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의 소제목은 <자신감 특효약 ‘난년 주문법‘> 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 이 제목을 딱 봤을 때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잠깐 어리둥절했었는데, 본문에 나온 저자의 설명을 통해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추가로 하나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는 저자가 여성이기에 ‘난년‘이라고 썼지만, 이 책의 독자분들 중에 남성분들이 계시다면 ‘난년‘을 ‘난놈‘으로 바꾸면 그 의미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여기서의 핵심은 ‘나는 난년이야‘ , ‘나는 난놈이야‘ 같은 말이 어떤 중대한 일을 앞둔 상황에서 자기 내면에 있는 부담감을 덜어줌과 동시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누군가에겐 사소해보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마인드컨트롤을 위한 좋은 꿀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대한 일을 앞두고 심적인 부담감이 몰려올 때 "나는 난년이야."라고 되뇌면 특효약처럼 마인드 컨트롤에 효과가 빨랐다. - P170

"나는 할 수 있다." 이 말은 아직 하기 전인 상태로 인지되지만 "나는 난년이다." 이 말은 이미 나는 난년이라서 당연히 해낼 수 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P171

우울함이라는 감정은 오래 품고 있을수록 비슷한 부류의 감정들을 끌어당기는데 슬픔, 외로움, 무기력함, 자격지심, 그리고 또다시 우울함. 도돌이표처럼 돌고 도는 부정적인 감정은 에너지로 변환되어 안 좋은 일들까지 끌어당겼다. - P173

‘긍정적인 마음도 운동처럼 꾸준하게 단련해야 습관이 될 수 있다‘ - P174

우리의 감정은 마치 고장 난 TV처럼 수시로 화면이 바뀌는데 부정적인 화면이 나오면 즉시 채널을 돌려야 한다 - P174

코어 운동을 꾸준히 하면 코어 근육이 척추와 골반을 바르게 잡아 주어 굽은 몸의 형태가 올곧게서는 것처럼 마음도 꾸준하게 트레이닝을 해 줘야 긍정적인 마음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힘이 생기며 휘어 있던 내면도 올곧아진다. - P175

인생의 대부분은 아무 이벤트 없는 평범한 하루로 이뤄져 있다. 이런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사소한 행복을 넣어 줘야 풍요로운 하루를 만들 수 있고 그 하루들이 모여 행복한 인생을 만든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 P176

일상의 소확행 리스트를 실천할 때마다 기쁨을 최대한 확대해서 느껴야 한다. 우울함과 부정적인 감정은 축소하고, 행복은 작고 사소하더라도 최대한 확대하는 연습을 한다. - P177

우리가 내뱉는 문장과 단어들 속에는 파동 에너지라는 게 있는데 이 에너지는 우리의 기분을 좌지우지할 뿐만 아니라 뒤이어 불러일으키는 사건까지 영향을 끼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 P178

우리는 무의식중에 수많은 말들을 내뱉고 살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 일일이 컨트롤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럴 때는 "감사합니다."라는 문장을 습관처럼 자주 이야기하면 컨트롤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감사합니다."만큼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진 문장은 없기 때문이다. - P178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생각의 회로도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고 입 밖으로 내뱉는 말들도 긍정문이 되어 좋은 파동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 P179

아름답고 행복한 영상만 보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 - P179

사람은 마음가짐에 따라 천국에서 살 수도 있고 지옥에서 살 수도 있다. 겉으로 크게 문제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도 마음의 힘을 잃으면 끝없는 지옥의 나락으로 추락한다. - P179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는 게 정상이에요? 다 안 이루어지는 게 정상이에요? 다 안 이루어지는 게 정상이지요. 근데 우리는 원하는 게 다 이루어질 수 있다고 착각을 하고 있어요. 뜻대로 안되기 때문에 괴로운 게 아니에요. 세상이 내 뜻대로 돼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 P192

"이 세상일이라는 거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수 없어요. 그게 사실이에요. 안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괴로워할 일이 아니에요. 안 되면 ‘어, 안 됐구나‘ 이러면 돼요. 그래도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된다? 한 번 더 하면 돼요. 그런데 두 번 할 힘이 없으면 어떻게 하면 된다? 그만두면 돼요. 그래도 미련이 남으면 어떻게 하면 된다? 한 번 더 하면 돼요. 두 번 해도 안 되면 어떻게 하면 된다? 그만두면 돼요. 그래도 미련이 남으면? 한 번 더 해 보면 되는 거예요. 괴로워하지 말고!" - P193

"그래, 세상이 어떻게 내가 원하는 대로만 돌아가겠어. 지금은 아주 진절머리가 나서 잠시 그만두지만 다시 미련이 생기는 날 한 번 더 해 보겠어!" - P193

"안 되는 건 정상이야, 잘못된 게 아니야. 기운 날 때 또 해 보자 괴로워하지 말고!" - P194

"진짜 인연은 걸리는 게 없이 술술 풀려. 혹여나 장애물이 생긴다고 해도 금방 극복하게 되어 있어." - P199

간발의 차이라도 약간의 오차가 생긴다면 최종적으로 인연이 되지 못한다. 결국 그 기회는 애초부터 나와의 인연이 아니었던 거다. 내 자리가 아니었고, 내 사람이 아니었고, 내 돈이 아니었던거다. 하지만 반대로 그 어려운 확률과 변수들을 모두 초월하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지며 복잡한 내 인생의 퍼즐에 정확히 끼워 맞춰지는 기적 같은 기회들도 있다. 이 기회들이 내가 말하는 진짜 인연이다. - P202

진짜 인연은 언제 불쑥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수없이 반복되는 실패와 절망을 견뎌 내며 꾸준하게 노력을 유지해야 찾아오는데 마치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 같이 꽁꽁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고 또 풀다 지치면 잠시 쉬고, 다시 힘을 내서 또 풀다 보면 언젠간 실타래의 끄트머리 부분이 내 엄지와 검지 사이로 쏙 들어오는 순간이 찾아오고 그 끝을 쭈욱 잡아당기면 그간의 고생들이 무색해질 정도로 한순간에 실타래가 술술술 풀려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 P202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내 발에 꼭 맞는 유리구두와 같은 진짜 인연이 찾아온다. - P202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요리하고 그 요리를 즐겁게 맛보는 과정은 정말로 영혼을 치유해 준다. - P207

양자물리학 이론에서는 우리가 과거라고 생각하는 지나온 시간도 다른 시공간에서는 현재의 시점으로 흘러가고 있다던데 - P218

현명한 사람들을 분석해 보니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그들은 짜증, 분노, 절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시간이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빨랐다. 이렇게 빠른 시간 동안 감정 처리가 가능한 이유는 감정을 에너지라는 하나의 재화로 보기 때문이다. - P224

기쁨, 분노, 슬픔과 같은 다양한 감정은 마음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원재료로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매 순간 에너지를 한 곳에 선택하여 쓸 수밖에 없다. 분노와 기쁨을 동시에 느낄 수 없고 이성적인 사고와 감정적인 사고의 회로를 동시에 돌릴 수 없듯, 현명한 사람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좀 더 투자가치 있는 쪽으로 선택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 P225

실제 상황을 드라마라고 가정하는 방법 ...(중략)... 지금 절망적인 상황 속에 있다면, 비련의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벗어나 드라마의 관객이 된 것처럼 3인칭 관찰자의 시점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전체적인 화면을 볼 수 있는 ‘시야 확장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야 한다. - P226

자신의 상황을 3인칭 관찰자의 시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트레이닝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통찰력이 생긴다. 그동안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던 감정의 늪에서 한결 자유로워지고 비로소 자신의 마음 에너지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사용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이렇게 가장 효율적인 곳에 쓰인 에너지들이 매일매일 복리처럼 쌓여 누적되면 인생은 훨씬 풍요로워진다. - P227

"한두 끼 굶고, 비쩍 마르거나 한 끼 배불리 먹고 금세 표가 나는 것은 천한 짐승들의 일이다. 상황의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은 군자의 몸가짐이 아니다. 이랬다저랬다 감정의 기복이 잦은 것은 내면의 수양이 그만큼 부족한 탓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들뜨고 가라앉지 마라. 세상을 다 얻은 양 날뛰지도 말고, 세상이 다 끝난 듯 한숨 쉬지도 마라. 바람이 불어 흔들 수 있는 것은 표면의 물결뿐이다. 그 깊은 물속은 미동조차 않는다. 웅숭깊은 속내를 지녀 경박함을 끊어라." _다산 정약용 - P227

"구름 속에 가려진 진짜 인생을 보고 왔거든." - P231

우리는 명함이 ‘없는‘ 거고 그녀는 명함이 ‘필요 없는‘ 거였다 - P237

"사람은 그 사람만이 풍기는 고유의 향기가 있어야 해." - P239

나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고 있다 - P240

(왕대는 여왕벌이 될 알을 받아 벌이 될 때까지 기르는 벌집을 말한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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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강 작가님의 책을 지난 달부터 몇 권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 소설《채식주의자》는 지난 달에 완독을 했고, 《여수의 사랑》, 《작별하지 않는다》는 첫 부분만 조금 읽다가 한동안 읽지 못해 손놓고 있다. 그리고《희랍어 시간》은 약 1/3정도 읽다가 잠시 쉬고 있는 상태다.

위에 적어놓은 작품들은 작가님이 쓴 수많은 작품들 중 일부이긴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사이에서 공통점을 하나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꿈‘이라는 것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핵심 소재가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최근에 읽었던《채식주의자》에서도 어떤 꿈에서 본 이미지를 바탕으로 뒤에 나올 이야기들의 분위기를 어느정도 유추해볼 수 있었는데, 오는 읽기 시작한 《바람이 분다, 가라》에서도 꿈에서 본 이미지가 하나 등장한다. 물론 작가가 쓴 작품마다 꿈에서 본 이미지들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꿈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것이 허용되는 공간을 바탕으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하고자하는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시도가 독자인 나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한 꿈 속에 나타난 이미지들을 통해 이야기가 어디로든 흘러갈 수있는 자유가 있다는 점이 좋게 느껴졌다. 향후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유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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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읽다가 중간에 정확한 제목을 알 수 없는 어떤 책의 내용이 일부 인용된다. 인용된 내용을 보면 별의 탄생에 관한 것인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개인적으로 예전에 읽었던 칼 세이건의《코스모스》가 생각났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그 책을 읽어내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완독을 하고나서 오늘처럼 이와 관련된 내용들을 접하다보니 별에 관한 일말의 지식도 없을 때보다는 확실히 낯선 감이 덜하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비록 사소할지라도 배경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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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후반부에서 ‘플랑크의 시간‘ 이라는 양자역학과 관련된 개념이 하나 소개되는데, 여기에 뒤어어지는 내용에서 개인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동 저자의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서 만났던 ‘마크 로스코‘라는 화가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다. 저자의 작품에서 이 화가의 이름이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저자의 생일과 마크 로스코의 사망일이 약 9개월 가량 차이나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이게 무슨 상관인가 할 수도 있겠으나, 저자는 마크 로스코가 죽는 시점에 자기 자신이 부모의 씨로부터 이세상에 잉태되었다는 것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듯 보인다. 지구전체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의 생명이 사라짐과 동시에 또다른 생명이 생겨나는 것이기에 어떤 생명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저자의 작품이 위에서 언급한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였는데, 거기서 어느정도 예습이 되어서인지 오늘 이 소설을 읽을 때는 그때보다는 좀 더 익숙한 것들이 많아진 듯하다. 저자만이 가진 감성과 어떤 느낌들을 시집을 통해 살짝 맛봤다면 이 소설을 통해 저자만이 가진 감성과 느낌들을 좀 더 깊이있게 경험하는 것 같다.

문득 간밤의 꿈이 떠올랐다. 꿈의 다른 정황은 흐릿해 잡히지 않고, 하얗고 목이 긴 새 한 마리가 마른 땅 위에 서 있던 것만 떠올랐다. 새가 우는 동안 새의 머리에서부터 흰 빛이 빠져나갔다. 내 눈앞에서 새의 목 아래까지 투명해졌다. 흰 날갯죽지로 덮인 몸뚱이 아랫부분과 가늘고 긴 두 개의 다리만 남았다. 이제 더 노래하면 완전히 투명해지겠구나, 생각하다 눈을 뜨자 깊은 밤이었다. - P7

후회하지 않을 거다. - P8

나는 탁자 아래에서 주먹을 쥐었다. 미소 짓고 있었지만, 나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유리잔을 들어 그의 얼굴에 차가운 물을 끼얹을 수 있었다. 유리잔을 깨고 예리한 사금파리로 그의 목을 겨눌 수 있었다. - P14

인주는 언제나 자신의 그림 귀퉁이에 굵은 8B 연필로 구슬 주(珠) 자를 썼어요. 그 먹그림에 서명이 없는 건, 그걸 그린 사람이 그런 행위를 싫어했기 때문이에요. 자신이 완성해놓고도, 그게 자기가 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믿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 P15

태연한 거짓말들을 키보드에 두드려갔을, 지금 담배를 집고 있는 그의 축축하고 말랑말랑한 손가락들을 차례로 부러뜨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나는 말했다. - P15

기다리는 답신은 오지 않았다. 내가 보낸 메일의 수신확인조차 되지 않았다. 메일을 보낸 뒤 사흘 동안 나는 수없이 컴퓨터를 켰다 껐고, 그때마다 몸속에서 무엇인가가 함께 켜졌다가 캄캄해졌다. - P16

내가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은 침묵할 수 있는 공간과 약간의 돈을 갖기 위해서다. - P17

모든 별은 태어나서 존재하다가 죽는다. 그것이 별의 생리이자 운명이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모든 물질은 별로부터 왔다. 별들과 같은 생리와 운명을 배고 태어난 인간은 별들과 마찬가지로 존재하다가 죽는다. - P17

별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우리 은하와 같은 나선은하들의 원반에는 젊은 별들과 밝은 구름 덩어리들이 실들에 꿰어져 돌고 있는 듯한 모습의 나선팔들이 있다. 이 나선팔들에서 지금도 수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있다. - P17

이미 태어난 뜨거운 별에서 나오는 강한 빛이 주위의 물질을 밀어붙인다. 늙은 별이 터지며 나온 충격파가 주위에 있던 성간구름을 수축시킨다. 자극받은 성간구름은 계속 수축한다. 이 수축된 성간구름이 별이 되기 위해서는 구름의 질량이 일정한 값보다 커야 한다. 이것이 중력수축에 필요한 ‘진스의 임계질량‘이다. 구름의 질량이 임계질량을 넘어서는 순간 별의 일생이 시작된다. - P18

초신성이 폭발하면, 그 은하를 구성하는 10억 개의 별들의밝기를 합한 것만큼의 빛이 수일 동안 방출된다. 지구가 속한 은하에서 초신성이 폭발했던 15세기의 기록들은 밤마다 그 빛으로 책을 읽올 수 있을 정도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 P18

흰 점 같은 별들 위로 거대하고 둥글게 퍼져나가는 불꽃을 나는 들여다본다. 붉으면서 푸르고, 희면서 검다. 죽음이면서 시작이다. 늙은 별이 폭발한 바로 그 에너지로, 희부연 성간구름들 속에서 새 별이 태어난다. - P18

나를 놓고 싶지 않다. 지금은 나를 놓아서는 안 된다. - P17

......인간에게는 느껴지지 않지만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씩, 멈추지 않는 팽이처럼 돈다. 적도 위에 있는 사람은 초속 460미터로 지축 둘레를 회전하고 있는 셈이다. 그와 동시에 지구는 한 해에 한 바퀴씩, 초속 3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인간이 만든 어떤 로켓보다 빠르게 지구는 우주 공간을 날아가고 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천체들은 이와 같은 숙명적인 반복운동을 하고 있다. - P19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듯, 태양 역시 우리 은하의 중심을 축으로 공전한다. 태양의 공전 속도는 초속 250킬로미터다. 우리 은하에는 별들이 1천억 개쯤 있는데, 원반에 있는 별들은 모두 태양과 비슷한 속력으로, 같은 시계 방향으로 공전한다. 태양은 우리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8천 파섹 떨어진 거리에 있으니, 약 2억 년 뒤에 우리 은하를 한 바퀴 돌고 현재의 자리로 되돌아올 것이다. - P19

12킬로미터 높이의 대류권과 그 너머의 성층권, 열권을 합한다 해도 대기권의 높이는 고작 450킬로미터, 서울에서 부산 가는 거리에 불과하다. - P20

나에게 중요한 건 그리는 순간이니까. 그게 전부니까. - P28

이해하기 위해 나는 거기 서 있었다. 무언가를 이해하려 할 때 나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다. 그 대상을 보고, 들여다보고, 또 본다. 대체 이것들은 뭘 의미하는 건가. 이 작업들에 바쳐진 인주의 일 년은. 마지막이 되어버린 일 년은. - P30

이 그림들의 사진을 보여주면, 홀치기염일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판화가 아니냐고 묻기도 하고, 물방울의 입자를 찍어서 한지에 감광액을 발라 인화한 거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P31

소금이나 세제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그럼 어떻게?
먹과 물만으로 가능해요.
먹이 마르기 전에 물을 떨어뜨리는 것만으로 먹이 번져가게 하는거란 말입니까? 세제나 소금, 아교를 쓰지 않으면 불가능할 텐데요.
아니요. 먹과 물의 농도가 다르니까, 삼투압의 원리와 모세관 현상을 이용하면...... 이만큼, 이 손바닥만큼 번져나가는 데 열흘이 걸려요. 그러니까 저만한 크기의 그림이 완성되려면 두 달에서 석 달쯤 걸렸을 거예요.
전문가들의 생각과 다르군요.
식물이 자라는 속도와 비슷한 거라고 했어요. - P32

그것들은 추측이고 상상일 뿐이지 증거가 되지 않아요. - P33

그 사람의 방식으로 이해한 거였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 P33

.....당신에게, 그걸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 P33

책을 쓴 건, 그게 나에게 남겨진 몫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위해서 쓴거라고 할 수도 있어요. 내가 설령 그 여자의 삶을 왜곡한다 해서, 그 여자가 살았던 삶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상관없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 P34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냉정하게 생각하기 위해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 P35

그는 매우 논쟁적인 사람임이 분명했다. 긴 대화가 오가는 동안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한 번도 말을 더듬지 않았고, 공격적이면서도 침착했고, 확신과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그가 평생을 헤쳐나올 수 있었던 무기이자 연장이 그것이었을 것이다. 세 치의 혀와 능란한 글. - P36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는 인주를 사랑하고 있었다. 시작이 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아직까지도. - P36

안 됩니다.
그는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당신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안 됩니다.
그 순간 나 역시 그를 이해했다. 그의 고통을. 숨겨진 집착을. 더이상의 요구는 불필요했다. 나는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나가지요. - P37

모든 도시들, 국경선과 흙과 바다, 숲과 골목과 시궁창, 무덤과 개들, 나무들, 연인들, 감옥, 전쟁터, 교실과 극장, 장례행렬, 덜컹거리는 지하철, 고함치는 노천 시장 들은 450킬로미터의 대기권 안쪽에 있다. 더러 융기하고 더러 가라앉은 지각 위에 넓거나 좁은 무수한 도로들 틈에, 450킬로미터의 납작한 두께 안에 삶이 펼쳐져 있다. - P38

납작함 속에서 치열하게, 납작함 속에서 안이하게, 납작함 속에서 웃고 말하고 병들고 춤춘다. 납작한 세계의 안쪽을 땀 흘리며 껴안는다. 죽음의 순간까지, 아니, 죽음 뒤에도 육체는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 다만 시선과 생각들, 의식들만이 이상한 생명처럼, 혼령처럼 성운 사이의 텅빈 어둠 속을 헤엄쳐 다닌다. - P39

이제는 아니지・・・・・・보이저호가 있으니까.
1978년 우주 공간으로 진수된 보이저호가 해마다 보내온 사진들이 신문들과 과학잡지에 컬러 화보로 실리면, 삼촌은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오려 작업실 책상 앞에 붙여놓곤 했다. 그는 호들갑스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깊은 감동이나 충격을 받은 일은 오히려 되도록 말하지 않았다. - P39

앞으로 오십 년 안에 보이저호는 태양계를 벗어날 거야. 그때부턴 별들 사이의 무한하고 텅 빈 공간 속으로 끝없이 나아가겠지. ・・・・・・그렇게 은하의 중심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올 때쯤이면, 지구에선 수억년이 흘러 있겠지. - P39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글을 시작할때만은 종이에 쓰는 것이 희곡을 쓰던 때의 버릇이었다. - P40

소박하게 살면 빠듯이 살아질 만큼의 수입이란, 불필요한 욕망을 일깨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편안한 것이었다. - P40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었다. 백지 앞에 앉는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을 짓누르는 공포를. 쓰레기 위에 덮인 눈 같은 생활의 고요가 물기와 썩은 고깃점들에 뒤범벅이 되는 순간의 예감을.
그러나 지금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있다. 팔 년 만에, 백지 위에 무엇인가를 쓰려고 한다. - P40

어떻게든, 강석원의 글과는 전혀 다른 것을. 전혀 다른 사실들을. 분명한 건 하나뿐이다. 내 말들은 그의 말처럼 매끄럽지 않을 것이다. 견고하지 않을 것이다. 일사불란하지 않을 것이다. - P41

나는 더듬을지도 모른다. 비명을 지를지도 모른다. 내 말들로 그의 말에 부딪칠 거다. 부서질 거다. 부술 거다. 조각조각 부수고 부서질거다. - P41

생명이 타들어간다고 느낄 때 물을 마시게 되는 것은 물이 생명이기 때문일까. 몸의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졌기 때문일까. - P41

내일 인주의 방으로 갈 것이다. 열쇠 수리공을 불러 새로 열쇠를 맞춰서라도 들어갈 것이다. 삼촌의 그림을, 아니, 인주의 그림을 볼 것이다. 이해하려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않으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 P42

지금은 여기서, 아직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영원히 연장되는 시간을, 정적을 견뎌야 한다. - P42

고대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젊은 신 마르두크는 모든 신들의 어머니 티아마트ㅡ혼돈ㅡ를 죽인 뒤 그 몸통을 반으로 갈라 하늘과 대지를 만들고 머리로 산과 강을 만든다. - P43

몽고의 신 오치르바니는 태초의 바다에 사는 뱀ㅡ혼돈ㅡ로순을 잡아 우주의 중심인 수메르 산에 세바퀴 감고 머리를 부숴버렸다고 전해진다. - P44

중국의 반고 신화에서는 오랜 세월 잠자던 거인 반고가 태어나면서 자신이 태어난 근원인 알을 깨뜨리는데, 맑은 기운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탁한 것은 가라앉아 땅이 된다. 후대로 내려와 장자에 이르면 혼돈은 숙과 홀이 뚫어준 일곱 개의 구멍 때문에 죽음을 맞는다. - P44

붉은빛의 불덩어리 새든, 태초의 바다에 사는 뱀이든, 근원의 알이든 혼돈은 죽는다. 머리가 부서지고, 깨뜨려지고, 구멍이 뚫려 죽는다. 그 죽은 몸에서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초목과 짐승들이 태어난다. - P44

우주의 시작은 양자역학적인 물리량이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앞뒤를 따질 수 있는 고전적인 시공간은 태초 이전에는 무의미하다. 고전적인 우주가 태어나기 전까지 우주의 에너지는 0이지만, 시공간은 양자역학적 혼돈 상태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생성과 소멸을 거듭한다. 그러던 어느 확률적 순간, 에너지의 벽을 뚫은 시공간이 팽창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고전적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적용된다. 오랜 혼돈이 갈라지고 천지가 창조되는 짧은 시간, 우주는 급팽창하고 물질이 생성된다. 놀랍도록 신화에 가깝게, 플랑크의 시간이라고 불리는 10^‐43초, 그 찰나의 찰나에. - P44

나는 잠자코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화면의 가운데가 분할되었고, 서로 다른 색채의 커다란 사각형 두 개가 바탕색을 향해 번지며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색채가 번지게 하기 위해서, 붓 대신 스펀지를 쓰기도 했다고 해. - P45

색채들의 충돌이 인간의 내부에서 스며나오는 감정처럼 느껴진다는 것에 나는 놀랐다. 시작도 끝도 없던 혼돈이 방금 갈라져 피 흘리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그토록 단순한 구도의 비구상 화면에서 극적으로 뿜어져 나온다는 것이 기묘하게 느껴졌다. - P45

큰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친밀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이 사람은 말했어. 작은 그림을 그린다는 건, 스스로를 경험 밖에 두고 거기서 그 경험을 환등기나 축소경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했지.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면, 자기가 그 안에 들어가 있어서 어떤 것도 한눈에 볼수 없게 된다고 했어. - P46

도록을 넘겨갈수록 로스코의 색채들은 어두워졌다. 말년의 그림들은 짙은 푸른빛과 검정, 회색, 진한 갈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분할된 화면들은 어두운 정신과 더 극단적으로 어두운 정신의 끈질긴 대비처럼 보였다. 그 사이사이로, 불안할 만큼 밝고 생경한 색채의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 P46

얼핏, 그의 죽음을 즈음해 형성되고 있었을 내 첫 세포를 생각했다. 어머니조차 모르는 사이 연붉은 자궁안에 막 한 점으로 맺혔을 그것을. 바로 그 무렵, 북반구의 2월 하순,
차가운 흙 속에서 아직 썩지 않았을 그의 손을.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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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의 소제목은 <관계에도 ‘신선도‘가 있다> 이다. 여기서는 상대방이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선을 넘는 행동을 했을 때 적절한 대응방식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암묵적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본문을 통해 보다 더 명확하게 구체화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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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나오는 한 챕터 한 챕터를 읽으면서 저자가 삶으로 직접 경험하면서 그 속에서 느꼈거나 깨달았던 것들을 이것저것 만나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내 스스로를 점검해보거나 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불쾌하다고 표현해도 상대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건 이미 상한 관계이니 빠르게 손절해라. - P82

그 행동이 나를 서운하게 하고 불쾌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상대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상대는 더 이상 나의 기분을 신경쓰지 않는 (나를 존중하지 않는) 상해 버린 관계가 맞다. - P82

지금 상대가 하는 행동이 가장 낮은 레벨이라는 걸 잊지 말자. 우유는 상하고 나면 그 이후에 썩을 일만 남았다. - P82

한결같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은 예의라는 선을 긋고 넘어오지 않는다. 소중한 관계가 상하지 않도록 항상 관리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곁에 두면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나에게 상처 주는 일 따위를 애초부터 만들지 않는다. - P83

나부터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그런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 엄격한 기준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예의라는 선을 넘지 않으며 유유상종하기 때문이다. - P83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무례한 사람들뿐이라면 나부터 문제가 있지 않은지 체크해 봐야한다. - P83

오롯이 홀로 일어설 힘이 생기면 더 이상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게 되고 상대의 무례한 행동을 보며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 된다. - P84

외로움에 허기져 상한 우유라도 벌컥벌컥 들이켜는 미련한 사람과 이미 배가 부른 상태로 우유가 상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가차 없이 하수구로 흘려버릴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의 차이는 여유로운 마음에서부터 나온다. - P85

자기 자신과 친해지면 나라는 사람이 지금 무엇을 원하고 어떤 감정인지 정확하게 캐치하고 보살펴 줄 수 있다. 이렇게 자신과 친한 사람들은 가스라이팅을 당할 일도 없다. 내 말에 제일 먼저 귀 기울여 주니 타인의 말장난 따위로 자신을 의심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 P85

마음이 울적할 때 카톡 리스트를 뒤져 보며 누구에게 연락할까 고민할 시간에 혼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러 가거나,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 보거나, 혼자 맛집에 찾아가 혼밥도 해 본다. 이런 오붓한 데이트는 자신과 대화를 나눠 보는 좋은 기회가 된다. - P86

나 자신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며 친밀감을 쌓다 보면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길 줄 알게 되고 혼자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 - P86

결국 나 자신부터 건강하고 독립된 존재가 되어야 - P87

사람들이 지닌 가벼움과 묵직함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원인은 마음 중심추의 무게 차이였다. 마음 중심추가 무거운 사람이 있고 마음 중심추가 가벼운 사람이 있는데 이건 사회적인 위치나 부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영역이었다. - P89

유난히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들을 상황에 따라 번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말의 무게나 사람 간의 약속에 대하여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직 지금 상황에서의 손익을 계산해서 그때그때 언행을 달리하며 얕은 수를 쓴다. 자신은 상황에 따라매사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장 발밑에 한 치 앞만 볼 줄 알고 전체적인 숲을 바라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 P90

이들(자신의 이득에 따라 언행을 번복하는 사람들)은 당장의 불편함이 싫고, 돈 몇 푼이 아쉬워 사람 간의 신뢰를 저버리는데 그 이후에 따라오는 엄청난 손실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의 주변에 진실된 사람이 없다고 토로하는데 본인이 먼저 주변인들에게 신뢰를 깨버렸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자신의 과오로 껍데기만 남은 인맥 속에 살며 끝까지 남 탓만 하는 안타까운 케이스다. - P90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행동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기에 타인의 눈에도 한없이 만만하고 가벼워 보일 수밖에 없다. - P91

언과 행의 불일치는 타인과의 약속에 앞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 - P92

마음의 중심추가 무거운 사람이 뱉는 말은 국새가 찍힌 공문서와 같다면 마음의 중심추가 가벼운 사람이 뱉는 말은 대충 휘갈겨 쓴 법적 효력이 없는 각서와도 같다. - P92

마음의 중심추를 무겁게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첫 번째는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신뢰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명함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사사로운 손익에 흔들리지 않는 묵직한 인품을 쌓아야 한다. - P93

충분한 시간 동안 고심하고 현명하게 판단하여 간결하게 마무리 지은 언행을 번복하지 않으며 설사 시간이 지나서 그 결정이 틀렸다고 해도 그때 당시 내가 내렸던 판단을 존중하는 사람 - P93

여행은 단순한 여가 생활이 아닌 세상을 보는 시야와 나의 세계관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므로 나에게는 반드시 주기적으로 타 줘야 하는 놀이기구다. - P99

하고 싶으면 맞아서라도 했고 하기 싫으면 맞아서라도 안 했다. - P108

주관적인 아름다움으로 평가되는 정답 없는 예술은 우리의 삶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 P115

인생을 수치화하고 많이 가지고 누릴수록 아름다운 삶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삶에 대한 고찰을 거듭할수록 삶은 수치로만 평가할 수 있는 단순한 영역이 아니었다. - P115

금이라는 재료가 차고 넘쳐도 작가의 역량이 부족하면 결코 ‘아름다운 삶‘이라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16

삶은 인성, 습관, 취향, 라이프 스타일, 성취, 부, 사랑과 같은 복합적인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개개인의 독창적인 작품인데 여기서 고작 한두 가지가 결여되어 추한 형태로 변질돼 버린 삶도 있고, 대부분이 결여되어도 기어이 예술로 승화해 내는 삶도 있다. - P116

지독한 가난 속에서 나흘간 커피로만 끼니를 때우며 캔버스에 열정을 불태웠던 반 고흐, 연인이자 뮤즈였던 디에고의 배신에 대한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프리다 칼로처럼 그들의 삶은 고통마저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다. - P116

결국 삶이라는 작품의 최종 가치는 주어진 재료보다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역량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똥손에게 금이 주어지고, 금손에게 흙이 주어진다면, 그램 수로 가격을 책정하는 귀금속 상가에서는 똥손이 만든 금붙이를 더 높게 쳐줄 것이다. 그러나 예술성에 가치를 매기는 갤러리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 P117

나는 내팽개쳐 두었던 흙을 모아 손에 꼭 쥐어 보았다. 그 속에는 소란했던 기억들과 크고 작은 고통의 알갱이들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 P117

흙은 초라하고 투박하지만 생명을 품는다. 이제이 흙을 재료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여 나만의 독창적이고 멋진 예술작품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 P117

제가 추측하기엔 스트레스 과다로 인해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게 나왔을 것 같아요. - P124

취향은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 온 인생의 저변에 깔려 있는 근본적인 틀이었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창조하게 될 인생의 중요한 방향키였다. - P128

인간의 인생은 각자 여러 갈래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데 그 갈래에는 개인의 취향이 절대적으로 반영된다. - P129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를 획득해야만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나, 나는 ‘부‘보다 얼마나 ‘건강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 P130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취향부터 바꾸어야 한다. 음지에 있는 취향을 양지로 끌어올려 건강한 방향으로 바꾸어야 하고, 거기서 좀 더 가치있고 우아한 취향까지 추구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춘다면 삶은 더할 나위 없이 윤택해진다. 취향을 바꾸면 내가 머무르는 장소가 바뀌고 인간관계가 바뀌고 인생관이 바뀌고 직업이 바뀌고 건강까지 바꿀 수 있다. - P130

취향의 방향성을 체크할 때 가장 유용한 방법은 이번 달 카드 명세서를 확인하는 거다. 소비내역은 개인의 취향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척도다. - P131

"각자의 다양한 세계를 글로 자유롭게 표현해 내는 게 시예요.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되는 시는 서로 세계관이 맞지 않구나 생각하시면 돼요. 한번 시도해 보세요. 시는 누구나 쓸 수 있어요." - P139

"재밌는 걸 하고 살아요, 돈을 좇지 말고. 그러면 결국 성공해요." - P142

"이것저것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좋아하는 일이면 우선 시작해! 퀄리티가 좀 떨어져도 분명히 그에 맞는 독자층이 있어." - P144

"무조건 좋은 조건에서 시작해야 성공한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해." - P144

"정체되어 있는 시기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영상을 올리다 보면 구독자가 다시 확 늘어나는 시기가 와. 항상 꾸준함이 중요해." - P144

"다 잘 될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잃지 말고 계속해 나가면 돼." - P144

자신이 만들어 낸 약속을 한결같이 지켜 내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삶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 P149

자신의 삶에 애정을 가지면 나를 둘러싼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기 시작한다. 내가 머무르는 공간, 내가 매일 쓰는 물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돌보는 반려동물. 이 모든 것들 또한 자신의 삶의 일부이니까 사랑을 담아 세심하게 보살피게 된다. - P150

자신의 가게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장만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 내며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다. - P151

자신의 삶에 애정이 담긴다면 한결같이 꾸준해진다. - P151

살다 보면 나의 의지와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 P155

가끔은 아무리 열심히 노를 저어도 거세게 흐르는 물살에 내가 가고자 했던 반대 방향으로 배가 움직일 때가 있다. 그럴 땐 손에 쥔 노를 내려놓고 물살이 이끄는 대로 가만히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도 있어야 한다 - P156

"손해 좀 보면 어때. 그냥 넘겨 줄 때도 있는 거야, 살다 보면." - P165

부정적이고 무례한 것들에 나의 시선이 머물지 않도록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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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이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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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법의학자로 일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전달한다.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평소 죽음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잘 사는 것 못지 않게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한 죽음과 관련된 사회제도적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엿볼 수 있어서 이 쪽 분야에 뜻이 있는 독자가 있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방향으로의 개선책을 생각해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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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잘 사는 것, 잘 죽는 것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키워드는 바로 ‘웰빈well-貧‘ 이라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를 ‘잘 비우는 삶‘이라고 정의한다.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물건들이 있지만, 언제인지는 몰라도 결국 저세상으로 떠날 땐 하다못해 볼펜 한 자루도 가지고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본문에서 이를 ‘영원한 내 것이란 없다‘는 문장으로 표현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물욕과 탐욕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려왔던 내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이미 생활하는데 필요한 웬만한 것들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단지 갖고 싶다는 욕망에 이끌려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습관처럼 구매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 외에도 예전에 죽음과 관련된 주제를 다뤘던 책을 한 권 읽었던 적이 있는데, 늘 그렇듯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룬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내 삶에서 더 채워야 할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덜어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를 통해 단지 잘 사는 것을 넘어서 잘 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라도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온 말은 아니지만 어쩌면 잘 죽는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자원들을 남김없이 다 쓰고 죽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어차피 죽으면 어떤 것도 내 것이 아니기에 죽기 전에 이 땅에 내 소유의 자원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쓰고나서 깔끔하게 저 세상으로 가는 게 뭔가 시작과 끝이 깔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이 세상에 처음 나올 때도 다들 몸뚱아리 하나만 가지고 빈 손으로 왔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보니 문득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는 말이 생각났다.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죽음이 오고, 평안한 죽음을 통해 좋은 삶이 완성된다. 죽음과 삶은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P225

안락사로 번역되는 ‘유타나시아 euthanasia‘를 직역하면 ‘아름다운 죽음‘을 뜻한다. 그러나 원래는 불치의 병에 걸리거나 여러 이유로 치료나 생명 유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생물에 대해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인위적인 행위를 의미하는 말이다. - P226

존엄사는 영어로 ‘웰다잉well-dying‘ 이라고 한다.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가치, 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는 역발상을 통해 나타난 새로운 흐름이다. 생의 마지막까지 사람답게 살다 가고 싶다는 새로운 인식이 생겨나면서 주목받은 개념이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한다는 기존의 관점에서 의미가 확산되어 최근에는 잘 죽기 위한 최종 목표로서 웰다잉이 제안되기도 했다. - P226

잘 사는 웰빙도, 잘 죽는 웰다잉도 중요하지만, 나는 여기에 한 가지 더해 ‘웰빈well-貧‘을 이야기하고 싶다. ‘잘 비우는 삶‘을 말한다. 삶을 길게 바라보면 내가 가진 어떤 것도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매일 들고 다니는 휴대폰도, 옷이며 신발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이다. 영원히 움켜쥘 수 있을 것만 같은 돈도, 자동차도, 집도, 죽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아닌 한갓 사물에 불과하다. 그저 이 세상을 잠시 살아가는 동안 빌려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원한 내 것이란 없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자. - P227

만일 도저히 회생 불가능하다면 연명을 중단하고 싶다고 스스로 의지를 밝힐 수 있고, 또 그 뜻대로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러이러한 처치를 원치 않는다." "신체 유지 장치 같은 불필요한 것은 달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사항들을 생전에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다. 의식을 잃거나 아픈 상태에서는 자신의 의지를 밝힐 수 없으니,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 P227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듯 죽음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주인이 되어 죽음의 태도와 방식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을 맞는 태도와 방식 역시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 P228

남은 인생을 최대한 행복하게 살다가 가는 것 - P228

남아 있는 시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다. 남아 있는 시간을 병원에서 투병하며 흘려보내는 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몇 달을 연장하기 위해 병마와 싸우는 고통스러운 투병을 하기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다가 마무리를 하고 싶다. 그러다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다. - P229

어떤 태도로 마지막을 맞느냐에 대해 더 성숙하고 자유로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막연히 금기시하기보다는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때 더욱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논의들은 결국 더 좋은 삶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것이다. - P229

어떤 태도로 사느냐에 따라 죽음의 모습이 달라진다. 또 얼마나 좋은 죽음을 맞느냐에 따라 좋은 삶이 결정된다. - P232

죽음에 대해 조금은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문화, 고독한 이의 죽음을 함께 나누는 문화, 삶만큼이나 죽음도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되면 좋겠다. 행복하게 사는 것 못지않게 죽음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P232

"큰형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병에 걸렸는지조차 모르지요. 둘째 형은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치료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중병인 줄 모르고 지나갑니다. 저는 중병만 치료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가 가장 실력 있는 의사라고 아는 것이지요" _화타 - P235

이미 병이 깊어져서 온 사람보다 병이 심해지기 전에 미리 진단해야 하며, 그것을 예방할 수 있으면 더 좋다는 것이다. - P235

‘일구이족삼약사기一口二足三藥四技‘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의사의 조건을 제시한 말이다. 첫 번째 조건은 ‘일구一口‘이다. 환자와 대화를 많이 해야 함을 의미한다. 어떠한 말과 태도로 환자에게 설명해줄 것이며, 또 환자의 말을 듣고 위로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아픈 이의 말을 들어준다면 절반 이상은 낫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환자의 고충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음을 내포한다. - P236

두 번째 조건 ‘이족二足‘은 부지런함을 말한다. 열심히 발로 뛰고, 환자가 있는 곳이라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가는 게 명의다. 의술의 신으로 추앙받는 아스클레피오스가 뱀이 휘감긴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환자가 있는 곳이라면 지팡이를 들고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가겠다는 ‘편력遍歷‘의 상징이다. 그만큼 부지런히 다니라는 뜻이다. 세 번째 ‘삼약三藥‘은 증상에 맞는 좋은 약을 쓰는 것이고, 네 번째 ‘사기四技‘는 최신 기술을 쓴다는 것이다. - P236

명의에게 중요한 것은 환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며, 약과 의술은 그다음 순서라는 것이다. - P236

암 덩어리를 도려내고 좋은 약을 처방하는 것이 의사에게 주어진 역할의 전부가 아니다. 의사는 인간의 마지막 결정을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만큼 이해와 공감, 배려심이 필요하며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영혼과 영혼이 맞닿는 치료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하기에 의사는 더 많은 영혼을 경험해야 한다. - P237

의사는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실 환자를 온전히 이해하고 환자에게 공감하기 위해서는 직접 병에 걸려 아파보는 것이 최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수 없는 노릇이니 그에 준할 만큼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른 이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 유일하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공감이고 배려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만큼 소중하고 값진 자산이다. - P237

똑같은 진단을 받고, 똑같은 치료를 받아도 마음이 어루만져진다는 느낌이 들면 치료 효과가 다르다. - P238

약제의 효과를 판정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중 맹검법이란 것이 있다. 원래 있던 약(구약)이 있고, 새로 나온 약(신약)이 있다. 환자가 이걸 구분하지 못하도록 해서 투약한 뒤 약제의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약제에 대해 환자가 갖고 있던 선입견, 즉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 (위약 효과)가 작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다. 사람이 먹은 마음에 따라 실제로 약의 효과가 달라지기도 하기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 P239

‘플라세보placebo‘라는 말은 ‘기쁘게 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플라케레 placere‘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플라세보 효과는 환자의 마음가짐이 의료적 효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 P239

반면 플라세보 효과에는 어두운 면도 존재하는데, 이걸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한다. 환자가 어떤 약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을 가지게 되면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생각이 실재하는 결과를 만들어낼수 있다는 것이다. - P239

휘발유 차에 몰래 경유를 넣으면 절대 차가 갈 수 없다.
그런데 사람은 다르다. 휘발유 차에 경유를 넣어도 갈 수 있는 게 사람의 마음, 바로 마음의 힘이다. 자신의 믿음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것, 그것이 바로 플라세보다. - P239

약의 효과를 판별하기 위해 플라세보, 즉 위약 효과를 걷어내는 작업을 한다는 건 역으로 위약 효과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 P240

결국 중요한 건 마음의 자세다. 비관주의자는 기회를 만나도 안 될 이유를 찾아내고, 낙관주의자는 곤경에 빠져도 거기서 기회를 찾아낸다. 자기 업을 대할 때 스스로 낙관하고 기회를 찾아내는 사람은 분명 남들과는 다른 태도로 일할 것이다. - P240

직업을 가리키는 말 중에 ‘사‘자로 끝나는 것이 많다.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 변호사는 ‘선비 사士‘ 자를 쓴다.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검사와 판사는 ‘일 사事‘ 자를 쓴다. 국가의 사무처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반면의사는 ‘스승 사師‘자를 쓴다. 간호사, 미용사 등도 스승 사를 쓴다.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혼자서 책을 붙들고이론만 공부해서는 안 되고, 스승으로부터 직접 배우며 실기를 익혀야 온전히 그 일을 맡아 해낼 수 있는 직업이라는의미일 것이다. 스승으로부터 배우고, 자신도 스승이 되어가르쳐야 한다. - P241

질병을 진단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보다는 ‘알려주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한 사람을 ‘인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 인체의 구조, 인체 반응과 병태생리 같은 인체에 대한 배움에서 시작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인간을 알아야 한다. 인간을 배우지 못하고 인체만 배우다 보면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맞았을 때 미숙할수밖에 없다. - P241

사람은 물체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적 상황과 유기적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은 당신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신이 속했던 환경의 문제이고 관계의 문제이고 사회 집단의 문제입니다"라는 걸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마치 그림 하나를 놓고 관련된 전반적인 설명을 해주는 도슨트처럼. ‘가르치다‘의 의미를 계속 되새겨야 한다. - P242

‘공감‘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내는 영어 표현으로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라 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라는 말이 있다. - P242

겉으로 좋아 보이는 신발도 막상 신으면 발이 아플 수 있듯이 세상 모든 일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다. 하물며 다른 이의 고통을 겉으로 봐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직접 신발을 신어보듯이, 타인의 감정과 고통에 최대한 자신을 이입하면서 공감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 P243

의사는 영혼으로 아픈 환자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할수록 좋다 _플라톤《국가》 - P243

환자를 질병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로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이 중요하다. - P244

‘인문‘은 공부해야 하는 게 아니고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공기 같은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관계 맺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인문이다. - P244

어떤 것을 공부한다는 것은 나와 그 세계를 분리해서, 곧 대상화시켜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관심 어린 시선으로 먼저 공감하려고 노력하면 좋겠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안테나를 세우고, 현상과 이면을 읽어내는 안목과 인사이트가 필요하다. - P245

나와 타인, 나와 사회를 분리하고 대상화하는 공부가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 - P246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도 깨진 곳의 위치를 넘어 물이 채워질 수 없듯이 가장 약한 부분이 우리 사회의 높이를 결정한다. 이는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 von Liebig가 제시한 ‘최소율의 법칙‘과도 통한다. 리비히에 따르면 "식물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넘치는 요소가 아니라 가장 모자라는 요소"라고 한다. 식물이 성장하는 데는 탄소, 산소, 수소, 질소, 인산, 유황, 칼륨, 칼슘, 마그네슘, 철 이렇게 꼭 필요한 10가지 영양소가 있다. 이 중 9가지 영양소가 필요량의 100배, 1,000배가 된다 해도 나머지 하나의 영양소가 부족하면 결국 그 식물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사회의 현주소를 살피려면 가장 낮은 곳을 봐야 한다. - P250

물통은 구멍이 난 부분 이상으로 물을 채울 수 없고, 목걸이가 끊어질 때도 가장 약한 고리가 먼저 끊어진다. 우리 사회 역시 가장 약한 부분에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연재해든 인재든 언제나 가난한 이들, 사회에서 소외받은 이들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희생과 비극은 결국 사회 전체로 번진다. 이것이 우리가 불편을 감수하고, 가장 약한 곳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 P252

우리 사회는 새들을 위해 감나무의 감을 다 따지 않고 남겨두는 사회였다. 힘들게 일한 소를 위해 걷기를 택한 농부의 마음이 있던 사회였다. 우리는 이런 여유와 공감, 연대의식을 갖고 있었던 나라다. 그리고 분명 우리 안에는 아직도 그런 것들이 숨 쉬고 있다. - P254

죽음에는 세 종류가 있다.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들의 죽음‘이다. 나의 죽음은 경험할 수 없다. 너의 죽음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 상실과 애도가 있다. 그들의 죽음은 나하고 상관없는 죽음이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바꿔서 ‘나의 죽음, 너의 죽음, 우리의 죽음‘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들의 죽음이 아닌 우리의 죽음. 그들로 대상화하는 게 아니라 우리로 포용하는 것이다. - P255

나뭇잎은 바람에 흩날려도 서로 간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 - P255

스승님들의 등을 보고 걷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앞으로 선생님보다 더 크고 따뜻한 스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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