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토리 중에 스티븐 잡스가 죽을 병에 걸린 후 주인공 서우진과 만나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이 둘 간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은 스티븐 잡스였지만 죽을 때가 되자 모두 부질없다면서 제일 중요한건 사랑이었다는 말을 남기는데, 뭔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는 스티븐 잡스의 말이 단지 서우진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하는 작가의 메시지처럼 들리기도 했다.
스티븐 잡스와의 만남 이후에 주인공 서우진은 게임계에서 자신이 해결해야할 또다른 문제들을 처리하러 삶의 현장으로 다시 뛰어들면서 삶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일은 아직 할때가 아니라는 말을 남기는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들과도 얼추 비슷하게 느껴졌다. 삶의 목적을 생각하며 살기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삶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유의미한 시간이 될 수 있을듯 하다.
마지막에 제 3의 인생을 살기위해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자기만의 생‘ 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서도 이 책에서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인생이 현재진행형이라는것이다. 그냥 매순간순간 후회없이 사는게 최선인듯 싶다. 삶의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 목적에 맞게 매순간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산다면 죽는 날이 다가왔을 때 이 세상 후회없이 잘 살다간다고 생각하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결말이 열린 결말이었던것처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미래도 활짝 열려 있다. 열려있는 미래를 의미있고 보람되게 살아낼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의미있게 사용하도록 해야 겠다.
평생을 쌓아온 인식은 쉽사리 바뀌지 않습니다.
"그분들에게 시대가 바뀌었음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유일한 해답입니다."
"중앙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GDP 같은 지표를 끌어 올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지표 관리에는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좋은 수단이 없지요."
"이게 바로 대중에게 보여주는 메시지입니다. e스포츠가 이렇게 인기가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다. 이렇게 크게 성장했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면, 게임을 천시하던 사람도 점차 인식을 바꾸게 될 겁니다."
그런 인식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간 게임도 질병이나 중독 따위가 아닌, 대중에게 평범한 문화와 취미로 자리 잡는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게임의 미래였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떤 소식부터 들으시겠어요?" "이럴 땐 나쁜 소식을 먼저 듣는 게 정석이죠."
"다들 뭘 그리 놀라? 죽 쒀서 개 주게 생겼는데 최대한 강하게 나가야 할 것 아냐."
"한 무대에 두 명의 주인공이 설 순 없는 법이다." "무대가 둘이라면 어떻습니까?"
"회사를 제 자식처럼 생각하시던 분이 무슨 족쇄 타령입니까." "예전엔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여기 누워서 내 인생을 찬찬히 돌아보니, 내가 그렇게 중요시했던 회사와 대중의 관심, 존경 따위가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지더군."
"나는 죽어서 가져갈 수도 없는 것들에 왜 그리 집착했던 걸까?" " "사람이라면 다 똑같은 법입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더 나아가 인류 모두를 사랑했어야 해. 그런데 나는 어째서...... 젠장, 이러니까 곧 죽을 사람 같잖아."
"나는 이미 늦었지만...... 네게는 아직기회가 있어. 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봐."
"돈이나 명예처럼 알량한 게 아니야. 그보다 더 삶에서 중요한 것. 내겐 사랑이었지만, 네겐 또 다른 무언가겠지."
"인생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 추억으로 남은 사랑...... 그러나 내게는 없는 사랑...... 사랑...... 사랑......"
죽음을 지척에 둔 이가 내뱉는 흔한 후회일지도 모른다. 어떤 삶을 살았든, 후회가 없는 삶은 불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이 말을 내뱉은 대상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잡스라는 게 문제였다.
역사에 기록될 위업을 이룬 스티븐 잡스. 그조차도 죽음 앞에서 후회를 남긴다는 사실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번 삶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결과가 없는 노력은 핑계의 수단일뿐입니다."
나는 게임 업계에 몸담은 뒤로, 최대한 랜덤박스류의 도박을 근절하고자 몸부림쳤다. 모든 V&V소프트 게임에 랜덤박스를 일절 배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맞는 입법도 수차례 진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전혀 변한게 없었다. 서우진, 너는 이딴 것도 제대로 해결을 못 했으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다녔던 거냐?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온다.
나는 빌게이츠나 스티븐 잡스가 아니다. 그들처럼 대단한 위업을 이룬 것도 아니면서 삶이니 뭐니 하며 거창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니, 이 얼마나 오만한 짓거리란 말인가.
사람이란 먼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눈앞의 이득을 좇기 마련이고, 게임사 역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일 뿐이다. 나 역시 미래를 몰랐다면 그랬겠지.
"그런데 우진아, 너도 알겠지만 원래 법이라는 건 만들기도 힘들지만, 그보다 다시 되돌리는 게 더 힘들어."
과거를 떠올릴 때는 언제나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따라온다.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애틋한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그 아련한 기억을 더듬어가다 보면 입가엔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그때가 좋았었지‘라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어닝서프라이즈. 기업이 시장의 기대치 이상의 실적을 냈을 때 쓰이는 말이다.
"실패한 과거라고 마냥 피해서는 안됩니다. 그 꼬리표는 끝까지 용재 씨를 따라다닐 테니까요." "그럼 저더러 어쩌라는 말씀이신지." "용재 씨가 재차 도전해서 당당히 성과를 내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앞선 실패는 성공을 위한 시행착오 정도로 회자될 겁니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그걸 즐기는 데 필요한 공부도 하게 돼 있습니다."
"컨닝을 해도 좋습니다. 컨닝 페이퍼를 만드는 것도 공부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미리 자리를 잡아두면 쓰나미가 들이닥쳤을 때 버티는 힘도 강해질 테니까.
"좋은 계절은 짧아서 아쉬운 법이지." 어디 계절만 그렇겠는가. 인생에서 즐겁거나, 행복하거나, 사랑스럽던 시간은 언제나 짧게 느껴지곤 한다.
이별의 아쉬움이 듬뿍 담긴 눈물이었다. 직원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슬픔이나 감격보다 안도감이 먼저 피어난다. 지금껏 나만 행복했던 게 아니구나. 모두가 나처럼 행복했었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제가 게임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땐 말이죠. 단순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개발 일은 뒷전이 됐고 눈앞의 돈과 성공만을 좇아서 달리고 있더군요."
이 너머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그러나 이젠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진한 기대감이 앞선다. 과연 이번 인생엔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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