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세계

침묵은 어떤 태고의 것처럼 현대 세계의 소음 속으로 뛰어나와 있다. 죽은 것으로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태고의 짐승처럼침묵은 거기 누워 있다. 그 침묵의 넓은 등이 아직 보이기는 하지만, 그 태고의 짐승의 몸 전체가 오늘날의 전반적인 소음의덤불 속에서 점점 더 깊이 가라앉고 있다. 그 태고의 짐승은 점차적으로 자신의 침묵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때로 오늘날의 모든 소음은 다만 그 태고의 짐승, 즉침묵의 드넓은 등에 붙은 벌레들의 울음소리에 불과한 것 같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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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1~3권 세트 - 전3권 - 개정신판 열하일기 (개정신판)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 돌베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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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올바른 가치를 얻기 위해 재독이 필요할 듯 하다.
학문과 관련된 연암의 열정, 그 당시 조선과 청나라를 과감하게 표현한 용기, 상황을 바라보는 세심한 관찰력 등을 통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자연스럽게 글에 빠져들게 하는 연암은 필시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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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2

오늘 나는 밤중에 물을 건너는지라 눈으로는 위험을 볼 수 없으니 그 위험은 오로지 듣는 데만 쏠려 귀가 바야흐로 무서워 부들부들 떨면서 그 걱정을 이기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오늘에서야 도道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도다. 마음에 잡된 생각을 끊은 사람, 곧 마음에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사림은 육신의 귀와 눈이 탈이 되지 않거니와, 귀와 눈을 믿는 사람일수록 보고 듣는 것을 더 상세하게 살피게 되어 그것이 결국 더로병폐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 P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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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일기 1

지금 육진六鎭 지방의 마포麻布, 관서 지방의 명주, 영호남 지방의 닥종이, 황해도 해서 지방의 솜과 쇠, 충남 내포內浦의 소금과생선 등은 모두 민생 일용품에서 뺄 수 없는 물건이다. 충북 청산靑山·보은報恩 사이의 수천 그루의 대추, 황해도 황주黃州·봉산鳳山 사이의 수천 그루의 배, 전남 흥양興陽고흥)·남해의 수천 그루의 귤 · 유자, 충남 임천林川 · 한산韓山의 수천 밭떼기의 모시, 관동지방의 수천 통의 벌꿀 등은 모두 사람들이 날마다 필요한 물건들로서 서로 바꾸어 써서 도움을 주는 것이니, 누가 싫다 할 것인가?
그러나 이 지방에서는 천한 것이 저 지방에서는 귀하고, 이름만 들었을 뿐 실물을 볼 수 없는 까닭은 대체 무엇 때문인가? 이는 곧 가져올 힘이 없기 때문이다. 사방 수천 리밖에 되지 않는 좁은 강토에서 백성의 살림살이와 산업이 이토록 가난한 까닭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국내에 수레가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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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세계

인간이 밖으로 나타나는 모양, 즉 자신의 형태 너머로 자기자신을 고양시키기를 중지한다면, 즉 자신의 외양이 보여주는것 이상의 것이 되기를 중지한다면, 외면적인 것인 인간의 형태는 말로부터 이탈하여 단순한 자연, 그것도 조악하고 타락한자연이 될 것이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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