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리라이팅 클래식 13
강대진 지음 / 그린비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뒷세이아,모험과 귀향,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강대진 

 

책을 읽는 것에도 흐름이 있다고 한다면, 한번 흐름에 흘려들어간 이들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흐름에 쓸려갈 수밖에 없다. 나도 흐름에 휩쓸려 아이스퀼로스,소포클레스,에우리피데스

의 비극과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을 읽어 나갔고, 그것들을 다 읽자 <일리아스>까지 나아갔다.

멈추지 않는 흐름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나를 다시 <오뒷세이아>라는 영역으로 나가게

이끌고 있다. 그러나 <오뒷세이아>의 오뒷세우스가 자신의 집에 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러 곳

을 헤매고 다닌 것처럼, 나의 독서의 흐름은 쉽사리 내가 <오뒷세이아>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용납하지 않고, 나로 하여금 <오뒷세이아,모험과 귀향,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라는 책의

영역을 모험하게 만들었다. 마치 바로 <오뒷세이아>를 읽는 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헤매고

다닌 영웅 오뒷 세우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듯이. 

 

흐름에 이끌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뒷세이아,모험과 귀향,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라는

책의 영역을 모험하기 시작한 나는, 세이렌처럼 사람을 홀리는 매력은 아니지만 학교의 딱딱한

수업 보다는 더 나를 매혹하는 책의 저자 강대진 씨의 말에 끌려다니며 이 세계를 누볐다. 이미

<일리아스,영웅들의 전장에서 싹튼 운명의 서사시>를 읽으며 그의 말투를 경험했기에, 부담감

느끼거나 홀리는 것 없이 저자가 쓴 해설과 <오뒷세이아>의 세계가 겹쳐진 <오뒷세이아,모험과

귀향,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의 영역을 순조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 결과 나는 <오뒷세

이아>가 치욕스럽게 살아있기 보다는 용감하게 싸우다 죽는 것을 원하는 영웅들의 세계이자 신들이 직접 인간의 전쟁에 관여하고 모순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혼돈스러운 전쟁의  세계인 <일리아

스>의 세계와 다른, 죽기보다는 살기를 원하며 영웅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원하는 이들

의 세계이자 신들이 세상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윤리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일상성과 생존

이 화두가 되는 세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세계에 더 이상 영웅들의 이야기인 서사시는

설자리가 없었다. 여기에서 더 변화한다면 그건 서사시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필연적

으로 <오뒷세이아>는 서사시라는 문학 장르가 사라져가며 내지르는 최후의 비명이 될 수밖에 없

었다. <오뒷세이아> 세이렌의 비명보다 더욱 처절하고 매혹적인 사멸해가는 한 문학 장르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오뒷세이아>읽기를 미루어 둘 수는 없는 법. 나는 이제 해설서가 아닌 진짜 <오뒷세이아>의 세계로 나아간다. 오뒷세우스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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