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구도자가 되는 길‘이라는 주제로 내용이 이어진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불교의 가르침에 일정부분 융통성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좋게 표현하면 ‘유연한 사고방식‘ 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수순중생隨順衆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생의 뜻이나 바람에 응하여 주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 P210

출진出塵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진塵, 즉 티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번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P210

"불도를 배우는 사람은 먼저 가난해야 한다. 가진 것이 많으면 반드시 그 뜻을 잃는다. 진정한 수행자는 한 벌의 가사와 바리때 외에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 거처에 집착하지 않고 모세暮世에 마음 쓰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불도에만 전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정진하는 사람은 저마다 그 분수에 따라 이익을 얻는다. 가난한 것이 불도에 가깝기 때문이다." - P211

선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주어진 가난이 아니라 우리가스스로 선택한 가난, 절제된 생활입니다. - P211

불도를 배우는 사람은 일을 미루어 뒷날을 기약하거나, 그때 가서 수행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이때를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하루하루 부지런히 정진해야 합니다. 세월은 결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 P211

지금 어디를 향해서 나의 걸음을 내딛고 있는지, 하루하루를 헛되이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물으십시오. - P212

"비록 그 지위가 높다 할지라도 언제 어떤 일이 그대 신상에 일어날지 알 수 없소. 거기에다 지금 그대의 마음은 마치 섶에 불이 붙은 것처럼 교만의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지 않소, 이것을 위태롭다고 하지 않고 뭐라 하겠소." - P214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것이오." - P215

누구나 알 것 같고, 실제로 안다고 생각하는 이 간단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가장 행하기 힘든 것입니다. - P215

나쁜 짓 하지 않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착한 일을 행할 때 그 마음은 저절로 맑아집니다. 우리가 착한 일을 하게 되면 내 마음이 저절로 맑아져요. 또한 열린 그 마음이 착한 일을 하게 됩니다. 마음의 바탕은 본디 선한 것이기 때문에그렇습니다. - P216

신앙생활은 한마디로 마음을 맑히는 일입니다. - P216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투명한가, 얼마나 열려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건 시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불교에 귀의한 지가, 어떤 신앙을 믿게 된 지가 오래됐다고 해서 마음이 더 투명하거나 맑은 것은 아닙니다. - P216

사실 종교적인 이론이라는 것은 공허합니다. 경전 읽고 어록 읽고 해도 한없이 공허하거든요. 많이 알려고 하지 마세요. 많이 알수록, 많이 보고 들을수록, 거기에 걸려서 실제로 행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론적으로 불교가 무엇인지 모른다 하더라도 자기 본심대로 착하게 살면, 남한테 해 끼치지 않고 하루하루 성실하고 떳떳하게 살면 그게 바른 정신, 바른 종교입니다. 하루하루 행할 수 있으면 됩니다. - P217

아는 것이 너무 많으면 병이 돼요. 아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됩니다. 무학無學이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닙니다. 무학이란 무엇입니까. 많이 배웠음에도 배운 것에 걸리지 않는 상태, 아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입니다. - P217

아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돼요. 배우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배워도 거기에 걸리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학식이 자랑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적게 알면서도 많이 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를 듣고도 열을 행할 수 있다면 그는 바로 듣고 바로 알아차린 사람입니다. - P217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게 쉬운 길이에요. 밝은 표정과 따뜻한 말씨로 이웃을 대해야 합니다. - P217

누군가에게 친절히 대하면 내 마음이 열려서 따뜻해져요. 이건 우리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겁니다. 친절히 대하면 저쪽과 이쪽의 문이 열려 서로 친밀감을 갖게 됩니다. - P218

누가 나한테 불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내가 일찍이 남에게 친절을 베풀지 못한 것이 돌아오는 것입니다. - P218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 친절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을 그때그때 열어야 돼요. 마음이 열려야 갈등과 대립이 사라집니다. 마음이 열려야 하나를 이룰 수 있어요. 이것은 개인도 그렇고 가정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습니다. - P219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 P219

집안에 어떤 갈등이 있다면 남편과 아내가, 부모와 자식이 서로 마음을 열지 못한 거예요. 마음이 열리지 않은 상태예요. 뭔가 뒤틀려서 그냥 건성으로 데면데면하게 지내게 됩니다.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 마음을 맑히는 그런 훈련을 해야 해요. - P220

"평상심이 도道다. 일상적인 그런 마음가짐이 바로 도다. 도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마음 씀씀이가 바로 도다." - P220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면, 미워하고 원망하는그 어두운 기운이 내 자신을 감싸서 괴롭힙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사랑하고 따뜻하게 대하면 사랑과 따뜻한 기운이 나를 감싸요. 나를 즐겁게 해요. 무엇을 선택할지는 자명합니다. 이와 같이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그 업의 힘으로 움직입니다. - P220

과일에 씨앗이 들어 있듯이 살아 있는 목숨에는 죽음의 씨앗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 P221

절에 다니시는 분들은 중음신中陰身이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사람이 죽은 뒤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의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 P221

떠도는 넋들, 어디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넋들을 중음신이라고 그래요. 잘못 살아온 그 후회 때문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끝없이 방황하는 넋이에요. - P221

위령제를 지내고, 사십구재를 지내고 하는 것은 중음신을 천도薦度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도 중음신이 있을 수 있어요. 마음의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쏠려 다니는 사람은 이미 중음신이거나 중음신이 될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 P221

부질없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한 생애가 결코 길지 않아요. - P221

불교 기초 교리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업業만 남아 생을 따른다." 이런 법문이 나옵니다.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업만 다음 생으로 이어진다는 뜻이에요. - P222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에게나 이웃에게나 빛이 되고 도움이 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저마다 한몫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공연히 엄마 배나 아프게 하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 P222

우리가 좋은 일을 하면 이 세상이 좋은 기운으로 채워져서 살기가 좋아집니다.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하면 그 나쁜 기운 때문에 살기가 어려워집니다. 내가 좋은 일을 하면,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좋은 일을 하면 우주는 좋은 기운으로 채워집니다. 비록 우주가 무변광대無邊廣大하더라도 그 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습니다. - P223

위기의 본질은 결코 모자람에 있지 않습니다. 결핍이 아니라 과잉이 문제입니다. 함부로 생산하고 함부로 낭비해 버린 것에 원인이 있어요. 애당초 지구 자원이 모자라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닙니다. 인류에게 충분한 자원이 주어졌는데도 마구잡이로 탕진하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 탕진의 뒤편에는 과잉 생산과 무분별한 낭비가 합작해 낳은 괴물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괴물이 깨어나 지금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 것입니다. - P224

『법구경』에 보면 이런 말씀이 나와요.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착한 마음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그 주인을 따르듯이." - P225

마음이 천당도 만들고 지옥도 만듭니다. 마음이 근본입니다. - P225

"선한 일은 서둘러 행하고, 악한 일로부터는 마음을 멀리하라. 선한 일을 하는 데 게으르면 그의 마음은 벌써 악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 P225

자꾸 뭘 미루지 마세요. 미루는 것은 악을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선한 일을 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 P226

서두르십시오. 서둘러도 늦습니다. 선한 행동을 하는 것에는 부지런함이 있을 수 없어요. - P226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루에 한 가지라도 착한 일을 하여 남을 도울 수 있다면 그날 하루는 헛되이 살지 않고잘 산 날이 될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삶에 가치와 의미가 더해진 것입니다. 길에 떨어진 휴지 하나 줍는 일을 가볍게 보지 마세요. 작은 선행이란 없습니다.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서 항아리를 채우고 강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하는 악업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마십시오. 불씨 하나가 온 산을 모두 태우는 법입니다. - P226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왔습니다." - P226

좋은 목적은 좋은 수단이 동반될 때 비로소 완성이 되는 것입니다. - P231

삶은 미래가 아닙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이에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합니다. 바로 지금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아야 돼요. - P231

우리는 흔히 현재에 살면서도 생각은 과거에 두고, 또 오지도 않은 미래 쪽으로 달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가 소멸되고 말아요. 내 몸뚱이만 현재에 걸려 있지 실존은 현재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 바로 현재 이 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하십시오. - P232

시는 대체로 짧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짧은 시라도 읽는 데에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한 호흡, 한 호흡 긴 숨결로 음미해야 합니다. 시를 앵커가 뉴스 대본 읽듯 해서는 안됩니다. 느리게 그리고 깊게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의 참맛을 알 수 있어요. 이것을 올림픽 구호 외치듯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읽어서는 정신의 심연에 이를 수 없습니다.
‘더 느리게, 더 깊게, 더 울림 있게‘ 읽어야 합니다. - P233

느리게 시를 읽으십시오. 느리게 시를 읽으면 속도에 지친몸에 생기가 돕니다. 사람이 젊어집니다. 컴퓨터 사각 스크린 안에는 인간의 마음이 없습니다. 편리함은 있어도 인간의 향기는 없습니다. 산으로 들로 나가서 만났을 때만, 그렇게 구체적인 접촉을 통해서만 그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 P233

무엇이든지 빨리 이루려고 서두르지 마십시오. 인간이 성숙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씨앗이 움트고 꽃피고 열매 맺기까지는 계절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계절의 순환이 받쳐 주어야 합니다. 오늘 씨 뿌리고 내일 꽃 피기를 바라지 말고, 오늘 꽃 피었다고 모레 열매 맺기를 바라지도 마세요. 미당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던 것이라고. 이 울음의 깊이를 알아야 인간으로서 향기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 P234

문명은 직선이에요. 이때의 직선은 비정함입니다. 자연은 곡선이에요. 이때의 곡선은 다정함입니다. - P234

여유란 단순히 물질이나 시간이 넉넉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넉넉한 것입니다. - P235

인생을 경제 논리로 따지지 마십시오. 시간 낭비라는 말로 삶의 여유를 단죄하지도 마십시오. 경제는 이차적이고 부수적인 것입니다. 일차적이고 본질적인 것이 아닙니다. 인간을 탐구하는 일이 우리 인간의 본질입니다. - P235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 P236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죽으러 가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예요. 인생의 종점은 죽음인데, 시간에 채찍질을 하면 그 죽음에 더 빨리 이르고 맙니다. 반면에 시간을 즐기는 사람은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입니다. 이 밭에 무엇을 심고 가꿀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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