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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아직도 내 눈에 물기가 채 마르지 않았다.
눈물과 콧물을 닦느라 책상 위에 수북히 쌓여 있는 티슈들..
울어도 울어도 속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가슴 한쪽이 먹먹하게 느껴지고 아프다.
사실..처음 이 책을 만나기 전부터 난 조금은 두려웠다.
한 남자의 지독한 아버지의 사랑과 효에 대한 이야기..
얼마전까지 아버지와의 응어리를 가지고 있었던 내가.. 이 책을 선뜻 읽기가 겁이 나서
책장에 꽂아 두고도 자꾸만 모른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년.. 이대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아버지와의 응어리를 풀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던 그날.. 그리고 하염없이 흘러내리던 눈물..
아버지는 다 이해한다고 하셨다... 괜찮다고 하셨다..
그게 부모의 마음인것을..그게 아버지의 마음인것을...
그렇게 아버지와의 응어리를 풀고 조금은 마음 편하게 오늘..책을 집어 들었다.
10년 전, 우리 나라를 감동으로 몰아 넣은 소설이 하나 있었다.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그 책을 읽었을 정도로 화제의 베스트셀러였다.
책하고 거리가 먼 내 남편도 이 책은 소장하고 있을 정도이니.. 과연 베스트셀러라 칭할만 하다.
그 책을 집필한 김정현 작가가 아버지라는 주제로 또 하나의 감동 소설을 내 놓았다.
'고향 사진관' 실화라고 하니.. 더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책의 주인공은 '용준'이라는 사람이다.
그의 나이 스물 다섯,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시고 꽃다운 나이에 집안의 가장이 된다.
그에겐 어머니와 누나와,여동생,남동생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꿈을 택하는 대신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예식장과 사진관을 운영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점점 규모가 큰 예식장들이 들어 오면서 설 곳이 없어질것을 생각해 예식장은 정리하고 주위의
식구들과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남겨두신 사진관을 손수 운영하기로 한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아버지의 손 때 묻은 그곳을 정리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에 나서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던 어머니도 그러한 용준에게 고마워 하며 아버지께 혼잣말을 한다.
"저도 평생 당신의 손 때 묻은 사진기가 없어지는 건 싫었어요...(중략)...당신은 별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으니 그저 마음 편히 정신이나 차려 보세요..."
예식장을 정리하기 전,누나와 여동생을 결혼 시켰다.
그리고 애인이 있는 남동생과 어머니의 생각을 존중해 생각지도 못한 결혼을 중매로 결심한다.
그의 아내가 될 여자 희순은.. 그에게 딱 알맞은 짝이었다.
올바른 집안에서 바르게 교육을 받아 심성이 곱고 마음이 여린 여자였다.
그런 그의 아내 희순은 말없이 그의 곁에서 누워계신 시아버지를 모시고 어머니를 모시고 남편에게 맞추어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
의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욕창은 가장 무서운 합병증.. 더운 여름날이면 하루에 두번씩 아버지의 몸을 씻겨 드리고,여름이면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보양식을 사와서 죽처럼 갈아 먹여 드렸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드시면 체중이 늘어 아들이 힘들꺼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버럭 소리를 지르는 용준의 모습은 아버지를 위한 일이라면 모든 불편도 고통도 감수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런 그에게도 자식이 태어난다.
첫 딸이 태어 났을 때 아이 보다 아내를 더 걱정하며 아내를 살피러 가고 아내에게 뛰엄 뛰엄 "많이 힘들.."
"고마워.."란 짦은 말 속에서도 내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날 정도로 아내를 향한 진실된 마음이 느껴졌다. 그는 자식이 태어남으로 인해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한번 더 느끼게 된다.
세월은 흐른다.아버지가 누워 계신지 17년..
아버지는 나이 탓인지 자꾸만 수척해지셨다.그리고 용준 내외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가슴 아프다.
어머니는 이제 아버지를 편하게 해 드리자고 한다.아버지는 마지막 순간 최선을 다해 눈까풀이 파르르 떨리게 힘을 주고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보내고도 마른 나무처럼 살아온 아들 때문에 큰 소리 한번 내며 울지 못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의 곁에 친했던 한 친구 명국의 죽음은 그를 가슴 아프게 한다.
아버지의 곁에서 마른 나무처럼 살아 온 탓일까..
그에게도 암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찾아왔다.
이제 모든 게 다 평온하고 행복만 남았을꺼라 생각했는데..
그는 아내 희순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해..고마워.."라는 말을 남기고..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담담하게 인사를 하고 아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그의 어머니는 영구차가 고향 사진관을 지나 가는 날 환장하듯 발을 구르며 아들을 보냈다.
자신의 남편을 보낼때의 슬픔까지 모두 보내 버리듯...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르면 눈물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 내린다.
내 이성과는 상관없이...그저 그렇게 흘러 내린다.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쳐 아버지를 돌봐주던 용준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가여워서 울고..
한번도 꽃피우지 못한 청춘을 마른 나무처럼 살아 온 용준이 가여워서 울고..
그의 아내 희순과 남겨진 아이들이 가여워서 울고..
아들을 보내면서도..남편을 보내면서도..아빠를 보내면서도.. 자신들의 가슴 아픈 것은 숨기고
용준을 편하게 보내 주려는 그들의 사랑이 감동스러워서 운다.
책의 내용중에 용준이 아버지가 뇌졸중이 아니라 차라리 치매였다면 하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내내 눈만 감고 있는 아버지가 가슴 아파서 였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자식의 부모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자신을 키워 준 부모를 짐짝처럼 여기며 몰래 내다 버리기도 하고.. 없는 사람 취급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가운 현시대에 고향 사진관은 너무나 필요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내내 가슴이 뜨거웠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당장이라도 아버지에게로 달려가 아버지의 따뜻한 품에 안기고 싶었다.
조금 더 건강하실 때... 살아 계실 때..
용준과 같은 마음으로 아버지를.. 어머니를.. 대하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