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42.195km의 마라톤을 즐겨하다가, 한 단계 더 나아가 ‘울트라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100km 마라톤에 도전한다. 천신만고 끝에 저자는 울트라 마라톤도 완주해낸다. 독자인 나는 섣불리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하기도 했었지만, 본문을 쭉 읽다보면 각각의 행위들마다 저자가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어떤 눈에 보이는 것이라기보다는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자신의 내면에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어떤 귀중한 가치, 할 수 있다는 믿음, 어떤 어려운 것을 해냈다는 성취감, 극한의 상황을 이겨냈다는 승리감 같은 것들이다.
근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울트라 마라톤‘ 이후 어느순간 저자는 달리기만 하는 게 질렸는지 이번에는 ‘트라이 애슬론‘에 도전한다. 이 종목은 수영, 사이클, 마라톤 이 3가지 종목을 한 번에 하는 것인데 저자가 기존에 쭉 해왔던 마라톤에 나머지 두 종목을 더한 것이기에 저자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도전정신을 일깨워낸 것처럼 보였다.
저자는 본문에서 물리적인 나이를 먹더라도 그 노화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다소 힘들어보이는 도전들을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했던 말을 실제로 지키기 위한 생각에서 나온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트라이 애슬론‘의 사이클 종목에 필요한 노하우 중 하나에 대해 저자가 언급한 것이다. 이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이 자세를 유지해야 기록을 조금이라도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성취에는 대가와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경기용 사이클을 탈 때 무엇보다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 바람의 저항을 피하기 위해 몸을 되도록 앞으로 기울이고, 얼굴은 전면을 향해 들고 있어야 하는 일이다. 뭐라고 해도 이 자세를 몸에 익혀두지 않으면 안 된다. - P213
무슨 일의 기본을 착실하게 몸에 익히려면 많은 경우 육체적인 아픔이 필요한 것이다. - P214
마라톤 풀코스에 대비해서 실시하는 장시간에 걸친 주행도 고독하지만, 혼자서 묵묵히 핸들을 붙잡고, 오로지 페달을 계속 밟는 것도 고독한 작업이다. 똑같은 일의 끝없는 되풀이다. 오르막이 있고, 평지가 있고, 내리막이 있고, 순풍이 있고, 역풍이 있다. 그에 따라 기어를 바꾸고, 포지션을 바꾸고, 회전수를 체크하고, 발에 힘을 주어 부하를 걸고 떨어뜨리기를 되풀이하며 회전수를 체크하고, 물을 마시고, 기어를 바꾸고, 포지션을 바꾸고....... 때때로 그것은 고문처럼 여겨진다. - P218
시선을 향해야만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안쪽인 것이다. - P229
정해진 일을 정해진 수순으로 정해진 말을 써서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있어도, 상대를 보고 상대의 능력이나 경향에 맞춰서 자신의 언어로 어떤 사물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많지 않다 - P241
"목적이 분명한 쪽이 가르치기 쉽습니다." - P242
부품 조각이 전부 조립되어 전체의 모습을 보이게 되면, 거기서 처음으로 개별 부품의 기능을 알 수 있게 된다. 밤이 새고 하늘이 밝아지면, 그때까지는 그저 뿌옇게밖에 보이지 않던 집의 지붕 모양이나 색깔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과 같다. - P244
며칠이고 베이스 드럼의 패턴만 되풀이한다. 며칠이고 심벌 연습만 하게 한다. 며칠이고 탐탐Tam Tam 연습만...... 단조롭고 지루하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게 일체가 되면 멋진 리듬 머신이 탄생한다.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집요하고 엄격하고 그리고 참을성 있게 개별 파트의 나사못을 조여 나간다. 물론 시간은 걸린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시간을 들이는 것이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 된다. - P244
보통 사람들처럼. 가령 몇 살이 되어도 살아 있는 한, 나라고 하는 인간에 대해서 새로운 발견은 있는 것이다. 발가벗고 거울 앞에 아무리 오랜 시간 바라보며 서 있는다 해도 인간의 속까지는 비춰주지 않는다. - P246
호흡을 규칙적으로 반복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 P249
일단 리듬을 붙이게 되면 그후에는 그것을 유지해가기만 하면 될 뿐이다. - P249
도롱뇽이 갑자기 타조로 진화한 것 같다. - P251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오늘의 레이스를 내가 진심으로 즐겼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만한 기록은 아니다. 자잘한 실패도 많이 겪었다. 그렇지만 나 나름대로 전력을 다했고, 그 노력의 보상 같은 것이 아직도 몸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리고 또 여러 가지 점이 이전의 레이스보다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것 역시 중요한 점이다. - P255
‘고통스럽다‘라고 하는 것은 이런 스포츠에 있어서는 전제 조건과 같은 것이다. 만약 심신의 단련에 필요한 고통이 없다면 도대체 누가 일부러 트라이애슬론이나 풀 마라톤이라고 하는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 스포츠에 도전할 것인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 고통을 통과해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에서 자신이 살고 있다는 확실한 실감을, 적어도 그 한쪽 끝을, 우리는 그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 P256
산다는 것의 성질은 성적이나 숫자나 순위라고 하는 고정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 속에 유동적으로 내포되어 있다는 인식에 (잘 된다고 하는 가정이지만) 다다를 수도 있다. - P256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 P257
어쨌든 눈앞에 있는 과제를 붙잡고 힘을 다해서 그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간다. 한 발 한 발 보폭에 의식을 집중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동시에 되도록 긴 범위로 만사를 생각하고, 되도록 멀리 풍경을 보자고 마음에 새겨둔다. - P258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ㅡ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ㅡ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그렇다. 아마도 이쪽이 좀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 P258
내 경우, 이렇게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까닭은 ‘소설을 착실하게 쓰기 위해서 신체 능력을 가다듬어 향상시킨다‘ 라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므로 레이스나 연습을 위해서 작품을 쓸 시간을 빼앗겨버리고 나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라고 할까, 약간 곤란한 일이 되고 만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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