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였다. 학생부에서 여름 수련회를 했었는데.. 마지막 날 각 반의 담당 선생님께서 발을 씻어 주시는 세족식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사춘기였고...한참 예민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누군가가 내 발을 씻어 준다는 사실이 그저 거북스럽기만 해서 어디론가 도망가고만 싶었다. 아버지가 군인이셧던 나는 부대 안에 있던 교회에 다녔는데... 담당 선생님들이 전부 젊은 남자 선생님들이라 그 거부감은 더 했었던 것 같다. 그런 우리들의 맘을 하나님께서 아셨던 걸까? 세족식을 하느라 쭉 줄을 서 있던 학생부에게 부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마..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을 때 제자들도 너희들과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되는구나. 지금 아마 부끄러움 때문에 발 씻는 세족식이 싫은 사람들도 많을거야.하지만..순종하는 마음으로 임해주었으면 좋겠구나. 선생님들이 너희를 사랑하고 낮아지지 않으면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라는 것도 알아두어라" 부장 선생님의 그 말씀이 끝나시고 세족식을 하려고 줄을 서 있던 우리들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발을 씻어 주시는 순간.. 나는 두 눈을 감고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그 때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아직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1년전.. 나는 또 한번의 감동을 느꼈는데.. 그건 남편이 내 발을 씻어 주었을 때 였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아버지 학교'에 등록하여 마지막 수료를 하던 날.. 남편들이 아내의 발을 씻어 주던 순서가 있었는데..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서 내 발을 씻어 주던 남편의 모습이 감동스러워 울었던 기억이 난다. 종의 마음이라는 제목과 함께 세숫대야에서 물을 뜨고 있는 손의 사진.. 그것은 종의 마음... 제자들에게 섬김의 모습을 먼저 보여 주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종의 마음.. 종의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 어떤것일까? 종은 주인을 섬기는 사람이다. 그럼..섬기는 자의 마음이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섬기는 자가 되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누구나 섬김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지... 섬기는 자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나는 내 남편을 섬기는데도 서툴다... 아니..서툴다기 보다는...남편을 섬기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데이빗 케이프 목사님의 삶은.. 섬김의 삶이었다. 그토록 크게 성공을 이루었던 목회를 하나님께서는 모두 내려 놓고 십자가와 대야를 들고 하나님이 가라고 하신 곳으로 가서 추하고 더러운 발을 가진 자들의 발을 씻고 그들을 섬기라고 하셨다. 목사님은 순종으로 섬김의 삶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러한 섬김의 삶으로 인하여 자신은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을 읽으며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내 자신의 교만함 때문에 울고... 내 자신이 남을 섬기지 못하는 삶 때문에 울었다. 케이프 목사님은 모든 것을 다 내려 놓고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기 위해 제자들 앞에 두 무릎을 꿇고 냄새나는 그들의 더러운 발을 씻기셨던 것처럼... 진정 마음으로 그들 앞에 두 무릎을 꿇고 때로는 더러운 구정물이 흐르는 하수구에서도 무릎을 꿇어 그들의 발을 씻기며 눈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섬겼다. 진정한 종의 마음은 무엇인가.. 내가 내 자신이 온전히 낮아지고 겸손해지고.. 남을 섬긴다고 해서 그것이 되는 것일까? 그러한 마음 역시도 하나님께서 허락 하셔야만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긍휼과 애통하는 마음... 그것이 있어야만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도 그러한 종의 마음이 내 삶의 중심이 되길 바라며... 나즈막히 기도를 해 본다. 하나님..저에게도 종의 마음을 허락 하소서... 더욱더 낮아지고 겸손하게 하시며.. 검을 사용하기보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셨던 그 섬김의 삶을 닮아 가게 하소서.. 에필로그 이 책을 읽고서 마음 속에 깊숙한 회개의 심령이 찾아 들어왔습니다. 기도를 하는데...얼마나 많은 눈물이 흐르는지.. 하나님께서 나 자신을 회개 하게 하셨습니다. 더 낮아 지지 못하고 섬기는 삶을 살지 못한 저의 삶을 입술로 고백하게 하셨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하는 남편을 반갑게 맞이 했습니다. 그리고 군화를 벗은 남편을 식탁 의자에 앉게 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남편이 왜 그러냐며 의아해 합니다. "오늘은 내가 발 씻어 줄께...." 이 말을 하는데도 목이 메어 말이 더 이상 나오질 않습니다. "왜 안하던 짓을 하는거야... 왜 그래?" "그냥... 내가 씻어 주고 싶어서 그래.." 따끈한 물을 떠 왔습니다. 그리고 남편 발 아래 무릎을 꿇어 앉았습니다. 비누칠을 해서 정성껏 닦아 주었습니다. 항상 군화를 신어 많이 피곤하고 답답한 발.. 만성 무좀으로 고생하는 남편의 발.. 왜 그동안 한번도 내 남편의 발을 씻어 줄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발을 씻어 주는데 괜스레 눈물이 납니다.. 눈물이 방울 방울 흘러 내려 세숫대야로 똑 똑 떨어 집니다. 우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멋쩍은지 우스갯 소리를 합니다. "우리 마누라가 최고네~!!" 이제 이렇게 종종 남편의 발을 씻어 주려고 합니다. 이렇게 차근 차근 종의 마음을 배우려 합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셨던 섬김의 삶을 본받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