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42.195km의 마라톤을 즐겨하다가, 한 단계 더 나아가 ‘울트라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100km 마라톤에 도전한다. 천신만고 끝에 저자는 울트라 마라톤도 완주해낸다. 독자인 나는 섣불리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하기도 했었지만, 본문을 쭉 읽다보면 각각의 행위들마다 저자가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어떤 눈에 보이는 것이라기보다는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자신의 내면에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어떤 귀중한 가치, 할 수 있다는 믿음, 어떤 어려운 것을 해냈다는 성취감, 극한의 상황을 이겨냈다는 승리감 같은 것들이다.

근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울트라 마라톤‘ 이후 어느순간 저자는 달리기만 하는 게 질렸는지 이번에는 ‘트라이 애슬론‘에 도전한다. 이 종목은 수영, 사이클, 마라톤 이 3가지 종목을 한 번에 하는 것인데 저자가 기존에 쭉 해왔던 마라톤에 나머지 두 종목을 더한 것이기에 저자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도전정신을 일깨워낸 것처럼 보였다.

저자는 본문에서 물리적인 나이를 먹더라도 그 노화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다소 힘들어보이는 도전들을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했던 말을 실제로 지키기 위한 생각에서 나온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트라이 애슬론‘의 사이클 종목에 필요한 노하우 중 하나에 대해 저자가 언급한 것이다. 이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이 자세를 유지해야 기록을 조금이라도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성취에는 대가와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경기용 사이클을 탈 때 무엇보다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 바람의 저항을 피하기 위해 몸을 되도록 앞으로 기울이고, 얼굴은 전면을 향해 들고 있어야 하는 일이다. 뭐라고 해도 이 자세를 몸에 익혀두지 않으면 안 된다. - P213

무슨 일의 기본을 착실하게 몸에 익히려면 많은 경우 육체적인 아픔이 필요한 것이다. - P214

마라톤 풀코스에 대비해서 실시하는 장시간에 걸친 주행도 고독하지만, 혼자서 묵묵히 핸들을 붙잡고, 오로지 페달을 계속 밟는 것도 고독한 작업이다. 똑같은 일의 끝없는 되풀이다. 오르막이 있고, 평지가 있고, 내리막이 있고, 순풍이 있고, 역풍이 있다. 그에 따라 기어를 바꾸고, 포지션을 바꾸고, 회전수를 체크하고, 발에 힘을 주어 부하를 걸고 떨어뜨리기를 되풀이하며 회전수를 체크하고, 물을 마시고, 기어를 바꾸고, 포지션을 바꾸고....... 때때로 그것은 고문처럼 여겨진다. - P218

시선을 향해야만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안쪽인 것이다. - P229

정해진 일을 정해진 수순으로 정해진 말을 써서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있어도, 상대를 보고 상대의 능력이나 경향에 맞춰서 자신의 언어로 어떤 사물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많지 않다 - P241

"목적이 분명한 쪽이 가르치기 쉽습니다." - P242

부품 조각이 전부 조립되어 전체의 모습을 보이게 되면, 거기서 처음으로 개별 부품의 기능을 알 수 있게 된다. 밤이 새고 하늘이 밝아지면, 그때까지는 그저 뿌옇게밖에 보이지 않던 집의 지붕 모양이나 색깔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과 같다. - P244

며칠이고 베이스 드럼의 패턴만 되풀이한다. 며칠이고 심벌 연습만 하게 한다. 며칠이고 탐탐Tam Tam 연습만...... 단조롭고 지루하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게 일체가 되면 멋진 리듬 머신이 탄생한다.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집요하고 엄격하고 그리고 참을성 있게 개별 파트의 나사못을 조여 나간다. 물론 시간은 걸린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시간을 들이는 것이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 된다. - P244

보통 사람들처럼. 가령 몇 살이 되어도 살아 있는 한, 나라고 하는 인간에 대해서 새로운 발견은 있는 것이다. 발가벗고 거울 앞에 아무리 오랜 시간 바라보며 서 있는다 해도 인간의 속까지는 비춰주지 않는다. - P246

호흡을 규칙적으로 반복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 P249

일단 리듬을 붙이게 되면 그후에는 그것을 유지해가기만 하면 될 뿐이다. - P249

도롱뇽이 갑자기 타조로 진화한 것 같다. - P251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오늘의 레이스를 내가 진심으로 즐겼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만한 기록은 아니다. 자잘한 실패도 많이 겪었다. 그렇지만 나 나름대로 전력을 다했고, 그 노력의 보상 같은 것이 아직도 몸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리고 또 여러 가지 점이 이전의 레이스보다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것 역시 중요한 점이다. - P255

‘고통스럽다‘라고 하는 것은 이런 스포츠에 있어서는 전제 조건과 같은 것이다. 만약 심신의 단련에 필요한 고통이 없다면 도대체 누가 일부러 트라이애슬론이나 풀 마라톤이라고 하는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 스포츠에 도전할 것인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 고통을 통과해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에서 자신이 살고 있다는 확실한 실감을, 적어도 그 한쪽 끝을, 우리는 그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 P256

산다는 것의 성질은 성적이나 숫자나 순위라고 하는 고정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 속에 유동적으로 내포되어 있다는 인식에 (잘 된다고 하는 가정이지만) 다다를 수도 있다. - P256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 P257

어쨌든 눈앞에 있는 과제를 붙잡고 힘을 다해서 그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간다. 한 발 한 발 보폭에 의식을 집중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동시에 되도록 긴 범위로 만사를 생각하고, 되도록 멀리 풍경을 보자고 마음에 새겨둔다. - P258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ㅡ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ㅡ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그렇다. 아마도 이쪽이 좀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 P258

내 경우, 이렇게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까닭은 ‘소설을 착실하게 쓰기 위해서 신체 능력을 가다듬어 향상시킨다‘ 라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므로 레이스나 연습을 위해서 작품을 쓸 시간을 빼앗겨버리고 나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라고 할까, 약간 곤란한 일이 되고 만다. - P264

프로의 세계는 냉엄한 것이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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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지난 오랜 시간동안 달리기를 해왔던 저자가 프로 러너와 아마추어 러너를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 과거에 개인적으로 런닝했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는 지극히 아마추어 러너였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순간적인 가속도 물론 중요할 수 있겠지만 조금은 느리더라도 꾸준함을 보여주는 게 아마추어에서 벗어나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한 길임을 다시금 느낀다.

거리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 아마추어냐 프로냐 하는 것은 바로 구별할 수 있다. 헉헉, 하면서 짧은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 것은 초보자이고, 조용히 규칙적으로 호흡하는 것은 베테랑이다. 그들의 심장은 천천히, 생각에 잠기면서 시간을 새겨 나간다. - P131

우리는 거리에서 서로 스치면서 서로의 호흡의 리듬을 들으며, 서로의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마치 작가들이 서로 상대의 어법을 교감하는 것처럼. - P131

근육은 기억하고 인내한다. 어느 정도 향상도 된다. 그러나 타협은 하지 않는다. 융통성을 부리지도 않는다. - P132

사람은 모두 공평하게 나이를 먹어간다. - P133

나는 나의 목적지를 향해서 계속 달린다. - P133

살결에 닿는 감촉과 향기와 방향으로 우리는 계절의 추이를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그런 실감을 동반한 흐름 속에서, 나는 나라는 존재가 자연의 거대한 모자이크 속의 미세한 하나의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바다를 향해 흘러가다 다리 밑을 지나는 강물처럼 교환 가능한 자연현상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P140

테이퍼링 tapering (점점 줄이는) - P141

그녀들에게는 그녀들에게 어울리는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나에게는 나에게 적합한 페이스가 있고 시간성이 있다. 그것들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며,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것이다. - P146

어제는 롤링 스톤스의 《베거스 뱅큇Beggar‘s Banquet》을 들으면서 달렸다. <심퍼시 포 더 데빌sympathy For The Devil>의 예의 ‘후후 woo woo‘라고 하는 펑키풍의 백코러스는 달리는 데 실로 안성맞춤이다. 그 전날에는 에릭 클랩튼의《렙타일Reptile》을 들으면서 달렸다. 어느 쪽이나 흠잡을 데 없는 음악이다. 마음에 와 닿고, 몇 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특히《렙타일》은 달리면서 꽤 여러 번 들었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렙타일》은 천천히 러닝을 하는 아침에 듣기에 딱 좋은 앨범이다. 강요하는 듯한 느낌과 부자연스러움이 티끌만큼도 없다. 리듬은 항상 명료하고 멜로디는 한없이 자연스럽다. - P147

소설을 쓴다는 것이 불건전한 작업이라는 주장에 나는 기본적으로 찬성하고 싶다. 우리가 소설을 쓰려고 할 때, 다시 말해 문장을 사용해 이야기를 꾸며 나가려고 할 때는 인간 존재의 근본에 있는 독소와 같은 것이 좋든 싫든 추출되어 표면으로 나온다. 작가는 다소간 그런 독소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위험을 인지해서 솜씨 좋게 처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와 같은 독소가 개재介在되지 않고 참된 의미의 창조 행위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묘한 예를 들어서 미안하지만, 복어는 독이 있는 부위가 가장 맛있다고 하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건전한‘ 작업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P149

예술 행위라고 하는 것은 애당초 성립부터 불건전한 반사회적 요소를 내포한 것이다. - P149

작가(예술가) 중에는 실생활 그 자체의 레벨부터 퇴폐적으로 전락하고, 또는 반사회적인 의상을 걸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 P149

참으로 불건전한 것을 다루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되도록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150

건강한 것과 건강하지 못한 것은 결코 대극점對極點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립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건강한 것과 건강하지 못한 것들은 서로를 보완하고, 어떤 경우에는 서로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이다. 때때로 건전함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건전한 것만을 생각하고, 불건전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불건전한 것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편향은 인생을 진정으로 내실 있는 것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 P151

내가 생각하는 문학이라는 것은 훨씬 자발적이고 구심적인 것이다. 거기에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활력이 있어야 한다. 나에게 있어 소설을 쓰는 것은 험준한 산의 암벽을 기어오르고, 길고 격렬한 격투끝에 정상에 오르는 작업이다. 자신에게 이기든지, 아니면 지든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 같은 내적인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나는 언제나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 P152

말할 것도 없이 언젠가 사람은 패배한다. 육체는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쇠잔해간다. 빠르건 늦건 패퇴하고 소멸한다. 육체가 시들면 (우선 아마도) 정신도 갈 곳을 잃고 만다. - P153

외국어를 사용해서 이야기를 꾸며 나가려고 하면 나에게 주어진 언어의 선택지와 가능성이 필연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영어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영어 회화는 꽤 서투른 편이다) 그만큼 도리어 편한 마음으로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다. 어차피 외국어인데 어쩔 수 없지 않나, 하고. 그것은 아주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 P154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일시적으로나마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 P155

달리는 것은 연설문 같은 것을 암기하는 작업에 적합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움직이면서, 머릿속에서 순서대로 단어를 늘어놓는다. 문장의 리듬을 가늠하고, 단어의 울림을 연상한다. 그렇게 해서 의식을 어딘가 다른 데 두면서 달리노라면 무리 없이 자연스런 속도로 긴 시간 조깅을 계속할 수 있다. - P155

<아메리카 더 뷰티풀> (미국의 비공식 국가. 미국을 ‘신이 내린 나라‘로 규정하고 있다) - P156

미래의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 P161

내일이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그것은 내일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 P162

지브롤터 해협(지중해와 대서양을 잇는 해협, 15세기 콜럼버스가 이 해협을 지나 대서양 항해에 나서,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다) - P165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은 인내하며 묵묵히 달려 나갈 수밖에 없다. 강한 불만을 품고 반기를 들려고 하는 급진적인 혁명의회를 당통Jacques Danton이나 로베스피에르Robespieme 같은 이들 (프랑스 혁명을 이끈 자코뱅파의 지도자들로 혁명 이후 급진적 공화주의를 주장하며 공포정치를 펼쳤다)이 변론을 구사해서 설득하는 것처럼, 나는 신체의 각 부위를 열심히 설복한다. 격려하고 매달리고 치켜세우기도 하고 질책도 하며 고무도 한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될 일이 아닌가, 지금은 어떻게든 참고 힘내다오, 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면ㅡ하고 나는 생각한다ㅡ결국은 두 사람 다 목이 뎅강 날아가 버렸잖아. - P170

‘나는 인간이 아니다. 하나의 순수한 기계다. 기계니까 아무것도 느낄 필요가 없다.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 P170

만약 내가 피도 살도 있는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거나 하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도중에 허물어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 P170

나라고 하는 존재는 확실히 여기 있다. 그에 따라 자기라고 하는 의식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순간에 있어서는 그 모든 것들은 이른바 ‘편의적인 형식‘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그것은 기묘한 사고방식이며 기묘한 감각이었다. 의식이 있는 것이 의식을 부정하려 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무튼 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무기無機적인 장소로 몰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것 이외에 달리 연명할 길이 없다고 본능적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 P171

‘나는 인간이 아니다. 하나의 순수한 기계다. 기계니까 아무것도 느낄 필요가 없다.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이 말을 머릿속에서 만트라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글자 그대로 ‘기계적‘으로 반복한다. 그리하여 자기가 감지하는 세계를 되도록 좁게 한정하려고 애쓴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겨우 3미터 정도 앞의 지면으로, 그보다 앞은 알 수 없다. 내가 당면한 세계는 기껏해야 3미터 앞에서 끝나고 있다. 그 앞의 일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늘도, 바람도, 풀도, 그 풀을 먹는 소들도, 구경꾼도, 성원도, 호수도, 소설도, 진실도, 과거도, 기억도, 나에게 있어서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물인 것이다. 여기서부터 3미터 앞의 지점까지 다리를 움직인다ㅡ그것만이 나라고 하는 인간의, 아니 아니지, 나라고 하는 기계의 작은 존재 의의인 것이다. - P171

나는 걷기 위해서 이 레이스에 참가한 건 아니다. 달리기 위해 참가한 것이다. - P172

만약 자신이 정한 규칙을 한 번이라도 깨트린다면 앞으로도 다시 규칙을 깨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은 아마도 어렵게 될 것이다. - P172

그 뒤로부터는 아무것도 특별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도록 하자‘라고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없어졌다 - P173

나타난 흐름을 자동적으로 어렵사리 계속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거기에 몸을 맡겨놓고 있으면 어떤 힘이 나를 자연스럽게 앞으로 이끌어주었다. - P173

이상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는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조차 머릿속에서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나는 그 이상함을 이상함으로 느낄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는 달린다는 행위가 거의 형이상학적인 영역에까지 이르고 있었다. 행위가 먼저 거기에 있고, 그 행위에 딸린 것 같은 존재로서 내가 있다. 나는 달린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P175

끝이라고 하는 것은, 그저 우선 한 단락을 짓는다는 것뿐으로, 실제로는 대단한 의미가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끝이 있기에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존재라는 사물의 의미를 편의적으로 두드러지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또 그 유한성의 에두른 비유로서, 어딘가의 지점에 다른 일은 젖혀놓고 우선 종착점이 설정되어 있을 뿐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 P176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 P177

의식 같은 건 특별히 대단한 것은 아닌 것이다 - P177

‘위험스러운 일을 자진해서 맡아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해 나갈 만한 힘이 내 안에도 아직 있었구나‘ 하는 개인적인 기쁨이며 안도감 - P180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다수의 사람들이 아마도 그렇듯이 나는 쓰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생각한 것을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문장을 지어 나가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쓴다고 하는 작업을 통해서 사고를 형성해간다. 다시 고쳐 씀으로써 사색을 깊게 해나간다. 그러나 아무리 문장을 늘어놓아도 결론이 나오지 않고, 아무리 고쳐 써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경우도 물론 있다. 가령 지금이 그렇다. 그럴 때에는 그저 가설을 몇 가지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혹은 의문 그 자체를 차례차례 부연해갈 수밖에 없다. 혹은 그 의문이 지닌 구조를 뭔가 다른 것과 구조적으로 맞대어 비교하든지. - P185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즐길 수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이제부터 앞으로의 큰 의미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 P187

겨우 하프 마라톤을 적당한 속도로 달린 정도로 지쳐버린다면, 마라톤 풀코스는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것이 되어버린다. - P194

매일매일의 힘든 연습을 벗으로 삼는 장거리 주자에게 있어서 무릎은 항상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부위다. 달리고 있으면 착지할 때마다 체중의 세 배가 되는 충격이 발에 가해진다고 한다. 그것이 하루에 1만 번 가깝게 되풀이되는 것이다. 딱딱한 콘크리트 노면과 가공할 만한 하중의 증가 사이에서(그 사이에 슈즈의 쿠션이 있다고는 하지만) 무릎은 침묵을 지키며 참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보통은 거의 그런 일을 생각도 하지 않지만ㅡ문제가 생기지 않는 편이 오히려 문제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무릎이라는 것도 때로는 불평을 하고 싶을 것이다. "거칠게 콧김을 내뿜으며 뛰는 것도 좋지만 조금쯤은 내 생각도 해주세요. 한 번 못 쓰게 되면 대신할 것이 없잖아요"라고. - P196

가능하면 좋은 쪽으로 눈을 돌리도록 하자. - P198

우리의 의식이 미로인 것처럼 우리의 몸 역시 또 하나의 미로인 것이다. 도처에 어둠이 있고, 도처에 사각死角이 있다. 도처에 무언의 암시가 있고, 도처에 이중성이 기다리고 있다. - P202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경험과 본능뿐이다. 경험이 나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뭔가를 더 생각해본들 소용없다. 이제는 당일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본능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은 딱 한마디, ‘상상하라‘ 라고 하는 것이다. - P203

나는 눈을 감고 상상한다. 브루클린에서, 할렘에서, 미드타운으로, 수만 명의 주자들과 함께 뉴욕의 거리를 달려 나가는 내 모습을. 몇 개인지 모를 거대한 강철의 현수교를 내가 넘어가고 있는 것을. 번잡한 센트럴파크 사우스를 따라 달리면서 결승점에 가까워지고 있을 때의 기분을. 레이스를 완주한 후에 먹으러 가는, 호텔 근처의 고풍스런 스테이크 하우스를. 그런 광경은 온몸에 조용한 활력을 가져다준다. - P203

나는 이제 더 이상 캄캄한 어둠의 세계를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것을 그만둔다. 침묵의 울림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그만둔다. - P203

버넌 듀크Vernon Duke가 작곡한 청아하고 아름다운 발라드 <뉴욕의 가을> - P204

덧없는 꿈을 꾸는 사람들은 그저
이국적인 풍경에 한숨을 내쉴 거야
이것이 뉴욕의 가을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Dreamers with empty hands
May sigh for exotic lands
It‘s autumn in New York
It‘s good to live again - P204

당연히 달려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그것이 마라톤 레이스인 것이다. - P205

레이스용 사이클은 페달을 힘주어 콱 밟는 것과 동시에 발을 들어 올려야 한다. 힘껏 밟고 바로 발을 들어 올리는 동작에 의해 스피드를 올려간다. 그런 발의 회전을 되도록 원활하게 유지한다. 특히 긴 오르막길을 빠른 속도로 넘기 위해서는 이 ‘발을 들어 올리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발을 들어 올리는 데 필요한 근육은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근육이어서 사이클 연습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으면, 필연적으로 그 근육에 피로가 쌓여 퉁퉁 부어오른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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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6-07-08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저자는 학창시절에 위에서 강제적으로 시켜서 하는 공부보다는 스스로가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질은 저자가 사회인이 되고 나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하는데,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이 저자의 생각과 실제 행동을 잘 대변하는 듯하다. 독자인 나는 바로 이런 것이 바로 분야를 막론하고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학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달리기라는 것을 메인 소재로 하는 듯 보이지만 본문을 읽다보면 소설가인 저자의 모습과 그가 추구하는 성향이 어떤 것인지를 소개하는 성격의 글처럼 보이기도 한다. 달리기를 하는 것도 결국에는 본업인 소설 쓰기를 더 잘해내기 위한 수단의 성격이 더 짙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덕분에 소설가인 저자의 히스토리와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기질이나 성향 등을 알아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은근 독자인 나와 비슷한 기질들이 있어서 좀 더 눈길이 가기도 했다.

자신이 흥미를 지닌 분야의 일을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구해가면 지식이나 기술을 지극히 효율적으로 몸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령 번역 기술도 그렇게 해서 나만의 스타일로, 내 돈을 들여가면서 하나씩 익혀 나갔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간도 걸렸고 시행착오도 거듭했지만, 그런 만큼 배운 것은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었다. - P63

학교라는 데는 들어가서 무언가를 배운 후에는 나와야 하는 곳이다. - P64

내 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 P65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다‘ - P66

열 명 중에 한 명이 단골이 되어준다면 경영은 이루어진다. 거꾸로 말하면 열 명 중 아홉 명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나 그 ‘한 사람‘ 에게는 철저하게 마음에 들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경영자는 명확한 자세와 철학 같은 것을 기치로 내걸고, 그것을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비바람을 견디며 유지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가게를 경영하면서 내가 몸소 체득한 것이었다. - P67

선두 주자가 될 필요는 없다.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대로 쓰고 그것으로 보통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나로서는 부족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 P67

스피드나 거리는 개의치 않고 되도록 쉬지 않고 매일 달리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게 달린다는 행위가 하루 세끼 식사나 수면이나 집안일이나 쓰는 일과 같이 생활 사이클 속에 흡수되어 갔다. 달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습관이 되고, 쑥스러움 같은 것도 엷어져 갔다. - P68

제킨 (운동선수나 경주마에 붙이는 표지나 번호) - P69

마라톤 풀코스의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35킬로를 지나면서부터 다가온다. - P69

매일 운동을 하고 있으면 자기의 적정 체중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몸을 가장 움직이기 쉬운 지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 P70

나는 자주 ‘인생은 참 불공평하다‘ 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을 어떤 사람은 노력하지 않고도 손쉽게 얻는다. - P70

무엇이 공평한가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법이다. - P71

적신호를 보기 쉬운 만큼 오히려 다행스러운 것이라고 - P71

주위를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에게 샘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괭이를 손에 쥐고 부지런히 암반을 깨고 구멍을 깊이 뚫지 않으면 창작의 수원水原에 도달할 수 없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몸을 혹사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작품을 쓰려고 할 때마다 일일이 새롭게 깊은 구멍을 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생활을 오랜 세월에 걸쳐 해가는 동안, 새로운 수맥을 찾아내고 단단한 암반에 구멍을 뚫어 나가는 일을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효율성 있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하나의 수원이 메말라간다고 느껴지면 과감히 바로 다음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자연의 수원에만 의지하고 있던 사람은 갑자기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어도 그리 쉽게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 P72

인간이라는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 - P73

어떤 일이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 P74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다‘ 라는 진리이다. - P75

아, 역시 사람은 모두 똑같구나, - P76

다만 젊었을 때보다는 변화에 시간이 걸린다. 젊었을 때 한 달 반이면 가능했던 일이 3개월이 걸리게 된다. 운동량과 달성된 일의 효율도 눈에 띄게 나빠진다.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체념하고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만으로 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생의 원칙이며, 그 효율의 좋고 나쁨이 우리가 살아가는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닌 것이다. - P83

"근육은 붙기 어렵고 빠지기는 쉽다. 군살은 붙기 쉽고 빠지기는 어렵다" - P83

몸이라는 것은 지극히 실무적인 시스템인 것이다. 시간을 들여 단속적·구체적으로 고통을 주면 몸은 비로소 그 메시지를 인식하고 이해한다. 그 결과 주어진 운동량을 자진해서(라고는 말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수용하게 된다. 그 뒤에 우리는 운동량의 상한선을 조금씩 높여간다. 조금씩 조금씩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 P84

실패의 원인은 명확했다. 달리기 양의 부족, 달리기 양의 부족, 달리기 양의 부족. 그것이 전부였다. 연습량의 절대 부족에다, 체중도 줄이지 못했다. - P87

건전한 자신감과 불건전한 교만을 가르는 벽은 아주 얇다. - P87

지불해야 할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것밖에는 손에 넣을 수 없는 나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 P88

한여름의 아테네는 실제로 가본 분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만큼 덥다. 그곳 사람들은 볼일이 없으면 오후에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시원한 그늘에서 낮잠을 잔다. 해가 저물고 나서야 겨우 밖으로 나와 활동을 시작한다. 여름철 그리스에서 한낮에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관광객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개들도 그늘에 드러누운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한참을 보고있어도 전혀 구별이 가지 않는다. 그만큼 덥다. - P93

《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소설로, 사형 직전 친구의 목숨을 담보로 고향집에 다녀오겠다는 왕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갖 고난을 헤쳐가며 최선을 다해 달리는 이야기 - P95

세상일이란 것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다. - P95

오로지 앞만 보고 계속 달린다. - P99

스플릿 타임(매 구간별 기록) - P100

드디어 결승점에 다다랐다. 성취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다. 내 머릿속에는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좋다‘ 라는 안도감뿐이다. - P103

제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는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P103

아무리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도, 결국은 똑같은 일의 반복인 것이다. - P107

어떤 종류의 프로세스는 아무리 애를 써도 변경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와 어느 모로나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고(혹은 일그러뜨려서), 그 프로세스를 자신의 인격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 - P107

오르막길을 달리는 연습도 의식적으로 했다. - P112

근육은 잘 길들여진 소나 말 같은 사역 동물과 비슷하다. 주의깊게 단계적으로 부담을 늘려 나가면, 근육은 그 훈련에 견딜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간다. "이만큼 일을 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단다"하고 실례를 보여가며 반복해서 설득하면, 그 상대도 "아, 좋지요" 하고 그 요구에 맞춰서 서서히 힘을 들여 나간다. 물론 시간은 걸린다. 무리하게 혹사를 하면 고장나 버린다. 그러나 시간만 충분히 들여 실행하면, 그리고 단계적으로 일을 진행해 나간다면 군소리도 안 하고(때때로 얼굴을 찌푸리기는 하지만) 강한 내심을을 발휘해서 그 나름의 고분고분한 자세로 강도를 높여 나간다. ‘이만큼의 작업을 잘 소화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기억이, 반복에 의해서 근육에 입력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의 근육은 무척 고지식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이다. 이쪽이 순서만 올바르게 밟아 나가면 불평하지 않는다. - P114

근육이라는 것도 살아 있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가능하면 힘 안 들이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무거운 짐이 주어지지 않으면 안심하고 기억을 지워 나간다. 그리고 일단 해제된 기억을 다시 입력할 경우에는, 또 한번 같은 과정을 처음부터 되풀이해야 한다. - P114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 P116

사람의 생각은 육체의 죽음과 함께 그다지도 허망하게 사라져버리는 것인가 - P119

소설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은 말할 나위도 없이 재능이다. 문학적 재능이 전혀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소설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필요한 자질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전제 조건이다. 연료가 전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자동차도 달릴 수 없다. - P120

재능 다음으로 소설가에게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가 질문받는다면 주저 없이 집중력을 꼽는다. 자신이 지닌 한정된 양의 재능을 필요한 한 곳에 집약해서 쏟아 붓는 능력. 그것이 없으면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이 힘을 유효하게 쓰면 재능의 부족이나 쏠림 현상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 P121

집중력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지속력이다. - P121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의식을 한 곳에 집중하는 훈련을 계속하면, 집중력과 지속력은 자연히 몸에 배게 된다. 이것은 앞서 쓴 근육의 훈련 과정과 비슷하다.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써나가며 의식을 집중해 일을 하는 것이, 자기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정보를 신체 시스템에 계속해서 전하고 확실하게 기억시켜 놓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그 한계치를 끌어올려 간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그 수치를 살짝 올려간다. 이것은 매일 조깅을 계속함으로써 근육을 강화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다. 자극하고 지속한다. 또 자극하고 지속한다. 물론 이 작업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의 보답은 있다. - P122

"비록 아무것도 쓸 것이 없다고 해도 나는 하루에 몇 시간인가는 반드시 책상 앞에 앉아서 혼자 의식을 집중하곤 한다" _뛰어난 미스터리 작가인 레이먼드 챈들러 Raymond Chandler - P123

장편소설을 쓴다고 하는 작업은 근본적으로는 육체노동이라고 나는 인식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두뇌 노동이다. 그러나 한 권의 정리된 책을 완성하는 일은 오히려 육체노동에 가깝다. - P123

젊다는 것은 온몸에 자연스러운 활력이 충만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중력이나 지속력도 필요하다면 저절로 생긴다. 이쪽에서 굳이 애써 찾을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젊고재능이 있다는 것은 등에 날개가 돋친 것과 같은 것이다. - P124

어떤 방법으로, 어떤 방향에서 자신을 보강해가느냐 하는 것이 각자 작가의 개성이 되고 특징이 된다. - P126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 P128

신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본전도 못 건지게 된다. - P128

인간의 정신은 육체의 특성에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또는 반대로 정신의 특성이 육체의 형성에도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정신과 육체는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며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P130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에게는 천성적으로 ‘종합적 경향‘ 같은 것이 있어서, 본인이 그것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것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정도이다. 경향은 어느 정도까지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근본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그것을 천성이라고 부른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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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한명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역사 분야 쪽에 독서력이 짧은 탓에 한명회라는 이름은 예전에도 몇 번 들어보긴 했지만 이 사람이 어떤 성격이나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랐었다. 오늘 독서를 통해 알게 된 대략적인 내용을 적어보자면 외적인 모습은 다소 아쉬운 구석이 많지만 외적인 것 이외의 것들에서는 비범한 재능이 있는 캐릭터로 나온다. 꾀가 많은 모사 기질을 가진 이 한명회가 뒤이어지는 이야기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물론 지금 소개한 한명회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속에서 알게 모르게 느끼고 배우는 것들이 많다. 어쩌면 이런 게 역사 소설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듯 싶다.

어느 늙은 중이 광혁첨(光赫尖)이니 귀히 될 징조라고 하였다. 어찌하였으나 날 때에는 병신스러웠고 자라매 괴물 같았지마는 재주도 있고 엉큼하여 범상치 아니하게 보는 사람은 보았다. - P-1

진실로 한명회는 열 달을 못채우고 지레 날 때에 선악을 가리는 양심 하나를 잃어버리고는 다른 것은 다 찾아가지고 나온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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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오늘에서야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세상에 내놓은 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읽었던 몇몆 책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읽을 때마다 꽤나 인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오늘 읽기 시작하는 이 책 또한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독자인 내게 어쩌면 그냥 사소해보이는 것들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만들었다. 물론 습관처럼 굳어져서 의미나 철학같은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가는 경우들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러한 행동이나 방법 속에도 얼마든지 그 나름의 철학과 의미가 내재되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서머셋 몸 Somerset Maugham은 "어떤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라고 쓰고 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매일매일 계속하고 있으면, 거기에 뭔가 관조와 같은 것이 우러난다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 P7

만트라 mantra (원뜻은 불교ㆍ힌두교의 진언眞言. 신들에 대하여 부르는 신성하고 마력적인 어구) - P8

풀 마라톤이라는 것은 가혹한 경기인 것이다. 만트라라도 부르짖지 않으면 하지 못할 힘든 일이다. - P8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중략)...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기에 달렸다‘ - P9

가령 달리면서 ‘아아, 힘들다! 이젠 안되겠다‘ 라고 생각했다고 치면, ‘힘들다‘ 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젠 안되겠다‘ 인지 어떤지는 어디까지나 본인이 결정하기 나름인 것이다. - P9

‘내가 느끼고 있는 것, 생각하고 있는 것을, 처음부터 그대로 꺼내 솔직하게 나 나름의 문장으로 써보자. 아무튼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겠다‘ - P10

러빙 스푼풀The Lovin‘ Spoonful의 《데이드림Daydream》과 《험스 오브 더 러빙 스푼풀 Hums of The Lovin‘ Spoonful》 - P18

더 쓸 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 P19

계속하는 것ㅡ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P19

나는ㅡ그런 여러 가지 흔해빠진 일들이 쌓여서ㅡ지금 여기에 있다. 카우아이의 북녘 해안에.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면 때때로 나 자신이 해변에 밀려온 한낱 나무토막에 지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 P21

그래도 참고 끝까지 달리고 나면, 몸의 중심에서 모든 걸 깡그리 쥐어짜내 버린 것 같은, 어쩌면 모든 걸 다 털어내 버린 듯한 상쾌함이 거기에 우러난다. - P22

트라이애슬론은 마라톤뿐만 아니라 수영과 사이클 경기도 포함하고 있다. - P23

20 수년간 끊임없이 달리는 것으로서 내 신체와 정신은 대체로 좋은 방향으로 강화되고 형성되어왔다고 생각한다. - P24

어떤 일이 됐든 다른 사람을 상대로 이기든 지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 자신이 설정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에 더 관심이 쏠린다. 그런 의미에서 장거리를 달리는 것은 나의 성격에 아주 잘 맞는 스포츠였다. - P25

끝까지 달리고 나서 자신에 대한 자부심(혹은 프라이드와 비슷한 것)을 가질 수 있는가 없는가, 그것이 장거리 러너에게 있어서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 P26

자신이 쓴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가 못했는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그것은 변명으로 간단하게 통하는 일이 아니다. - P26

기본적인 원칙을 말한다면, 창작자에게 있어 그 동기는 자신 안에 조용히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으로서, 외부에서 어떤 형태나 기준을 찾아야 할 일은 아니다. - P26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 P27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신체 능력의 피크를 맞이한다. - P27

폴리 리듬(연주하는 한 곡 안에서 두드러지게 대조적인 리듬을 동시에 연주하는 방법) - P32

레가타 Regatta (노를 저어 배의 속도를 겨루는 수상 스포츠) - P32

달릴 때에는 대체로 록 음악을 듣는다. 때로는 재즈를 듣는 일도 있다. 그렇지만 달리는 리듬에 맞추는 걸 생각할 때, 역시 반주 음악으로서는 록이 가장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레드 핫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 나 고릴라즈 Gorillaz 라든가, 제프 벡JeffBeck이라든가 또는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 Credence Clearwater Revival,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 같은 오래된 음악, 되도록 심플한 리듬의 음악이 좋다. - P33

달리는 거리가 늘어감에 따라서 체중도 줄어갔다. - P34

나는 달려가면서 그저 달리려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원칙적으로는 공백 속을 달리고 있다. 거꾸로 말해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서 달리고 있다, 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 P36

달리고 있는 나의 정신 속에 스며들어 오는 그와 같은 생각 (상념)은 어디까지나 공백의 종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내용이 아닌, 공백성을 축으로 해서 성립된 생각인 것이다. - P37

달리고 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비슷하다. 여러 가지 형태의 여러 가지 크기의 구름. 그것들은 왔다가 사라져간다. 그렇지만 하늘은 어디까지나 하늘 그대로 있다. 구름은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에 불과하다. 그것은 스쳐 지나서 사라져갈 뿐이다. 그리고 하늘만이 남는다. 하늘이란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실체인 동시에 실체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그와 같은 넓고 아득한 그릇이 존재하는 모습을 그저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P37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있고 그것으로 세계는 성립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가치관이 있고,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이 있다. 나에게는 나의 가치관이 있고,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이 있다. 그와 같은 차이는 일상적으로 조그마한 엇갈림을 낳고, 몇 가지인가의 엇갈림이 모이고 쌓여 커다란 오해로 발전해갈수도 있다. 그 결과 까닭 없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받거나 하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건 괴로운 체험이다. - P39

생각해보면 타인과 얼마간이나마 차이가 있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자아란 것을 형성하게 되고, 자립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 P40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마음이 받게 되는 아픈 상처는 그와 같은 인간의 자립성이 세계에 대해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될 당연한 대가代價인 것이다. - P40

타인으로부터의 고립과 단절은 병에서 새어 나온 산酸처럼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고 녹여버린다. 그것은 예리한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보호하는 동시에, 그 내벽을 끊임없이 자잘하게 상처 내기도 한다. - P41

나는 신체를 끊임없이 물리적으로 움직여 나감으로써, 어떤 경우에는 극한으로까지 몰아감으로써, 내면에 안고 있는 고립과 단절의 느낌을 치유하고 객관화해 나가야 했던 것이다.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직감적으로. - P41

누군가로부터 까닭 없이(라고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비난을 받았을 때, 또는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고 기대하고 있던 누군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했을 때, 나는 언제나 여느 때보다 조금 더 긴 거리를 달리기로 작정하고 있다. 여느 때보다 더 긴 거리를 달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만큼 자신을 육체적으로 소모시킨다. 그리고 나 자신이 능력에 한계가 있는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인식한다. 가장 밑바닥 부분에서 몸을 통해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여느 때보다 긴 거리를 달린 만큼,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의 육체를 아주 근소하게나마 강화한 결과를 낳는다. - P41

화가 나면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분풀이를 하면 된다. 분한 일을 당하면 그만큼 자기 자신을 단련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 P41

시간은 정해진 만큼의 몫을 받아간다. - P44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애당초의 나라는 인간이기 때문에. - P45

칼라 토머스 Carla Thomas와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의 음악 - P49

퀸텟(바이올린 2, 비올라 1, 첼로 1 편성에 현악기 이외의 악기를 하나 더 곁들인 5중주) - P50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길이 없었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 P50

어쨌든 살아남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 - P51

인생의 가파른 계단 하나를 가까스로 오르고 나서, 조금쯤은 트인 장소로 나온 느낌이 들었다. 여기까지 헤쳐 나온 이상 앞으로는 어떻게든지 잘 되어갈 것 같은 자신도 생겼다. - P51

그때 하늘에서 뭔가가 조용히 춤추듯 내려왔는데, 나는 그것을 확실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 P53

소설가가 되려는 것과 같은 야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나로서는 무엇이 어떻든 간에, 아무 생각 없이 소설이라는 것을 쓰고 싶었다.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이미지도 없이 ‘지금이라면 뭔가 나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그럴듯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느꼈던 것이다. - P53

보통 사람의 두 배쯤 되는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P56

접객업이라는 것은 찾아오는 손님을 자기뜻대로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사람이 와도(어지간히 지독한 상대가 아닌 한)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숙이고, "어서 오십시오"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덕분에 수많은 이상한 사람들과 만나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한 기묘한 체험도 했다. 그런 생활속에서 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을 때마다 흔연스럽게 받아들여 의욕적으로 일을 해나갔다. 대체로 나는 새로운 인생의 막이 열려진 데 따라, 그것이 주는 새로운 자극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즐기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 P56

정신 상태도 여간해서는 집중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소설을 쓰다 보면, 어느 정도 재미있는 것, 혹은 새로운 경향의 소설을 쓸 수 있다고 해도, 깊은 내용을 담은 무게 있는 소설은 쓸 수 없다. - P57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다, 나 스스로도 ‘이 정도라면‘ 하고 만족할 수 있는 소설을 한 권이라도 좋으니까 완성시키고 싶다 - P57

전력을 다해서 매달리고, 그래도 잘 되지 않으면 단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어중간하게 하다가 실패한다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것이다. - P58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자. - P58

소설 취재를 위해 일주일 정도 홋카이도를 여행했다. - P58

여하튼 나중이 없으니까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부어 글을 썼다. 있지도 않은 힘까지 총동원했던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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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6-07-05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도 이 책 늘 궁금은 했는데 인연이 안 닿았거든요 즐독하시기 바랍니다 덕택에 간접독서하겠습니다 ㅎㅎ

2026-07-05 1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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