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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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여기 저기 그어진 밑줄. 10년전의 나는 무슨 이유로 이 구절에 줄을 그은걸까. 왜 저 문장 뒤에 분노에 찬 메모를 한 거지?
지금은 다른 구절이 더 마음에 드는데.
정말 상투적이지만 같은 책도 나이에 따라 다르게 와 닿나보다.

책을 읽다보먼 지금과는 많이 다른 시대상황을 접하게 된다. 미리 그 시대의 사상과 변화와 분위기를 안다면 더 깊ㅇ 있는 독서를 할 수 있겠지.
그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노예의 삶을 살아간 이솝, 장대하게 쓰러지나 비굴하지 않는 그리스 비극의 의미, 여성에 대한 억압에 저항하는 메타포들 , 제국주의 소년의 성장소설인 보물섬.
일본의 주신구라, 가족보다 우선시되는 충성과 무사도의 절정에 있다는 할복 미화의 끝판왕이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유난히 자살이나 할복에 대한 로망이 있다. 자살하거나 할복한 예술가도 많고 오히려 그런 모습을 예술성에 기인한 예민함으로 혹은 그런 죽음이 예술의 완성인 듯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동네다.
해저 2만리의 주인공 네모선장( 누구도 아닌자)이나 타잔 등에는 그 시대 제국주의와 인종주의가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인간의 본성에 숨겨진 어둠이 파리대왕이 되고, 누군가의 한 마디에 수만명이 굶어죽는 시대를 웃음과 눈물로 이야기하는 허삼관매혈기 등을 그 시대 역사와 함께 소개한다.

역사적 배경이 중심이 되어 그 속에 숨어있는 사상까지 깊이 있는 문학비평문 혹은 수준높은 이의 독후감을 읽으며 우와 이런 뜻이? 나도 이렇게 생각했는데라며 공감하며 더 즐겁게 독서하는데 무지 도움이 되는 책.

(양편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국가‘이다. 즉, 국가의 편에 서서해외로 나가 폭력을 휘두르면 해군이나 사업가가 되고, 국가의 명령을 위반하면서 해외로 나가면 해적이 된다. 그 밖에 본질적인 차이는없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에서 이를 잘 표현하는 구절을 찾을수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사로잡힌 해적에게 왜 바다를 어지럽히면서 도둑질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해적은 오만불손한 태도로 이렇게대답했다. "세계 각지에 출몰하는 당신과 다를 바 없소이다. 다만 나는 작은 배를 타니까 해적이라 불리는 것이고, 당신은 막강한 해군을가지고 있으니 황제라 불릴 뿐이오." 『보물섬』에서 설파하는 도덕률이 모호한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서구를 위협하는 외부의 사악한 세력이 ‘동방‘에 투사되어 만들어진 것이 드라큘라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선한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흔히 외부의 악한 모습을 만들어 내서 그것을 거울로 삼아 대조하곤 한다. ‘서구‘는자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암울한 측면을 다스리기 위해 그것을뒤집어씌운 사악한 이미지의 ‘동방(동유럽, 그리고 더 나아가서 동양 세계)을 필요로 한 것이다. 에로틱한 방식으로 여성들을 유혹해서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마 같은 존재인 드라큘라는 곧 진보하는 사회의 내면에 자리 잡은 세기말의 불안한 그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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