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감는 여자
박경화 지음 / 책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으며 그리고 읽은 후에도 가슴이 답답하다.약간은 우울한 느낌도 함께한다.

처음..이 소설의 매력에 빠진 건.. 이 책이 주는 묘한 신비로움 때문이었다.

진한 보라빛의 머리칼을 한 여인이 누군가를 경계 하는 듯한 눈빛..

그리고 가슴에 앉은 고양이 한 마리...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 하다.. 그러한 표지 때문에 이 소설을 거침없이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긴 장편 소설일꺼라는 예상과는 달리 여러가지 단편 소설이 함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불문과를 졸업한 뒤 200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와 2003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책에서 느껴지는 단편들의 이야기는 하나 같이 시원스러운 결말이 없다.

뭔가 다 끝나지 않은 듯한 여운을 남기며 그렇게 이야기들이 하나씩 끝나간다.

뒤쪽에 다른 이야기가 있을 꺼라는 기대감을 가지게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 나머니 몫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이 책의 단편 소설들에서 내가 답답함과 우울감을 느낀 것들은..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모두 하나 같이 그리 행복한 삶이 나타나 있지 않았기 때문인 이유도 있었다.

한 중년 남성에게 말도 안 되는 구애를 받으면서 그것을 거부하는 듯 했지만..

후에 떠난 그 중년 남자를 그리워 한다는 '가을 몽정'

알콜 중독자인 남편을 치료 보호소로 보내고 임신한 몸으로 홀로 어항 속에 물고기를 키우며 살아가지만..

사소한 말 실수로 이웃 부부관계를 망쳐 버리고 깨진 어항 앞에서 최대한의 몸부림을 소리로 표현하는 '어항'

암에 걸린 엄마와 엄마의 분신과 같던 고양이를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지키려 하는 여자.. 그리고 어릴적 놀림 받던 기억을

포퍼먼스로 표현하여 이겨내려는 '딤섬'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을 보살피며 영어교재 영업사업으로 일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없이 살아가는 여자와

그녀 앞에 나타난 희망 없는 남자와의 만남 ' 스무개의 담배'

치매에 걸린 엄마와 길 건넛집 대형 수선 가게를 상대로 단골마저 빼앗기고 옷 수선 가게를 하며 살아가는 아버지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딸의 이야기 ' 지금 그대로의 당신들'

남편이 주는 안락함과 사랑스러운 아이를 포기 하고 자신만의 자유와 갈망을 찾아 떠나는 여자..

그리고..자유를 향해 떠났던 무모했던 삶과 사랑했던 이방인 남자의 에이즈라는 잔인한 형벌 이야기 '태엽 감는 여자'

일년간 일했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절박한 심정으로 사장의 빈 집 앞에서 목 놓아 소리치던 사내의 이야기 '현실은 비스킷'

계모의 서슬퍼런 살기를 피해 집밖으로 나와 몸을 팔아 가며 어렵게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어느 삭제되지 않는 비망록'

 

8개의 이야기는 힘겹고 상처투성이인 자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가듬 한구석이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이름 없는 주인공들이 마치 나 자신과 같이 느껴지는 동질감 속에서 가슴이 애잔하게 저며온다.

 그것이 주인공이 이 소설을 쓰면서 나.너,님 등과 같은 표현을 쓴 이유가 아닐까....

소설들을 읽은 후 표지를 다시 한번 바라보니..

표지 속에서 색다른 깊이감이 느껴진다..

8편의 단편 이야기 속에 들어 있던  그들의 온갖 상처와 아픔이 들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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