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서태후 - 개정판
펄 벅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처음 서태후 그녀를 만난 곳은 기차 역의 서점이었다.

결혼을 하고서도 직장으로 인해 4개월 정도를 주말 부부를 하며 지냈는데..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다니던 내게 기차 시간이 남으면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서점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묵직해보이는 이 책을..가격도 만만치 않았던 이 책을..

 보자마자 집어 들었던 것은 내가 이미 그녀와의 만남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대지'의 작가로 유명한 펄벅이 쓴 책이라니...

나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지금도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중의 하나로 자리잡은 그녀의 명성은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기에 라는 의문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예흐나라라는 듣기에도..부르기에도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었던 그녀가

후에 권력을 장악한 군주가 되기까지 그녀의 삶은 평범한 여자라면 누릴 수 없는 그런 운명이었을것이다.

그녀 역시 자신이 그러한 운명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지는 않았겠지..

그녀가 정혼까지 한 사랑하는 남자를 버리고 궁으로 들어가기까지 그녀에겐 참 많은 갈등이 있었을것이다.

사랑 앞에서는 모두가 약해지고 무너지듯이..

그녀 역시도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러한 자신의 사랑을 버리면서 그녀는 권력이라는 문턱을 넘어서서

궁으로 들어가 그저 사랑스럽고 약하기만 했던 모습들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 버리며

악독한 군주의 모습에 점점 다가갔다. 

예흐나라에서 자희황후 그리고 서태후 여왕 늙은부처까지..

그녀의 다양한 삶이 이 책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역사 속에서는 그녀가 권력을 이용한 무자비하고 어려운 나라 살림에도 불구하고 국고를 탕진해가며

궁을 재건하며 사치스럽고 관료들을 부추켜 쿠테타를 일으킨 악녀로 남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도 결국은 여자였고.. 이보다 더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사람은 없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펄벅은 그녀의 그러한 내면을 잘 드러낸 것 같다.

그녀가 나라의 권력이라는 이름 앞에 어쩔수없이  사랑하는 남자를 버릴수 밖에 없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그녀는 비극의 여주인공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사랑하는 남자를 곁에 두고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주종의 관계 역시도

그녀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형벌은 아니었을까..

그녀가 중국이라는 나라에 외세가 침입해 왔을 때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더더욱 그녀의 권력을

강하게 사용했고 그로 인해 그녀의 악녀의 근성을 부각 시키는 역사적인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꼭 그녀가 아니었더라도 그 어떤 군주라도 외세에 대항 하기 위해 그녀보다

더하거나 덜하거나 하지 않은 권력의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의 그런 권력을 이용한 무자비한 모습은 그녀가 여자였기에 더욱더 그렇게 비춰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녀는 중국이 근대적인 개혁을 하기 위해 몸부림 치던 역사의 희생양일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그녀의 그런 모습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저 악행만 일삼던 악녀의 모습인 서태후가 아니라..

한남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그녀..

그리고 어머니로써의 그녀..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려했던 그녀..

그녀의 또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생전에 그녀가 사랑했던 이화원에서는 아직도 그녀의 숨결이 느껴질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