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 값싼 위로, 위악의 독설은 가라!
김별아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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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건 '미실'을 통해서였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예쁜 책 제목과 예쁜 이름의 작가...

그래서 읽게 된 책 한권이 김별아님의 '미실'이었다.

신라 여인 미실의 사랑 이야기는 읽는 내내 가슴을 설레이도록 했던 소설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소설이 아직도 생각나는 걸 보면.. 그 소설이 꽤나 인상 깊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오늘.. 김별아님의 책을 또 한권 만났다.

전에 만났던 미실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제목부터가 과감하고 세상에 대해 뭔가를 외치고 있는 듯한

한 권의 산문집~ 제목에서부터 묘한 매력이 느껴졌던 것 같다.

 

이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싸워야 할 일이 참 많다.내가 의도해서건 아니건..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별아님은 말한다.세상을 향해 싸울 때 더 이상 나에게 퍼부어지는 모욕을 참지 말라고...

참는 것은 더 이상의 미덕이 아니라고 말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이제 겨우 30년을 조금 넘었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참 만만치는 않다고 느껴진다.

그나마 결혼전에는 미스라는 당당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이가 어린 당돌함 때문이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하고자 하는 것..내가 말하고자 하는것을 마음껏 말하고 표현했던 것 같은데..

결혼을 하고 주부가 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살다보니.. 내 자신을 점점 잃어가고..

내 자신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서인지.. 내 목소리 하나 마음껏 소리 높여 말하기가 힘들고..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참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녀가 대단스러워 보였다.

작가이기 전에 아이들의 엄마로써의 그녀의 삶 이야기 또한 이 책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 중의 하나였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더운 여름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그녀에게 한 남자가

애 엄마 옷 꼬라지가 어쩌고 요즘 것들은 어쩌고 하는 말에 그녀는 용감하게 맞서 대응했다.

"남이 뭘 입든 무슨 상관이예요?제 청바지가 아저씨한테 무슨 피해를 줬는데요?이런 저런 꼴 다 보기 싫으면 집에 들어앉아 계시지 왜 나와서 돌아다니셔요?"

그녀의 이 말 한마디는 참 통쾌하게 느껴졌다.

어느 누가 어느 아줌마가 이렇게 속시원하게 쏘아 붙일 수 있을까..

그러나 그녀의 글을 읽으며 수긍이 갔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이러쿵 저러쿵 예의 없이 뒤에서 말이나 하고...

그녀는 그런 예의 없음에 참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나만의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라고 한다.

그래..살아가면서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한다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산문집은 그녀의 색깔이 잘 나타나있다.

그녀만이 내 품을 수 있는 언어의 색깔.. 그녀만의 감정.. 그녀의 삶의 스토리...

그러기에 이 산문집이 더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 하면서도 다듬어진 그녀의 글 속에서 모욕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나도 나만의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 해보리라 다짐해 본다..

이 세상을 더욱더 당당하게 살아 가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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