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떨리는데... 책의 표지에 그려진 예쁜 꽃그림은 나를 더욱 설레이게 했다.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로 가득 차 있다는 이 책은... 한국 현대시 100년을 기념하여 출간 된 책이라고 한다. 책을 열어 보기도 전에 이 책의 아름다운 표지와 제목에 압도되어 한동안 들여다 보고만 있었다. 아이가 이 책에 손을 슬그머니 대려고 하길래.. "이 책은 엄마가 아끼는 책이라서 안돼" 라며 조용히 아이 손을 치웠다. 아이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책에 그려진 예쁜 꽃을 보고 "꼬옷~"그런다. 아..아이도 예쁜 꽃의 그림을 알아보나보다. 그래..너도 예쁜 그림을 아는구나.. 한번 봐라..하는 마음에 다시 책을 아이에게 건내주었다. 아이가 한참 동안이나 책의 표지를 보며 "꼬옷~"하며 내 얼굴을 바라보고 눈웃음을 짓는다. 책장을 열어 시의 목록을 쭈루룩 읽어 보았다. 아..제목만을도 사랑에 대한 감정으로 벅차 오른다. 빨리 읽고 싶다.단숨에 읽을까? 아니면 하루에 하나씩만 읽을까..내가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서 읽어볼까.. 망설이다가 결국은 처음부터 차근 차근 읽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씩 하나씩 시를 읽어 나갔다. 시가 끝나고 나서 이어지는 시에 대한 평은...시를 더욱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했다. 아..이 시가 이런 깊은 뜻이 있었어? 고등학교 때 수업 시간에 한 줄 한 줄... 한 단어에도 많은 의미가 부여 되고 있다는 걸.. 시험을 위해 배웠었다..그리고 줄기차게 시를 외웠었다.그런데도 이제는 그 렇게 외웠던 수 많은 시들이 머리 속에 하나도 남아 있지가 않다.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시를 하나씩 읽어 가며...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감성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짦은 시 하나를 읽는데 가슴이 아려오기도 했고... 내 눈에 눈물이 똑 떨어지기도 했다.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 지기도 했다. 이렇게 짧은 시들에서 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으니..실로 대단한 힘이 있다고 느껴진다. 이 시집 한권을 다 읽는데..왠만한 책 한권을 읽는 것 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하나의 시를 곱씹고 곱씹어 그렇게 소화했다. 시를 읽고 그 시에 대한 숨겨징 이야기를 읽고 또 다시 한번 시를 읽어야만 했다. 그렇게 시 하나 하나에 푹 빠져 들었다. 이 책을 내 책상 한 쪽에 가지런히 놓아 두고 틈 날때마다 들쳐보고 싶다. 가끔 마음이 공허하고 허할 때... 내 감성이 말라간다고 느껴질 때.. 시가 가득 담긴 이 책을 한 장씩 넘겨 보리라...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 한 편으로 끝맺음을 하려 한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