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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4 (무선) ㅣ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해리 포터 시리즈는 끊임없는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떨궈져 버린 나 같은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처음부터 해리가 먼치킨이 아니라는 형이하학적인 이유로 떨궈진 나의 제2정신세계도 있지만.) 그동안 꽤나 고민해온 것은, 대체 왜 이거에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나 하는 사실이었달까... 솔직히 말하자면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 만큼 신비롭지도 않고, 아니면 신밧드의 모험(그 물리법칙 무시하는 애니메이션 말고)만큼 모험적인 것도 아닌 이 작품이 인기를 끈 것은 단순히 시대적 유행이라는 재미없는 이유가 아니라면, 그 모든 것이 가장 알맞게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지나치게 현실적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신비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암울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유쾌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약하지도 강하지도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매너리즘적이지도 않은 세계를 창조했기 때문에. 내가 해리 포터 시리즈에 별 재미를 못 느낀 것이야말로 워낙에 잡다한 책들을 집어삼켜 왔는지라(장담하건대, 내가 부흐링이라면 난 20살이 되기 전에 심협증으로 사망했으리라. 패스트푸드로 삼시세끼를 때우면서 야참으로는 풀코스 만찬을 즐겨왔으니...)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저 수없이 지나친 세계들이 적당히 뭉뚱그려져 어떤 표준적이지만 매너리즘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세계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에 더해 해리 포터 시리즈는 권수를 더해가면서 뭔가를 보여줘야한다는 압력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3편까지가 신비한 호그위드 마법학교의 전경을 묘사하는 것 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었는 데 비해 그 뒤에는 '조금' 힘들어졌으니까. 4권 정도에서부터, 즉 호그위드가 더이상 신비한 신세계가 아니라 주인공들이 웃고 떠들고 숨쉬는 보통 배경세계가 된 이후부터 해리 포터 시리즈는 뛰어난 판타지 모험물이 아니라 평범한 성장물 혹은 10대 청춘남녀물이 되어갔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조앤 롤랑에게 실망했던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봐라. 아직 해리 포터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