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소환에 응하는 것‘, ‘신을 두려워하는 것‘, ‘신의 품으로 향하는 것‘, 그것은 인간에게 표상하는 힘의 한계를 인식하고 파악하는 능력의 부족을 가르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에게 자신의 불능을 절감케 하고, 무력감 속에 빠트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런 게 아니라, 그 수동성이야말로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주체성을 기초지우는 것이다. 나만이 담당할 수 있고 나 이외의 누구도 나를 대신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책무를 담당한다는 방식으로, 나의 유일무이성, 나의 자기동일성은 기초지워진다.
나의 주체성은 ‘내가 나라는 것의 자명성‘도, ‘내가 존재하는 것을 충전적이고 명증적으로 경험하는 것’도 아니며, ‘다른 사람에 대한, 대체 불능한 책무의 인수’ 에 의해 기초지워진다. 그때 비로소 ‘죽음보다도 정의가 행해지지 않음을 두려워하고, 부정의를 범하기보다는 부정의의 희생자가 되기를 선택하고, 존재를 확실히 하기보다도 존재를 정당한 것으로 만들기를 선택하는 사람의 가능성(QLT p.265)이 우리들 앞에 열리는 것이다. - P1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와 빛은 고독하다. 이들 사물은 주어져 있다. 이들 차려입은 존재자들은 나 자신과는 다른 것이지만, 나의 소유물인 것이다. 빛에 비추어져서, 그것들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때문에 그것들은 나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다. 이해된 우주 안에서, 나는 고독하다. 나는 결정적으로 하나인 실존 안에 유폐되어 있다. (EE, p.144.)
오디세우스적 주체는 자신이 미리 사물에 수여해둔 의미를 발견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밖에 의미를 만날 수가 없다. 이 ‘빛의 고독‘이 전체성 안에 살기를 선택한 자의 숙명이다. - P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캉 읽기 인문학 코멘터리 2
숀 호머 지음, 김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캉은 한 사람의 분석은 다른 사례에 적용될 수 없으며 새로운 분석을 시작할 때 분석가는 반드시 그가 가진 모든 이론을 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한 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분석의 중심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은 정신분석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통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2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숙한 채로 태어나기 때문에 신체를 파편화된 것으로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생리적 조건은 이와 같은 논리적 곤란을 나타내는 원재료로서 인간의 감각에 주어진다. 파편화된 체험에 대한 현실적 공포는 상징체계에 의한 무한에 대한 동경으로 전치되고 그에 대한 추구는 대상-a에 의해 담당된다. 모든 것을 상징화하며 살아 가고 있는 인간주체마저도 이러한 상징화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데, 이러한 상징화 작업의 근본적 불가능성과, 그에 얽힌 무력감과 고통은 일단 대상 -a에 의하여 기쁨의 옷에 싸여 봉인된다. 그리고 그렇게 아름답게 봉인된 용기는 아무리 불러보아도 손이 닿지 않는 상징계의 저편의 피안에 놓여진다. - P2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정명환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각(知覺) 그 자체가 행위인 이상, 그리고 우리에게 있어서, 세계를 가리켜 보인다는 것은 항상, 가능한 변화의 전망 하에서 그것을 드러낸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상, 오늘날 숙명론이 지배하는 시대에 있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각각의 구체적 경우에 창조하고 해체하는 힘이, 요컨대 행동하는 힘이 독자에게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 381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