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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바레스 : 어느 트랜스젠더 과학자의 자서전
벤 바레스 지음, 조은영 옮김, 정원석 감수 / 해나무 / 2020년 4월
평점 :
벤 바레스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잘모르는 사람들은 이들을 동성애자와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남성동성애자인 게이나 여성동성애자인 레스비언의 극단적인 형태가 트랜스젠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트랜스젠더는 이들과 명확히 구분되는 개념이다.
트랜스젠더란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자신이 반대 성의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즉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으로 느끼는 성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써, 동성애와 구별되는 개념인 것이다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선천적요인설과 후천적요인, 복합설들이 제기 되고있지만, 아직까지 정설은 없지다고한다. 다만, 태아단계에서 특정한 호르몬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는 선천적 요인이 학계의 다수의 견해라고 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신경생물학과 교수이자 신경아교세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로 주목받은 세계적인 과학자였던 ‘벤바레스’도 트랜스젠더이다. 고등학교시절 수학천재로 불렸으며, MIT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했다. 다트머스 대학교 의학대학원에서 신경정신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하버드 대학교 의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교 신경생물학과 교수가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성 정체성 혼란을 겪다가, 성전환을 통해 ‘바버라’에서 ‘벤’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그동안 여성 연구자로서 겪은 일들이 성차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췌장암으로 별세하기 까지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앞장섰다고 한다.
이책은 그녀의 삶과 연구결과물에 대하여 쓴 자서전이다.
이책을 보면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평범하지 않았던 저자의 일생을 볼 수있다.
저자는 사춘기 시절 또래 여자아이들과 달랐다는 것을 회고하면서, 청소년기와 성장기에 성별혼란으로 느낀 지속적인 괴로움, 낮은 자존감, 강한 자살충동까지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인 자신이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다고 생각하여 누구에게도 자신의 괴로움을 상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나이 마흔이 되어서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돌이켜보니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가졌을 때 고위험 유산군으로 분류된 어머니를 담당의사가 당시 개발된 합성스테로이드 약물이 고위험군 임신에서 유산의 위험을 예방할수 있는지 시험중이었는데, 벤바레스는 이것이 자신의 뇌를 남성화 시켰을 지도 모른다고 의심하였다고 한다.
이후 벤바레스는 성전환수술을 하고 여성에서 남성이 된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 모두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학창시절 겪었던 것이 여성차별이었음 깨닫고는 여성차별 해소에 앞장서는 과학자가 된다.
특히 과학계에서 여성차별뿐만 아니라 성희롱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것을 알고서는 이를 시정하기 위해 가장 선두에서 투쟁해왔다.
이 책의 출간의의는 여성과 남성 모두가 되어본 사람이 쓴 글이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어딘 가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흑인이 되어보지 않는 백인은 아무리 흑인의 차별에 공감한다 하더라고, 진정으로 흑인의 차별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이것은 여성차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되어보지 않는 남성은 진정으로 여성이 받는 고통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점에서 벤바레스의 자서전은 아주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책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트래스젠더는 질병일 뿐이다. 이책을 통해 그것을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속에서 그 질병을 앓는 사람의 말 못하는 고통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그런질병에 걸리 않았기 때문에 트랜스젠더의 고통을 공감하지는 못할 지라도, 그들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선택하는 것에 대해 돌을 던지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선택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고, 누구나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있기 때문이다.
성정체성에 관한 문제는 태어날 때부터 질병으로 태어난 사람이 있기 때문에 태어난 대로 살아야 함을 강요한다면 모든 사람이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는 전제를 그 개인에게는 부정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책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남성과 여성의 구분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체와 정신에서 성이 일치하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신체와 정신 어느 쪽이 성을 결정할까라는 물음이 이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