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타워 6 - 수재나의 노래 다크 타워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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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5.다크타워6:수재나의 노래-스티븐 킹

보라, 거북이의 거대한 몸통을!

등딱지에 지고 있네 이 대지를.

머리는 느려도 항상 친절해,

모두를 품고 있어 그 마음 속에.(35)

미국을 대표하는 공포소설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의 대표작은 무엇일까요? 영화로도 유명한 <미저리>,<그린마일>,<샤이닝>일까요? 스티븐 킹의 대표 중편집이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의 원작인 <쇼생크 탈출>이 포함된 '사계'일까요? 최근에야 영화가 나온 <그것>? 6권이라는 긴 분량의 현대판 묵시록 같은 <스탠드>?

이 작품들 모두 훌륭한 작품이지만, 스티븐 킹의 대표작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분량으로 보나, 작품에 들여간 시간으로 보나, 미국에서의 지명도로 보나, '다크 타워' 시리즈가 스티븐 킹의 대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의 인터뷰나 자기 생각을 쓴 글을 보면 본인 스스로도 '다크 타워' 시리즈를 자기의 대표작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에게 '다크 타워' 시리즈는 거의 지명도가 없습니다. 이건 진짜입니다.^^ 영화로 너무 유명한 <쇼생크 탈출>이나 <미저리>, <샤이닝>, 최근에 영화가 나온 <그것>에 비한다면, '다크 타워' 시리즈는 한국인들에게 무명의 시리즈나 다름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영화나 TV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로 '다크 타워'가 유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7년도에 나온 영화는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이름값이 없습니다. 그나마 평가도 너무 좋지 않고요. 여기에 더해 서부 판타지라는 장르의 이질감이 큽니다. 서부 판타지? 네, 맞습니다. 스티븐 킹은 '반지의 제왕'과 서부영화인 '석양의 무법자'를 더해 서부 판타지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판타지 장르로서 '다크 타워' 시리즈를 구현해냅니다. 우리가 아는 중세 느낌의 기사, 마법사가 나와 괴물과 싸우는 판타지가 아니라 총잡이들이 나와서 서부 느낌의 공간에서 괴물들과 싸우면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서부 판타지. 우리가 아는 판타지가 아니니 이질감이 클 수 밖에 없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다크 타워 시리즈가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1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리즈의 첫 관문이자 포문을 여는 다크 타워 시리즈의 1권은 읽기가 생각보다 너무 어렵습니다. 흥미로운 설정이나 기대감도 있지만, 20대 때의 치기가 어려 있는 다크 타워 시리즈의 1권은 나중에 조금 고쳐 썼다고 해도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너무 힘들게 읽어 다음권 읽기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습니다. 읽은 게 아까워서 2편도 읽었는데 재밌어서 계속 읽게 됐죠. 저의 경우를 생각해 봤을 때, 다크타워 읽기를 시작했던 많은 이들이 1권의 벽에 막혀서 포기한 경우가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긴 하지만요.^^

'다크 타워' 시리즈는 1권을 벗어나면 자기만의 재미를 펼쳐보입니다. 20세기 미국과 가상의 서부 세계를 위시한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모험담이 펼쳐지는데, 그 모험담이 스티븐 킹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펼쳐지니 재미와 가독성이 장난이 아닙니다. 6권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5권의 마지막에 이 시리즈의 초인적 영웅인 총잡이 롤랜드의 동료 수재나가 임신한 채로 사라지는데, 그녀를 찾기 위한 롤랜드의 그의 동료들이 6권에 그려집니다. 초반에 가상의 서부 판타지 세계에서 시작한 모험은 20세기 후반의 미국으로 넘어가고, 그곳에서의 모험은 시리즈의 마지막인 7권의 이야기로 넘어가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6권은 시리즈의 마지막인 7권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한 건 작가인 스티븐 킹이 작품 세계 속 인물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작품의 창조자가 피조물들과 함께 등장하는 셈인데, 이건 20세기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실험적인 문학기법에서 종종 쓰인 것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면서, 기존의 문학이 가진 리얼리즘적 경향을 해체하고, 문학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장시키고 재창조 시키는데 기여한 기법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등장으로, 신선함과 새로운 재미가 더해집니다. 창조자가 피조물들과 다를 바 없는 작품 속 인물로서 등장하고,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허구의 창조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역설로서. 또하나 생각해야 할 건, 작품을 만든 창조자가 작품에 등장한다는 것이, 작품의 창조자마저 작품 속 등장인물이 되어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한다는 점인데, 스티븐 킹은 비교적 이것을 잘 이행합니다. 창조자가 창조자가 아닌 작품 속 하나의 구조물로서 포함시키며 진행되는, 스티븐 킹의 실험적인 스토리텔링은 실제 있었던 일과 가상의 일을 뒤섞으며 '다크 타워' 시리즈를 앞에 말한 것처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위치시키고 시리즈의 근원을 새롭게 부각시킵니다. 아마도 저자는,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7편을 앞두고 시리즈 자체의 근원을 튼튼하게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작가를 내세우며 시리즈가 어떻게 만들어졌나를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방법으로 일깨우며. 그리고 책 속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나면 스티븐 킹이 자신의 분신 같은 소설 속 '스티븐 킹'을 얼마나 철저하게 이야기 속 구조물로 활용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작가는 소설 속 '자신'마저 이야기를 위해 이용하며 시리즈의 마지막인 7편으로 나아갑니다.

다크타워 시리즈의 6편은 재밌습니다. 시리즈의 1편이 아닌 다른 편들처럼요. 그런데 이 재미는 조금 다른 재미입니다. 6편은 7편의 큰 싸움을 예고하고, 7편을 위한 작은 싸움들로(이런 말이 맞는 것일까요?^^)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7편을 위한 '새로운 탄생'을 작품 속에 위치시킵니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영웅 총잡이 롤랜드의 최고의 적을 탄생시키는 식으로. 다크 타워를 둘러싼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담의 끝을 준비하기에는 이런 방식이 옳은지도 모릅니다. 아직 등장하지 않는 큰 싸움을 위한 예비적인 것으로. 새로운 탄생은 새로운 죽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생'과 '사'는 이어지니까요. 새로운 탄생을 담은 6편에 이어 7편은 거대한 싸움과 새로운 죽음으로 독자들을 인도할 겁니다. 다크 타워 시리즈를 꾸준히 읽어온 시리즈의 독자들은 7편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읽어온 독자의 몫이니까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은 이들은 '다크 타워' 시리즈가 스티븐 킹 작품 세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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