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 매일 흔들리지만 그래도
오리여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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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쁜 그림을 그리고 부담 없는 글을 쓰는 예쁜 마음을 가진 저자의 에세이 한 권을 읽었다.

세상엔 재주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인 오리여인 역시 내가 부러워할 만한 솜씨를 가진 사람 중 한 명으로 추가되었다.

자신에 대해서 적절하게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난 글과 그림이라 생각한다.

물론 말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적절한 화술을 가지는 것 또한 어마 무시한 능력이겠지만 말이라는 건 양날의 검인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속 생각을 정리하고 정제한 글 한 문장 한 문장과 함께 적절한 그림을 함께 타인에게 전할 수 있다면 뛰어난 언변보다 더한 감동과 진심을 전할 거라 항상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처음 들었을 때, "이 분 참 부럽다." 이게 내 첫 마음이었다.

 

본인만의 개성 강한 그림체로 탄생한 단편만화 같은 그림일기가 글과 함께 어울려 책을 구성했다.

어떤 그림은 해당 글과 유사하게 상황을 묘사한 경우도 있었고,

또 어떤 그림은 글과 이어지지만 조금은 다른 상황을 추가적으로 표현한 경우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에세이를 읽으면서 독자가 누릴 수 있는 좋은 점은 일면식도 없는 어떤 한 사람의 삶을 생각보다 깊게 들여다보면서 때로는 응원을 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위로를 받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공감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서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에는 다양한 그림이 이어져 이따 보니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하면서 저자에 대해서 더욱 알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책에는 편안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과 그림이 많아 좋았던 문장들에는 라벨링을 꽤 많이 했다.

 

반면에 솔직함에 대한 저자의 생각, 그리고 본인이 겪었던 일화를 그림으로 풀었던 부분은 다른 느낌의 글이었지만 이 글과 그림 역시 인상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쿨함, 솔직, 털털 이런 단어들이 때와 장소에 맞지 않게 남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꽤 오래 해온 것 같다.

심지어 요즘에는 뼈 때린다, 팩트 폭격 이런 말들 역시 이런 말들의 연장선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꽤 많은 경우에 있어서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무장하는 경우들이 있다.

본인의 마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적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 역시 나에겐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기회가 되었다.

 

 

솔직함에 대한 저자의 생각, 그리고 본인이 겪었던 일화를 그림으로 풀었던 부분도 그중 하나였다.

어느 순간부터 쿨함, 솔직, 털털 이런 단어들이 때와 장소에 맞지 않게 남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꽤 오래 해온 것 같다.

심지어 요즘에는 뼈 때린다, 팩트 폭격 이런 말들 역시 이런 말들의 연장선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꽤 많은 경우에 있어서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무장하는 경우들이 있다.

본인의 마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적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 역시 나에겐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부러워할 만한 글 솜씨와 그림 그리는 재주는 가진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나만 고민하거나 불안해하는 것이 아님을 느꼈다.

본인보다 잘나가는 작가들의 SNS를 자꾸만 들여다보며 좋아요 개수를 비교하는 것도,

5년 반 동안 일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제의가 들어온 일을 해온 것도,

앞날에 대한 걱정, 외로움 등의 감정들도,

그것은 감추고 부끄러워만 할 행동도 생각도 아님을 또 한 번 느낀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시행착오, 노력,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고,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들을 통해 자신을 다시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것은 치열하게 노력해보고 열심히 살아본 사람들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그런 과정을 겪어 조금은 더 성장한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솔직 담백한 글들과 그림들이 편안하지만 뭔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 수 있는 매력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그러했듯, 나도 나라는 작은 아이에게 언제든지 시간을 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연습을 계속 해 나아가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다시금 에너지를 채워 걸어나가거나 필요할 때 뛰어갈 수 있을 테니깐 말이다.

 

 

예전에는 책을 준비하면서도 일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작업하곤 했는데 이제는 정중하게 거절한다. 마감을 하고 있지만, 저녁에 인터넷을 하거나 책이나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주말에는 창을 활짝 열고 식물에게 맑은 공기를 쏘이고 나도 바람을 쐬러 나간다. 나는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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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그건 사랑한단 뜻이야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흔글·조성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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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은 한 명씩 만났다.

그리고 이번 봄, 카카오 프렌즈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함께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저자 흔글 역시 마지막이라는 단어와 함께 다양하게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 모두를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부담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봄을 맞이해서인지 유독 더 파란 하늘 안에 캐릭터들이 옹기종기 모여 함께 독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최대 강점인 캐릭터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고,

짧지만 곱씹을만한 문장들이 책에 담겨있었다.

유독 이 책에는 기존의 개별 캐릭터들이 담긴 책들보다 짧은 문장들이 많이 담겼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 짧으니깐 후다닥 읽어야지'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우리가 시나 함축적인 글을 읽을 때 오히려 더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천천히 읽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표지 하나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카카오프렌즈, 그건 사랑한단 뜻이야.'

 

 

다양하고 좋은 글귀들이 이 책에 많이 담겨있다.

'잔잔한 일상'의 글은 특히 와닿은 문장이었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는 괴로운 악몽과 같은 날들일 수도 있겠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보고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영화 관람,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기 등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것들인지 깨닫는 의미 있는 시간도 되어 간다.

곧 그리운 일상이 다시 우리 곁으로 복귀할 것이란 희망이 조금씩 조금씩 보이고 있다.

 

 

누구도 나를 나만큼 챙길 수는 없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를 내팽개쳐놓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루 한 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도 가지면서 나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꼭 소장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길지 않아서 읽기에 부담도 없지만, 그 문장 하나하나가 나중에 또 생각나면 스윽 꺼내 읽어보면 나를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독자를 위로하는 흔글과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마지막으로 전하는 문장들을 꼭 만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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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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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반전이라는 단어는 사람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단어다.

내휴식과이완의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 소설의 내용이 제목과는 다른 느낌의 책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액면 그대로의 내용으로 - 내가 예상한 대로 내용이 전개되었다면 - 아주 심심하고 평범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다.

나는 #오테사모시페크 라는 작가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젊은 작가인데 발표한 작품이 몇 되지도 않은데 벌써 다양한 수상 이력이 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우리나라의 한강과 같은 느낌의 작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건 내가 정확하게 나이나 성향, 작품의 느낌을 모두 따져본 것은 아니다.

그만큼 이 작가 역시 지금까지의 작품도 좋았지만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할만한 작가라는 점이다.

그리고 변함없는 한 가지 역시 확인했다.

현재 국내 출판업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잘나가는 문학동네의 책 선정과 함께 연관된 굿즈 마케팅은 역시 감탄스럽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나는 아마도 제목과 함께 이어 플러그를 굿즈로 준 점 때문에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안심 아닌 안심을 했던 것 같다. 

 

글의 첫 시작이 인상적이다.

밑도 끝도 없이 주인공이 자신에 대해서 설명과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이게 뭘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챕터 하나를 쭉 읽어나가면서 이 주인공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어렵지 않게 파악해나가기 시작했다.

20대 중반의 여성(26세)인 주인공은 소위 말하는 잘 나갈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다.

예쁘고 쉬고 있어도 돈이 어느 정도 있고 공부도 출석을 반이나 빠져도 우등생으로 뽑힐 정도로 잘하는 좀 재수 없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친구인 라비는 불공평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아무튼 이 여성은 타고났을 때부터 가졌던 염세적인 성격이 살아가면서 더욱 더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1년간 동면을 하는 계획에 착수했다.

 

어떤 한 사람의 속 사정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그렇다 보니 겉으로만 보고 저 사람은 세상 걱정 없이 살 거야 혹은 저 사람은 행복하겠다는 말을 우리들은 하고 있다.

아마 이 이야기의 주인공 역시 속 사정을 모르는 타인이 보면 완벽하기만 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 보면 부모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났고,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은 친구인 리비와 전 애인인 트레버뿐이다.

결국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그녀는 의사에게 받은 인페르미테롤과 함께 동면의 속으로 빠져들려고 한다. 

 

하지만 계획은 항상 틀어지라고 있는 법.

잠들려고만 하면 자꾸만 어떤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생존과 적응의 동물이 아니겠는가.

수면의 방식을 바꿔가면서 점점 성장 아닌 성장을 해나간다.

염세적이고 허무주의에 빠진 그녀의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오히려 그녀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통찰력을 제공하는 계기로 다가온다.

작가의 번뜩이는 생각들이 느껴졌던 부분은 바로 수면제보다 더 강력한 약을 처방받은 주인공이 자살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원한다는 설정이었다.

끔과 현실 사이의 비몽사몽하는 경계 속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또 한편으로는 염세적인 주인공이 희망을 위해 자기 보존의 동면을 취한다는 모호하고 이중적인 설정이 재밌다는 것이다. 

 

주인공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걱정을 한 아름 머릿속에 지고 가는 존재들이다.

그런 걱정들을 감당하지 못해 회피하게 되는 것 역시 연약한 우리다.

주인공도 다르지 않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과연 주인공이 정말 자기 보존의 동면을 통해 원하는 새로운 삶으로의 출발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면 좋을 것 같다.

다른 선상에서 우리는 지금 어쩔 수 없는 동면을 취하고 있는 형편이다.

기나긴 동면에서 벗어나 바깥을 이전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그 시점이 오는 것 또한 우리라는 공동체에게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충분히 잠을 자고 나면 난 괜찮아질 것이다. 다시 새로워지고 다시 태어날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될 것이고, 모든 세포가 거듭 재생되어 옛날의 세포들은 전부 머나먼 흐릿한 기억이 될 것이다. 과거의 삶은 꿈에 불과할 것이고, 나는 내 휴식과 이완의 해에 축적될 희열과 평정의 힘을 받아 후회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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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 -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크게 자라는
윤희솔 지음 / 청림Life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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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윤희솔은 초등학교 교사이자 두 아들의 엄마다.

저자의 이력을 책에서 살펴보니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글쓰기 지도 등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한 분이라고 소개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이라고 하니 현실적으로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 하면 같은 초등학생이더라도 6학년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아마 그래서 1학년이 태어나서 제대로 된 글쓰기를 시작하는 첫 시작점으로 본 것 같다.

첫 습관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평생을 살아가는 틀의 대부분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후에도 다양한 경험과 감정적인 변화 등에 따라 충분히 좋은 쪽으로 변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루세줄 초등글쓰기의 기적'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서론에서 언급하듯, 이 책에는 실제로 저자의 두 아들과 학생들의 다양한 글쓰기가 예시로 수록되어 있다.

본인과는 다른 방법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교육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만들어 훈육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최대한 존중을 하며,

일부 주관적인 판단 혹은 경험에 의한 서술이 있음을 인정 혹은 전제를 하고 있는 점도 당연하지만 좋은 점으로 생각되었다.

 

구성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1장은 글쓰기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이룬다.

2장 ~ 6장은 글쓰기 내공 다지기 1~5단계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단계별 글쓰기 교육을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들과 예시들 그리고 저자가 아들, 제자들과 겪었던 에피소드를 엮어 설명한다.

성인인 내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실제로 적은 글이나 저자의 설명이 당연히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천천히 천천히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부모가 되어서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결국 참을성을 기르는 과정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1장에서는 왜 글쓰기 교육에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저자가 다양한 연구를 근거로 설명한다.

글쓰기가 잘 훈련된 아이일수록 창의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역시 소개하는데, 100% 직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꼭 글쓰기만이 창의력이 높이는 수단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오해 없이 글쓰기가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에서 읽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2장 ~ 6장 가운데 2장과 6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을까?

2장에서는 이 책의 목표점과는 구분되게 개인적인 흥미를 끌었던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초등학교 입학 전 글쓰기에 대한 사전 흥미를 갖게 하는 도입부적인 단계를 설명한 부분이었는데 그 핵심을 나는 연필 바로잡기에서부터 글씨를 바르게 쓰는 연습을 하는 부분이었다.

지금은 마치 공기를 마시고 내뱉는 것처럼 당연한 연필을 잡고 글씨를 쓰는 나에게도 처음 연필을 잡았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부모님의 올바른 교육 때문인지(솔직히 좀 엄하기는 했다.) 나는 어릴 적 글씨를 비교적 예쁘고 깨끗하게 쓰는 편이었다. 그 덕분에 늘 서기는 도맡아서 했던 것 같다.

나는 이 부분이 어떤 면에서는 어린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하나의 측면이었다고 이제서야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끼기도 했다.

책에서는 연필로 글씨를 쓰는 행위가 다양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1. 글씨를 쓰는 과정이 아이들의 뇌를 발달시킨다.

2. 학습에 도움이 된다.

3. 창의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좀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도 손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가위질을 잘 못하거나 글씨를 잘 못 쓰는 학생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연필보다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글씨를 쓰다 보니 연필을 사용하는 일조차 흔치 않은 일로 변해가는 시대상을 반영한 현상인 것 같다.

연필을 제대로 못 쥐고, 글씨 쓰는 것이 귀찮아지면 자연히 글쓰기는 더욱 힘들고 귀찮은 일로 인식되고, 그러다 보면 글쓰기를 위해 사색하고 몰입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나는 이 부분을 저자가 2장에 배치한 부분이 가장 잘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처음 제목을 보고 글쓰기를 생각했을 때 정말 글쓰기에 대한 교육만 생각했다.

왜냐하면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디테일한 부분을 교육에 포함시켜야만 글쓰기 교육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글쓰기 자체에 대한 기술적인 교육을 목이 터져라 말하고 강조해도 기초적인 부분에서 준비가 안된다면 헛수고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의 3장 ~ 6장은 2장을 거쳐 본격적인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교육 방법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학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해당되는 교집합 부분인데,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교사에게 좀 더 필요한 내용이 아닐까 싶었다.

끝까지 읽어나가면서 느꼈던 점은 진정한 교육은 끝없는 참을성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모든 교육을 마친 완전체의 사람이 이제 막 시작하는 미성숙한 아이에게 어떤 기준과 잣대로 바라보며 한없이 공감하고 그 경험을 진정으로 사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글로 적으면 말이야 쉽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난 간접적으로 느껴본 것 같다.

 

또 한 가지 이 책에는 매 장이 끝나면 부모 혹은 교사가 대표적으로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Q & A 형식으로 2~3페이지 소개한다.

예를 들면, 우리 아이는 왜 한글을 읽고 쓰는 게 더딜까요 같은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 수록되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교육용으로 활용하면 글쓰기 훈련에 대한 추가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의 유년시절을 잠시 떠올려보기도 하고,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연필로 글쓰기와 책을 읽고 이렇게 리뷰를 쓰는 일에 대한 부모님의 노력과 고마움을 새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나 역시 책을 읽고 어설프지만 글을 써나가는 사람으로서 글쓰기에 대한 교육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두 손들고 반긴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 역시 이 부분에 귀 기울여 자식들을 제대로 교육해나간다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 나름의 방법으로 훌륭하게 글쓰기를 연구하고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이 그분들에게 초등 글쓰기 지도에 관한 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글쓰기 교육의 발전을 위한 논의의 자극제가 되길 소망합니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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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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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도 한참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유명해도 정말 유명한 '도쿄타워'를 15주년 리커버 개정판으로 다시금 만났다.

에쿠니 가오리를 처음 알게 된 때가 딱 도쿄타워가 출간되는 시점이었다.

아마도 친한 친구 녀석 덕분에 처음으로 독서를 아주 열심히 해봐야지 결심을 했던 때가 2005년에서 2006년 사이였다.

그때 한창 떠오르는 작가들이 #요시모토바나나 #오쿠다히데오 등 일본 소설가들이었다.

이때만 해도 난 #에쿠니가오리 가 지금의 위치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때 당시 인기를 끌었던 비슷한 느낌의 소설가들 중 가장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는 에쿠니 가오리라 생각한다.

 

에쿠니 가오리 작품은 항상 의외의 등장인물 설정과 관계 설정으로 의아함을 자아내곤 했다.

근데 또 그녀만의 힘이라는 것이 항상 존재했는데, 그런 의아함 또는 의아함을 넘어선 당혹스러운 관계나 상황 설정을 그녀만의 마법 같은 청아하고 담담한 문체가 별것 아닌 보통의 이야기로 희석시켜줬다.

#반짝반짝빛나는 역시 그러했다.

아무튼 #도쿄타워 를 약 15년 만에 개정판과 함께 만난 기분은 그야말로 감회가 새롭다.

마치 추억의 어린 시절 사진 앨범을 다시금 꺼내서 한 장 한 장 찬찬히 보는 기분이었다.

 

본격적인 책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표지가 이제서야 제대로 주인을 찾은 느낌을 받았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임에도 기존의 표지는 무언가 내가 생각하는 도쿄타워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존의 표지에 비해 에쿠니 가오리의 담담한 문체와 어울리고, 등장인물들의 전반적인 느낌이나 흐름에도 알맞아 보였다.

침대가 보라색 영역과 주황색 영역 사이에 걸쳐 있고, 남자는 보라색 영역, 여자는 주황색 영역에 속하면서 서로 함께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영역에 속해 있는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이 책의 문구 하나가 떠올랐다.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도쿄타워 중에서

 

이것이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 아닌가 싶다.

요즘 이런 느낌의 짤막하고 그럴듯한 문장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쏟아지고 있지만 큰 이야기 안에서 하나씩 툭 던지는 작가의 담담함 속 묵직함이 좋다.

 

간단하게 도쿄타워의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는 두 젊은 남자 (코이지, 토오루)와 그 남자들의 연인들이 등장한다. (키미코, 시후미)

저자의 이야기에는 늘 불완전한 사람들과 불완전한 상황들이 등장한다.

불완전함을 표현하는 소재로 아마도 아주 젊은 사람과 결혼한 유부녀의 사랑을 가지고 온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2005년만 하더라도 소설이지만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납득을 하지 못했던 느낌이 많았다.

그렇다고 지금은 이들과 같은 관계가 용인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작가가 극단적인 상황과 불균형, 혹은 결핍된 인물, 관계, 상황을 던져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반짝반짝빛나는 에서는 게이 남편과 알코올 중독자 아내가 결혼을 하고 살면서 게이 남편의 남자친구와도 잘 지내는 이야기를 그리기도 했다.

#도쿄타워 역시 비슷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건 애초에 완전한 것은 없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사람들이고 불완전한 상황에서 행복과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을 일관적으로 에쿠니 가오리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다시금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용을 다시금 소화하기도 했지만, 에쿠니 가오리만의 담담하고 은은한 문장들을 수집하고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아쉬운 정도가 아니었지."

그렇게 말하고, 토오루를 순식간에 행복으로 뒤흔들었다.

P127 중에서

 

좋았던 문장들 중 개인적으로 이 문장도 참 좋았다.

토오루는 시후미를 늘 기다리고 바라는 상황에서 토오루의 툭 던지는 한 마디에 자신의 마음이 놓이기도 하면서 행복해지는 순간을 표현했다.

특히 행복으로 뒤흔들었다는 표현은 토오루의 입장에 딱 맞는 절묘한 표현이 아닌가 싶었다.

 

 

도쿄 타워라는 제목답게 역시 도쿄타워를 중간중간 표현하면서 내용을 환기시키거나 감정 상태를 고조시키는 대목들도 돋보였다.

 

한낮의 도쿄 타워는 수수하고 온화한 아저씨 같다. 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에 토오루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다. 수수하고 온화한, 견실하고 마음 푸근한

P93 중에서

 

토오루는 커피 잔을 한 손에 들고, 거실 창문을 열었다. 도쿄 타워에는 이미 불이 켜지고, 겨울비가 온 세상을 적시고 있다.

P356 ~ P357 중에서

 

 

 

낮에는 푸근하던 도쿄 타워가 어느 시점에는 화려해지고 또 한 편으로 비와 함께 차가워지는 변화함을 보여줌으로써 관계의 현재 온도와 글의 지배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끌고 가는 것 같았다.

또 한 편으로는 아직 가보지 못한 도쿄 타워에 대해서 가보고 싶은 욕심을 만들기도 했다.

여타 다른 책들에 비해 훨씬 톤이 다운되고 담백함을 유지하면서도 온전히 그 내용에 담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최대 장점이자 매력이 아닐까는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신간 도서를 읽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물론 여전히 앞으로 다양한 새로운 작가들을 찾아 읽어나가는 재미를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과거에 읽었던 의미 있는 책들을 다시 읽었을 때 어떤 즐거움을 읽을지 기대를 가지게 된 건 온전히 도쿄 타워,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의 몫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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