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진심인 저자의 얘기를 읽으면서 독자인 나는 과연 내 분야에서 저자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저자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아름다운 열정‘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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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저자가 경기를 뛰고 온 뒤 느끼는 심리상태와 몸 상태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는 마치 우리가 어떤 가슴 뛰는 경험을 한 뒤 느끼는 감정들이나 몸의 컨디션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저자같은 축구선수가 아니기에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나마 비슷한 느낌을 찾아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온 몸에 전율이 돋으면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그런 짜릿한 느낌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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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는 저자의 일터(?)인 런던의 일상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되어 있다. 저자가 ‘집돌이‘라 많은 곳이 소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홈 경기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다디움을 비롯해 런던아이, 하이드파크 등이 본문에 나온다. 책을 잠시 덮고 인터넷으로 해당 장소들을 검색해보니 한 번쯤 방문해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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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나온 이야기들은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18러시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관한 것들이었는데, 여기서부터는 나도 TV로 직접 봤던 것들이라 그랬는지 저자의 글이 좀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본문의 글과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때의 영상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한다. 쉴 때도 나는 축구영상을 찾아본다. 내 경기 영상도 자주 본다. 상황마다 다른 판단을 했을 때를 상상해 본다. 다른 팀이나 선수의 영상을 보면서 잘한 부분과 못한 부분을 찾아내며 공부한다. - P157

훈련과 경기를 위해서 그라운드 안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 P157

어제 경기에서 져도, 파파라치 컷으로 곤욕을 치러도, 다른 엉뚱한 일들이 끊이지 않아도 일단 축구화를 신고 잔디 위에서 축구공을 차는 순간 머릿속에 있던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 P157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도 축구,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도 축구다. 축구만 할 수 있다면 나는 매일 새롭게 태어난다. 컴퓨터를 리부팅하면 속도가 빨라지는 그런 느낌이다. - P157

‘오늘 최선을 다해 행복해야 한다‘라는 아버지의 신념도 나를 지켜 준 원동력이었다. - P157

어제의 일을 계속 끌어안거나 내일을 걱정하는 통에 오늘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내일이 되어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 P157

지금 나는 행복하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오늘 나의 축구는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 P157

운동장을 나와서 혼자 있을 때도 계속 축구만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다른 생각들이 치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아야 했다. - P159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인터넷 가십란이 아니라 푸른 잔디 위다. 그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나를 잡아 준 축구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 P160

내가 아무리 잘해도 경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 P167

이적은 일반 직장인의 이직과 비슷하다. 회사를 옮기는 행위다. - P169

기쁜 일만큼 슬픈 일도 많았다. 꿈만 바라보고 노력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축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 쉬지 않고 훈련했다. - P176

많은 운동선수, 특히 나는 경기를 마친 직후에는 좀처럼 쉽게 잠들지 못한다. 우선 공허함 때문이다. ...(중략)... 아마도 환경이 순식간에 바뀌면서 느끼는 허전함인 것 같다. 그런 환경 급변은 내 신체에도 영향을 끼친다. 경기 중 과다 분비된 아드레날린과 근육을 달궜던 열기가 몸 안에서 금방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정신이 말똥말똥해서 잠을 자기가 굉장히 어렵다. 몸에서 열이 나는 탓에 침대위에서 계속 뒤척이다 보면 새벽 3~4시를 훌쩍 넘길 때가 많다. - P179

30분 정도 천천히 찬물에서 몸을 식힌 뒤에 침대에 누우면 몸이 훨씬 편안하다. - P179

근육 마사지는 한 번에 세 시간씩 걸리는 큰일이다. 연말연시처럼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계속 치르는 시기에는 이런 근육 케어를 매일 받는다. 근육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야 부상도 방지할 수 있다. - P180

무엇보다 컨디션 유지에 제일 좋은 방법이 바로 휴식이다. 훈련과 경기는 한 번에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직업 특성상 짧은 시간에 내 안에 축적한 에너지를 모두 쏟아야 한다. 축구외에 다른 일로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소리다. 하루 중 22시간을 웅크리고 있다가 2시간 동안 폭발시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 P180

훈련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순간부터 다음 날 훈련의 준비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잘 쉬고, 내 몸에 맞춰 개인 운동이나 근육 마사지를 받는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심적 스트레스를 푼다. 그리고 충분히 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 P181

오늘 만족하지 않고 내일 더 잘하고 싶다. 오늘 훈련보다 내일 훈련에서 더 잘하고 싶다. 다가오는 경기에서 이길 수 있게 팀을 돕고 싶다. 훈련이든 경기든 나는 최고가 되고 싶다. 그래야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기회를 허투루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뛸 수 있는 현역 시간도 아주 짧다. 그 값을 치러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 P184

10개월 내내 저녁 10시전에 잠자기, 10개월 내내 정크푸드 먹지 않기. 10개월 내내 자유시간에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쉬기. 10개월 내내 스트레스를 빨리 털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 P183

다행히 영어는 독어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서로 겹치는 단어들도 있었다. - P186

전술적 움직임을 중시하는 분데스리가와 달리 프리미어리그는 선수 개개인의 힘과 피지컬, 속도가 굉장히 중요했다. 개개인이 상대를 부수는 스타일이어서, 반대로 대인 마크도 거칠었다. 무엇보다 경기 템포가 정말 빨랐다. 이런 속도로 90분을 소화하려면 무조건 체력이 필요하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대표팀 선배들이 왜 그렇게 상체 근육을 키우는지 알 것 같았다. 상대와 계속 싸우고 달리려면 근력이 필요했다. - P190

선발 출전은 코칭스태프가 선수를 신뢰한다는 증거다. - P201

영어 적응도 순조로웠다. 아무래도 독일어에 능통하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동료들의 빠른 영국식 억양을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모르는 말이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물어봤다. 영어를 빨리 배우려는 나의 노력은 동료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줬다.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는 자세에서 존중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 게 상책이다. - P203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다 - P203

부상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통증이 아니다. 주전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 P205

지금 감사하며 즐겨야 한다. 나의 행복 철학이다. 그라운드에 서서 축구공과 함께 있는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 행복이다. 어제를 떨치지 못하거나 내일을 걱정하는 삶은 오늘의 행복을 방해한다. - P209

영국에서 나는 ‘스마일 보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동료들도 "어떻게 너는 매일 아침 웃으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거냐?"라면서 신기해한다. 간단하다. 웃어서 행복한 거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라고 다짐한다. - P209

몸값은 숫자일 뿐 내 자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나도 잘 안다. 단, 공평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 P210

내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사생결단으로 반등해야 했다.
무조건. - P216

그라운드 안에서는 모든 게 행복하다. 그곳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제일 잘할 수 있는 축구가 있다. 플레이만 신경 쓰면 되니까 편하다. 골까지 넣는 순간에는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훈련도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끝까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그라운드에서 벗어나면?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 P217

계속 강조하지만 ‘손흥민 존‘은 재능이 아니라 훈련의 결과다. 2011년 여름의 지옥 훈련을 시작으로, 시즌 중에도 일정 기간 이상 선발로 출전하지 못할 때마다 아버지와 나는 따로 슈팅 훈련을 가졌다. 함부르크 두 번째 시즌에는 6개월 동안 매일 슈팅 훈련을 하기도 했다. - P219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고, 반대로 재수가 좋으면 골키퍼에게 걸려도 골이 들어간다. 요즘 말로 ‘될놈될‘이다. - P21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강하게 튀어오른다‘라는 표현을 썼었다.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부진에서 벗어나면 정상 궤도 복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 P221

나는 항상 내 기록을 챙긴다. 지난 시즌보다 잘하는 것이 기본 목표이기 때문이다. - P223

타임머신이 있다면 1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찾아가 "괜찮아. 좋은 날이 올 거야"라며 어깨라도 두드려 줄 수 있을 텐데. - P224

결정적 참고서는 내 플레이 영상이다. 사실 팬들이 편집해서 올린 골 모음 영상도 몇 번씩 돌려 본다.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고, ‘저기서 다르게 해볼 수도 있겠다‘ 라면서 이미지 트레이닝도 한다. - P226

영상으로나 혹은 관중석에서 축구를 보면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경기 안에서는 모든 게 너무 빠르게 돌아간다. 0.0001초의 차이로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이것저것 고민하거나 잴 여유가 없다. 그걸 영상으로 보면 피치 위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옵션들을 찾아낼 수 있다. 그게 정말 큰 공부가 된다. 실제로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 생길 때 써먹어 보는 힌트도 많다. 인터뷰에서 내가 "더 공부해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내가 잘했던 장면도 영상으로 보면 더 잘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 P226

‘있을 때 더 잘해야 한다‘ - P235

성격상 나는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힘들다고 말하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는 사람도 힘들게 한다. - P239

저는 축구 외에는 진짜 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 P242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니까 지루하더라도 웬만하면 집에 있죠. - P243

한 번도, 축구를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축구가 제일 재미있어요. 그러니까 늘 웃을 수밖에 없죠. - P245

어린 친구들이 축구 그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 P246

저희 팀은 항상 축구를 즐기지만 그 어느 팀보다 지는 걸 싫어하죠. - P247

월드컵에서는 우리가 제일 약한 팀이다. 패배가 순리, 승리는 이변이다. 어차피 질 테니까 쓸데없이 기대하지 말라는 비관주의는 아니다. 제일 약한 팀이 원하는 결과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소리다. 자신감? 패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1명 모두가 상대보다 한 발, 두 발 더 뛰어야 한다.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 우리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아야 한다. 두 발로 걸어 나올 생각을 버려야 한다. - P250

한국 축구의 투혼? 월드컵에서 투혼 없는 팀은 없다. 그걸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내 안에서 걱정이 컸다. - P250

‘이대로 돌아갈 순 없다‘ - P252

디펜딩 챔피언에 두들겨 맞을지도 모르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죽기 살기로 하는 수밖에. 아침 식사를 하면서 "축구의 신 11명이 내려와서 우리가 독일을 이기게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 그만큼 간절했다. - P252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그리고 나오는 결과를 받아들인다. 딱 두 가지를 마음에 품고 그라운드로 나갔다.
붉은색 팬들 그리고 태극기가 눈에 들어왔다. - P252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고 깨달았다. 우리는 정말 멋진 팀이었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할 수 있다. 16강에 오르진 못했지만 우리는 또 하나의 위대한 목표를 달성했다. 경기가 끝난 그라운드에 아무것도 남기지 말자는 목표. 그리고 악플과 계란보다, 박수와 응원을 보내 주시는 팬들이 훨씬 많았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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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13: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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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14: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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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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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께서 수십년전에 한 강연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르침이 현 시대에도 변함없이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저자의 깨달음이 얼마나 깊이 있었는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불자가 아닌 분들이 읽어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범용성있는 내용들이 많기에 일반 독자분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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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최재천 교수의《곤충사회》라는 책에서 생태계의 조화를 늘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오늘 본문에서도 그와 비슷한 얘기를 볼 수 있었다. 특정 부분만을 보기보다는 보다 넓고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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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차茶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차에 담겨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차에 관한 실용적인 정보들도 덤으로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그리고 차茶를 마실 때 쓰는 그릇에 관한 얘기도 나오는데, 그릇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게 느껴졌다.

개인적인 얘기를 잠깐 하자면 내 경우 드립백 커피를 즐겨마시는데 커피를 마실 때 주로 사용하는 컵과 텀블러가 각각 하나씩 있다. 솔직히 겉모습만 보면 그닥 특이할 것 없이 평범하게 생긴 것들이지만,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보니 왠지 모르게 정情 같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 저자도 차茶를 마시는 그릇에서 이와 비슷한 정情을 느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전체를 봐야지 어느 한 부분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소위 과학자니 전문가니 하는 사람들도 한 부분밖에 볼 줄 몰라요. 과학을 맹신하지 말고 자연을 이해해야 합니다. - P238

업이라는 것은 우리 마음밭에 뿌리는 씨와 같습니다. 이 업이라는 씨는 인간이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게 업의 파장이고 흐름이에요. 이 흐름은 결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 P240

눈에 안 보이는 것이 영원한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 P242

이 세상 모든 것은 우리가 그것을 눈으로 인식하기 전부터 존재합니다.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해서 꽃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꽃망울 속에 꽃이 들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 P244

안 보이는 상태에서 인因을 쌓고, 그것이 드러나 연緣이 되는 것입니다. - P244

눈에 보이는 것은 사라져도 그 안에 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생명은 우주의 영원한 원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P244

근원적으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변화하는 세계가 있을 뿐이에요.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다른 이름으로 어디선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삶을 사느냐, 어떤 삶을 이루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 P245

우리가 몸으로 움직이는 동작과, 입으로 하는 말과, 마음으로 하는 생각은 모두 업이 됩니다. 업이라는 것은 하나의 행위입니다. 좋은 행동이라든가, 좋은 말이라든가,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업을 쌓게 돼요. 이와 반대로 행동하면 어두운 업을 쌓게 됩니다. 나쁜 업이 자꾸 되풀이되면 하나의 힘으로 변하게 돼요. 그것을 업력業力이라고 합니다. 혹은 업장業障이라고도 해요. - P245

업력이 커지면 이성의 힘으로는 도저히 억제할 수 없게 됩니다. 마치 물리학에서 말하는 관성 법칙처럼 멈추지 않고 계속 가게 돼요. 내 정신으로, 내 의지로 억제할 수 없는 힘, 자제할 수 없는 그런 힘이 되어 버립니다. - P245

모든 것이 그렇듯 문화나 제도가 사람 위에 있을 수 없어요. 차를 마시는 것도 사람, 차를 즐기는 것도 사람이지, 차가 규약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에요. 차는 그냥 마시는 것이고, 그냥 즐기는 것입니다. 과도한 격식은 경계해야 합니다. - P254

흔히 차를 기호품嗜好品이라고 하지요. 기嗜는 즐기다, 호好는 좋다, 이런 뜻입니다. 좋아서 즐기는 거예요. 하지만 적당히 즐겨야지 이를 너무 지나치게 가까이 하면 해가 됩니다. 무엇이든지 그렇지 않습니까? - P256

차는 한마디로 청적淸寂의 세계입니다. 청淸은 맑다는 뜻이고 적寂은 고요하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단순히 맑고 고요하다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의 적寂은 모든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상태, 모든 복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뜻합니다. 조금 다른 의미에서 말하자면 침묵의 세계예요. - P258

차를 마시는 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하나는 생잎을덖은 후 마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발효를 시킨 후 마시는것입니다. 녹차가 전자이고, 홍차나 보이차 같은 것이 후자입니다. - P259

좋은 차는 빛깔과 향기와 맛을 두루 갖춰야 돼요. 이것은 꼭 차만이 아닙니다. 음식도 그래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음식 빛깔이 죽어 있으면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잖아요. 또 그 음식 나름의 어떤 향취가 있어야 돼요.
물론 맛도 있어야 되지요. 이렇게 빛깔과 향기와 맛을 두루갖춘 것이 좋은 차입니다. - P259

너무 쉽게 얻으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니까요. - P262

두 번째로 올라온 찻잎이 좋습니다. - P264

차 생산에는 수량水量도 중요한데, 비를 충분히 맞으면 부드러워집니다. 그래서 두 번째 딴 찻잎이 좋다고 하는 겁니다. 이때 제대로 맛이 숙성이 돼요. 처음 나온 찻잎이라고 해서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런 장삿속에 속지 마세요. - P264

찻잎은 적기에 따야 돼요. - P264

곡우에서 입하 사이에 따는 차가 제일 좋습니다. - P264

찻잎은 아주 섬세해야 돼요. 찻잎이 무슨 고춧잎처럼 커지고 그러면 섬세한 맛이 없어요. 섬세한 차는 양이 많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비싸요. - P264

처음 차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비싼 차 사서 마시지 않아도 돼요. 처음에는 비싼 거 마셔 봐야 뭔지 몰라요. 나중에 차 맛을 좀 알게 되면 그때 사도 됩니다. - P264

차는 보관도 잘해야 합니다. 잘못 보관하면 아무리 좋은 차도 그 맛이 변해요. 녹차는 일 년 지나면 못 먹습니다. - P264

보관이 잘된 차가 좋은 차입니다. 보관은 냉동실에 해야 돼요. 냉장해도 안 돼요. 그런데 차 파는 집에 가 보면 냉동 시설이 없는 곳이 많아요. 그러면 엽록소 보존이 안 돼요. 엽록소가 파괴되면 차의 싱그러운 맛이 사라집니다. - P265

물도 중요합니다. - P265

우리는 그냥 수돗물을 쓰면 됩니다. 정성을 좀 부린다면 하루쯤 받아 놔요. 그러면 침전물도 거를 수 있고 냄새도 사라져요. - P265

차를 우릴 때는 물을 충분히 끓이세요. 그렇다고 또 물을 너무 오래 끓이면 안 돼요. 그러면 좋은 성분이 파괴됩니다. - P266

물이 끓으면 다기를 가십니다. 다기를 가신 후에는 물을 알맞게 식혀야 돼요. 바로 뜨거운 물을 부어 버리면 데치는 거랑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건 참 맛없습니다. 찻잎이 섬세할수록 물을 잘 식혀야 돼요. - P266

우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것에 묘미가 있어요. 너무오래 두면 쓴맛이 일고, 빨리 따르면 덜 우러나요. - P266

홍차 같은 것은 한 잔 우려 마시면 그만이지만, 녹차는 석 잔까지도 우릴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 물을 가득 붓지 말아야 합니다. 잔의 한 절반쯤 차도록 부어야지 처음부터 그냥 가득가득 부으면 먹기 전에 배부르다니까. 한 절반쯤 붓는게 좋아요. 그래야 그 차에 운치가 담겨요. - P267

마시다 보면 저절로 요령이 생겨요. - P267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차 한잔 마시려면 그런 정성, 그런 집중 같은 게 있어야 된다, 그런 정도로 이해하면 돼요. 그래야 차 맛을 알아요. 차를 마셔야 되겠다고 하면 조금은 기원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해야 내 심성이 맑아집니다. - P267

차를 좋아하게 되면 그릇을 따지게 됩니다. "그릇이 있기에 차를 마셔야 된다." 이런 말도 있어요. 좋은 그릇, 아주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그릇이 있으면 차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뜻이에요. 물론 그릇이라는 건 차를 마시기 위한 도구이지만, 차를 마시다 보면 차만 훌쩍 마시는 게 아니고 다기를 매만지는 즐거움이 있어요. 차를 마시다 보면 그릇을 보는 심미안審美眼이 열립니다. - P268

차를 마시다 보면 묘한 것을 알게 돼요. 바로 그릇도 쉬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그릇도 사람처럼 쉬고 싶어 해요. 그걸읽을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돼요. 안 그러면 나중에 꼭 그릇이 깨지더라고. 그릇도 쉬게 해 줘야 돼요. - P269

엄마들도 아이 표정을 보면 아이 기분이 어떻다는 걸 그냥 알 수 있잖아요. 그렇듯이 그릇도 표정을 짓습니다. 다기가 됐건 항아리가 됐건 그릇이 쉬고 싶어 할 때는 쉬도록 해 줘야 돼요. - P269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 너무 피로해서 쉬고 싶어 하면 그걸 읽을줄 알아야 해요. 그릇에 대한 것이든 사람에 대한 것이든 무감각한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해요. 사랑을 지닌 사람만이 내면을 읽을 수 있습니다. - P269

그릇에는 두 개의 생애가 있어요. 하나는 전반생前半生 이고 하나는 후반생後半生입니다. 도공이 그릇을 막 만들었을 때, 그때 그 그릇의 생은 전반생입니다. 이때는 절반의 생명밖에 없습니다. 그릇을 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릇을 쓸 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때 후반생이 부여됩니다. - P269

처음에는 만든 사람의 입김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조금 낯설고 생소합니다. 그러다 그릇의 아름다움을 내가 발견하고 그릇의 쓰임새를 알면 그때부터는 내 따뜻한 정이 그릇에 들어갑니다. 내가 혼을 불어넣는 거예요. 그러면 그릇이 달라집니다. - P270

우리가 아무렇게 막사발로 쓰던 것을 다기로 써요. 그릇이 지닌 아름다움, 새로운 생명력을 캐낸 것이에요. 만든 사람은 그런 걸 생각을 안 하고 만든 것이지만, 쓰는 사람이 그걸 발견해 낸 거예요. 그걸 발견해 내는 눈을 가진 거예요. - P271

사람도 그렇잖아요. 누군가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야 돼요. 짝을 제대로 만나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좋은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요. - P271

여행을 할 때 어디를 가느냐, 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누구와 함께 가느냐, 이게 중요한 거예요. 여행길에서 스승을 만날 수도 있고 원수를 만날 수도 있는 거예요. - P271

여행길이 그런 것처럼 인생길도 마찬가지입니다. 길벗을 잘 만나야 돼요. 그리고 또 내가 좋은 길벗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비록 전반생은 힘들고 어려웠더라도 후반생이 빛이 납니다. 스승은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 P271

차의 성질이 그러하듯이 다기도 단순하고 수수한 것이 좋습니다. 수수해야 돼요. 어떤 그릇은 처음 보면 화려하고 예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그릇들은 쓰다 보면 싫증이 나기도 해요. 수수하고 무던한 거, 그게 좋은 거예요. 그런 그릇이 오래갑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좋은 친구는 담담한 차와 같고 수수한 다기와 같습니다. - P271

그릇도 수수하고 무던한 것, 마음 편하게 두고 쓸 수 있는 것이어야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싫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마음이 가닿았다는 뜻입니다. - P272

차를 마실 때는 사람이 많으면 안 된다고 해요. 사람이 많으면 시끄러울 수밖에 없고, 시끄러우면 아늑하고 그윽한 분위기를 맛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즉 아취雅趣가 줄어듭니다. - P274

차를 마실 때, 나 홀로 마시는 것을 이속離俗이라고 해요.
세속을 떠났다는 의미예요. 차를 마시는 가장 높은 경지입니다. 또 둘이 마시면 즐겁다고 해요. 서넛까지도 괜찮아요 그런데 다섯이 넘어가면, 이건 참 곤란해요. 그때부터는 차 마시는 거 아니에요. - P274

번잡하게 여럿이 먹으면 그건 차한테 미안한 일입니다. 차는 좋은 친구와, 마음 활짝 열어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와 마실 때 즐겁고 좋은 겁니다. 이 즐거움이 마음을 포근하게 해요. - P276

또 차를 마실 때는 모든 일손을 놓아야 돼요. 마음이 한가해야 됩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다기도 매만지고 차의 빛깔과 향기도 음미해 보세요. - P276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함께 나눌수 있는 마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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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운 구도자가 되는 길‘이라는 주제로 내용이 이어진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불교의 가르침에 일정부분 융통성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좋게 표현하면 ‘유연한 사고방식‘ 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수순중생隨順衆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생의 뜻이나 바람에 응하여 주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 P210

출진出塵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진塵, 즉 티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번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P210

"불도를 배우는 사람은 먼저 가난해야 한다. 가진 것이 많으면 반드시 그 뜻을 잃는다. 진정한 수행자는 한 벌의 가사와 바리때 외에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 거처에 집착하지 않고 모세暮世에 마음 쓰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불도에만 전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정진하는 사람은 저마다 그 분수에 따라 이익을 얻는다. 가난한 것이 불도에 가깝기 때문이다." - P211

선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주어진 가난이 아니라 우리가스스로 선택한 가난, 절제된 생활입니다. - P211

불도를 배우는 사람은 일을 미루어 뒷날을 기약하거나, 그때 가서 수행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이때를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하루하루 부지런히 정진해야 합니다. 세월은 결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 P211

지금 어디를 향해서 나의 걸음을 내딛고 있는지, 하루하루를 헛되이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물으십시오. - P212

"비록 그 지위가 높다 할지라도 언제 어떤 일이 그대 신상에 일어날지 알 수 없소. 거기에다 지금 그대의 마음은 마치 섶에 불이 붙은 것처럼 교만의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지 않소, 이것을 위태롭다고 하지 않고 뭐라 하겠소." - P214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것이오." - P215

누구나 알 것 같고, 실제로 안다고 생각하는 이 간단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가장 행하기 힘든 것입니다. - P215

나쁜 짓 하지 않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착한 일을 행할 때 그 마음은 저절로 맑아집니다. 우리가 착한 일을 하게 되면 내 마음이 저절로 맑아져요. 또한 열린 그 마음이 착한 일을 하게 됩니다. 마음의 바탕은 본디 선한 것이기 때문에그렇습니다. - P216

신앙생활은 한마디로 마음을 맑히는 일입니다. - P216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투명한가, 얼마나 열려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건 시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불교에 귀의한 지가, 어떤 신앙을 믿게 된 지가 오래됐다고 해서 마음이 더 투명하거나 맑은 것은 아닙니다. - P216

사실 종교적인 이론이라는 것은 공허합니다. 경전 읽고 어록 읽고 해도 한없이 공허하거든요. 많이 알려고 하지 마세요. 많이 알수록, 많이 보고 들을수록, 거기에 걸려서 실제로 행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론적으로 불교가 무엇인지 모른다 하더라도 자기 본심대로 착하게 살면, 남한테 해 끼치지 않고 하루하루 성실하고 떳떳하게 살면 그게 바른 정신, 바른 종교입니다. 하루하루 행할 수 있으면 됩니다. - P217

아는 것이 너무 많으면 병이 돼요. 아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됩니다. 무학無學이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닙니다. 무학이란 무엇입니까. 많이 배웠음에도 배운 것에 걸리지 않는 상태, 아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입니다. - P217

아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돼요. 배우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배워도 거기에 걸리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학식이 자랑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적게 알면서도 많이 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를 듣고도 열을 행할 수 있다면 그는 바로 듣고 바로 알아차린 사람입니다. - P217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게 쉬운 길이에요. 밝은 표정과 따뜻한 말씨로 이웃을 대해야 합니다. - P217

누군가에게 친절히 대하면 내 마음이 열려서 따뜻해져요. 이건 우리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겁니다. 친절히 대하면 저쪽과 이쪽의 문이 열려 서로 친밀감을 갖게 됩니다. - P218

누가 나한테 불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내가 일찍이 남에게 친절을 베풀지 못한 것이 돌아오는 것입니다. - P218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 친절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을 그때그때 열어야 돼요. 마음이 열려야 갈등과 대립이 사라집니다. 마음이 열려야 하나를 이룰 수 있어요. 이것은 개인도 그렇고 가정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습니다. - P219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 P219

집안에 어떤 갈등이 있다면 남편과 아내가, 부모와 자식이 서로 마음을 열지 못한 거예요. 마음이 열리지 않은 상태예요. 뭔가 뒤틀려서 그냥 건성으로 데면데면하게 지내게 됩니다.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 마음을 맑히는 그런 훈련을 해야 해요. - P220

"평상심이 도道다. 일상적인 그런 마음가짐이 바로 도다. 도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마음 씀씀이가 바로 도다." - P220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면, 미워하고 원망하는그 어두운 기운이 내 자신을 감싸서 괴롭힙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사랑하고 따뜻하게 대하면 사랑과 따뜻한 기운이 나를 감싸요. 나를 즐겁게 해요. 무엇을 선택할지는 자명합니다. 이와 같이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그 업의 힘으로 움직입니다. - P220

과일에 씨앗이 들어 있듯이 살아 있는 목숨에는 죽음의 씨앗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 P221

절에 다니시는 분들은 중음신中陰身이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사람이 죽은 뒤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의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 P221

떠도는 넋들, 어디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넋들을 중음신이라고 그래요. 잘못 살아온 그 후회 때문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끝없이 방황하는 넋이에요. - P221

위령제를 지내고, 사십구재를 지내고 하는 것은 중음신을 천도薦度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도 중음신이 있을 수 있어요. 마음의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쏠려 다니는 사람은 이미 중음신이거나 중음신이 될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 P221

부질없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한 생애가 결코 길지 않아요. - P221

불교 기초 교리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업業만 남아 생을 따른다." 이런 법문이 나옵니다.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업만 다음 생으로 이어진다는 뜻이에요. - P222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에게나 이웃에게나 빛이 되고 도움이 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저마다 한몫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공연히 엄마 배나 아프게 하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 P222

우리가 좋은 일을 하면 이 세상이 좋은 기운으로 채워져서 살기가 좋아집니다.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하면 그 나쁜 기운 때문에 살기가 어려워집니다. 내가 좋은 일을 하면,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좋은 일을 하면 우주는 좋은 기운으로 채워집니다. 비록 우주가 무변광대無邊廣大하더라도 그 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습니다. - P223

위기의 본질은 결코 모자람에 있지 않습니다. 결핍이 아니라 과잉이 문제입니다. 함부로 생산하고 함부로 낭비해 버린 것에 원인이 있어요. 애당초 지구 자원이 모자라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닙니다. 인류에게 충분한 자원이 주어졌는데도 마구잡이로 탕진하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 탕진의 뒤편에는 과잉 생산과 무분별한 낭비가 합작해 낳은 괴물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괴물이 깨어나 지금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 것입니다. - P224

『법구경』에 보면 이런 말씀이 나와요.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착한 마음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그 주인을 따르듯이." - P225

마음이 천당도 만들고 지옥도 만듭니다. 마음이 근본입니다. - P225

"선한 일은 서둘러 행하고, 악한 일로부터는 마음을 멀리하라. 선한 일을 하는 데 게으르면 그의 마음은 벌써 악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 P225

자꾸 뭘 미루지 마세요. 미루는 것은 악을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선한 일을 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 P226

서두르십시오. 서둘러도 늦습니다. 선한 행동을 하는 것에는 부지런함이 있을 수 없어요. - P226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루에 한 가지라도 착한 일을 하여 남을 도울 수 있다면 그날 하루는 헛되이 살지 않고잘 산 날이 될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삶에 가치와 의미가 더해진 것입니다. 길에 떨어진 휴지 하나 줍는 일을 가볍게 보지 마세요. 작은 선행이란 없습니다.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서 항아리를 채우고 강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하는 악업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마십시오. 불씨 하나가 온 산을 모두 태우는 법입니다. - P226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왔습니다." - P226

좋은 목적은 좋은 수단이 동반될 때 비로소 완성이 되는 것입니다. - P231

삶은 미래가 아닙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이에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합니다. 바로 지금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아야 돼요. - P231

우리는 흔히 현재에 살면서도 생각은 과거에 두고, 또 오지도 않은 미래 쪽으로 달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가 소멸되고 말아요. 내 몸뚱이만 현재에 걸려 있지 실존은 현재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 바로 현재 이 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하십시오. - P232

시는 대체로 짧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짧은 시라도 읽는 데에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한 호흡, 한 호흡 긴 숨결로 음미해야 합니다. 시를 앵커가 뉴스 대본 읽듯 해서는 안됩니다. 느리게 그리고 깊게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의 참맛을 알 수 있어요. 이것을 올림픽 구호 외치듯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읽어서는 정신의 심연에 이를 수 없습니다.
‘더 느리게, 더 깊게, 더 울림 있게‘ 읽어야 합니다. - P233

느리게 시를 읽으십시오. 느리게 시를 읽으면 속도에 지친몸에 생기가 돕니다. 사람이 젊어집니다. 컴퓨터 사각 스크린 안에는 인간의 마음이 없습니다. 편리함은 있어도 인간의 향기는 없습니다. 산으로 들로 나가서 만났을 때만, 그렇게 구체적인 접촉을 통해서만 그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 P233

무엇이든지 빨리 이루려고 서두르지 마십시오. 인간이 성숙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씨앗이 움트고 꽃피고 열매 맺기까지는 계절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계절의 순환이 받쳐 주어야 합니다. 오늘 씨 뿌리고 내일 꽃 피기를 바라지 말고, 오늘 꽃 피었다고 모레 열매 맺기를 바라지도 마세요. 미당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던 것이라고. 이 울음의 깊이를 알아야 인간으로서 향기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 P234

문명은 직선이에요. 이때의 직선은 비정함입니다. 자연은 곡선이에요. 이때의 곡선은 다정함입니다. - P234

여유란 단순히 물질이나 시간이 넉넉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넉넉한 것입니다. - P235

인생을 경제 논리로 따지지 마십시오. 시간 낭비라는 말로 삶의 여유를 단죄하지도 마십시오. 경제는 이차적이고 부수적인 것입니다. 일차적이고 본질적인 것이 아닙니다. 인간을 탐구하는 일이 우리 인간의 본질입니다. - P235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 P236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죽으러 가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예요. 인생의 종점은 죽음인데, 시간에 채찍질을 하면 그 죽음에 더 빨리 이르고 맙니다. 반면에 시간을 즐기는 사람은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입니다. 이 밭에 무엇을 심고 가꿀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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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밖에서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마음에서 움트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여기서 파생된 마음가짐의 중요성, 그리고 출가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까지 나오는데,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내용들이 많아서 유익했다.

밖에서 주워 모은 지식? 그런 건 지혜가 될 수 없어요. 그래서 "문으로 들어온 것은 집안의 보배가 될 수 없다."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 P183

지혜는 누군가로부터 배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식은 남에게 받을 수 있지만 지혜는 받을 수 없어요. 지식은 머리에서 자라나는 것이지만, 지혜는 마음에서 움트는 겁니다. 그 지혜는 우리 마음에 꽃으로 피어나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 밖에서 찾지 말라." 이렇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밖에서 주워 모은 것으로는 지혜의 탑을 쌓을 수 없습니다. - P183

마음 밖에서 찾지 마세요. 이 세상 모든 것은 순간순간 새로운 것으로 채워집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릅니다. 비록 거죽은 비슷하여 똑같은 눈매와 똑같은 목소리를 하고 있지만 어제의 나는 이미 죽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는 새로운 나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그렇게 순간마다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 P183

무엇이 똑같아 보인다면 그건 우리 마음속에 과거가 들어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과거를 통해서, 어떤 관념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기 때문에 늘 똑같은 것처럼, 같은 것이 되풀이되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겁니다. - P183

진정한 삶은 순간마다 새롭습니다. 꽃을 보세요. 어제 핀꽃이 다르고 오늘 핀 꽃이 다릅니다. 같은 것처럼 보여도 다릅니다. 그 빛깔과 그 향기와 그 모습이 다르다고요. 순간마다 새로운 이 삶이 종교적 신비예요. 이 신비가 우리를 본래의 나에게로, 본래의 자아에게로 인도합니다. - P184

참된 종교는 인간의 의식, 인간의 가슴을 활짝 열게 합니다. 어떤 사람이 바른 신앙생활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 하는건 무엇으로 알 수 있습니까? 바로 가슴으로 알 수 있습니다.
가슴이 활짝 열려 있는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수 있습니다. 가슴이 겹겹으로 닫혀 있으면 아무리 달변을 늘어놓고, 거짓으로 선행을 해도 가짜임을 알 수 있습니다. - P184

종교는 추상적인 군중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인과 관계를 갖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역이에요. 개인만이 실체를가진 존재이지 조직이나 집단은 실체가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이 변화해야만 개인이 몸담고 있는 사회도 변화의 길을 가게 됩니다. - P184

어떤 수식어가 붙는건 진짜가 아닙니다. 진짜 큰 것에는 크다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수식어 같은 건 없어도 돼요. 엄연한 실체가, 엄정한 존재가 있으니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습니다. - P185

불교는 부처님을 받들고 숭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불자인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부처가 되려는 사람, 스스로 눈을 뜨려는 사람이 진정한 불자입니다. - P186

첫째, 종교적인 사람은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끊임없이 묻는 사람입니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묻는 사람이 영원한 구도자입니다. 참을 향해서끝없이 노력하는, 끝없이 정진하는 구도자예요. 구도자는 어디에도 안주하지 않습니다.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습니다. - P186

둘째, 종교적인 사람은 온갖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킨 사람이에요. 자기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난 사람,
이기심과 야심으로부터 자기를 자유롭게, 또 바람처럼 풀어놓은 사람이에요. - P186

셋째, 종교적인 사람은 물질적인 빈부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가난한 사람입니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자기 분수를 알아서 자제할 줄 안다는 뜻입니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마음에 중심이 잡혀서 평온하다는 거예요.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마음의 가난은 덕이 됩니다. 스스로 자기 삶을 자제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맑은 가난은 미덕입니다. - P187

현대인의 불행은 옛날과 달라서, 결핍이 아니라 과잉에서 옵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불행은 무엇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고 넘쳐서, 그걸 감당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 P187

우리는 내면에서부터 맑은 가난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헛된 욕구도 욕망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면에 있는 맑은 가난을 통해서만 삶의 진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경지에는 아무 갈등도 없고, 어떠한 분란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 P187

내면에 맑은 가난이 없으면, 안으로 찬 것이 없기 때문에 흔들리고 맙니다. 안으로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의 중심이 안 잡혀 있기 때문에 과시하고 허세를 떨고 권력에 편승하고 소유물에 빠져듭니다. - P187

사람들은 마음이 공허할 때 물건을 사들여요.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 공허한 마음이 해소됩니까? 오히려 집착만 더생겨요. 그렇게 사들인 물건은 결국 귀찮은 쓰레기가 되고마음의 짐이 됩니다. 무엇 때문에 돈을 들여서 버려야 할 쓰레기를 사려고 합니까. - P188

버린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가지고 가서 보람 있게 쓰면 돼요. 유용하게 쓰면 되는 겁니다. 내게는 짐밖에 안 되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물건도 윤회를 하는 것입니다. - P189

넷째, 종교적인 사람은 자신이 믿는 종교 그 자체로부터도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종교란 결국 무엇입니까? 일종의 문화현상이에요. 종교를 절대시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는 수많은 문화 현상이 있습니다. 철학이나 예술 같은 분야도 있고 정치나 경제 같은 분야도 있습니다. 이들도 모두 문화 현상입니다. 그중 하나가 종교일 뿐입니다. - P189

종교라고 해서 특별한 게 아닙니다. 종교를 무소불위의 절대적 가치로 보는 것은 종교 자체를 모르는 것입니다. 태초에 종교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사람이 살다 보니까 이러한요소도 필요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어디 조용한 곳에가서 기도하고 싶은 마음, 혼란스러운 정신을 다스리고 싶은 마음, 이런 욕구가 인간 내면에서 일어났고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것이 바로 종교로 이어진 것입니다. - P189

자신의 마음을 어떤 틀에 가두거나 한정해 버리면, 비록 그것이 종교라 하더라도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게 됩니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어요.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마음만이 진리를 발견할 수 있고 크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 P189

《금강경》에 "진리도 버려야 할 텐데, 하물며 진리 아닌 것이랴." 이런 구절이 있어요. 진리 자체에 얽매이지 말라는 거예요. 노예가 되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가 제대로 살면 되는 거예요. 종교적인 사람은 어디에도 안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거듭거듭 성장할 수 있어요. 날마다 새롭게 성숙할 수가 있습니다. - P190

"모든 것을 맛보고자 한다면 어떤 맛에도 집착하지 말라.
모든 것을 알고자 한다면 어떤 지식에도 매이지 말라. 모든것을 소유하고자 한다면 어떤 것도 소유하지 말라." - P190

"모든 것이 되고자 한다면 어떤 것도 되지 말라." 이렇게 압축할 수가 있어요. 무엇이 되려고 하면 그것에 매여서 그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거예요. 자기 자신을 어떤 틀에도 가두지 말고 한정시키지도 말라는 거예요. 사람은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완성으로 가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사람은 끝없이 완성되어 가야 할 그런 존재예요. - P190

우리가 살고 있는 세월이라는 건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불변하지도 않습니다. 늘 변해요. 우리는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 P191

실망하지 마십시오. 위기 속에는 반드시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경제 난국이라는 것은 우리 미래를 위해서 새롭게 시작하라는 명징한 교훈입니다. - P192

희망이란 무엇입니까? 내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절망한 사람에게는 내일이 없습니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으니 희망도 있는 거예요. 인생에는 맑은 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흐린날도 있고 바람 부는 날도 있어요. 흐리고 바람 부는 날이 지나가면 반드시 맑은 날이 옵니다. 이것이 우주의 순환입니다. 늘 이렇게 순환해요. 인류 역사 자체가 그렇습니다. 개인도, 사회도, 나라도 그렇게 순환합니다. 그러므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 P193

사람은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자신에게 잠재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 P194

새롭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변화와 시련을겪으면서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질 수 있다면 오늘의 위기가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 P194

스콧 니어링이라는 성실한 자연주의자가 있습니다. 백 년이라는 시간을 살면서 깊고 심오한 관조의 세계를 펼친 사람입니다. - P194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결코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라.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집, 식사, 옷차림을 검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 발밑의 땅을 느껴라.
근심 걱정을 떨쳐 버리고 그날그날을 살라.
다른 사람과 나누라. 인생과 세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라.
생활 속에서 웃음을 찾으라.
이 세상 모든 것에 애정을 가져라.
모든 것 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생명을 안으로 살펴보라." - P195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하지 않습니까? 웃음은 단지 즐겁고 기쁜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복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본질 중 하나는 복입니다. 행운이나 재물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복입니다. 복은 상서로운 것이며 나누는 것입니다. 나를 이루는 근원이며 남을 이롭게 하는 수단입니다. - P196

웃으면 복이 옵니다. 얼굴 찌푸리지 마세요. 복이 누군가 집에 찾아갔다가도 주인이 찌푸리는 걸 보고 ‘어이쿠, 다른곳에 가야겠네.‘ 돌아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들어오는 복을 자기 스스로 내치지 마세요. 이 복으로 나와 이웃을 이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너무 간단합니다. 웃으면 됩니다. 이 단순한 가치가 가장 위대한 가치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아름다운 인생을 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 P196

모든 것 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생명을 보려면 종교안宗敎眼을 갖지 않으면 안 됩니다. 또한 눈만 있어도 안 됩니다. 그에 어울리는 순수한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세상 모든 것에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 P197

출가라는 건 무엇입니까? 단지 살던 집에서 나온다고 해서 출가인 것은 아닙니다. 낡은 집으로부터, 즉 어떤 고정 관념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입니다. - P198

율장律藏은 부처님이 제정하신 계율의 조례를 모은 책입니다. - P199

"출가에 대해서 나는 이야기하리라. 집에서 사는 생활은 좁고 번거로우며 먼지가 쌓인다. 그러나 출가는 널찍한 들판이며 번거로움이 없다. 출가한 다음에는 몸으로 짓는 나쁜 행위를 멈추었다. 말로 짓는 악행도 버리고 아주 깨끗한 생활을 하였다." - P200

삼업三業은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세 가지 업인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 이르는 말입니다. 수행이 무슨 특별한 것이 아니에요. 추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순간순간 몸으로 하는 행동, 입으로 하는 말, 내 마음속으로 하는 생각. 이 삼업을 맑히는 일이에요. - P201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한 일 두루 행해서 그 마음을 맑히라. 이것이 모든 부처님께서 주시는 가르침이다." - P201

임제 선사 법문에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임하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그러면 임하는 모든 곳이 참되리라." 이런 뜻입니다. 쉽게 말하면 주인이 되라는 거예요. 어느 곳에 가든 그곳의 주인이 되라는 겁니다. 주인이 된다는 것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그가 몸담고 있는 그 자리가 바로 법계가 되고 진리의 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 P203

두타행頭陀行이란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떨치는 수행을 말합니다. - P204

마지못해서, 어쩔 수 없어서 지니게 된 것은 대단함이 아닌데, 스스로 누추함을 선택한 것은 귀한 거예요.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 P205

직접 농사를 지어도 되고 음식을 만들어도 되는데 왜 부처님은 이를 금하고 걸식乞食을 하라고 하셨을까요? 농사를 짓거나 음식을 만들면 세속적 욕망과 번뇌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 P206

칠가식七家食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걸식을 위해 일곱 집을 돈다는 거예요. 일곱 집을 모두 돌기 전에 바리때가 차면 거기서 그치고, 일곱 집을 돌아도 바리때가 차지 않으면 찬 만큼만 먹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면 그냥 굶습니다. - P206

경전에 차제걸이次第乞已라는 말이 나오는데, 한 집 한 집 그러니까 차례차례 걸식할 집을 찾아간다는 뜻입니다. 즉 구별하여 가르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 P207

최초의 불교 정사인 죽림정사나 수달 장자가 세운 기원정사가 생기기 전에는 수하좌樹下座예요. 말 그대로 나무 아래에서 정진했습니다. - P207

나무는 사람보다 낫습니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의연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수행자의 모습 아닙니까? 그걸 배워야 돼요. 선지식으로 삼으세요. 야단스러운 것은 선지식이 아닙니다. 그건 사이비입니다 진짜 선지식은 나무나 바위나시냇물처럼 말이 없습니다. - P208

(출가 생활을 위한 네 가지 요소 중)마지막은 진기약陳棄藥입니다. 소 배설물을 발효시켜서 만든 것인데, 이것으로 병을 다스렸다고 그래요. 그런데 몹시 아프더라도 이레를 넘겨 먹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오래 약을 먹으면 범계犯戒, 즉 게를 범하게 되는 거라고 했어요. - P208

"내가 너희들에게 술을 못 마시게 한 것은 그것이 정신을 해하는 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그것이 사람을 낫게하는 것이라면 왜 못 마시게 하겠느냐. 그때는 그것이 술이아니라 약인 것이다."
이것이 부처님의 진짜 가르침이에요. 이것이 진짜 계戒입니다. 계는 엄격하기만 한 것이 아니에요. 융통성이 있어요. - P209

계라는 문門은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늘 닫혀만 있다면 그게 벽이지 어찌 문입니까? 그렇다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하는 식으로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이건 술이 아니라 약이오." 하면서 마셔대면 천규天規를 어기는 것입니다. - P209

극단은 불건전하기 마련입니다. 지나친 쾌락도 안 좋은 것이고, 지나친 고행도 안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중도를 설하셨습니다. 녹야원鹿野苑에서 다섯 수행자를 두고 최초로 설한 것이 중도 법문 아닙니까?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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