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마크 해던

1.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의 취향과 당신의 취향이 다르고, 영수의 취향과 철수의 취향은 다르고, A와 B와 C와 D의 취향은 다르다. 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는 재미없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재미있게 읽은 책이 내게 재미없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서평이나 북리뷰는 다른 사람의 것일 뿐이다. 그건 내가 읽고 느낀 감상이나 해석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서평이나 북리뷰를 결코 맹신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건 그 사람이 읽고 느낀 감상이나 해석일 뿐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서평이나 북리뷰가 의미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서평이나 북리뷰는 나름대로 하나의 책에 대한 좋은 참조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의 서평이나 북리뷰가 나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직접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2.

이 책에 대한 가혹한 서평을 봤다. 나는 그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마다 취향이 다르고, 책을 읽는 방식이 다르고, 책에 대한 생각이 다르니까. 책을 읽고 무언가를 남겼다는 점에서 분명히 그 서평은 의미가 있다. 나는 그 서평을 보면서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던가를 떠올려봤다. 나는 어떤 점에서 이 책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었던가.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자폐증에 걸린 한 소년이다. 자폐증에 걸린 소년에게 세상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내게 이 소설은 의미있었고, 즐거웠다. 자폐증이라는 단어는 알지만, 자폐증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이 소설은 자폐증에 걸린 사람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문학이 자랑하는 간접체험의 구실을 톡톡히 한다.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삶을 체험하게 하고, 그것에 감정이입하게 만듬으로써 나라는 존재의 지평을 넓히는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는 이 소설을 높이 평가한다. 내가 보기에 이 소설에서 미스터리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니까. 추리소설의 외양을 띄거나 추리소설의 요소를 차용하고 있지만,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추리나 미스터리가 아니라 '자폐증 걸린 소년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이다. 추리소설이 아니니까, 추리에 중심을 두고 읽으면 실망하고 재미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추리에 대한 집착을 놓으면, 이 소설은 자폐증 걸린 소년의 삶을 세세하게 그려내는 소설이 된다. 추리소설에서 기대하는 자극이나 반전이 없어서 밋밋하지만, 그 밋밋함은 자폐증 걸린 소년의 삶을 세세하게 그려내는 문학적인 서술이 되고, 추리소설이 줄 수 있는 강렬한 감정은 없지만,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따스함으로 변한다. 이렇게 소설은 어떻게 읽냐에 따라서 천변만화한다.

3.

예전에 심각한 자폐증에 걸린 아들들을 둔 한 소설가의 슬프지만 유머러스한 글이 담긴 에세이를 읽고 독서토론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책을 둘러싼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가 흥미로웠다. 자폐증을 둔 자식이 없고, 자기 자신도 자폐증이 없는 이들은, 그 책에 쉽게 공감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 자폐증 자식을 둔 한 분은 말 중에 갑자기 감정이 차올라 눈물을 쏟았다. 자폐증에 걸린 적도 없고 자폐증 자식도 없는 나는 오히려 눈물을 쏟은 분에 공감했다. 왜냐하면 나는 최대한 책을 쓴 작가의 감정에 공감하려고 노력했으니까. 여기서 그 책에 공감한 나의 독서방식과 공감하지 못한 다름 분들의 독서 방식중에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내 방식이 보다 다양한 책들에서 의미와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4.

책은 다양하다. 책 읽는 방식도 다양하다. 책의 다양함과 책읽는 방식의 다양함이 세상에 존재하고, 각각의 것들이 나름의 세계상을 구축한다면, 그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 다양한 세계상을 넘나드는 방식의 독서를 선택했다. 그것이 나의 아집과 편견과 독선을 제어하고, 세상과 나 자신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것이 다양한 책들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니까. 그것이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재미읽게 읽게 만드니까. 난 계속 이 방식대로 읽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읽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에 가혹한 평가를 내린 서평을 보면 미소지을 것이다. '난 다르게 생각하는데 내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래' 하면서.

*우연히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의 목록을 봤다. 널리 이름이 알려지고, 유명한 책들과 더불어 이 책의 이름이 그 목록에 올라 있는 걸 보고 놀랐다. 동시에 기뻤다. 그 목록에 이름이 올랐다는 건, 책을 읽는 방식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이 책을 읽고 즐거워한 이들이 세상에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의미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