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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세계사 -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그레거 크레이기 지음, 아르덴 테일러 그림, 최영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3월
평점 :
내가 몰랐던 장벽의 이야기들
장벽이라는 단어를 보고 우리나라의 DMZ만을 떠올렸다. 이념의 대립으로 분단되어 서로를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벽. 전쟁의 피해로 잠시 휴전을 선언했던 곳이 이제는 오랜 세월이 흘러 남과 북을 가르고 하나의 땅이 두나라를 사이에 둔 비무장지대. 사람이 살지 않은 덕분에 멸종동물이나 식물을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함까지 간직한 곳이다.
⟪장벽의 세계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만리장성부터 오늘날에도 논란을 일으키는 미국-멕시코 장벽, 이스라엘 웨스트 뱅크 장벽, 전쟁의 위험을 안은 채 남북을 가로지르는 휴전선, 인류 역사의 가장 잔인한 장벽인 바르샤바 게토 장벽,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드라마틱한 장면을 보여준 베를린 장벽,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를 가르는 브라질의 외부인 출입 통제 장벽, 또한 각종 규제나 정책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수많은 장벽의 이유와 그 아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벽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예상치 못한 이유로 생긴 장벽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지역사회가 식량을 재배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지은 장벽이 있었다. 군대로부터 농부와 농지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장벽에 둘러싸인 지역 사회가 먹을 식량을 재배할 수 있도록 땅을 지켜 주기 위해 만든 '아테네의 긴 장벽'과 '아모리 장벽', '붉은 뱀 (고르간의 위대한 장벽)'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고르간의 위대한 장벽 덕분에 역사적 유산인 마추픽추가 보존될 수 있었다.
이동을 통제하려고 지은 대부분의 장벽들 가운데 돈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돈을 거두기 위해 지은 특수한 장벽이 있다. '인도의 그레이트 헤지'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에 의해 세워진 것이 아닌 길러진 장벽, 살아있는 장벽은 사람들을 보호하기도 했지만 영국이 소금 세금의 형태로 거두도록 했다. 소금을 생산하는 펀자브 지역에서부터 인도를 가로질러 소금을 수송하는 모든 사람이 내야 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가장 비인간적인 세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장벽을 지은 이유는 무엇이고 장벽으로 인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 책은 장벽을 세계사, 지리, 인간의 경향성을 연결해 융합적으로 사고하도록 돕는다. 또한 장벽의 역사를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전쟁과 불평등, 기후 위기, 인류의 이동과 보호주의, 생태계와 식량 불안정의 문제와 함께 연결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게 한다. 세계는 계속해서 장벽을 세우지만 수많은 사람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다양한 이유를 탐색하고 이를 통해 우리 세계의 본질적인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