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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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사를 준비하면서, 이사 짐 센터에 전화를 했다. 원하는 날짜를 말했더니 손 없는 날이라 예약이 다 찼다고 한다. 손 없는 날.

손은 괴물이다. 세상 사람들을 괴롭히던 크고 무섭게 생긴 괴물. 사람들이 모두 손을 처리해 달라며 하늘에 빌었다. 손행자와 대당사부, 저팔계와 사화상, 이구룡이 힘을 합친다. 모두 제 역할을 잘 해내지만, 손행자는 엄나무껍질로만 밧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귀찮은 마음에 두릅나무로 마지막을 대강 만들고 만다. 결국 손은 풀려난다. 손이 숨어서 돌아다니지 않는 날이 손 없는 날, 그렇지만 그 후론 대강 귀신들이나 잡귀가 없는 날이라 칭해진다고 한다. 이 이야기엔 이미 미신이 담겨 있다. 손이라는 미신, 그리고 손행자나 대당사부 등이 그 후로 손을 놓친 벌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지붕 처마에서 손이 오는지 없는지 망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 이것이 어처구니의 시초라고 한다.( 중국황제가 지붕에서 암살범이나 귀신들이 내려와 헤치려는 꿈을 꾼 뒤, 잡상들을 올려 놓은 게 시초라는 설이 있다.)

그리고 귀신들은 이상하게 엄나무를 무서워 한다는 것, 복숭아 나무를 무서워하는 것은 귀신의 왕인 후예가 복숭아 몽둥이에 맞아 죽어서 그렇다는 등의 이야기들과 함께 그럴 듯한 미신들이 만들어져 있다. 이런 미신들은 그래도 서사가 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처하면, 본인들이 유리한 쪽으로 서사를 만들고, 그렇게 믿음으로써 낙관적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려 한다.

잘 살펴보면, 손이라는 건 말 그대로 손님, 가난한 살림에 찾아오는 손님은 호랑이나 귀신보다 무서운 법이다. 내 밥을 나눠주거나 혹은 내가 굶어야 하니, 그래서 손은 두려운 존재가 되었고, 그런 이야기들이 와전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이 믿는 다양한 미신이나, 잘못된 진실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농사가 가장 큰 미신이라던가, 종교와 사상의 허구 등을 말한다. 버뮤다가 오히려 악천후에 비해선 사고가 덜 나는 장소라는 것, 별자리나 혈액형 성격테스트 등을 믿는 이유가 드러난 바넘 효과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예전 최순실 사건 때 같이 회자되었던 러시아의 라스푸틴과 명성왕후와 고종이 믿었던 관우의 딸이라 자처하던 진령군이란 무당, 레이건 부부의 심령술사 조앤 퀴글리 등 권력이 있는 자의 잘못된 믿음은 많은 악행까지 뒤따르게 된다.

나사가 별자리를 뱀자리까지 포함해서 13자리라고 발표하자, 논란이 거셌던 일. 그러고 보면 나 또한 13자리면 별자리로 점을 치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다.

이런 미신들뿐만 아니라, 디즈니와 미국개척시대에 대한 향수가 만들어 낸 교외주택과 자연의 삶에 대한 미신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교외주택과 자연에 대한 만들어진 향수는 그리고 그런 삶이 최고일거란 믿음은, 결국 먼 거리 출퇴근으로 교통체증과 차량구매확대, 도로 추가 건설비용과 난방비 등 엄청난 에너지 소비와 낭비로 귀결되었다.

트럼프가 쏟아내는 거짓말들, 그리고 보좌관이 한 “대안적 사실” 이 말은 거짓말에 대한 면죄부처럼 쓰인다. 대안적 사실이지만, 거짓말에 대한 말장난뿐이다. ( 그런데 트럼프는 핵가방은 왜 갖고 간걸까 ㅎㅎ)그런 대안적 사실로 인해 일어나는 혼란과 불이익을 책임지는 이들은 없다. 진실에 대안이 어디 있는가.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로 보는 운명이다.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한다. 나랑 같은 때에 태어난 이들이 모두 같은 사주를 가질 순 없다고. 그렇지만 우린 토정비결을 보고 운수를 보고, 가끔 잡지에서 별자리를 찾아본다. 종종 점집이나 사주보는 집에 찾아가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기분 좋고 개운한 표정으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입시나 이사 혹은 이직 등등 불안하고 두려운 선택 앞에서 누군가에게 물어 볼 수 도 없고, 나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어른이 되었을 때 가끔 미신에 기대고 싶다. 실패하면? 점쟁이 말을 믿을 걸, 혹은 믿지 말 걸 하며 실패의 책임을 나눠가진다. 그냥 오래 전부터 있어 온 미신과 맹목적 믿음에 대한 책이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생각할 순 없는 책이다. 미신, 잘못 된 사상과 종교와 가짜 뉴스 속에선,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며 살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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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24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궁금증이 확 일어나는 책이네요. ㅎㅎ 일상의 미신들은 사실 내가 큰 걱정없고 할때는 신경을 안 쓰지만 하는 일이 잘 안되고 함들때는 하나하나 다 신경이 쓰인다죠. 힘들때 누군가에게 기대고싶은 인간의 약한 마음이 있는 한 그 무수한 미신들은 늘 우리 삶과 함께 할거예요.

mini74 2021-01-25 22:12   좋아요 0 | URL
저 ㅠㅠ 아이 고3 올라갈때 엄마들과 손 잡고 선녀님을 찾아갔었지요 ㅠㅠ 뭔가 묘한 점괘를 하나씩 받아들고, 카드 안 받는다는 선녀님께 한 엄마가. 그럼 현금영수증. 하다가 쫒겨날뻔 했지요 ㅎㅎㅎ

라로 2021-01-28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봤는데요, 사주 보는 거 좋아합니다요. 그러면서 종교는 기독교,,, ㅎㅎㅎㅎㅎㅎㅎㅎㅎ

mini74 2021-01-28 17:13   좋아요 0 | URL
저도 무속신앙 좋아해요 ㅎㅎ 라로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