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여보게." 그가 말했다. "나는 내일 떠나야 하네. 그러니 오늘은 미안하지만 늦게 자자고, 난 자네가 어떤 인간인가. 자네의 견해와 신념은 어떤 것인가, 자네가 어떤 인간이 되었고 생활이 자네에게 무엇을 가르쳐주었는가를 꼭알고 싶네. (미할레비치는 아직도 1830년대의 말투를 사용하고있었다.) 나로 말하면 난 여러모로 변했네, 친구, 생활의 물결이 내 가슴을 덮친 거지. 이 말을 누가 했더라? 그러나 중요하고 본질적인 점에서는 변하지 않았지. 나는 여전히 선과 진리를 믿고 있네. 아니 믿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신봉하고 있지. 그래, 신봉하고 있어, 신봉하고 있단 말이네, 이보게, 난 시를 쓰고 있네. 내 시엔 시정(詩情)은 없지만 진실이 있지. 내 자네에게 최근에 쓴 시를 한 편 읽어주지. 이 시에다. 나는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난 나의 신념을 표현했다네. 들어보게."
다 그것은13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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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그러나 고요하고 따사로운 대기, 가벼운 산들바람, 엷은그림자, 풀과 자작나무 새싹들의 향기, 달도 없이 별만 가득한 하늘의 부드러운 빛,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말굽 소리와 말들의 콧김 내뿜는 소리 —— 여행과 봄과 밤의 이 온갖 매력이 이 가련한 독일인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먼저 라브레츠키에게 말을 걸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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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이곳의 권태가 날 깨우고 내 마음을 안정시키고, 내가 서두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주면 좋으련만. 그리고 그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이 정적에 다시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사방에서 정적이 그를 감싸고 있고, 태양은 잔잔한 푸른 하늘에서 조용히 떠가고, 구름도 조용히 흘러간다. 구름은 자기가 어디로 왜흘러가는지 알고 있는 듯싶다. 바로 이 시각에 지상의 다른 장소에서는 생활이 들끓고 사람들은 서두르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는데, 여기서는 똑같은 생활이 늪의 풀 위를 흐르는 물처럼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다. 라브레츠키는 저녁때까지도 이 지나가는, 흘러가는 생활에 대한 관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지나간 날에 대한 애수는 그의 마음속에서 봄날의 눈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이처럼 깊고 강렬하게 고향을 느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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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오, 청춘이여! 청춘이여! 그대는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다. 그대는 마치 우주의 온갖 보물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우수도 그대에게는 위로가 되고, 슬픔조차도 그대에게는 잘 어울린다.
그대는 자신감이 넘쳐흐르며 대담무쌍하다. 그대는 "보아라, 사람들아! 나는 혼자서 살아간다."라고 말하지만, 그대의 좋은 시절도 흘러가고, 흔적도 없이 무수히 사라버린다. 그러면 그대의 모든 것은 태양 아래 밀랍처럼, 눈처럼 녹아 없어져 버린다……. 어쩌면 그대가 지닌 매력의 모든 비밀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가능성에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그대의 힘을 다른 무엇을 위해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바람에 흩날려 보내는, 바로 그런 점에 있는지도 모른다. 또 우리들 각자가 진심으로 자신을 낭비자(浪費者)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아아, 만일 내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해냈을 텐데!" 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점에 있는지도 모른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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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그녀는 아버지에게서 대체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자기의 장래가 파멸된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렇다, 나는 생각했다. 그것이야말로 ‘사랑‘ 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열정이라는것이고, 헌신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겐 자기희생도감미로운 것이다." 언젠가 루쉰이 한 말이 문득 생각났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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