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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묻는다 내가 답한다
양순자 지음 / 열음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고운 주름들..그리고 무엇이든 다 수용해 줄것만 같은 인자한 미소..
그 분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의 느낌이다.
아침 방송에서 우연히 양순자 선생님의 방송을 본 적이 있었다.
시원시원하고 호탕하신 성격..그러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선생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힘이 있었다...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당장이라도 달려가 나 이런 점이 힘들어요.. 다 내 뱉고 위로 받고 싶었다.
생각만으로도 무섭고 사회에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사형수들을
상담해 주시는 분 저자는 사형수들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외로자가 되어 주셨다.
그러나 그 일을 하기 전까지 자신도 죽음을 생각하며 이 세상을 등져 버릴 생각을 했었다고 고백한다.
맨 첫장의 이야기는 신창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신출귀몰한 행동으로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던 신창원... 그에게도 인간적인 면이 있었다는 걸 이야기 한다.
청송 교도소로 이감을 하던 날.. 교도소의 모든 담당자들이 긴장을 하고 있었고 그 곳의 교도소 과장님은 먼길 가는 신창원을 불러다가
커피 한잔을 주며 조용히 이야기 했다고 한다.
"청송에 가서 잘 살고 나오길 바란다.그곳까지 무사히 가주었으면 좋겠구나"
이 말을 들은 신창원은 가슴에서 무언가를 꺼내 놓았다.
그것은 못을 갈아서 만든 예리한 송곳이었다.
이송을 갈 때 탈출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과장님 앞에 조용히 내려 놓고 무사히 청송까지 이송을 갔다고 한다.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그런 따뜻한 말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가 필요했던 건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교도소에서 수 많은 범죄자들을 만나며 저자는 자신의 인생도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서른 일곱이라는 나이에 삶이 버겁다고 느껴져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형수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집행을 기다리고 있을까란 생각으로 서울 구치소 사형수 담당을 지원했다고 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들의 하루하루는 매일이 가슴 졸이는 삶이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이 시작되면 사형수들은 몸이 바싹 바싹 말라간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생활이 불안정하다고 한다.
"사형만 면하시게 해주면 죽는 그날까지 살과 뼈가 가루가 되도록 좋은 일만 하다 가겠습니다"
그들의 고백이 새삼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세상은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용서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자 역시도 어떤 범죄자들은 끔찍히도 용서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용서는 신의 영역이라 했다.
신만이 용서를 하실 수 있다고 했다.
저자가 당당을 했던 사형수 중 박철웅 이라는 살인마가 있었다.
저자가 그를 처음 만났던 것은 25년전인데.. 처음 만났을 당시 너무나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박철웅은 교도소에서 하나님을 전하는 깊은 신앙인이 되었고..
"나는 이미 죽었다"라는 고백을 늘 했다. 그의 얼굴은 항상 빛이 났고 사형수들에게서 볼 수 있는 두려움과 불안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는 집행날 너무나 밝은 얼굴로 세상을 떠났고..그의 모습을 지켜 보던 많은 사람들은 경외심 마저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미 신의 용서를 받았기에 그토록 편안한 마음과 밝은 얼굴로 살다가 갔었던 것일까?
때때로 사회에서 큰 범죄를 일으켰던 범죄자들이 교도소에서 신앙 생활을 하며 변화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매스컴을 통해 종종 듣는다.
그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저들이 죄를 짓기 전 그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좀 더 일찍 신앙생활을 했더라면... 범죄의 수렁으로 들어가지 않았을텐데...
교도소로 들어와서 하루하루 두렴고 불안하게 살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사회가 떠들썩하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사건 때문이다.
그 사람 역시도 교도소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리고 언젠가는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악독한 살인마라고 욕을 하고 손가락질을 하고.. 절대로 용서 할 수 없다고 하고..
죽어야 마땅하다고 하지만.. 그를 용서하는 것은 결국 신의 영역이 될 것이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한가지 깨닫는 것이 있다면...
하루 하루가 소중하다는 것이다.
오늘은 나에게 다시는 오지 않을 하루... 그 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