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은 아이세계가 아닌 어른세계에 끼어들고 싶지만 전쟁 중 보호자 없이 떠도는 핀을 어른들은 무시하고 귀찮아한다. 욕지거리와 어른들에대한 선을 지킬줄 모르는 비난을 무기로 어른인 척하며 어른 세계에 끼어들려 하지만 핀의 내면은 전쟁중에도 검은무늬 버섯에 눈을 돌리고 숨바꼭질 하기 좋은 바위를 볼 줄 아는 천진난만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어하는 영락없는 아이다.
아무리 어른인척 하였으나 그 아이가 원한건 어른도 아이도 아닌 자신만의 비밀 장소를 공유하고픈 ‘그에게 가장 친한 친구‘였다.

이 점이 다른 모든 사람과 달랐다. 적이 존재한다는 것은 편에게 새롭고 낯선 의미였다. 골목 안에서는 밤이고 낮이고 고함과 싸움과 여자 남자들의 욕설이 가득했지만 적을 만나게 될 거라는 초조하고 괴로운 기대나 잠을 이룰 수 없게 하는 바람 같은 것은 없었다. 핀은 아직 적이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몰랐다. 핀이 보기에 인간이란 존재 안에는 벌레처럼 구역질 나는 어떤 것과 친구를 끌어들이는 뜻하고 친절한 어떤 것이 함께 들어 있었다.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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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침에 오솔길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녔기 때문에 노새오줌들이 끼어 있던 낡은 도로나, 지저분한 자기 누나의 침대에서 나던 남자 여자의 냄새, 방아쇠를 잡아당겼을 때 열린 총구에서 피어오르던 매콤한 연기 냄새, 심문할 때 맞은 매서운 채찍의 뜨거운 맛을 잊어버렸다. 이곳에서 핀은 형형색색의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흙에서 축축하게 자라는 노란색과 밤색 버섯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커다란 거미줄 위에 사는 붉은 거미들, 갑자기 오솔길에 나타났다가 지그재그로 달아나 버려 발과 귀밖에 보이지 않는 토끼 새끼들.
하지만 갑자기 누군가 짧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핀은또다시 소름 끼치고 이중적인, 병든 인간들 속으로 돌아왔다. P131 - P131

인간적이고 원초적이며 이름 붙일 수 없는 해방에 대한 욕구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당하고 있는 온갖 굴욕, 그러니까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착취, 농민 입장에서는 무지, 프티부르주아 입장에서는 억압, 하층민 입장에서 보면 부패와 같은 굴욕에서 생겨난 거지. 난 우리의 정치 작업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믿어. 우리의 해방을 위해 굴욕에 대항해서 그것을 이용하는 거야. 마치 파시스트들이 굴욕을 영속시키기 위해 그 굴욕을 이용하고 인간과 인간을 싸우게 만들듯이 말이야."p158
- P158


"젠장, 사촌, 구역질이 나다니!"
핀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촌은 진짜 최고의 친구였다.사촌은 기관총을 다시 어깨에 메고 나서 핀에게 권총을 돌려주었다. 이제 그들은 들판을 걸어갔다. 핀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촌의손, 처럼 커다란 그의 손을 잡고 걸었다.
P219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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