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부른 명량의 노래
정찬주 지음 / 반딧불이(한결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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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 정찬주의 책을 또 한 번 맞이했다.

첫 번째 책은 법정 스님의 인생 응원가였다.

두 권의 책만으로 저자의 성향이나 특성을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역사적 혹은 사실 기반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확대하는 작가라는 점은 파악할 수 있었다.

저자 정찬주는 이 책을 내기 전에도 '이순신의 7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순신에 대한 자료 수집과 고증에 관심이 많았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저자의 이력과 이전 출간 도서를 보면서 이 책 역시 탄탄한 사실 기반 위에 저자의 이야기가 적절히 혼합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겠구나 기대를 할 수 있었다.

 

'못다 부른 명량의 노래'는 명량해전의 주역 이순신에 가려 후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한 또 다른 전쟁의 영웅 김억추 장수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는 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해야 할 것임에도 승자에 의해 쓰인 기록이 후대에 전달되는 불균형 때문에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래서 저자가 쓰는 사실에 기반한 역사 소설이 우리가 현재까지 알고 있는 역사의 또 다른 이면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아마도 지금쯤 편안히 쉬고 있을 김억추 역시 정찬주 작가에게 고마워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특징은 김훈의 칼의 노래와는 다르게 상당히 읽기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아마도 저자의 분위기와 살아온 인생도 담겨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김억추는 무인이면서도 문인으로서도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고 하는데, 시를 짓기를 즐겨 했다고 한다.

또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후 그를 애도하는 시 역시 기록에 의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왜군을 무찌르는 1등 공신이었는데 그 이유는 왜군의 선봉장이었던 해적 출신 장수를 화살 1발로 사살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떤 일이나 스포츠에서 승패의 갈림길에서 흐름을 잡는 질문이나 득점 등이 결정적인 순간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저자 정찬주는 김억추가 해낸 일이 전쟁의 큰 흐름을 바꾼 열쇠라고 본 것 같다.

전쟁이 끝난 후 평화가 찾아온 뒤에는 미련 없이 관직에서 물러나 자신의 고향에서 후학들에게 경험을 전수하면서 평화로운 노년을 지냈고 당시로는 상당히 많은 나이인 71세에 눈을 감았다고 한다.

 

다양한 작가가 있어 몰랐던 역사적 인물을 한 명 더 알아가게 되었다.

정찬주는 앞으로의 출간 계획에 있어서도 여전히 실존 인물과 나라에 대한 심도 있는 답사와 사실 관계 파악을 통해 멋진 작품을 왕성하게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한 명의 히어로가 세상을 구하는 그림을 자주 꿈꾸는 것 같다.

하지만 단 한 명에 의해서 모든 일이 드라마틱 하게 변하는 건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를 막기 위해 언론에 노출되는 사람들 뒤에도 마찬가지로 묵묵히 이 세상을 지탱해 주는 많은 이름 없는 영웅들이 있다.

위기를 결국에는 극복하고 평화의 시대를 맞이했던 이순신과 김억추의 시대처럼 지금의 힘든 상황도 웃으면서 이야기할 날이 곧 올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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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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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인상적, 일러스트도 인상적인 에세이 책이다.

정말 제목처럼 난데없이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소환된 느낌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스토옙스키 문학 작품을 해석한 문학 해석 도서인가라는 생각을 가졌는데,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일상과 고전 문학을 절묘하게 엮은 멋진 책이었다.

 

사실 도스토옙스키는 문학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어지간한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이름이다.

근데 하필 도스토옙스키였을까?

저자 역시 우연하게 갑자기 머릿속에서 고전문학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특히 도스토옙스키 작품이 너무나도 재미있게 자동적으로 읽어졌다고 한다.

고전문학을 읽게 된 계기 역시 상당히 특이한데, 저자는 몇 군데의 회사를 다니고 그만하기를 반복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입사하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회사에서 대표와 미친 듯이 싸운 뒤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막상 감정을 다 풀고 낭떠러지 앞에 선 순간, 허무함과 걱정과 함께 '도스토옙스키'가 난데없이 저자에게 다가온 것이다.

 

학창 시절,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고전 문학과 같은 제목과 함께 엄청난 양의 책 리스트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 리스트 중에서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죄와 벌'을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사실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난데없기는 하지만 저자 덕분에 도스토옙스키가 나에게도 난데없이 소환되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고전 문학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던 이유의 실체를 본 듯한 느낌이다.

혹은 고전 문학을 읽으면서 저자처럼 일상생활과 연관을 지어보거나 나의 행동을 고전 문학 속 등장인물과 견주어보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여태껏 고전 문학은 중요해라는 생각만 했지, 대체 왜 중요하고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저자의 다양한 일생 생활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더 현명한 행동과 생각을 가졌음을 소환해 자신을 돌아보고 다지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고전문학을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읽어보는 기간을 가져볼 만한 동기가 생긴 것 같다.

특히 이 책을 통해 도스토옙스키의 다양한 작품을 조금씩 맛볼 수 있었는데 그 책들을 잘 메모했다가 여유가 될 때마다 구입하거나 빌려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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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 - 시장경제를 알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43
김재수 지음 / 샘터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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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전공한 1인으로 경제와 관련된 도서를 읽을 때면 늘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신박한 책이 나왔을까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경제/경영학을 구분하지 못하며(사실 구분을 못한다라기보다 관심이 없다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경제학을 전공하면 재테크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지식이 많을 거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물론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 출신이라면 다른 전공자들에 비해 경제 흐름을 파악하거나 은행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때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돈 냄새를 잘 맡는 투자자와 경제학자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최근에 다양한 경제/재테크 유튜브를 구독하면서 어릴 때부터 부모가 자식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투자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난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도리 아닌 도리 중에 주식을 사줘서 생일 선물하기보다는 괜찮을 경제 도서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은 나의 기대를 충족할만한 알찬 경제 인문도서인지를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저자 김재수는 현재 인디애나 퍼듀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다.

책에 적힌 저자의 프로필을 읽어보니 우연한 기회에 경제학을 접하게 되었고 관심이 생겨 공부를 시작했는데 경제학 첫 시험에서 빵점을 맞았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수라는 사람들은 시험의 달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빵점을 맞은 적이 있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인간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굳이 밝혀도 되지 않는 자신의 과거를 프로필에 밝힌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이 책을 끝까지 읽은 후에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독서였다고 느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각각의 소제목이 딱딱하지 않고 일상적이면서 관심을 갖게끔 작문했다.

 

이 책에는 경제학 원론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개념을 소개한다.

기회비용, 역선택, 도덕적 해이, 절대 우위, 비교 우위, 무역, 가격 차별, 독과점 이론 등 이름만 들어봐도 별로 안 보고 싶은 마음이 확 들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경제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 무역은 모두를 행복하게 할까, 단순한 균형 뒤에 숨은 복잡한 세상과 같은 의문문 혹은 서술형 형태의 제목을

통해 어렵지 않게 페이지를 넘기게끔 유도했다.

 

2. 최근 경제학자들의 연구 동향도 소개한다.

 

케케묵은 개념이나 과거의 주장만을 단순히 쉽게 설명하려 했다면 이 책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다행히도 저자는 경제학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유명 인사나 단순한 예를 들어 설명한 뒤,

주제의 마지막 즈음에는 최근 해당 개념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이 어떤 관점이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연구를 하고 있는지도 함께 서술했다.

예를 들어, 무역에서 나오는 절대 우위, 비교 우위 개념을 소개한 뒤 기존에는 총 혜택이 총 손실보다 크면 되고, 그 남는 총 혜택을 분배하면 된다

는 기존의 논리를 소개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분배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문제점이 있고 그에 따라 지금의 경제학자들은 그 점을 정확히 인식

하여 오히려 더 많은 변수와 요인을 고려한 연구로 방향이 변하고 있음을 말한다. 보이는 이익과 손실만 계산했던 과거의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돌아오는 혜택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실 예를 들면, 기본 인권의 무시, 노동력 착취 등을 고려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무역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연구는 확신에 찬 결과를 주장한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무역 분야는 파면 팔수록 가장 어려운

연구 분야로 인식하고 있는 점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3. 최근 이슈와 기업 자료를 반영했다.

 2번과 같은 맥락으로 저자는 경제학에서 전통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최근의 이슈 사항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있다. 갑질 논란에 대해서도 경제학을 관련을 하고 있는가라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갑질이 경제학에서는 독과점 이슈와 충분히 연관이 되어 학문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는 점도 설명한다. 또한, 구글 등 현재 가장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과 연관된 경제 개념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는 부분이 좋았다. 내가 경제학과를 다니던 대학생 시절에도 기존의 서울대 3인 공저의 경제학 원론과 함께 '맨큐의 경제학'이 핫했는데 그 이유는 내용이 마치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재미가 있고 접근하기가 쉬우며 지금 세대에 맞는 예시를 적절히 반영해서 책을 편집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험 목적에는 어떨까라는 답변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적어도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중, 고등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입문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 책도 맨큐의 경제학처럼 부담 없이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한창 대학교 졸업을 앞둔 시점에 행동경제학이 확 뜨고 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시장, 세상을 균형 잇게 보는 눈'을 읽어보니 이제 행동 경제학은 신선한 주제가 아닌 무조건 다루고 고려해야 할 영역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제목처럼 저자는 상당히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이 책을 쓴 것 같다. 만약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주장을 했다면 오히려 이 책은 나에게 흥미를 잃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왜 과거의 경제학자들은 시장 경제를 주장했는지, 그렇지만 옳다고 했던 시장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은 무언지를 통해 경제는 결코 쉽게 말할 수 있는 단순한 현상 분석이 아닌 복잡한 연구로 갈 수밖에 없음을 담백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그래서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현상을 볼 때 찬찬히 많은 것을 따져봐야 함을 온전히 제대로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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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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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의 서평을 2번에 나누어서 작성하고 있다.

Part1에서는 소설의 구성과 작가의 의도 등을 기초로 작성해봤다.

이번 Part2에서는 Part1처럼 인상적이었던 구절 소개와 함께 완독 후 전체적인 '먼 바다'라는 소설의 느낌과 내가 생각했던 점들을 간략하게나마 서술해보고자 한다.

공지영 작가의 신작 '먼 바다'는 완숙미가 더해진 작가의 소설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소설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를 느낄 수 있는 대목도 많았다.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거지 .......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약간 잘못했을 때 인정하면 약간 잘못하는 것이 되는데, 잘못이 하나도 없다라고 우기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커지더라구요."

P237 중에서

 

주인공인 그녀와 40년 만에 재회한 그의 여동생과의 대화에서 여동생이 한 말이다.

어른들은 항상 인생은 참 오묘하고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라는 말씀들을 하셨다.

그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안일한 대처에서 오는 상황의 급격한 변화 같은 것들이다.

별일 아니라면 방심하고 나면 항상 그것이 발단이 되어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또 어젯밤 잘 못 이루며 걱정했던 일은 막상 오늘은 별것 아닌 것처럼 넘어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다.

소설의 매력은 인생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배웠다.

그의 여동생이 말하는 저 문장은 백 번 끄덕일 수 있는 진리와 같은 말이다.

소설의 내용도 그러하듯, 우리의 일상에서도 작은 거짓말이 초래한 큰 사고나 상처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짐해본다. 사과할 건 자존심 다 내려놓고 눈치도 보지 말고 빠르고 진중하게 사과하자고. 

 

한 사람은 그를 위해 인생을 바친다고 약속했고 한 사람은 그 약속을 위해 사랑을 양보하겠다고 약속했었다.

P230 중에서 

 

40년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남녀에게는 사연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역시 이 문장에서도 인생은 참 오묘한 것이구나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하필 엇갈리는 그 시간.

하필 그때 생각한 것들이 누군가에는 다가갈 수 없게 만드는 장치가 되는 것들.

그래서 많은 시간을 가슴 졸이며 아파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리곤 현실을 받아들이고, 포기라는 것도 하게 된다.

이 책에서의 두 사람처럼 많은 사람들도 가슴속 한편에 남겨놓은 그 어떠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든 어떠한 선택이든 어떠한 추억이든 말이다.  

 

"많이도 미워하고 많이도 원망했었다. 그러나 이만큼 살고 죽음이 더는 두렵지 않은 나이가 되고 보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하고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날씨가 춥죠? 하고 인사하고 ....... 살아보니 이 두 마디 외에 뭐가 더 필요할까 싶다. 살아보니 이게 다인 것 같아. 미호야."

P251 중에서

 

이 책에서 던지고자 하는 말의 중심은 이 문장에 있었던 것 같다.

그녀의 엄마가 그녀에게 던지는 이 말들이 말이다.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는 사람만이 던질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값진 말들을 인생에 투영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것이 소설을 제대로 읽은 사람들의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죽을 것 같은 어떤 일도 지나고 나면 그때만큼은 아닌 것이 되곤 한다.

그래서 쉽지는 않지만 미움의 감정을 가지기보다는 긍정의 감정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들에게 온전히 그때그때 내 마음을 표현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이 오묘한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지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선은 내가 먼저 서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아끼고 나에 대해서 온전히 파악했을 때 나의 주변을 살피고 아낄 수 있는 것 같다.

 

오래간만에 공지영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그 읽기의 과정은 즐겁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 기회였다.

여전히 공지영의 글을 매력적이고 대중적인 것 같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는 그녀를 공지영으로 대입해서 읽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몰입이 되고 많은 감정이 교차된 읽기의 과정이 되었다.

만약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도 자신만의 즐겁게 읽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본다면 재미가 더해지는 소설 '먼 바다'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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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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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공지영이라는 이름은 전혀 낯설지 않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전방위에서 그녀의 이름을 들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작가 공지영으로 처음 인식한 이후, 다른 방면에서 공지영의 소식을 의도치 않게 들었던 적이 꽤 되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2020년 2월,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본연의 작가 공지영을 다시금 책 앞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작가로서 공지영이 얼마나 많은 대중적인 작품을 쏟아냈는지 알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만나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대중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주는 작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답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대부분의 책을 읽을 때 서문과 에필로그 또는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본문의 내용을 읽어나간다.

책을 쓴 작가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어떤 의도로 쓴 지 미리 알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먼 바다를 써내려간 공지영은 어땠을까?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다양한 외부 요인과 함께 나이 듦에 따른 내부 요인이 섞여 쉽지 않은 작업이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죽을 때까지 글을 쓸 것을 다짐했음을 독자들에게 선언하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관록있는 노장의 투혼이 느껴짐과 동시에

역작의 탄생을 내가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작가 스스로가 힘들었음을 고백했던 작가의 말,

그리고 아련하고 흐릿한 느낌의 표지와는 다르게 '먼 바다'의 초중반은 읽기 수월했다.

비유하자면 화려한 액션 장면이나 자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드라마적인 소소한 요소가 풍부하게 담긴 일상적인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나는 이런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참 좋아한다.

확실히 어렵지 않은 말들과 장면 묘사로 인해 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독자들도 거부감없이 먼 바다의 페이지를 쉽게 넘길만한 이야기들이 초반을 이끌어간다.

그리고 또다른 읽기 쉬운 큰 이유 하나는 인간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인 사랑 그중에서도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주인공과 주인공과 40여년 전 추억이 있는 듯한 상대방과의 사이에는 어떠한 사연이 있어보인다.

그리고 이야기는 주인공이 추억의 남자가 있는 미국으로 향하면서 나 역시 그 다음 이야기에 대해서 설렘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

 

논리적으로는 말할 수 없는 끌림.

이 책에서 새삼스럽게 가슴으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나이가 든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서다.

사회는 여전히 어른들이라고 하면 점잖고 절제해야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남자와 여자인 것,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먼 바다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회적인 요구와 개인적인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참다 참다 터지는 순간의 말들이 예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설레게 만든다.

 

먼 바다에는 닿을 듯 말듯한 40년전의 기억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와 함께 현재와 40여년 전, 그리고 며칠 전의 대화가 일렬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적절히 왔다갔다하면서 또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첫 사랑, 그리고 그 첫 사랑을 40년이라는 시간 뒤 상대방에게 끝끝내 묻고 표출하는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을 둘러싼 다양한 과거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건 모든 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독자에게는 꽤나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크게 느껴지는 하나는 작가 공지영이 허구라고 말했지만 주인공이 마치 공지영과 동일시되는 느낌을 내가 갖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그 나이의 사람들은 잊어버렸던 어떠한 감정에 대해서, 그리고 아직 젊은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했던 그 훗날의 감정에 대해서 아니면 또 다른 사람들은 작가 공지영의 이야기가 함께 투영되지 않았을까하는 재미로 이 책을 읽는다면 더욱 즐거운 소설 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겨울 내내 고독 속에서 나는 천천히 썼다.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서성였던 날들이 더 많았고. 이제는 정신보다 먼저 급격하게 노쇠해 가는 육체가 나를 방해하기에 나의 직업은 느리고 힘겨웠다. 그러나 죽는 날까지, 하늘이 허락하는 날까지 나는 쓸 것 같다, 고 이 소설을 쓰면서 나는 생각했다. - P272

그리고 그 후로 오래도록 그녀는 생각했었다. 그와 내가 살아 있는 한 한 번쯤은 그와 거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러면 나는 묻게 될까? 그날 그게 무슨 뜻이었어요? 하고.- P19

어린 나이, 자주 가까이 있음, 적당하고 감미로운 장애물이 있기에 오히려 안전함. 지구가 중력으로 모든 사람을 똑바로 서 있게 하는 걸 모른다 해도 서 있는 데 아무 지장이 없듯이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알아갔다. 서로의 무엇이 그들을 끌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로. - P59

그들은 서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우리의 연락은 거의 40년 동안 끊겼지요, 라는 말을 괄호 속에 넣고 있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40년이 이렇게 간단한 몇 줄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너무도 흔한 비극이었다. 그것을 자신이 겪지만 않는다면.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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