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츄 -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고양이 그림책 암실문고
발튀스.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윤석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고양이 그림책 미츄

고양이의 등장만으로 반가움과 설렘으로 책을 펼치게 했던 《미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서문과 작품과 작가 해석이라는 부분을 제외하면 그림책과 같다. 우연히 눈에 들어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점점 나의 인생에 고양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세상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두려움의 존재였던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이 여전히 신비롭다.

강아지와 다르게 곁을 내어주지 않고, 살가움보다는 도도함이 더 강하게 다가왔던 고양이. 하지만 다가오는 속도만 다를 뿐 익숙함에 서서히 물들게 되면 곁으로 다가와 비벼대면서 골골송을 부르는 존재가 바로 고양이다. 하지만 자신의 기분을 여과 없이 발톱으로 드러낸다는 점은 여전히 두렵다. 그런 고양이와 살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이다.

《미츄》의 서문에서 언급되었듯, 상실과 죽음은 다르다. 잃어버린 상실감은 어딘가에서 살고 있겠지 하는 희망을 담고 있지만, 죽음은 존재가 사라졌기에 그 자체로 슬픔을 가득 담고 있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피할 도리가 없지만, 그 죽음으로 곁에서 사라진다면 그 슬픔은 너무나도 클 것이다. 죽음으로 볼 수 없다는 것,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나의 기억 속에만 살아있다는 사실이 슬픔의 무게를 그대로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익숙해지지 않을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발튀스가 우연히 만나게 된 고양이 미츄와의 일상이 소소하게 그림으로 보여준다. 첫 만남은 그다지 좋은 분위기가 아닌 듯 보이지만, 어느새 발튀스의 품에 안겨 이곳저곳을 누비는 둘. 집으로 데려간 미츄 식탁 위에 올라가 음식을 쏟기도 하고 구두를 망가뜨리기도 하는 등 사고를 치게 되어 발튀스는 혼이 난다. 하지만 여전히 미츄를 향한 마음은 그대로여서 놀아주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적응한 미츄의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함께 잠이 들고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시간을 공유하는 둘. 발튀스가 아파 몸져누운 사이 사라진 미츄. 미츄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이 발튀스에게 어떤 크나큰 슬픔을 가져다주었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런 그의 마음은 열세 살에 드로잉집 《미츄》를 출간하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소중한 고양이 미츄가 그의 기억 속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살아 숨쉬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 아닐까. 여덟 마리 고양이를 키우는 나는 그림 대신 사진을 찍는다. 고양이가 자라는 과정의 시간들은 기억 속에 희미해지더라도 사진으로 남을 테니 말이다. 미츄는 열세 살 소년의 순수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 화려하게 색으로 입혀진 것이 아니라 까만색 하나로 그린 단순해 보이는 그림 속에 미츄를 향한 마음이 담겨있는 듯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