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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개받은 상대를 처음 만날 때, 전에 다른 상대와 갔던 가게에서는 약속을 잡지 않았다. 매번 새로운 장소를 찾는 데에 꽤 품을 들였다. 손을 써야 하는 음식이 아닐 것. 옆 테이블과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어 있을 것. 너무적막하지도 너무 시끄럽지도 않을 것. 성의를 드러낼 순있지만 상대가 부담을 가지진 않을 만한 가격일 것. 그러면서 프랜차이즈가 아닐 것. 이런 장소를 그때그때 새로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곳은………… 조금 특별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한 장소에서 여러 명을 만나면서 그 만남이 특별할 거라고 기대한담. 그는 그 막연한 감각을 일종의 도덕이라고 규정했다.

- <전조등>, 김기태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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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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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시가 가까워지자 나는 내릴 준비를 하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기차는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이건 W시에서 서지 않는 기차였던 것이다. 당연히 설 줄 알고 탄 나 자신에 대한 화가 울컥 치밀면서 등줄기로 후욱 하고 뜨거운 것이 내리꽂힌다 싶었는데, 눈앞으로수도원이 지나가고 있었다.
언덕 위에서 기찻길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선 수도원 드문드문 밝혀진 창들이 멀리서 빛나고 있었다. 마치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낙원을올려다보는 것처럼 내 가슴속 깊이 동경(憧憬)의 등불이 환하게 밝혀지는 것 같았고 신기하게도 그 짧은 순간, 내가 늘 우두커니 서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내려다보던 언덕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없는 그 언덕은 텅 비어 있었다. 가슴 한쪽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쓰려왔다. 나는 수도원 밖으로 쫒겨난 자가 가질 비애를 이미 느끼고 있었다. 언제나 기차 밖에서 기차를 내려다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젖던 내가 막상 기차 안에서 수도원을 올려다보자 그리움의 대상이 순간 전도되어버린 것이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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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사람의 뇌가 이렇게 변한다면, 그 영혼은 어떻게 변할까? 내가 말하는 ‘영혼(soul)‘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불멸의 정령이라기보다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nstein의 후기 연구에서 그의 생각과 비슷한 어떤 사람(someone)을 의미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있을 때 그 말을 듣는 사람을 뜻하며, 의식이나 이성으로 환원될 수도 없고 순수하게 육체의 그림자도 아닌 자아(self)를 뜻한다. 오랫동안 철학은 사람들의 머리, 즉 추론을 할 수 있는 능력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왔다. 그러나 정신과 신체는 그렇게쉽게 분리될 수 없다. 우리 뇌는 물질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온몸이 존재하는 방식과 연관이 있다. 우리의 자아, 그리고 우리가 그 자아를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가살아가는 문화와 그 문화를 구성하는 재료에 의해서 형성된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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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 속에서, 현실 속에서 영원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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