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박완서라는 작가는 이미 우리 문학사에서는 없어선 안 될 줄요한 작가이며..

그의 문학 세계는 그 깊이를 따질수 없을만큼 우리에게 깊이 자리 잡았다.

박완서 라는 이름 석자는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 조차도 다 알만할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녀의 작품 중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작품 역시 누구나 한번쯤 들어 보았을

작품의 제목이다.

아는 언니가 다른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며 책을 정리하다가

나에게 책 몇권을 보내왔는데..

그 중에 이 책 한권이 함께 왔다.

아주 오래전 도서관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었지만..

큰 내용만 대충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 기억을 다시 살려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의사의 직업을 가진 심영빈과 그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가족사 그리고 그의 불륜..

그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화병으로 돌아가시게 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의 뱃속에 있던 동생 영묘가 유복녀로 태어나게 되었다. 

영빈의 형은 영묘를 재수없는 년이라 그랬다.

어머니가 영묘를 가진후로 아버지가 공직에서 쫓겨나고 돌아가신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빈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영묘가 한 없이 사랑스럽기만 했다.

졸지에 가장이 되어버린 영빈의 형은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하여 영빈과 영묘의 뒷바라지를 하고

영빈이 영묘의 뒷바라지를 할 수 있을때가 되자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영빈은 동생 영묘의 뒷바라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유명한 의사로 성공을 하게 된다.

그가 의사가 된 이유에는 현금의 '농담'때문인 이유도 있었다.

"난 훌륭하고 돈도 많이 버는 의사하고 결혼할건데 약 오르지롱.메롱"하고서 내민 그 분홍색 혀가

그에게 꼭 약속 도장을 찍은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후에 그가 광이라는 친구에게서 현금이가 결혼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알 수 없는 배신감으로 나쁜년..나쁜년..이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다시 현금을 만났을 때 그녀가 이혼녀라는 사실을 알고

한없이 들떠 있던 그의 모습은 천진스러운 모습이라기보다는

성공을 향해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려 왔던 그의 일상에서 한 순간 편안하고 여유로운 쉼을 맛보고 싶어하는

일탈을 꿈꾸는 사내의 모습으로만 보여졌다.

그가 그의 아내를 속이고 현금을 만나 모든 짐을 내려 놓는 안식처로써 그녀에게 위안을 받게 된다.

그녀에게 갔을 때만큼은 그는 모든 가부장적인 제도나 사회적인 지위나 자본주의 제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후에 동생 영묘의 남편 송경호의 죽음 이후 결국은 현금과의 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영빈이 의사로 성공한 덕분에 그의 동생 영묘도 알아주는 대기업 재벌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그러나 동생의 결혼생활은 그리 순탄지만은 않았다.

모든 일을 무조건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집안 사람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돈이 아까워 벌벌 떠는

가식적인 그런 집안이었다.영묘의 말을 빌리자면.."그 집은 조금 이상해.우리집하고 많이 달라..."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이 왠지 졸부라는 느낌이 확 와 닿았다. 

그러한 느낌은 후에 영묘의 남편 송경호의 죽음이 점점 다가오면서 더욱더 확실해져갔다.

아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쉬쉬하며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침묵을 지키며

아들이 죽은 후에도 그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대외적으로 알려 겉치레에만 신경쓰는 모습은

송경호의 죽음을 더욱 슬프게 했다.

남편이 죽은 뒤 의지 할 사람도 재산 한푼도 남아 있지 않은 영묘에게 시댁에 들어와 살면

훗날 영묘의 아이들에게 남겨질 유산들이 모두 영묘의 것이 될거라며 그녀를 잡아 두는 것 역시

영묘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러나 영준이 국내의 모교에 10억을 기부하면서 언론에 알려지게 되고 성공한 재미실업가로 영묘의 곁에 섰을때 그렇게도 기세 당당하고 자본주의를 앞세우던 영묘의 시댁은 10억을 거침없이 기부했던 영준의 앞에서는 한낱 졸부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영묘와 그 아이들이 외국에 가서 유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뒷바침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게 되었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한자에겐 약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이었다.

 

이 작품에서 박완서 그녀는 영빈과 영준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제도와 송경호 일가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의 또 다른 이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빈의 형이 가족의 이름으로 얽매이는게 싫어 가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미국으로 떠났지만..결국은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떠날때는 그런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한 번도 난 가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적이 없거든.그건 가족이 구속이 됐다는 뜻이 아니라 힘이 됐다는 뜻이야......한국 사람이 왜 박사학위도 빨리 따고 ,돈도 억척스럽게 벌 수 있는 줄 아냐.가족한테 보답하려고 자랑하려고 그럴수 있는거야"

그의 고백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그의 고백이 현실적인 우리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그 깊이에 다시 한번 빠져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