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91.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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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24시
김초엽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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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0.놀이터는 24시-김초엽,배명훈,편혜영,장강명,김금희,박상영,김중혁


다채로움.

엔솔로지의 최대 장점은 다채로움일 것이다. 같은 키워드를 가지고도 작가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색채를 가지고 다양하게 써내려가기 때문이다. 마치 다양한 작은 그림이 그러져 있고, 그것들이 모아져서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구성하는 것처럼. 그 큰 그림의 제목은 엔솔로지에서 작가들에게 부여된 주제일 것이다.


<놀이터는 24시>도 엔솔로지이다. 당연하게도 엔솔로지이기에 작가들에게 공통된 키워드가 주어져 있다. 즐거움이라는. 앞에 쓴 대로, 즐거움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가지고 작가들이 만들어낸 소설들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소설은 전혀 즐거움과 연관된 것 같지 않고, 어떤 소설은 즐거움을 탐구해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식으로. 이 소설들을 따라가다보면 즐거움이라는 단어가 떠올리는 고정관념들을 다 부수고, 작가마다 자신만의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서 즐거우면서도 당혹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게 엔솔로지의 특징이긴 하지만. 


김초엽 작가가 쓴 첫 작품인 <글로버리의 봄>부터 즐거움의 고정관념은 부서져 나간다. 의외로 잔인한 면도 있고 반전도 있는 이 소설은 즐거움을 구성하는 것들에 관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눈앞에 보이는 즐거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을 하는지 아느냐 하는 식으로.


배명훈의 <수요 곡선의 수호자>는 어떤 하나의 경제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거기에 SF라는 양념을 쳐서 만들어낸 느낌의 소설로서, SF가 가진 사고실험의 성격이 오롯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오로지 즐거운 소비를 위해 존재하는 로봇과 그것에 앙심을 품은 세력, 특별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의 독특한 컴비네이션에다 배명훈 소설 특유의 분위기가 더해져서 이색적이고 흥미롭다.


편혜영 작가의 <우리가 가는 곳>은 열린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작가가 결말을 열어두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결말을 독자가 상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장강명의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은 내가 아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 느낌이 아니라서 오히려 좋았다. 스토리텔러로서의 장강명의 힘을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라 일본 사소설 느낌의 소설이라고 할까. 아니, 사소설이 아니고 픽션인 건 알겠는데, 읽다보니 계속 사소설 느낌이 드는 게 신기한 소설이라고 할까. 아무튼 마지막까지 이게 진짜 작가의 삶인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김금희 작가의 <첫눈으로>는, 직장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는 직업의식과 개인적인 윤리의식 사이의 갈등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윤리적 갈등의 문학적 형상화. 즐거움은 잠시 거드는 느낌이고.


박상영 작가의 <바비의 집>은 이 엔솔로지에서 가장 내 취향이 아닌 작품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떠올린 것이지만, 이 소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긴장된 분위기가 가득하다. 마치 무슨 일이 언제 벌어져도 이상이 없는 듯한. 다른 말로 하면 불길한 에너지가 가득하다고 해야하나. 마지막의 환상적인 결말은 마음에 들었다.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보여서.


김중혁 작가의 <춤추는 건 잊지마>는 김중혁 작가다운 작품으로, 이 엔솔로지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느낌이 확실하게 든다. 난민, 감시, 숲, 식물과의 합일, 춤 같은 이질적인 소재들이 김중혁 작가의 손 안에서 합쳐지며 흥미롭고 독특한 작품이 된다는 점에서 좋았다.


다 쓰고 보니 즐거움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건 독자인 나였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고정관념을 다 부수고 나가면서 자유로운 개념의 곡예를 보여주는데, 내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 느낌이라 작가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즐거움이라는 키워드가 나온다면 즐거움의 고정관념이 조금 더 남아 있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마지막까지 하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평범한 인간인가 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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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24시
김초엽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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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곱 명의 작가들이 써내려간 다채로운 만화경 같은 소설집.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이렇게 느낌이 다른 다양한 소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고도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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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문답 - 東湖問答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50
이이 지음, 안외순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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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9.동호문답-이이(2)

 

 

<동호문답>을 다 읽고 나니 가끔씩 해왔던 나의 '점강법'적 사고가 떠오른다. 그건 이런 식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수가 적을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 중에서는 철학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 철학책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보다 적을 것이다. 여기서는 표현이 조금씩 달라진다. 내 경험상(내 경험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철학책을 읽는 사람 중에서 서양철학책을 주로 읽는 사람이 동양철학책을 주로 읽는 사람보다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동양철학책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공자,<논어>,<맹자>,<대학>,<주역>,노자,장자,<손자병법> 같은 중국 고대의 철학을 다룬 책들을 읽는 사람이, 조선의 사상가들을 다룬 책이나 그들이 쓴 책을 읽은 사람보다 많을 것이다. 범주를 계속 좁혀서 사고해보니 나만의 결론이 하나 나온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운 조선의 사상가와 관련된 책들을 읽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그나마 조선 시대 사상가 중에서 많이 읽히는 이들은 조선 후기 실학자들이다. 다산 정약용이나 연암 박지원, 박지원과 함께한 북학파들을 다룬 책이나 그들이 쓴 책을 읽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 시대 유학을 대표하는 이황이나 이이의 책은?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을 10년 넘게 다녔지만, 그들의 책을 읽었다는 사람을 만나볼 수 없었다. 우리는 왠만하면 그들의 이름은 안다. 학창시절 역사 시간에서 그들의 이름을 들었고, 시험을 쳤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폐에 나오는 사람들이라면 ', 그 사람들'하고 모든 사람이 외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책은 읽히지 않는다. 책을 읽는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이황과 이이는 유명하지만, 그들의 책은 읽히지 않는 상황. 저자의 이름은 유명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 그게 내가 파악한 이황과 이이의 책이 처한 상황이다.

 

 

시간이 남는 김에 이황과 이이를 파고들어가 본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이기이원론''이기일원론'이 나온다. 이황은 '이기이원론'을 주장했고, 이이는 '이기일원론'을 주장했다는. 이건 너무 단순해보인다. 더 파고들어가보자. 더 검색해보면 이황은 '이기호발'을 주장했고, 이이는 '기발이승일도'를 주장했다. '이기호발'은 이와 기가 서로 함께 작용한다는 주장이고, '기발이승일도''기가 작용을 하고 이가 그 위에 올라탄다'는 주장이라고 한다. 두 주장을 알려고 노력하다보면 당연하게 사단칠정논쟁이 끼어든다. , 여기까지 오고 보니 머릿속이 어지러워지고 내가 뭘 알려고 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머릿속이 어지러워서 잠시 쉬려고 내 책장을 들여다본다. <동호문답>이 보인다. 과거에 한 번 읽은 적이 있는 책이다. 꺼내어서 읽기 시작한다. 과거에 처음 읽었을 때는 쉽게 읽히지 않고 어려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최근에 동양철학책을 열심히 읽었기 때문일까? 두번째 읽으니 손쉽게 술술 흘러간다. 과거에 읽을 때 나를 막아섰던 고사와 고사 속 등장인물들은 대충 파악이 가능하고, 과거에 나의 읽기를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고문체의 말투와 어투도 동양철학책을 읽으면서 익숙해져서인지 더 이상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술술 읽고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율곡은 누구보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던 조선의 정치와 제도를 바꾸고 싶어했다는.

 

 

유학의 이상을 가슴 깊이 품고 있는 유학자라면, 난세를 만나 은거해서 살기보다는, 치세에 나서서 자신의 유학적 이상을 세상에 구현하고 싶어할 것이다. 입신양명하는 것이 그들의 길이 아니던가. 율곡도 마찬가지이다. 추상화되고 이상화된 ''를 중요시하는 이황과 달리, 세상 만물에 존재하는 ''를 통해서만 ''가 작용이 가능하다고 외친 율곡이 ''가 가득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출사표를 던지고 그것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동쪽의 호수에서 문답을 주고받았다는 이름의 <동호문답>, 선조에게 바치는 책이면서, 그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담고있다. 유학자라면 당연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수기'에 해당하는 왕이 자신을 어떻게 갈고 닦아야 하는지에 관련된 부분도 있고, '치인'에 해당하는 어떻게 다스려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있다.

 

 

내가 관심있게 지켜본 것은 잘못된 법과 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율곡은 세금과 부역 부담자가 도망갔을 대 이 부담을 일족과 이웃에게 전가하는 일족절린의 폐단은 연좌제와 다를 바 없으므로 폐지하고 본인만 부담시켜야 한다고 했고, 국가에 진상하는 물품의 과도함으로 생긴 진상번중의 폐단은 국가에 긴요하지 않는 품목들에 대해서는 진상의 관행을 폐지하는 것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전들이 국가에 공물을 대납한 다음 강제로 백성들로부터 폭리를 취하는 공물방납은 전답 1결당 1두씩만을 징수하는 공물법을 참작하여 고쳐야 한다고 했고, 국가에 바치는 부역의 불균형으로 생업에 지장을 주는 역사불균은 국역자들의 생업과 휴식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했다. 아전들의 뇌물 수탈을 가리키는 이서주구의 경우는 아전들이 불법을 저지를 수 없게끔 기초적인 생계가 가능한 수준의 급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이 부분을 읽으니 해당되는 문제에 대해서 너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서 청량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 일족절린과 방납과 균역, 아전의 뇌물 수탈 문제는 율곡이 말을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어지면서 조선 후기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백성들의 삶의 비극을 초래하면서 조선 후기 민란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율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다.

 

 

위에서도 적었지만 율곡은 자신의 개혁안을 선조에게 지속적으로 말했다. <동호문답>뿐만 아니라 다양한 책과 말을 통해서. 그러나 그의 말과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조는 그의 말이 너무 과격하고 시기상조라 여겼다. 하지만 조선 후기 역사를 돌이켜보면 율곡의 제안은 결코 시기장조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미래를 내다본, 현재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어 마땅할 정책이었다. 하지만 율곡의 미래를 내다본 제안은 무시되었고, 조선은 민란으로 이어질 내부적인 문제점들을 안은 채 미래로 나아가게 된다. 율곡 사후에 들이닥칠 임진왜란이라는 어둠과 더불어. 당당하고 기백 넘치는 청년 율곡의 기상이 가득한 <동호문답>에서 생생한 생명력과 더불어 어스름한 어둠이 느껴지는 건, 다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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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문답 - 東湖問答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50
이이 지음, 안외순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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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정치 개혁을 향한 율곡의 당당함과 기백을 명확히 알아 볼 수 있는 책. 그렇게 율곡은 현실 정치와 제도의 개혁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한 평생을 살다 갔다. 비록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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