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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유럽의 책 마을을 소재로 했다기에 정말 기대가 많이 되는 책이었다.
책 겉표지에 한 번 둘러져 있는 띠지를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꽂이의 책들로 표현 한 것이 눈에 띈다.
세계 최초 유럽의 책 마을 순례기라니.. 책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이 급해진다.
책을 쓴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보았더니 정진국 이라는 사람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공부를 했다는데.. 왜 하필 파리였나..
그의 전적을 보니 주로 미술과 예술에 관련 된 책들을 많이 번역했다.
그가 낸 책 역시도 미술에 관련된 책과 사진에 관련 된 에세이가 주를 이룬다.
거기다가 미술 평론가란다.
그럼..미술을 공부 한 걸까? 아니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미술사에 대해서 공부를 한걸까?
그는 유럽의 책 마을을 통해 현대시대의 농촌의 위기와 독서 문화의 위기를 동일시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유럽의 책 마을을 돌아 다니면서 본 것은 유럽의 농촌 마을 속에 자리 잡은
새로운 독서 문화였다. 그것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지하고 동참하는 일종의 사회 운동과도
같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 소박한 사회운동은 유럽의 전역에 책 마을이라는
독서문화를 점점 늘어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한 장씩 넘겨 읽어가면 이 책속의 매력에 푹 빠진다.
사실 그냥 쑥쑥 읽어 내려가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그러한 부담스러운 느낌은 책 곳곳에 들어 있는 책 마을의 사진들을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그가 프랑스의 동화 같은 마을 부르고뇨의 퀴즈리에서 에밀 부르다레라는 여인이 1904년에
조선을 탐사하며 기록한 책 '조선에서'를 받아 들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부러운 마음과 동시에
책마을에서 이런 커다란 보물을 발견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책 마을은 아니지만.. 경기도 파주에 대형 출판 도시가 있다.
그런데..왠지 책마을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그것은 아마도 책 마을만이 줄 수 있는 오래되고 케케묵은 고서적들과
농촌이기에 평온하고..인심이 야박하지 않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마을..
작은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까지도 자신의 집에 있던 책을 펼쳐 놓고 팔던 그러한 모습들이
책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 같은 것이 아닐런지..
대형 출판 도시가 생겼다는 것도 좋지만..
왠지 그런 대형 출판 도시보다는 유럽의 책 마을처럼 사랑하는 내 아이의 손을 붙잡고
편안히 즐기면서 돌아 볼 수 있는 그런 책마을이 우리나라에도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중고 서점에 간 적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 본 그 곳..
항상 새책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아버지는 왜 하필 중고 서점엘 가자고 하시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그러나 막상 중고 서점에 들어서자 내 생각은 조금씩 바꼈다.
오래 묵은 책들의 정겨운 냄새들.. 그리고 책꽂이에 가지런히 정리 된 책들 뿐 아니라
서점의 이곳 저곳에 자연스럽께 쌓여있던 책들.. 그 분위기가 난 정말 좋았다.
집에서 그곳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적어도 1시간을 가야 했는데..
그 이후 난 혼자서 종종 그곳에 가서 오랫동안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읽기도 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액수를 지불하고 책을 사오곤 했다.
새삼 그때를 생각하니... 나도 나만의 책 마을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유럽의 책마을을 읽으며 여느 여행 책을 접할 때 보다 조금 더 신중을 기하며 읽었던 것 같다.
그것은.. 그저 여행을 하기 위한...여행에 대한 안내라기 보다는..
유럽의 책 마을에 대한 저자의 순례기이며 현재 우리 시대의 책 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책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한번쯤 책 마을에 대한 간접적인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많은 것을 건져 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