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학창시절에 위에서 강제적으로 시켜서 하는 공부보다는 스스로가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질은 저자가 사회인이 되고 나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하는데,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이 저자의 생각과 실제 행동을 잘 대변하는 듯하다. 독자인 나는 바로 이런 것이 바로 분야를 막론하고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학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달리기라는 것을 메인 소재로 하는 듯 보이지만 본문을 읽다보면 소설가인 저자의 모습과 그가 추구하는 성향이 어떤 것인지를 소개하는 성격의 글처럼 보이기도 한다. 달리기를 하는 것도 결국에는 본업인 소설 쓰기를 더 잘해내기 위한 수단의 성격이 더 짙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덕분에 소설가인 저자의 히스토리와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기질이나 성향 등을 알아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은근 독자인 나와 비슷한 기질들이 있어서 좀 더 눈길이 가기도 했다.

자신이 흥미를 지닌 분야의 일을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구해가면 지식이나 기술을 지극히 효율적으로 몸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령 번역 기술도 그렇게 해서 나만의 스타일로, 내 돈을 들여가면서 하나씩 익혀 나갔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간도 걸렸고 시행착오도 거듭했지만, 그런 만큼 배운 것은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었다. - P63

학교라는 데는 들어가서 무언가를 배운 후에는 나와야 하는 곳이다. - P64

내 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 P65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다‘ - P66

열 명 중에 한 명이 단골이 되어준다면 경영은 이루어진다. 거꾸로 말하면 열 명 중 아홉 명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나 그 ‘한 사람‘ 에게는 철저하게 마음에 들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경영자는 명확한 자세와 철학 같은 것을 기치로 내걸고, 그것을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비바람을 견디며 유지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가게를 경영하면서 내가 몸소 체득한 것이었다. - P67

선두 주자가 될 필요는 없다.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대로 쓰고 그것으로 보통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나로서는 부족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 P67

스피드나 거리는 개의치 않고 되도록 쉬지 않고 매일 달리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게 달린다는 행위가 하루 세끼 식사나 수면이나 집안일이나 쓰는 일과 같이 생활 사이클 속에 흡수되어 갔다. 달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습관이 되고, 쑥스러움 같은 것도 엷어져 갔다. - P68

제킨 (운동선수나 경주마에 붙이는 표지나 번호) - P69

마라톤 풀코스의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35킬로를 지나면서부터 다가온다. - P69

매일 운동을 하고 있으면 자기의 적정 체중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몸을 가장 움직이기 쉬운 지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 P70

나는 자주 ‘인생은 참 불공평하다‘ 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을 어떤 사람은 노력하지 않고도 손쉽게 얻는다. - P70

무엇이 공평한가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법이다. - P71

적신호를 보기 쉬운 만큼 오히려 다행스러운 것이라고 - P71

주위를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에게 샘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괭이를 손에 쥐고 부지런히 암반을 깨고 구멍을 깊이 뚫지 않으면 창작의 수원水原에 도달할 수 없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몸을 혹사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작품을 쓰려고 할 때마다 일일이 새롭게 깊은 구멍을 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생활을 오랜 세월에 걸쳐 해가는 동안, 새로운 수맥을 찾아내고 단단한 암반에 구멍을 뚫어 나가는 일을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효율성 있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하나의 수원이 메말라간다고 느껴지면 과감히 바로 다음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자연의 수원에만 의지하고 있던 사람은 갑자기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어도 그리 쉽게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 P72

인간이라는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 - P73

어떤 일이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 P74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다‘ 라는 진리이다. - P75

아, 역시 사람은 모두 똑같구나, - P76

다만 젊었을 때보다는 변화에 시간이 걸린다. 젊었을 때 한 달 반이면 가능했던 일이 3개월이 걸리게 된다. 운동량과 달성된 일의 효율도 눈에 띄게 나빠진다.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체념하고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만으로 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생의 원칙이며, 그 효율의 좋고 나쁨이 우리가 살아가는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닌 것이다. - P83

"근육은 붙기 어렵고 빠지기는 쉽다. 군살은 붙기 쉽고 빠지기는 어렵다" - P83

몸이라는 것은 지극히 실무적인 시스템인 것이다. 시간을 들여 단속적·구체적으로 고통을 주면 몸은 비로소 그 메시지를 인식하고 이해한다. 그 결과 주어진 운동량을 자진해서(라고는 말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수용하게 된다. 그 뒤에 우리는 운동량의 상한선을 조금씩 높여간다. 조금씩 조금씩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 P84

실패의 원인은 명확했다. 달리기 양의 부족, 달리기 양의 부족, 달리기 양의 부족. 그것이 전부였다. 연습량의 절대 부족에다, 체중도 줄이지 못했다. - P87

건전한 자신감과 불건전한 교만을 가르는 벽은 아주 얇다. - P87

지불해야 할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것밖에는 손에 넣을 수 없는 나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 P88

한여름의 아테네는 실제로 가본 분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만큼 덥다. 그곳 사람들은 볼일이 없으면 오후에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시원한 그늘에서 낮잠을 잔다. 해가 저물고 나서야 겨우 밖으로 나와 활동을 시작한다. 여름철 그리스에서 한낮에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관광객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개들도 그늘에 드러누운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한참을 보고있어도 전혀 구별이 가지 않는다. 그만큼 덥다. - P93

《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소설로, 사형 직전 친구의 목숨을 담보로 고향집에 다녀오겠다는 왕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갖 고난을 헤쳐가며 최선을 다해 달리는 이야기 - P95

세상일이란 것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다. - P95

오로지 앞만 보고 계속 달린다. - P99

스플릿 타임(매 구간별 기록) - P100

드디어 결승점에 다다랐다. 성취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다. 내 머릿속에는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좋다‘ 라는 안도감뿐이다. - P103

제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는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P103

아무리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도, 결국은 똑같은 일의 반복인 것이다. - P107

어떤 종류의 프로세스는 아무리 애를 써도 변경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와 어느 모로나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고(혹은 일그러뜨려서), 그 프로세스를 자신의 인격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 - P107

오르막길을 달리는 연습도 의식적으로 했다. - P112

근육은 잘 길들여진 소나 말 같은 사역 동물과 비슷하다. 주의깊게 단계적으로 부담을 늘려 나가면, 근육은 그 훈련에 견딜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간다. "이만큼 일을 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단다"하고 실례를 보여가며 반복해서 설득하면, 그 상대도 "아, 좋지요" 하고 그 요구에 맞춰서 서서히 힘을 들여 나간다. 물론 시간은 걸린다. 무리하게 혹사를 하면 고장나 버린다. 그러나 시간만 충분히 들여 실행하면, 그리고 단계적으로 일을 진행해 나간다면 군소리도 안 하고(때때로 얼굴을 찌푸리기는 하지만) 강한 내심을을 발휘해서 그 나름의 고분고분한 자세로 강도를 높여 나간다. ‘이만큼의 작업을 잘 소화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기억이, 반복에 의해서 근육에 입력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의 근육은 무척 고지식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이다. 이쪽이 순서만 올바르게 밟아 나가면 불평하지 않는다. - P114

근육이라는 것도 살아 있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가능하면 힘 안 들이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무거운 짐이 주어지지 않으면 안심하고 기억을 지워 나간다. 그리고 일단 해제된 기억을 다시 입력할 경우에는, 또 한번 같은 과정을 처음부터 되풀이해야 한다. - P114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 P116

사람의 생각은 육체의 죽음과 함께 그다지도 허망하게 사라져버리는 것인가 - P119

소설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은 말할 나위도 없이 재능이다. 문학적 재능이 전혀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소설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필요한 자질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전제 조건이다. 연료가 전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자동차도 달릴 수 없다. - P120

재능 다음으로 소설가에게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가 질문받는다면 주저 없이 집중력을 꼽는다. 자신이 지닌 한정된 양의 재능을 필요한 한 곳에 집약해서 쏟아 붓는 능력. 그것이 없으면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이 힘을 유효하게 쓰면 재능의 부족이나 쏠림 현상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 P121

집중력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지속력이다. - P121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의식을 한 곳에 집중하는 훈련을 계속하면, 집중력과 지속력은 자연히 몸에 배게 된다. 이것은 앞서 쓴 근육의 훈련 과정과 비슷하다.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써나가며 의식을 집중해 일을 하는 것이, 자기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정보를 신체 시스템에 계속해서 전하고 확실하게 기억시켜 놓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그 한계치를 끌어올려 간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그 수치를 살짝 올려간다. 이것은 매일 조깅을 계속함으로써 근육을 강화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다. 자극하고 지속한다. 또 자극하고 지속한다. 물론 이 작업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의 보답은 있다. - P122

"비록 아무것도 쓸 것이 없다고 해도 나는 하루에 몇 시간인가는 반드시 책상 앞에 앉아서 혼자 의식을 집중하곤 한다" _뛰어난 미스터리 작가인 레이먼드 챈들러 Raymond Chandler - P123

장편소설을 쓴다고 하는 작업은 근본적으로는 육체노동이라고 나는 인식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두뇌 노동이다. 그러나 한 권의 정리된 책을 완성하는 일은 오히려 육체노동에 가깝다. - P123

젊다는 것은 온몸에 자연스러운 활력이 충만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중력이나 지속력도 필요하다면 저절로 생긴다. 이쪽에서 굳이 애써 찾을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젊고재능이 있다는 것은 등에 날개가 돋친 것과 같은 것이다. - P124

어떤 방법으로, 어떤 방향에서 자신을 보강해가느냐 하는 것이 각자 작가의 개성이 되고 특징이 된다. - P126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 P128

신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본전도 못 건지게 된다. - P128

인간의 정신은 육체의 특성에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또는 반대로 정신의 특성이 육체의 형성에도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정신과 육체는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며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P130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람에게는 천성적으로 ‘종합적 경향‘ 같은 것이 있어서, 본인이 그것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것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정도이다. 경향은 어느 정도까지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근본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그것을 천성이라고 부른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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