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

이러한 정의는 젊은 사람들보다는,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 P9

동사 ‘읽다‘ 앞에 붙은 ‘다시‘라는 말은 유명 저작을 아직 읽지 않았음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의 궁색한 위선을 드러낸다. 그들이 안심하도록 해 줄 수 있는 일이란  아무리 청소년기부터 폭넓게 책을 읽어 왔다 해도,
항상 읽지 못한 중요한 작품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지적해 주는 것이다. - P9

 모든 경험이 그러하겠지만 어린 시절에는 읽는 책 모두에 독특한 흥미와 중요성을 부여하게 마련이다. 반면 성인이 되어 읽으면 더욱 세밀한 부분과 다양한 면모, 또 그 의미를 감상하게 된다. - P11

2. 고전이란 그것을 읽고 좋아하게 된 독자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조건에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사람들만이 그런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 P11

3. 고전이란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책들이다. 그러한 작품들은 우리의 상상력 속에 잊을 수 없는 것으로 각인될 때나, 개인의 무의식이나 집단의 무의식이라는 가면을 쓴 채 기억의 지층 안에 숨어 있을 때 그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 P12

4 고전이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 P12

5. 고전이란 우리가 처음 읽을 때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 P12

6. 고전이란 독자에게 들려줄 것이 무궁무진한 책이다. - P12

7. 고전이란 이전에 행해졌던 해석의 그림자와 함께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며, 그것이 한 문화 혹은 여러 다른 문화들에 더 단순하게는 언어나 관습들에 남긴 과거의 흔적들을 우리의 눈앞으로 다시 끌어오는 책들이다. - P13

8. 고전이란 그것을 둘러싼 비평 담론이라는 구름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러한 비평의 구름들은 언제나 스스로 소멸한다. - P14

9. 고전이란,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실제로 그 책을 읽었을 때 더욱 독창적이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 창의적인 것들을 발견하게 해 주는 책이다. - P14

물론 이러한 일들은 고전 작품이 고전으로 ‘기능‘할 때 다시 말해 그 작품이 독자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때 일어난다. 작품을 대할 때 아무런 불꽃도 일지 않는다면, 독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무감이나 무조건적인 경외의 관점에서 고전을 읽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직 그 작품이 좋아서 읽어야 한다. - P14

10. 고전이란 고대 전통 사회의 부적처럼 우주 전체를 드러내는 모든 책에 붙이는 이름이다. - P15

11. 고전이란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작품과 맺는 관계 안에서, 마침내는 그 작품과 대결하는 관계 안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 P16

12. 고전이란 그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련의 위계 속에 속하는 작품이다.
다른 고전을 많이 읽은 사람은 고전의 계보에서 하나의 작품이 차지하는 지위를 쉽게 알아차린다. - P16

물론 일상에서 자신만의 ‘독서 시간‘을 루크레티우스, 루키아누스, 테뉴, 에라스무스, 케베도, 말로,『방법서설」,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 콜리지, 러스킨, 프루스트, 발레리에게 바치는 그리고 때론 심심풀이로 무라사키 시키부의 작품과 아이슬란드 사가(saga)에 투자하는 행복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 P17

그러나 언제나 우리에겐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자리 매김할 수 있는 하나의 지점이 존재한다. 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그것을 ‘어떤 관점에서‘ 읽을지를 설정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품도 독자도 무(無) 시간적인 구름 속에서 길을 잃고 말 것이다. 따라서 고전을 읽으면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동시대에 쏟아시는 글들을 적절한 분량만큼 섭취해 가면서 읽어야 한다. - P17

13. 고전이란 현실을 다루는 모든 글을 배경 소음(잡음)으로 물러나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전이 이 소음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P18

14. 고전이란 배경소음처럼 존속해서 남는 작품이며, 이는 고전과 가장 거리가 먼 현재에 대한 글들이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 P18

고전이란,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 P19

그러고 나서 이 글을 진정으로 다시 써야만 할 것이다. 고전은 무언가에 ‘유용하기‘ 때문에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사실은  고전은 읽지 않는 것보다 읽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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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5-26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칼비노의 이 책을 읽고
나서 고전은 ‘다시‘ 읽는 거라는
걸 새삼 배우게 되었습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5-26 10:35   좋아요 1 | URL
예 저같은 경우는 솔직히 칼비노 님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여기 북플러 중 한분이신 oren 님의 글을 보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고전의 14가지 정의만 잠깐 봤는데도 굉장히 공감이 많이 되어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씀주신것처럼 고전은 ‘다시‘읽는 거라는 1번 정의부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뒷부분에 나오는 정의들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께서도 공감할만한 문장들이 많으실듯 합니다.

Jeremy 2023-05-27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Italian writers 중 에서는 가장 많은 책을 읽었고,
7권의 종이책 포함, 영어로 번역된 책은 Kindle 로 거의 다
소장하고 있는 작가가 Italo Calvino 인데

이렇게 <Why Read the Classics?>의 문장을
한국어로 적어주신 것을 읽게되니 반갑네요.
제 책이랑 대조해 보면서 다시 따라가 보렵니다.

제가 가진 책 자랑겸 구경 삼아 다른 책소개도
기회가 있으면 올려볼께요.
뭐니뭐니해도 Italo Calvino 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하나라서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5-27 18:36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군요 Italo Calvino 님에 대해서는 다들 평이 좋으시더라구요.

맨 앞에 있는 고전의 14가지 정의만 읽어보았는데도 왜 Italo Calvino 님의 평이 좋은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전에 대한 깊이가 절로 느껴지는 귀한 문장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 책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Italo Calvino 의 생각을 여러각도로 느껴볼 수 있길 바랍니다.

향후에 Jeremy 님께서 Italo Calvino에 관한 글을 올려주신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