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비행기 - 팝아트 소설가 죠 메노 단편집
죠 메노 지음, 김현섭 옮김 / 늘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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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소설 책 한권을 만났다.

이 소설은 모두 20편의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팝아트 소설가 죠 메노.. 사실 난 그의 이름을 처음 들어 본다.

거기다가 팝아트 소설가라니~ 이건 또 왠 생뚱맞은 소설가인가?

암튼...뭐 그런것 보다 중요한 건 역시 책의 내용이다.

 

사실 나는 단편 소설은 그리 좋아하질 않는 편이다.

장편 소설은 읽다보면 그 책속에 푹 빠져 들어 오랫 동안 그 느낌을 담아 두면서 감동을 느끼는데 반해..

단편소설은 뭐랄까... 좀 허무하다는 느낌이 항상 든다.

그리고 소설에 몰입을 못 하겠다.사람마다 다 그 특성이 다르긴 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단편 소설.. 별로 익숙하지가 않다.

 

작가는 이 20편의 단편들을 7년에 걸쳐서 썼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 많은 재앙들과 미국의 공포스러운 현실들을 소설에 그대로 반영하여 썼단다.

이 소설책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뭐랄까 한마디로 공포영화도 아닌..SF영화도 아닌 묘한 느낌을 받으며 읽게 된다.

사실 그런 부분을 즐기면서 읽은 듯도 하다.

옛날 어릴적 TV프로그램에서 이런 종류의 영화들을 많이 접했던 적이 있다.

꼭 12시가 넘어서면 뭔가 공포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미스터리한 내용의 영화가 나중엔 끝날 때는 뭔가 확실한 결말도 내려주지 않은채..

궁금증만 잔뜩 유발시키고서는 그렇게 끝내 버리곤 했는데..  꼭~ 그런 느낌이었다.

때로는 이런 소설이 더 머리 아프게 할 수도 있겠지만..한편으로는 그 이후의 상황을 내 마음껏 상상 할 수 있으니 좋을 수도 있겠다.

 

20편의 소설을 다 이야기 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테니..

이 소설에서 인상 깊었던 소설에 대해 대충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이 소설의 맨 처음에 등장하는 소설 '1973년 스톡홀름'은 실제 있었던 은행 강도 사건을 소설로 다시 재구성 하여 썼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은행 강도가 되어버린 주인공과.. 인질로 잡혀 있던 은행 여직원들..그리고 바깥에서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경찰들..

은행 여직원들은 시간이 지나며 경찰보다는 오히려 이 은행 강도를 더 신뢰하게 된다.

참 아이러니 하지만.. 그러한 내용은 이 소설다운게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사과 하나면 웃을 수 있다'이 소설은 뭐랄까.. 사랑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 주는 듯 하다.

그녀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남자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가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려 할 때도 그는 그녀를 붙잡지 못한다..

사랑한다면 붙잡아야 하는것 아닌가..

'세상의 종말 전에 들리는 소리' 한 중년남자의 슬픔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남자의 슬픔의 이유는 무엇일까? 직장에 관한것...가족에 관한것.. 아니다.. 그의 슬픔의 이유는..

그가 좋아했던 한 그룹의 맴버가 탈퇴한다는 소식이었다.

중년의 남성도.. 자기가 그토록 좋아하고 미쳐 버리고 싶은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유령 프랜시스'시트를 뒤집어 쓰고 마치 유령과 같은 모습을 하고 다니는 소녀의 이야기..

시트 속에서 세상을 만나고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듯한 소녀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그것을 떼어 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과 분노가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소설 하나 하나에 각기 다른 색깔들이 숨어 있었다.

알록 달록한 사탕 20개를 예쁜 유리병에 넣어 놓고... 오늘은 무슨색을 먹어 볼까.. 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하루에 하나씩...또는 두개..세개씩..절대로 지루하지 않게..

맛있는 소설을 맛있게 입안에서 굴리며 맛보았다.

심각하지 않고...딱딱하지 않고...그러면서도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상실감과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는 재난과 재앙..

그러한 모습들이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

죠 메노는 자신의 소설책을 한통의 폭죽과 같다고 표현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가장 현대적인 시대에 진행 되고 있는 재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기획했다한다.

중국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이유가 귀신을 놀라게 하여 쫓아버니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처럼..

그도 그만의 폭발적인 폭죽과 같은 글의 힘으로 그것을 잠재우고 싶다고 했다.

그의 소설 한권을 만나고 나니..

왠지 이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게 위험천만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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