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가 조금씩 자라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푸바오가 사람은 아니지만, 어린 아이같은 기분이 드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사진 속에 나온 푸바오의 모습들을 보다보면 눈동자가 아주 초롱초롱하고 똘망똘망해서 푸바오의 친부모인 아이바오와 러바오외의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들처럼 장난기도 많고 표정도 해맑으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책을 보다보면 푸바오 할부지로 유명하신 강철원 사육사님이 푸바오를 안고 있는 사진이 나오는데 진짜 인형처럼 귀엽다는 느낌이 ‘아 이런거구나‘ 싶을만큼 아름다운 장면도 볼 수 있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동심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제발 엄마랑 할부지 말 좀 들어라. 이 장난꾸러기야! - P35

푸바오가 197g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두 손위에 넉넉히 올라가던 작디작은 아기 판다가 어느덧 70kg이라니요? 이제는 할부지도 엄마도 푸바오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푸바오의 장난기와 귀여움은 할부지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지요. - P41

어리광 부리고 싶을 때 이 할부지를 찾으렴.
꼭 안아 줄게!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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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로스쿨러 2024-05-02 0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판다의 발톱이라는 책 읽고부터는 얘가 무서워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5-02 06:48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이신가 해서 말씀해주신 책을 검색해봤더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의도 같은 것들을 분석한 책인듯 합니다. 얼핏 보기에 순수해보이는 것도 약간의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덕분에 새로운 관점을 하나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결과보다는 과정 그 자체에 충실하라는 저자의 조언이 이어진다. 지난 포스팅에서 욕망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욕망의 정점에 선 순간의 허망함과 몰락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들이 가져야할 바람직한 태도는 바로 과정 자체에 충실하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했었다. 그에 대한 얘기들이 이어진다.

뒤이어 소개되는 글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적은 것이다. 처음엔 이 작품에 나왔던 유명한 문구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이 소설 속 노인의 삶의 태도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드러낸다. 어떤 일을 하든간에 소설 속 노인이 그랬듯 결과를 떠나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태도 그 자체만으로도 앞으로의 험난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임을 저자는 역설한다.

이어서 저자는 죽음과 애도에 관한 문학작품으로 알베르 카뮈의《이방인》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작품의 핵심 내용에 대해 간단히 얘기한 뒤 참된 애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논한다. 중요한 것은 충분히 마음 깊이 애도함과 동시에 그 과정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인생길에 꼭 필요한 가치들을 마음 속에 되새기는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참된 애도에 대해 이 정도 수준까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반성하는 마음과 더불어 이제부터라도 애도할 일이 생길 경우 저자가 이 책에서 얘기했던 것들을 몸소 실천할 수 있도록 내면의 깊이를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가치있는 중요한 것을 배운듯한 느낌이 든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에는 휴식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사람들마다 휴식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일 수 있겠으나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머리를 비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이라 말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과연 나는 내 몸과 마음에 대해 저자가 말한 의미의 진정한 휴식을 줬는지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휴식을 한다면서 몸과 마음을 혹여나 더 피곤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휴식은 진짜 말그대로 휴식 그 자체여야지 그이상도 그이하도 되어서는 안된다.

무언가 완벽한 대상이 있고, 그곳에 다다르면 모든 게 완성되리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 P131

힘겹게 다다른 곳 자체를 목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관계와 배움에 가치를 둔다면, 우리에게도 정점의 허망함을 이겨내고 또 다른 불빛을 찾아나설 힘이 생기지 않을까요. - P131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P131

어쩌면 노인에게는 대어를 잡는 것보다 매일 바다로 나가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P132

노인은 결코 몰락하지 않습니다. 더 큰 물고기를 잡고야 말겠다는 욕망은 분명했지만 그것만이 삶의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허망함을 느낄지언정 내일 또다시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 노인의 삶이 바로 인간의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 P133

인간은 누구나 망망대해에 홀로 선 고독한 존재입니다. 처음부터 그럴듯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해 두고 달려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평범한 삶을 살면서 하나씩 목표를 만들어가니까요. - P133

꿈꾸기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실패하더라도 치열하게 욕망했던 삶의 태도는 우리 마음에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그 태도와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자양분이 됩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시간이 쌓여서 또 다른 꿈을 꾸게 해주는 거죠. 망망대해에 우뚝 선 노인처럼요. - P136

내게 주어진 생을 가장 나답게 살아낸다면, 그 과정을 즐기고 그때 얻은 교훈을 몸에 새긴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는 결코 패배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P136

시험에서 떨어진 학생들도 그 시간을 그저 낭비한 것이 아닙니다. 수험생들 중에는 여러 이유로 공부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고난에 직면하든 한때 자신과 치열하게 싸워봤던 삶의 태도는 그것을 헤쳐나가고 버틸힘이 되어줍니다. 지식은 휘발될 수 있지만 삶의 태도와 지혜는몸과 마음에 각인되기 때문이지요. - P136

우리 생에서 쓸모없는 시간은 없습니다. 쓸모없는 욕망이 없듯이요. - P136

꿈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예외 없이 허무가 찾아올 것입니다. 뭐든 멀리서 바라볼 때는 아름답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잖아요. - P136

선과 악 그리고 아름다움과 추함이 섞여 있는 게 인생입니다. - P137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하는 것을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막상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오히려 허망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내가 추구하는 모든 것, 그 흔들리는 빛이 절대적으로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무언가를 성취해 내고 이루었을 때의 기쁨은 아주 잠시, 아니 찰나에 불과합니다. - P137

그보다 오래 기억에 남아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높은 점수를 받기위해 밤을 새우며 공부하고, 목표한 성과를 이루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시간의 기억이 아닐까요. - P137

한밤중에 상어 놈들이 다시 공격해 오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놈들과 싸우는 거지. 죽을 때까지 싸울 거야." 그가 말했다. - P137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누구나 고독한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 P137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면서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나가면 무너지지 않고 계속 욕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내일도 무너지지 않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향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 P138

가난은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성공이라는 신화를 쓰기 위한 극복과 극기의 과정이겠지만, 그 가운데에 있는사람에게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아득함과 절망감만 안겨줄 뿐입니다. 변화와 발전의 서사가 아니라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절망감과 무기력의 서사, 정지와 멈춤의 서사입니다. - P142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삶의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 때로는 삶이나 죽음을 달관하는 사람,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사람 등 제각기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죠. - P144

알베르 카뮈의《이방인》은 죽음과 애도를 주제로 삼온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은 것이 빌미가 되어 죽음에까지 이른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 P144

사회가 원하는 슬픔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단죄할 수 있을까요? - P145

좋은 이별과 좋은 애도란 무엇일까요. 이별로 인한 슬픔이 닥쳤을 때 가장 좋은 애도의 방식은 영원히 슬픔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그와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는게 아닐까요. - P146

충분히 기억하고 애도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겐 또 다른 만남과 생을 이어나갈 힘이 생깁니다. - P146

특히 비극적인 사건이나 역사적 상흔을 남긴 일일수록 그 모든 과정과 감정을 더욱더 또렷하게 기억해서 그때의 비극과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자의 삶에 녹여내면 좋겠습니다. - P147

가장 중요한 것은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가슴 아프다‘는 이유로 슬픔을 억누르거나 외면하지만, 끊임없이 슬픔을 상기하고 기록할 때 애도는 힘을 발휘합니다. - P147

저는 비극이 갖는 공동체적 효용 역시 분명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다 함께 슬픔을 기억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지켜왔던 가치, 그리고 앞으로 지켜야 할 가치를 되짚으면서 더 나은 사회와 미래를 열어나갈 힘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 P147

왜 우리는 슬픔이나 이별을 오래도록 기억하려 들지 않을까요? 아마도 부재하는 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이 느껴지기 때문일겁니다. - P147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 P148

상처는 늘 흉터를 남깁니다. 그런데 때로는 우리 삶이 계속되는 한 잊지 말아야 할 상흔도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상기하며 살 필요도 있지요. 그것은 삶의 새로운 가치가 되기도 합니다. - P149

어떤 고통을 겪든 결국엔 살아남아 생을 이어가야 한다 - P149

우리는 누구나 ‘그러나저러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걸 깨닫게 되면 허무에서 헤어나 다시 살아나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생의 공허감이 일상을 지배하고 삶의 목적이 사라져 의미가 상실되었을 때도, 모든 걸 내려놓을게 아니라 그것 역시 삶이라고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죠. - P152

살다 보면 인생의 시계가 멈춘 것 같은 시기도 있습니다. 모든 인생이 매 순간 충만할 수는 없고 늘 활기찰 수도 없잖아요. 언젠가는 이 시간 또한 지나가고, 견뎌낸 시간만큼 다음 삶을 살기 위한 걸음을 뗄 용기와 힘을 줄 거라고 믿어야겠죠. - P152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 P153

품격 있는 죽음을 위해 일생에 걸쳐 자존감을 높여나가는 것이 어쩌면 삶의 이유일 수도 있겠다 - P154

영혼이 허기질 때 읽으면 좋을 만한 소설을 하나 소개하고 싶습니다.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 소설인《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입니다. - P157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갖는다는 건 한편으로 나 혼자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죠. - P158

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고 부르셨다. - P159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 P159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는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치는 게 좋아." - P161

운동뿐만 아니라 예술 활동처럼 몰입이 가능한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보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 P164

사람들이 힘들게 무언가를 해냈을 때 성취감뿐만 아니라 편안한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이 몰입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 P164

제 경험을 돌이켜 봐도 진정한 휴식은 편안히 누워 뒹굴거릴 때가 아니라 무언가에 진심으로 몰입해서 시간도 공간도 잊어버렸을 때 얻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물론 몰입하는 대상이 특별한 목적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이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 P164

지긋지긋한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진심 어린 몰입이라는 휴식은 우리를 안전하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 P164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작은 나무‘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라는 존재 자체에서 휴식을 느끼듯이, 우리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감해주는 존재에게서 따스한 휴식을 경험합니다. - P165

저를 있는 그대로 오롯이 인정해 주고 공감해 주는 친구들은 존재 자체로 저의 휴식처가 되어줍니다. - P165

긴 시간을 낼 수 없을 때는 익숙한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보내보라 - P168

나의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물질적인 공간이라도 마련해 보면 어떨까요? 그 공간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초라해도 상관없어요. 정말 작은 공간이라도 상관없고요. 오로지 나만의 취향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다면
‘나만의 독립된 공간‘은 그 자체로 휴식처가 되어줄 것입니다. - P169

편안하고 조용한 나만의 공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머리를 비우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휴식 아닐까요? - P170

진짜 휴식하려면 본능적인 부분부터 행복감을 느껴야 해요. 쉬고 싶다면 ‘배는 채우고 머리는 비우세요‘. 아, 물론 조금은 원초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P170

모두가 이런 무위(無)의 시간과 적막의 순간을 좋아하죠. 우두커니 앉아서 복잡한 머릿속을 완전히 비우고 멍해지는 시간을요.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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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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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부분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지요. 그럴 때 우리는 상상 속에서 찾고 추측하고 조각을 맞춥니다.]

이 책에 수많은 문장이 나오지만 이 문장만큼 이 소설을 잘 나타낸 문장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자평에도 간단하게나마 써놓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설정해 놓은 소설의 구조가 참 신박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크게 대표적인 두 인물로 린샹푸와 샤오메이를 들 수 있는데, 앞에서는 린샹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고, 뒤에서는 샤오메이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욘 포세 작가의 《보트하우스》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 작품을 보면 두 사람이 동일한 사건에 대해 각자 자기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원청'의 소설 구조도 이와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두 사람이 함께 겪었던 일들에 대해 두 사람의 생각을 대비시키며 읽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입체적인 감상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이 소설을 쭉 읽다보면 두 사람이 겪었던 일들이 시점적으로 불일치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뒷부분까지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다. 앞의 린샹푸의 관점에서 물음표나 빈칸으로 남겨져 있던 부분들이 뒤에 나오는 샤오메이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그 궁금증이 어느정도 해결되는 것을 보며 저자의 이야기 전개 방식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장편의 소설임에도 지루하지 않았고 긴장감을 유지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소설에는 일일이 세는 것이 힘들만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위에서 언급한 린샹푸와 샤오메이를 비롯해 아창, 천융량, 리메이롄, 구이민 등이 핵심 인물이고 악당으로 등장하는 장도끼를 비롯한 토비들, 핵심 인물들의 수많은 자녀들 등 정말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온다. 물론 이 작품의 가장 핵심은 린샹푸와 샤오메이 두 사람이기에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작품을 읽어나가는 걸 추천드린다.

내 경우 처음 읽을 때는 등장인물의 관계도 같은 걸 일일이 따져보지 않고 그냥 쭉쭉 읽어나갔는데, 리뷰를 쓰기위해 밑줄쳤던 문장들을 다시금 읽어보면서 인물들간의 관계도가 어느정도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너무 세세한 관계도에 연연하며 읽다보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기에 노파심에 적어봤다. 물론 한 번에 인물들간의 관계도가 다 이해된다면 감사할 일이다.

이외에도 이 작품을 읽다보면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뼈있는 문장들도 볼 수 있다.

몇 가지 문장만 간단하게 인용해보면,

[천만금의 재산을 가진 것보다 얄팍하더라도 기술을 가진게 낫지, (중략) 재산은 아무리 많아도 탕진할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술은 탕진될 리 없었다]

[그는 당나귀를 토닥이며 슬픈듯이 말했다. 항상 내 곁에 있는 건 너 뿐이구나]

뭐 이런 문장들이다. 리뷰 쓴다고 밑줄 쳤던 문장을 다시 읽어보다가 와닿는 문구들을 적어 봤다.

소설의 구조, 등장인물들, 뼈있는 문장 등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봤다. 또한 여기 자세히 적지는 못했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에서 내 나름대로 교훈적인 메시지들도 느껴볼 수 있었다.

샤오메이의 도둑질과 아창의 거짓말을 보면서 사람이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 린샹푸가 원청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말투나 여러가지 단서에 기반해 시진으로 향하는 모습에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얻더라도 결국 최종 결정은 자기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해야 한다는 것, 묘령의 여인이 구퉁녠을 외국에 일꾼으로 팔아버리는 장면과 토비들의 만행을 보면서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결국 돈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등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로부터 추출한 교훈들이 비단 그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도 예외없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을 보며 문학의 힘이 이런 교훈을 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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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과 관련있는 추리소설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따로 이쪽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쪽 업계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자의 얘기에 따르면 이 분야는 도서 시장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꾸준히 명맥을 이어 오고는 있다고 한다.

또한 앞선 포스팅을 포함하여 이 ‘업계인‘이라는 챕터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출판사 직원들도 결국 매출의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저 책이 좋아서 출판사에 입사했는지는 몰라도 자기가 속한 출판사에서 출판했거나 출판 예정인 책들이 잘 팔리지 않을 경우 당장의 수익성에 있어서 타격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포스팅에서 저자가 이 쪽 업계인들이 다들 제일 먼저 살펴보게 되는 것이 판권면이며 자신들이 본업을 대하는 태도가 결코 정신적이지 않다는 고백(p.150)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익성을 배제한 채 어떤 것을 생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비단 여기서 언급한 출판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업계에 통용될 것이다. 업계인으로서의 진솔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업계인에 대한 얘기 다음에는 철학자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개인적인 독서의 깊이가 얕아서 이 책에 나오는 유명한 인물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읽으면서 한 번씩 찾아보고 하면서 꾸역꾸역 읽어나가고 있다. 중간중간 저자가 던지는 촌철살인의 문장들은 뭔가 내 머릿속에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느낌이었다.

p.172에 밑줄친 문장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소크라테스나 보들레르라는 이름의 가치는 쓸모 있는 생각을 통해서 입증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 이름들이 생각의 가치를 보증하는 일 따위는 없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면서 독자인 나는 껍데기와 알맹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껍데기는 껍데기일 뿐이고 핵심은 껍데기 안의 쓸모 있는 알맹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살다보면 내면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더 집착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겉모습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일에는 소홀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는 게 살짝 아쉬울 따름이다. 요즘 시대가 알맹이라는 본질보다 껍데기라는 겉모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게 현실이기는 하나 이러한 시대일수록 알맹이에 더 집중하고 키워나가는 것이 위기의 순간이 닥쳤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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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글은 지하철의 교통약자석과 관련된 이야기다. 저자가 자신이 직접 겪었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도덕과 법에 대한 생각을 기술해놓았다. 독자인 나는 이 내용을 읽으면서 우리나라가 법치주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모든 것을 일일이 세세하게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기에 도덕이 하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는 게 핵심적인 저자의 생각이라고 느꼈다. 생각을 좀 더 확장해보자면 이러한 역할이 있기에 초중고 교육에도 도덕, 윤리 같은 과목을 아직까지도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러한 과목들이 대학에 진학하는데 국영수만큼의 큰 비중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겠다는 나름의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주제를 바꿔서 ‘자유‘라는 것에 대한 얘기들도 등장한다. 특별히 p.180, 181에 밑줄친 내용들에 공감이 많이 갔다. 핵심은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실제로 저말이 나온 것은 한참 전이지만 자기 색깔대로 살아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뒤이어 나오는 얘기는 궁극에는 정치와 관련이 있어보였다.

˝우리 사람 되기 어려워도 괴물은 되지 말자.˝

이 대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생활의 발견》에 나왔다고 한다.

저자는 이 대사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는다. 그러다가 권력과 정치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면서 정치의 속성에 대해 얘기한다. 적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명제를 통해 왜 정치인들이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고 죽자살자 물어뜯고 뜯기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정치의 속성을 조금이나마 느꼈다고나 할까...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에서는 가상 인터뷰에 대한 저자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 수능시험 같은 각종 시험에 이러한 형식의 문제가 출제되는 것을 거론하면서 과연 이런게 교육적으로 효과가 얼마나 있겠는가 하는 약간의 회의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새롭고 참신한 시도같아 보이지만 핵심을 깊게 파고들어가보면 결국은 그게 그거라는, 다 똑같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궁극적으로 알맹이는 동일한데 굳이 복잡하게 만들어서 작성자를 굳이 피곤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했다.

추리소설은 "완전히 불가해한 사건의 완전히 합리적 해명"을 목표로 하는 장르 - P153

출판업계에는 죽어 있던 책이 몇 년 뒤 운 좋게 부활하는 이야기들이 꽤 있다. 대개 출판사나 번역자, 제목 중 하나 이상이 바뀌거나, 영화화되어 주목받는 방식이다. - P155

상업성이 없다는 것은 환상문학의 가장 큰 비밀의 하나다. 왜 상업성이 없을까? 앞에서 ‘문학사적으로 소멸한 장르‘라는 말을 썼는데, 그 실질적인 의미는 ‘무섭지 않다‘이다. 그것은 독자들의 독후감에서 쉽게 확인된다. 왜 무섭지 않을까? 100년, 200년 전 독자에게 통하던 기법이 지금 효력을 발휘할 리가 없지 않은가. 거기에서 사용된 클리셰들, 예를 들어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는 지금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영화 등을 통해서 훤히 알고 있을 정도이다. - P157

환상문학이 고전 총서류에 포함되면 단행본으로 냈을 때보다 더 팔리는 수수께끼는 복잡한 것이 아니다. 19세기 유령 이야기가 상업적 자립성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 P157

환상문학 기획자 앞에 놓인 판매라는 과제는 이중적이다. 출간된 책의 판매를 궁리하기에 앞서서 출간 자체가 가능해야 한다. 회사가 자신의 기획을 사 줘야 하는 것이다. - P157

회의가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적합한 구조로 되어 있을 뿐이다.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동료라고 해서 기획에 찬동해 주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든 일이다. - P158

이런 까다로운 경우 정면 승부보다는 기존에 확정된 기획에 슬쩍 올라타는 방식이 언제나 훨씬 쉬웠던 것 같다. - P158

편승이 가능해 보인다고 과욕스러운 탑승 리스트를 만드는 건 어리석다. 리스트가 회의에 부쳐져 검토되는 것은 편승 전략을 원점에 돌리는 일이니까. 당신이 정말로 그 책을 내고 싶다면 회의를 최대한 건너뛸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여기에서 주의할 것은, 기존 기획의 편승이든 확장이든 회사의 방침을 실현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이다. - P158

기획자는 회사에 본인의 제안을 제출하기도하지만 회사의 방침을 이해하고 구체화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 P159

우리는 원칙적으로 홍보에 두 가지 차원, 즉 받는 이가 예상 가능한 정보와 예상 가능하지 않은 정보가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실제로 독자의 선입견을 넘어서는 정보를 집어넣을 공간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진부한 말 한두 마디를 뺄 수 있다는 건 한두 마디의 다른 이야기를 넣을 드문 기회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때 장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있다면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P159

"한 장르에 정치성을 불어넣어 젊은 세대에게 참신한 것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업계인은 알게 된다. 스스로가 그런 의미 부여에 동의하는가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 P160

사실 출판은 각 출판물들이 그보다 큰 단위의 이미지에 기여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그보다 작은 단위의 판매에 기여하도록 하는 게 이상적이다. 단권, 총서, 브랜드의 상호기여라는 점에서 출판 홍보는 애초에 편승의 원리가 지배하는 곳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 P160

사실 편승이라는 말 자체가 또 다른 기획자에 의한 간섭을 뜻하는 것 - P161

기획자는 자신이 제안할 수 있는 다수의 목록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고, 기존의 기획을 편승에 적합한 것으로 변형해 볼 수 있는 약간의 상상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책을 내기 위해 필요한 절충의 범위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 P161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기획자도 있다.
한 명의 이상적인 기획자를 가정해 보자. 유능한 그는 ‘편승‘
을 우리처럼 눈에 띄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행하는 편승은 결코 편승으로 보이지도 않을 것이고 그의 제안은 아무런 수상한 느낌 없이 받아들여질 것이다. - P161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는 때가 ‘보이지 않는 기획자‘가 얼핏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인 것이다. - P162

"나는 오랜 투쟁 끝에 용기를 끌어내어 무언가를 실행한 후에는 언제나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느꼈다. 너는 기는 것을 그만두고 걷기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책임질 일을 찾아서 그것을 수행하려고 노력해라." - P169

곤경이 시작되면 철학은 멈춘다는 세간의 격언이 있지만 비트겐슈타인과는 무관한 얘기였다. - P169

우리는 별로 하고싶지 않은 주제의 대화를 거절할 권리가 있다. 이것은 실로 인간의 평안을 좌우하는 권리인데, - P171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는 아도르노의 말 - P171

적절하지 않은 이야기를 악의 없이 꺼내는 것. 이것은 참을 수 없는 일 - P171

소크라테스나 보들레르라는 이름의 가치는 쓸모 있는 생각을 통해서 입증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 이름들이 생각의 가치를 보증하는 일 따위는 없는 것이다. - P172

철학자들의 전기를 보면 벼락같은 한마디로 주변인들의 인생을 혼란에서 구해 주는 이야기들이 없지 않다. - P172

이름이 지식은 아니고, 착한 말이 선은 아님 - P173

어떤 종류의 배움은 선생이 학생의 존경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학생 역시 선생의 존경을 획득해야만 성립이 가능한 듯하다. - P173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은 교통약자를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자, 어린이 등‘으로 정한뒤, 이들을 위해 교통약자석을 설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 P174

우리는 사소한 거짓말을 뱉은 뒤 비참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낼 때가 있는데, 자격 없이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는 기분도 그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P176

교통약자석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치르는 일종의 도덕 시험이다. 거짓말과 다른 점은, 거짓말은 자신의 것만 바로 알수 있을 뿐이지만 교통약자석 위반은 마치 극장처럼 되어있는 지하철 좌석 구조 때문에 누구나 잘 관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176

만일 코로나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도덕적인 역량이 필요하다면, 그게 이런 일상적인 연습 없이 갑자기 발휘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P176

말년의 저서《학부들의 논쟁》(1798)에서 칸트는 썼다.
"선은 자유 상태에서만 발생할 수 있을 뿐이다." 국가는 국민을 선하게 만들 수 없고, 단지 자유를 줌으로써 스스로 선하게 될 기회를 줄 수 있을 뿐이라는 뜻으로 읽었다. - P176

뭐든지 세밀하게 법으로 정해 놓는 이상적 사회가 있다면 개인은 도덕적 판단을 안 해도 되니 편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선 위법 아닌 것은 모조리 당당하게 합법이고, 구성원들은 서로가 도덕적 백치임을 발견하고 새삼 놀랄 뿐일 테니까. - P176

"영국인들은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여기지만, 이는 심한 착각이다. 그들은 단지 선거일에만 자유로울 뿐이며, 다음날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 18세기 사상가 루소의 이 말은 선거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인용구일 것이다. - P178

루소의 말은 『사회 계약론』(1762)에서 ‘대의제‘라는 장에 나오는 것으로, 시민들이 주권을 대표자에게 양도하는 한 자유롭게 사는 건 꿈같은 일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 P178

"그들은 자기 생각을 그렇다 아니다로 그 자리에서 말하지 못하는 겁쟁이들을 싫어한다.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면 그들은 당신을 불쾌하게 하지 않을 것이고, 무슨 짓을 하든 내버려 둘 것이다." 불법만 아니면 말이다. - P180

‘내버려 둔다‘는 일단 두고 보다가 나중에 거두어들일 수도 있는 허용이나 관용이 아니라, 무조건적이고 항구적인 무관심임이 밝혀진다. "그들은 남의 얼굴을 쳐다보지 말라고 훈련받은 것이 아니라 정말 자기 일 말고는 관심이 없다." - P180

에머슨의 요점은, 자유에는 개인적인 용기가 필요하고 집단적인 무관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 P180

내가 신경을 끄지 않고, 시선도 떼지 않고서 어떻게 상대방에게 (그리고 나에게) 자유를 줄 수 있을까? - P180

자녀나 부모, 직장 동료 문제로 힘들어서 상담을 받는 경우, 짐작할 수 있듯 최종 해답은 문제의 인물이 나와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고, 영향 받거나 영향 주려고 하지 말고 무관심해지라는 것이다. - P181

스팅의 노래 중에 「사랑한다면 그들을 놔줘(If You Love Somebody, Set Them Free)」가 있다. 에머슨이라면 조건절은 ‘사랑하지 않아도‘가 더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P181

"우리 사람 되기 어려워도 괴물은 되지 말자." - P182

귀에 들어간 것은 반드시 입으로 나온다는 홍상수 영화의 법칙 - P182

이 편리한 대사가 새삼스럽게 공론의 장으로 불러내진 적이 있다. ‘586세대의 내면 풍경을 절묘하게 보여 주는 대사‘라는 해석도 보았다. 좌절된 이상주의와 타락의 최저선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추락하고 있는데, 바닥이 어딘지 모르는 세대의 두려움과 자성이 표현된 것이라고. - P183

그런 말이 승리감을 준다면, 이게 겉보기처럼 ‘우리 타락하지 말자‘는 권유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너는
‘괴물‘로 추락하는 자리에, 그리고 나는 너를 꾸짖는 ‘사람‘
의 자리에 당연한 듯 배치하는 권력 효과 때문이다. - P183

이 말이 수행하는 것은 권력 투쟁이고, 카를 슈미트의 유명한 말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다."를 교과서적으로 실천한다. - P183

이론상, 정치는 죽느냐 사느냐뿐이다. - P184

"인류에게 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리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인권을 가진 동등한 시민들 속에 적이 있을 리는 없으니까. 우리가 인류를 대표하고 있는 이상, 우리의 적은 사람이라고 볼 수가 없을 것이고 그들은 그에 마땅한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 P184

그 대사에 왜 ‘괴물‘이 나오는가라는 의문은 이렇게 풀린다. 사람을 존중하는 관용적 민주 사회의 역설은 적을 괴물, 사람 이하의 존재로 호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상대를 비인간화시키는 것이 오늘날의 주된 정치 투쟁이다. - P185

지금 과격한 강령을 내세우는 정파는 드물다. 모두가 더 큰 연대를 확보하려 노력하며, 인류의 대변자라도 된 듯한 온건한 메시지밖에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치는 인간에 속하지 않는 괴물들을 절멸시키려는 투쟁이 되어 버리는 역설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정치는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상대가 괴물로 추락하면 우리는 사람의 자리를 독차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 P185

가상 인터뷰는 복화술의 한 형식이다. 아무리 위인이나 천재라 해도 작성자가 아는 것 이상을 말해 주지는 못한다.
그것이 일차적인 답답함이다. 여기에 작성자가 제공하는 이차적인 답답함도 추가해야 한다. 그는 자기가 뻔히 아는 답을 위인(물론 자신)이 말하게 하기 위해서 짐짓 모른 체하고질문을 던진다. 방에는 자기 말고 아무도 없는데 마치 한 명더 있는 체한다. 이런 장면의 괴로움은 작성자가 대개 프로극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 심화되기 마련이다. - P188

‘인터뷰 형식을 차용한 인상주의적 묘사의 시도‘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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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에 있던 푸바오가 얼마전 중국으로 갔다는 뉴스를 봤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었던 푸바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2020년 7월 20일, 아이바오(암컷)와 러바오(수컷) 사이에서 아기 판다가 태어났어요. - P12

태어난 지 18일 만에 눈을 뜨면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눈을 뜬 판다가 되었어요. - P12

아기 판다가 태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에 이름이 생겼습니다. 이름은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의 푸바오, 사랑스러운 보물 아이바오, 즐거움을 주는 보물 러바오에 이어 또 하나의 보물이 선물처럼 찾아왔습니다. - P19

푸바오! 언제나 행복하렴, 나의 보물! - P19

돌잡이 때, 푸바오는 커다란 워토우를 덥석 끌어안았습니다. 돌상 위에 차려진 음식 중에서 워토우는 푸바오의 이름처럼 ‘행복‘을 상징했지요. - P27

워토우: 동물원에서 판다를 위해 개발한 영양빵, - P27

푸바오, 앞으로도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다오! - P27

푸바오의 돌잡이 음식들- 대나무(장수), 당근(건강), 워토우(행복), 사과(인기)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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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4-27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계에서 가장 빨리 눈뜬 ㅋㅋㅋㅋ 주말 잘 보내시길요 ~~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4-27 10:19   좋아요 1 | URL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고 하니 뭔가 의미가 있어보이더라구요 ㅎㅎ 서곡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