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경계 - 상
나스 키노코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스 키노코의 특징이라면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강렬한 코드의 조합과 함께 필요하다면 세계관을 뜯어고쳐서라도 강조해내는 극단적이고 인상적인 상황의 형성, 불필요하기까지 한 미사여구의 남발, 서사적인 표현, 뒤죽박죽인 문장, 그리고 잔혹한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장점보다 단점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음에도, 혹은 그 단점 때문에 나스 키노코의 이야기 방식은 최근 소년만화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대전물에 절대적으로 어울린다. 단순히 코드와 캐릭터의 조합이라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경쾌한 분위기의 아카마츠 켄의 작품군을 들 수 있겠지만 나스 키노코의 작품군, 특히 [공의 경계]는 그와 정반대되는 아주 묵직하고 질척한 이미지로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기모노에 가죽점퍼 걸치고 칼날에 입맞추는 살인마, 죽음을 있는대로 부딪쳐 삶을 느끼는 시체, 존재하지 않는 자신을 통증으로만 증거할 수 있는 여자, 오빠에게 엉겨드는 나쁜 여자를 경계하다 못해 오빠에게 연심을 가져버린 마술사(범죄다), 의리라든가 정의감이라는 단어와는 아예 담을 쌓은 마녀 등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모에'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풀어나가는 칙칙하고 진득한 이야기 전개는 그 불균형성을 참을 수 없는 매력으로 승화시키며, 캐릭터들 자신이 가진 코드의 무게가 이 칙칙함을 더욱 가속한다. 그 가장 대표적인 모습은 사악과 음란의 최종보스인(힘내라 아자카! 오라버니를 지켜라! …라기보다는 시키한테서 그 벌레를 떼어내애애애애!) 시키의 사고방식에서 엿볼 수 있다. 죽음에서 돌아온 뒤 자신이 자신이라는 증거를 잃어버린 - 과거의 모든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이 '자신의' 기억이라는 확신을 상실한 그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핏물로 처덕이다 못해 녹슬어 삭아버린 철조망을 연상시킨다. 문지르기만 하면 피딱지 섞인 녹덩어리로 부서져 내릴 듯한 그 모습은 죽음을 보고 죽음을 베는 시키의 그 무엇보다도 날카로운 검기와 절대 양립할 수 없는 대비를 보이면서 작품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가고 있다. 캐릭터들마다 가진 이런 기둥들은 무수히 많지만 서로 조금도 조화를 보이지 못하기에(혹은 억지로 조화를 파괴하였기에) 작품 전체가 한쪽 다리로만 서 있는 의자처럼 불안정하며, 언제 쓰러질 지 모른다는 이 위기감이야말로 마치 마법처럼 사람을 견디지 못할 만큼 잡아끈다.

이런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대전' 역시 그 분위기답게 미묘하여, 아카드의 전투가 난잡하고 [무장연금]의 결투가 외계스러우며 헨리에타의 총격전이 도착적이라면 시키의 일검은 음탕하달까(묘사 한 번 끝내주는군…). 윤간당하는 소녀라거나 근친상간에 가까운 구애 등 성적인 이야기를 잔뜩 퍼담아 두었으면서도 정작 조금도 야하지 않은 주제에 절대적인 죽음을 예고하는 칼부림은 엔간한 서비스씬 저리가라 할 만큼 음란하다. 노골적이라거나 섹시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며, 옷이 찢어지는 장면은 커녕 뭐가 출렁거린다는 묘사조차 없다. 오로지 건조하게 휘둘러지는 칼날과 흩날리는 죽음, 그 죽음과 맞닿아있는 에로스를 120% 끌어내는 이 검격은 맨살 위에 폐유 찌꺼기를 뒤집어쓰는 듯한 배덕감을 닮아있다. 그 안에 담긴 절망에 가까운 절정을, 당신은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 낫다. 그러면 그저 재미있는 현대 액션 판타지로 즐길 수 있으리라. 그러나 무언가를 느껴버렸다면ㅡ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출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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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2008-02-25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말 하기는 뭐 하지만..
자신이 쓰는 글을 정확히 이해는 하면서 적은 글인지..??
두서없이 그럴듯한 단어만 연발하고..
불필요한 자극적인 단어들도 군데군데 보이고..
이런 이해불가의 감상에 추천을 눌러주고 간 것들은..
있어보인다는 이유에서인지..

혹은 나 자신이 이해력 부족인가..

yuy04 2008-02-2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 문투를 흉내내 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