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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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2세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여왕이 책에 빠지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다.
평생 여왕이란 특별한 지위에서 살았지만, 도통 자신으로 살지 못했고 자신의 시간조차 갖지 못한 주인공. 그저 여왕일뿐 이름도 자아도 없었던 그녀가 책을 통해 자신의 말과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책의 힘? 그리고 실존인물에 대한 가상 이야기라는 점이 독특하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전에는 느리다고 생각했던 그소설이 이제 가슴 시원할 만큼 활기차게 느껴졌고, 여전히 건조하기는 하지만 신랄하게 건조했다. 아이비 경의 담백한 문체와 여왕 자신의 문체가 비슷해서 여왕은 자기 글에 자신감을얻기도 했다. 그러자 여왕은 생각하게 되었다(그리고 이튿날공책에 적었다). 독서는 근육과 같고, 자신은 그 근육을 발달시킨 것 같다고, 여왕은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한 작가의 말들(농담이 아닌 말도 있었다)에 웃으며 아이비의 소설을 쉽고 아주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여왕은,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고 신랄하고 현명한 아이비 콤프턴버넷의 목소리를들을 수 있었다. 그 목소리는 전날 저녁에 들은 모차르트의 목소리처럼 선명했다. 여왕은 책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소리 내어 말했다. "나는 내 목소리도 못 내."

여왕은 어릴 적, 존 메이스필드와 월터 존 데라메어도 만났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리 할 말이 없었지만, T. S. 엘리엇도 만났고, 프리슬리와 필립 라킨, 테드 휴스도 있었다. 여왕은 이 사람들에게 조금 반했지만, 그 사람들은 여왕 앞에서 안절부절못하기만 했다. 당시 여왕은 그 사람들이 쓴 것을 거의 읽지 않았으므로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없었고, 물론 그 사람들도 여왕의 흥미를 끌 만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 낭비가 있었다니.
여왕은 그 이야기를 케빈 경에게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렇지만 틀림없이 브리핑을 받으셨을 텐데요?"
"물론 그랬지. 그렇지만 브리핑은 독서가 아니야. 사실, 브리핑은 독서와는 정반대지. 브리핑은 간단하고 사실에 입각한 것이고, 요점만 추린 것이야. 반면 독서는 자유롭고 광범위하고쉴새없이 마음을 끌어. 브리핑은 대상을 축소시켜 가두지만,
독서는 대상을 활짝 열어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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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01 19: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도 소설 속 독서 관련 이야기에 꽂히시나봐욤ㅋㅋㅋ저도!😆

mini74 2021-05-01 19:26   좋아요 3 | URL
동지애? 막 반갑고 그렇답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5-01 20: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설명 들으니 여왕이 안 부럽네요~ 자신으로 살고 있고, 자신의 시간이 너무 많은 제가 더 상팔자라 믿으렵니다!ㅎㅎ
실존인물 가상 이야기는 진짜 독특하네요~

mini74 2021-05-01 21:00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상팔자! 입니다

scott 2021-05-01 2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2세라면 지금 100살 가까운 그분!!ㅎㅎ
[독서는 근육과 같고, 자신은 그 근육을 발달시킨 것 ]
요, 문구 받아적기 ५✍⋆*


mini74 2021-05-01 21:29   좋아요 3 | URL
네~웰시코기들도 잠시 등장합니다 *^^*

페넬로페 2021-05-01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랫동안 여왕으로 산다는 것도 쉽지 않을 듯 해요~~실존인물에 대한 가상의 이야기인게 흥미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