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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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도 한참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유명해도 정말 유명한 '도쿄타워'를 15주년 리커버 개정판으로 다시금 만났다.

에쿠니 가오리를 처음 알게 된 때가 딱 도쿄타워가 출간되는 시점이었다.

아마도 친한 친구 녀석 덕분에 처음으로 독서를 아주 열심히 해봐야지 결심을 했던 때가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였다.

그때 한창 떠오르는 작가들이 #요시모토바나나 #오쿠다히데오 등 일본 소설가들이었다.

이때만 해도 난 #에쿠니가오리 가 지금의 위치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때 당시 인기를 끌었던 비슷한 느낌의 소설가들 중 가장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는 에쿠니 가오리라 생각한다.

 

에쿠니 가오리 작품은 항상 의외의 등장인물 설정과 관계 설정으로 의아함을 자아내곤 했다.

근데 또 그녀만의 힘이라는 것이 항상 존재했는데, 그런 의아함 또는 의아함을 넘어선 당혹스러운 관계나 상황 설정을 그녀만의 마법 같은 청아하고 담담한 문체가 별것 아닌 보통의 이야기로 희석시켜줬다.

#반짝반짝빛나는 역시 그러했다.

아무튼 #도쿄타워 를 약 15년 만에 개정판과 함께 만난 기분은 그야말로 감회가 새롭다.

마치 추억의 어린 시절 사진 앨범을 다시금 꺼내서 한 장 한 장 찬찬히 보는 기분이었다.

 

본격적인 책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표지가 이제서야 제대로 주인을 찾은 느낌을 받았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임에도 기존의 표지는 무언가 내가 생각하는 도쿄타워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존의 표지에 비해 에쿠니 가오리의 담담한 문체와 어울리고, 등장인물들의 전반적인 느낌이나 흐름에도 알맞아 보였다.

침대가 보라색 영역과 주황색 영역 사이에 걸쳐 있고, 남자는 보라색 영역, 여자는 주황색 영역에 속하면서 서로 함께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영역에 속해 있는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이 책의 문구 하나가 떠올랐다.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도쿄타워 중에서

 

이것이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 아닌가 싶다.

요즘 이런 느낌의 짤막하고 그럴듯한 문장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쏟아지고 있지만 큰 이야기 안에서 하나씩 툭 던지는 작가의 담담함 속 묵직함이 좋다.

 

간단하게 도쿄타워의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는 두 젊은 남자 (코이지, 토오루)와 그 남자들의 연인들이 등장한다. (키미코, 시후미)

저자의 이야기에는 늘 불완전한 사람들과 불완전한 상황들이 등장한다.

불완전함을 표현하는 소재로 아마도 아주 젊은 사람과 결혼한 유부녀의 사랑을 가지고 온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2005년만 하더라도 소설이지만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납득을 하지 못했던 느낌이 많았다.

그렇다고 지금은 이들과 같은 관계가 용인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작가가 극단적인 상황과 불균형, 혹은 결핍된 인물, 관계, 상황을 던져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반짝반짝빛나는 에서는 게이 남편과 알코올 중독자 아내가 결혼을 하고 살면서 게이 남편의 남자친구와도 잘 지내는 이야기를 그리기도 했다.

#도쿄타워 역시 비슷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건 애초에 완전한 것은 없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사람들이고 불완전한 상황에서 행복과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을 일관적으로 에쿠니 가오리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다시금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용을 다시금 소화하기도 했지만, 에쿠니 가오리만의 담담하고 은은한 문장들을 수집하고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아쉬운 정도가 아니었지."

그렇게 말하고, 토오루를 순식간에 행복으로 뒤흔들었다.

P127 중에서

 

좋았던 문장들 중 개인적으로 이 문장도 참 좋았다.

토오루는 시후미를 늘 기다리고 바라는 상황에서 토오루의 툭 던지는 한 마디에 자신의 마음이 놓이기도 하면서 행복해지는 순간을 표현했다.

특히 행복으로 뒤흔들었다는 표현은 토오루의 입장에 딱 맞는 절묘한 표현이 아닌가 싶었다.

 

 

도쿄 타워라는 제목답게 역시 도쿄타워를 중간중간 표현하면서 내용을 환기시키거나 감정 상태를 고조시키는 대목들도 돋보였다.

 

한낮의 도쿄 타워는 수수하고 온화한 아저씨 같다. 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에 토오루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다. 수수하고 온화한, 견실하고 마음 푸근한

P93 중에서

 

토오루는 커피 잔을 한 손에 들고, 거실 창문을 열었다. 도쿄 타워에는 이미 불이 켜지고, 겨울비가 온 세상을 적시고 있다.

P356 ~ P357 중에서

 

 

 

낮에는 푸근하던 도쿄 타워가 어느 시점에는 화려해지고 또 한 편으로 비와 함께 차가워지는 변화함을 보여줌으로써 관계의 현재 온도와 글의 지배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끌고 가는 것 같았다.

또 한 편으로는 아직 가보지 못한 도쿄 타워에 대해서 가보고 싶은 욕심을 만들기도 했다.

여타 다른 책들에 비해 훨씬 톤이 다운되고 담백함을 유지하면서도 온전히 그 내용에 담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최대 장점이자 매력이 아닐까는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신간 도서를 읽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물론 여전히 앞으로 다양한 새로운 작가들을 찾아 읽어나가는 재미를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과거에 읽었던 의미 있는 책들을 다시 읽었을 때 어떤 즐거움을 읽을지 기대를 가지게 된 건 온전히 도쿄 타워,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의 몫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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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이경선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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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시집을 읽었다.

꼬꼬마 초등학생 시절, 입학하고 처음 맞이했던 교내 글짓기 대회가 생각난다.

산문과 운문에 대해서 선생님이 설명해 주셨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글을 써서 제출하는 학년 글짓기 대회였다.

선생님의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는 운문이 몇 줄 적지 않아도 되고 편해 보여서 냉큼 난 운문을 쓸 거야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 운문이었다.

압축된 몇 줄로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글에 담아야 하는 글짓기인 운문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첫 경험에서의 느낌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이후 크고 작은 글짓기 시간에서 한 번도 운문, 즉 시를 적어보려고 노력한 적은 없다.

 

이처럼 시에 대한 진입장벽이 마구마구 세워진 나는 시집을 읽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문적인 글쓰기는 아니지만 다양한 책을 읽으며 리뷰를 조금씩 써 내려가고 있는 요즘 시집 역시 과거에 가졌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를 나에게 보이는 듯하다.

형태만 다를 뿐 작가의 감정을 담은 글이라는 건 매한가지라는 것.

 

이경선이 지은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라는 시집을 읽었다.

시집은 여타 다른 장르의 책에 비해 페이지가 상당히 적다.

페이지 수가 적다고 해서 마음의 부담감은 한편 내려놓을 수 있지만 은유적이고 함축된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김질해봐야 한다는 무게가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시집은 너무 많은 집중을 요한 다기보다는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는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는 사랑을 시작해서 한창 연애하는 시기의 감정에 대해서,

그리고 나머지는 이별과 그리움의 감정에 대해서 노래한다.

에세이든 시든 이렇게 구성을 나누는 부분은 익숙하다.

그래서 구성 자체에는 크게 특이점이 없다.

 

노래 가사나 책, 드라마, 영화 등 모든 예술 장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연애의 감정인 것이 한동안은 진부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니 이 관계만큼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오래 다수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본 예능 프로그램 중 '리얼 연애 부러우면 지는 거다'를 가끔 보면 해당 커플들이 하는 말들이 모두 시 같다.

그래서 저자가 쓴 사랑과 이별에 관한 시가 엄청 낯간지럽거나 오버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또 한 편으로는 우리 모두가 어렵지 않게 내 감정에 충실히 귀 기울이면 시를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게끔 한다.

 

앞서 말했듯이, 시집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감 없이 읽어가기에는 좋은 것 같다.

속도의 문제보다는 얼마나 음미하고 자신만의 감정과 감성으로 소화하느냐가 중요한데,

개인적으로는 새벽 두 시라는 시가 가장 좋았다.

이 시집에는 유독 '너'를 많이 사용해서 조금 직설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오히려 '너'를 직접적으로 쓰지 않은 시들을 마치 숨바꼭질 술래가 나머지를 찾는 것처럼 찾았는데 새벽 두 시라는 시가 그랬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은 사랑의 세레나데에 가까운 구절들이 많아서 이 부분은 조금 읽는 사람들이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성큼 다가온 봄날뿐만 아니라 이 시집에는 다양한 계절을 배경으로 써 내려간 시들이 많다.

익숙하지 않은 시집의 세계로 한 번쯤 용기 내보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시집을 한 번쯤 그 매개체로 활용해보는 것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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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아깝잖아요 - 나의 베란다 정원 일기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인영 옮김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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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연을 매개체로 한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집어 들고 선 혼자만의 예상을 해봤다.

최재천 교수의 교훈적인 메시지를 글 후반부에 구성한 내용일까?

아니면 선인장을 키우는 방법을 열심히 설명한 돈웬 조스처럼 특정 식물 키우기에 대한 취미를 장려하는 내용일까?

이렇게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식물이나 생물과 관련된 책을 아예 읽지 않은 게 아니었구나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야마자케나오코라 가 지은 #햇볕이아깝잖아요 는 위에서 언급한 책들과는 다른 지점에 위치한 책이라고 주관적인 평을 매겨본다.

이 책은 저자가 처음으로 #가드닝 을 시작한 시점부터 가장 최근의 자신의 삶에서의 가드닝이 차지하는 변화가 일어난 것을 시간적으로 한 편 한 편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져있다.

일단 이 책은 돈 웬 존스의 책과는 다르게 #베란다가드닝 을 소재로 삼았고, 간간이 드래곤 프루트나 버섯, 바질 등에 대한 소소한 지식을 전하기도 하지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지식 전달에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최재천 교수의 책들처럼 동물에 대한 모든 일화가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는 내용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서 이 책은 큰 범주에서는 이전의 책들과 같은 결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만이 주는, 더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저자만이 독자에게 전하는 자신에 대한 고백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 가치관 등이 담긴 특색 있는 책이다.

 

그리고 또 2년 뒤 30대를 앞두고 커다란 파도가 밀려들었다. 일이 잘 풀렸다. 작가야 어디에 살아도 상관없는 직업이니 꼭 도심에서 살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 번쯤 도쿄의 중심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어떤 개그맨이 일부러 집세가 비싼 곳으로 이사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한다고 했었는데 한번 따라 해보고 싶었다. 거금을 투자해 신주쿠로 이사했다.

P20 2. 첫 독립, 첫 식물

 

저자는 생각보다 꽤 엉뚱한 구석이 있는 사람 같았다.

호기심에 의해 비싼 동네로 이사를 갔다니 말이다.

하지만 작가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그런 엉뚱함이 때로는 용인되거나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게 만드는 것도 있긴 한 것 같다.

흔히 가드닝을 좋아하고 자연과 경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무조건 도시 생활을 좋아하지 않고 도시와 저만치 떨어져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유유자적할 것이라는 것 또한 편견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본다.

저자는 이 챕터에서 처음 독립을 하고 처음 식물을 기르게 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 첫 식물은 드래곤 푸르트였다.

그리고 저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베란다가드닝 을 취미로 가져가고 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자연에 머물고 유유자적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저자가 도시에 거주하면서 베란다 가드닝을 한 점을 이야기로 풀어낸 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자연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지는 못하지만, 가까운 내 공간에서 작은 자연을 만날 수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좋은 점이 아닐까 싶다.

 

드래건 프루트만으로는 외로워 보여서 화분을 더 사서 채우기로 했다. 신주쿠의 꽃집에서 히비스커스와 부겐빌레아를 구입했다. 드래건 프루트의 친구를 만들어줄 요량으로 남쪽 출신의 식물들을 골랐다.

P25 중에서 첫 독립, 첫 식물

 

첫 식물 드래건 프루트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저자의 가드닝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히비스커스, 부겐빌레아, 바질, 버섯, 대파 등 다양한 식물들을 심고 키우게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컴패니언 플랜트, 녹색 커튼과 같은 용어들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완독한 노력에 대한 덤이었다.

컴패니언 플랜트는 함께 재배하면 궁합에 좋은 식물을 함께 기르는 것인데, 대표적인 조합은 토마토와 바질이라고 한다.

토마토와 바질을 함께 심으면 토마토의 맛이 더 좋다고 한다.

근데 문득 드는 생각은 토마토는 더 이득을 보는데 바질은 무슨 이득을 볼까는 의문이 살짝 스쳤다. 그냥 쓸데없는 의문이다.

녹색 커튼은 건물 외벽이나 터널형 시설물에 덩굴식물을 심은 커튼 형태의 구조물이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왜 사람들이 특히 최근 들어서 식물 키우기에 관심이 급증했는지 알 수 없었다.

식물 기르기는 과연 어떤 즐거움을 주기에 다들 조그마한 식물을 구입해서 사진도 찍고 키우고 그런 걸까 싶었다.

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다음 대목들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씨앗의 시간은 인간보다 느긋하다.

P106 중에서 10. 씨앗의 시간 중에서

 

코스모스를 키우고 싶었던 저자가 가을에 씨앗을 뿌려 낭패를 보았다는 이야기의 내용 중에 이 문장이 담겨있었다.

가을꽃인 코스모스를 피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반 년은 앞서서 씨앗을 뿌려야 하는데 저자 역시 이 부분을 처음에는 알지 못해 실패했다는 이야기였다.

아무튼 난 묘하게 이 문장이 나에게 와닿았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속도는 원치 않아도 현실을 살아가고 있기에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현실과 정반대의 삶을 꿈꾸거나 열광하기도 한다.

나영석 PD의 '꽃보다 청춘', '삼시 세끼', '윤식당'과 같은 프로그램이 많은 공감을 얻고 좋은 시청률이 나오는 것 또한 이것의 근거다.

가드닝을 하는 사람들 중에도 지금 나의 바쁜 일상과는 다르게 느긋하고 여유로워야 제대로 꽃이 피고 식물이 자라는 가드닝의 반전 매력 때문에 자신만의 공간에서 작게나마 작은 자연을 실현해보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가드닝을 할 수 있는 날들이 언제가 또 올지, 아니면 오지 않을지 모르겠다.

결혼 전부터 신혼 시절까지, 지진 전후를 줄곧 식물을 키우며 작은 베란다에서 보냈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보낸 잔잔한 날들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잔잔한 날들 가운데 찾아온 괴로움은 앞으로의 삶에 또 다른 씨앗이 되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그저 겨울잠이었다고 해도 괜찮겠지.

P212 중에서 19. 밤의 정원 옆에서 중에서

 

아쉽게도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지금 가드닝을 하지 않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가드닝에 대한 흥미가 줄어서가 아닌 일상의 변화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났고, 그 아이에 신경을 쓰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금은 가드닝을 잠시 유보하고 있단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서 가드닝을 있을지 장담하지도 못하는데, 그것은 가드닝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 건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일과 사람에 대해서도 잠시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 의연함을 갖춘 모습인 것 같았다.

이 역시 아마도 가드닝을 하는 시간을 통해 자라나는 과정과 겨울잠을 자는 기간을 겪어가면서 성숙해진 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리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일을 시작했고, 그 일이 마음에 들면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많아져서 지치는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인생은 마라톤이고 여유롭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여야 함도 익혀야 한다.

꼭 가드닝이 아니어도, 다양한 취미를 통해 속도를 조절하고 인생을 배워나가는 것, 그러면 저자처럼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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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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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슴도치의 소원, 코끼리의 마음에 이은 네덜란드 작가 톤 텔레헨의 세 번째 어른 동화 소설 다람쥐의 위로 가 독자들에게 왔다.

이번 책의 주인공은 다람쥐인데, 다람쥐 역시 전작들의 책에 모두 등장했다.

특히 다람쥐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많이 했고, 그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 위로라는 단어와 함께 이번 책에서 부각되었다.

 

표지에서도 보이듯이, 다람쥐가 소파에 앉아서 차를 들고 있고, 옆에는 다람쥐의 절친 개미 역시 찻잔을 들고 있다.

이번 '다람쥐의 위로'에도 코끼리, 모기, 개미 등 다양한 동물들이 여전히 엉뚱하고 가끔은 바보스러운 생각과 행동들을 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사람들의 마음을 한 번 쿡 찌르는 질문과 말들을 내뱉곤 한다.

그래서 가벼운 페이지 수와는 다르게 한 번에 이 책을 완독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여전히 코끼리는 나무 위를 올라가다가 쿵 떨어지기도 하고, 모기는 자신의 생일을 길지 않게 보내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었다.

이제는 너도밤나무가 생경하지 않고 나에게 톤 텔레헨의 책을 읽을 때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은 '다람쥐의 위로'를 읽으면서 느낀 하나의 수확이었다.

 

나는 작가의 세 권의 책이 어린 왕자와 비슷한 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떻게 그 유명하고 최고의 책인 어린 왕자와 같은 수준이라는 것이냐?

라고 묻는다면 내용의 깊이나 고전 중에서도 고전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어린 왕자가 더 가치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두 작가의 책은 동화임에도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내용들이 페이지 전체를 채웠다는 점에서부터 유사함을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야라고 이해가 가지 않을 내용들도 있는데, 그런 내용 역시 처음 읽었을 때,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었을 때, 그리고 또다시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다시 읽었을 때 분명 이해가 되는 부분이 늘거나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

이런 요소들이 어린 왕자와 톤 텔레헨의 어른 동화 소설이 가지는 매력이자 빛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처럼 다람쥐는 다양한 동물 친구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다람쥐가 건네는 위로의 방식은 어떨까?

어설픈 따뜻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묵묵히 들어준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차와 함께 한다.

또 한 편으로는 할 말은 한다. 담백하게.

그래서 위로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한 번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들은 이제 겨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바로 눈이 내렸다. 모두 오들오들 떨자, 코끼리가 외쳤다. "왜 항상 원하는 것만 생각할 수는 없는 걸까?

아무도 말이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거북이가 몸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생일이라고 상상해볼까?"

잠시 후 그들은 생일을 맞았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축하해 주었다.

(중략)

"이제 우리 다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거북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행복하다고 생각해." 코끼리와 다람쥐가 대답했다.

P99~P102 중에서

 

이런 대화들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약간은 멍 때리듯 힘을 빼면서 읽다 보면 무언가 메시지가 내 생각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 번에 모두 읽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아껴서 읽으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톤 텔레헨의 동화 소설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 친구들이 여전히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쉬운 듯 그리고 편한 듯하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이야기와 예쁜 그림들.

앞으로도 작가의 이야기를 계속 귀 기울이게 될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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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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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어두운 성장 소설을 만났다.

사실 제목이나 책 표지 색감을 봤을 때는 가벼운 밝은 느낌의 소설이 아닐까라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챕터를 넘길수록 단순한 아픔을 느끼면서 성장하는 성장 소설이 아닌 잔혹 혹은 깊은 아픔의 성장 소설임을 알 수밖에 없었다.

각 나라의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고 소설을 읽기라는 건 불가능이기에,

오히려 한 권의 소설을 통해 그 나라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과정을 즐겨야 함을 외국 소설을 한 권씩 만날 때마다 배워나가는 느낌이다.

 

'여름의 겨울'은 한 소녀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소녀의 유년기에서 청소년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다크하고 깊은 내면의 아픔을 담은 내용임에도 작가의 필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 책을 끝까지 우울한 감정만으로 지속되지 않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이 소설의 갈등의 중심에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나머지 가족에겐 공포의 중심이 된다.

사냥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오로지 TV를 보는 것에만 집중하는 아버지는 폭력적인 사냥을 즐기는 남성이다.

그리고 항상 그런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두려움에 떠는 어머니가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누군가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직면한 동생이 어두워지는 과정을 표현한 부분은 내가 이 책을 읽은 문단 중 가장 섬뜩한 부분이었다.

 

그 분위기, 질의 얼굴에서 보이는 그 분위기는, 그 애가 아니었다. 피와 죽음이 느껴졌다. 어떤 짐승이 우리 집에서 잠을 자고, 떠돌아다니고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그 짐승이 이제 질 안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모님은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아버지는 TV에 온 정신을 쏟았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데 온 정신을 쏟았다.

P52 중에서

 

점점 몸은 자라고 있지만 마음은 아픈 채 성장기를 보내게 되는 소녀와 그녀의 남매들이었다.

아버지에 의해 머리칼을 잘리기도 하고(단지 사냥감으로 사용된 소녀의 머리칼) 다양한 아픔을 겪으며 시간을 보낸다.

아버지가 퇴직을 한 이후에는 가족들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결국 아버지를 총으로 쏘고 죽음에 의해 마침표를 찍게 되는 스토리에서 마음은 무거워짐을 연속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작가의 뛰어난 묘사와 표현력 그리고 정상적이지 않았던 가족 관계에 대한 부분이었다.

두 가지 축은 이 책을 읽는 동안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교차해서 나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프랑스적인 정서에 의해서 더 어두운 가족 관계 설정인 걸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아마도 사춘기마저 자연스럽게 넘어갔던 나의 유년시절을 비교해봤을 때 더 간극이 많기 때문에 크게 다가오는 것 아닐까 싶다.

더불어, 앞에서부터 강조한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과 묘사에 대해서는 끝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주변에 대한 묘사, 등장인물에 대한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력은 이 책의 내용을 더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여서 아들린 디외도네라는 이름을 내 머릿속에 지우지 않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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