절과 맞물려, 조국에 대한 사랑과 친일의 가족사 사이에서 가졌을 죄의식이 그를 너무나 세계적이며 국경이나 경계가 없는 그의 작품 곳곳에 한국인에 대한 정체성을 작품에 담게 했는지도 모른다. 엄청난 독서가로서 퍼포먼스에 철학이나 현실의 정치 사회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생각을 담아냈다. 특히 음악속에서 성에 대한 터부를 없애려 노력했고, 사회적 금기를 깨는 다양한 작품으로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품을 발표한다.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동서양을 호령한 예술의 징기즈칸?

감성의 예술세계에 이성의 과학기술을 담은 그는 진정한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아닐까. 문과감성이 이과적 기술력으로 탄생해 더 신선한 건 아닐까. 각종 전선들과 그 당시의 신기술에, 손 등에 자석을 붙이거나, 브라운관을 구리선으로 감아 화면을 이그러지게 하는 등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을 과학이란 캔버스로 전선이란 물감으로 표현하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뇌졸중으로 거동이 힘듦에도 레이저란 새로운 도구로 또 다른 예술을 만들어낸다.

연주하지 않는 연주를 했던 존 케이지와, 죽은 토끼를 끌어안고 있던 보이스 등 최고의 전위예술가와 같이 협업하며 뉴욕을 누비고 다녔을 백남준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뒤샹이 레드메이드를 예술이라 명명하며 더 이상 깨질 예술의 금기는 없을거라 했지만, 백남준은 비디오와 위성으로 모두를 하나로 만들며 새로운 예술장르를 열였으며, 그의 말대로 예술은 지워질 때까지 보는 것이며, 그 때 즐거워야 하는 거지 내일이면 시시해지는 것이라는 걸 몸소 실천한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은 언제봐도 시시하지 않다.



내가 처음으로 본 백남준의 작품은 다다익선이다. 1003개의 화면마다 우리나라의 상징들과 세계곳곳의 상징, 무어와의 협업작품등이 담겨있다. 백남준이 살던 시대를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혁신이자 대단한 예술작품이다. 그 시대에는 놀랍고 새로워 외면받거나 비난받던 작품들이, 결국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작품으로 인정받는 건 작가들의 기발함과 천재성에 노력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리라. 넥타이를 자르고 피아노를 부수고, 머리카락에 먹을 바르고 날달걀을 벽에 던지며 매번 새롭고 매일 매일 달라지고 변하는 오늘을 담으려 한 백남준은 비디오와 레이저란 새로운 재료뿐만 아니라 도전의 정신도 다음 세대를 위해 남겨주었다. 가장 세계적이면서도 가장 한국적이었던 한 남자이며 예술가인 백남준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과와 문과, 여담이지만 예전 어느 책에서 본 건데, 일본이 아이들에게 영어와 독일어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해서 가르치면서, 문학이나 인문쪽이 발달한 영국과 기술쪽이 발달한 독일의 특성에 따라 나눈 것이 지금의 문이과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책 속 밑줄 그은 문장들 ~

백남준은 참여와소통을 전제로 하지 않는 예술은 독재 혹은 창작자 혼자만의 예술이라고 간주했다. 관람객들 저마다가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즐김으로써 예술이 다양성을 획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백남준이 추구하는 예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액션페이팅을 음악에 도입해 ‘액션뮤직‘이라는 새로운 예술 세계를 만들어냈다. 연주자가 작곡가가 만든 악보의 지시에 따라 정확하게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구음악‘이라고 한다면, 팔과 다리와 머리 등 신체를 써서 즉흥적인 소리를 내는 것을 ‘신음악‘이라고 백남준은 정의했다. 예컨대 피아노 건반을 팔 전체로 치거나 바이올린을 책상위로 내리쳐 부수어버리면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소음 등이 액션뮤직에 속했다. 한마디로 액션뮤직은 주어진 악보를 그대로 연주하는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우연성이 개입한 예술이었다.

1986년에 위성 중계한 〈바이 바이 키플링〉은 「동양과 서양의 노래」라는 시에서 "오, 동양은 동양, 서양은 서양, 이 둘은 결코 만나 지 못하리"라고 말한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조지프 러디어드키플링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듯, 동서양이 위성을 통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백남준 의지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다빈치와 백남준 모두 예술과 과학에 능통했으며 이를 통섭해나갔다.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혔던 창조력또한 닮았다. 백남준은 자신의 기발한 작품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영감을 불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전에 없던 예술이 출현하도록 터를닦았다. 비디오아트가 그랬고 그 뒤를 이은 위성아트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만들어낸 레이저 아트도 새로운 예술을 향한 위대한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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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 동서양을 호령한 예술의 칭기즈칸 클래식 클라우드 18
남정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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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이 뛰놀던 몽골 벌판을 가보라. 피라미드도 에펠탑도 아크로폴리스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곳에는 아무런 문명도 남아 있지 않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 우리 조상들이 살던 초원의 미학이다. 내 작품도 마찬가지다. 낡은 진공관은 10년도 못 간다. 나는 세상에 나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예술을 한 것이다. 왜 무엇을 남기려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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