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 질문

‘당신은 왜 여기에 있습니까?‘

아직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서 질문의 의도가 뭐라고 명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질문을 스스로 곱씹어보면서 뭔가를 자꾸 생각하게 되고, 밑줄 친 것처럼 나 자신이 이 세상에서 궁극적인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냥 하루하루 강가에 물이 흘러가는것처럼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다소 안일하게 살고 있었던건 아닌지 등과 같은 약간의 반성(?)도 해보게 하는 질문이었다.

이래저래 여러가지 생각들을 해보게 하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나면 어떤 결론 혹은 생각을 갖게 될 지도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많은 사람이 잘 살아가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냥 잘 사는 것 이상의 무엇을 찾는답니다. 뭔가 좀더 의미 있는 것을요."

자기가 이곳에 있는 이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사는 이유를 깨달으면 깨달은 대로 살고 싶어져요.

그건 마치 보물 지도에 X 표시된 보물이 숨겨진 곳을 찾아나서는 것과 같아요. 그 표시를 보면 무시하기 힘들죠.
마찬가지로 존재의 이유를 깨달으면 깨달은 대로 살지않고 그냥 살아가기가 더 힘들어진답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각자에게 달려 있는거니까.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다시 읽어보니 처음 이 자리에 앉아서 읽었던 때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질문처럼 느껴졌다. 아까 케이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존재의 이유에 대한 질문이에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긴 합니다. 사람들이 그런 의문을 품게 되는 순간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어떤 사람은 어린시절에, 또 어떤 사람은 조금 더 커서 그런 의문을 품게 되죠. 죽을 때까지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요. 우습지요."

"그런데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스로 묻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냈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인가요?"

"둘 다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그리고 답을 찾고 나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요."

"흠……… 답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 방식대로 인생에 접근하거든요. 하지만 지금까지 답을 찾는데 성공한 사람들이 사용했던 기술정도는 몇 가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려고 하다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해답을 찾는 방법을 알게 되면 질문을 하지 않고 사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다른 사람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았는지 그 방법을 아는 것이 정말 나에게 좋은 일일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내가 정말 그런 질문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조차 아직 알 수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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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맞아 주인공과 주인공의 작은 아빠가 함께 모임을 하는 자리를 갖는데 전 처였던 숙모가 그 자리에 예고 없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성격상의 차이가 아닌 경제적인 문제로 갈라선 것이라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주기적으로 연락하며 지내곤 했다고는 하는데...

이러한 스토리 상의 전개와 더불어 사업에 관한 주인공의 깨달음(?)같은 독백이 나오는데 마음깊이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유익했다.

4기로 진행돼서 전이가 됐다는 것은 혈관과 림프관을 통해 암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잘들거나, 다양한 면역치료, 고용량 비타민C 요법 등이 잘 들어서 완치 판정을 받는 경우도더러 있긴 했다.
하지만 암이라는 놈은 몇기든 간에 완치를 받는다면 기적이라고 봐야 했다.
현재 국내에서 말하는 완치는 5년 생존율이다. 5년 내에암이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나고도 재발이 될 수 있는 게 암이다.
지독한 놈이다. 진짜 암이라는 것은 암 같다는 표현 외에 더할 것이 없다.
건강한 사람도 매일매일 몸속에서 암세포가 생기고 사라지고를 반복한다. 우리의 면역체계가 버텨주면서 암세포를 없애고, 암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커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암은 어떠한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최악의 반응이다. 결국 몸이 버텨줘야 한다. 그래야 이겨낼 수 있다.

그렇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능력은 민간요법을 이용하여 신체 자체의 방어력을 높이는 거니까.
그렇게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하지만 이혼의 가장 큰 원인 하나는 알고 있다.
경제적 이유였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긴 하지.
언제나 현실의 벽이 압박하고, 걱정에 둘러싸인 채 쉬지 못하고 일하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겠지.
그러다 보니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두 사람은 그렇게 갈라서고 말았다.
숙모의 입장에서는 작은아빠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고, 사기꾼이 나쁜 놈이지만, 형편이 나아지려는 찰나에 작은아빠가 사기를 당했으니까.
숙모는 안정적인 걸 원했고, 작은아빠는 이번에야말로 가족들을 호강시켜주겠다는 마음으로 도전을 한 것이었다.
사기만 당하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텐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갑작스러운 방문이긴 했지만, 작은아빠가 이혼한 뒤에도 숙모와는 이따금씩 연락을 하는 사이였다. 마땅히 다른 호칭을 쓰기도 애매해서 여전히 숙모라고 부르기도 하고. 누군가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작은아빠 역시 아이들 때문에라도 주기적으로 숙모와 얼굴을 보는 사이였다. 그래서 가끔은 재결합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약간 의심이 들었다. 숙모와는 가끔 안부를 묻는 수준으로 지내며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 가깝다고 하기도 어려웠으니까.
"그런데 어쩐 일로 이렇게연락도 없이 오셨어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웃지 못했다.

숙모는 멋쩍게 웃었다.
"그냥...... 잘 지내나 해서. 잘 지내는 거 같네."

간식거리나 가져다주면서 인사만 하러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숙모는 무언가 부탁할 게 있었고, 그걸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결정권은 내게 있었다.
나보다 한참 위인 숙모 입장에서, 이제는 사실상 가족관계도 아닌 우리 사이에 무언가를 부탁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 더군다나 숙모 성격이면 더욱. 이혼할 때도 작은아빠에게서 무언가를 원치 않았다. 뜯어갈 것도 없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양육비조차 원치 않았다. 내가 데려가서, 내힘으로 키우겠다고. 작은아빠는 자신의 아이들이기도 하다며 합의를 끌어내 양육비를 꼬박꼬박 보내고 있긴 하지만. 이런 숙모이기에 더욱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도 쉽지 않다. 어떤 부탁이든 무작정 들어줄 수 없는 노릇이고, 거절하기에도 애매하다.
이래저래 불편한 상황이었다.

분명히 무언가 부탁을 하러 온 걸 텐데. 아마도 돈이겠지.
건강상담이라면 진작 얘기를 꺼냈을 테지. 돈 말고 다른 부탁이랄 게 있을 것도 없었고.
방송까지 탔으니 자금적으로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실제로 생각이상의 매출로 여유가 생기고있기도 했지만.

"숙모."
내가 목소리를 내자 숙모가 몸을 돌렸다.
후회할지도 몰랐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의 돈을 빌려달라고 해도, 돈이란 게 한 번 내 손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게 하기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돈을 못 돌려받고, 독촉도 못해서 속앓이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촌동생들의 엄마였다.

"잘 오셨습니다. 위염은 식습관에 따라 재발하기도 쉽고,
혈압의 경우도 관리를 하지 않으면 평생 약으로 조절을 하는수밖에 없거든요. 병원에서도 설명을 들으셨겠지만, 제가 말씀드린 것들을 잘 지키시면 걱정하실 일 없으실 겁니다."

"아니요, 아니요, 위염에 양배추 좋다고 하셨잖습니까. 양배추즙은 제게 필요한 거 아닙니까?"
나는 피식 웃었다.
"네, 그럼 한 상자만 드셔보시고 괜찮으시면 뭐 저희 쪽에서든 어디서든 믿을만한 곳에서 주기적으로 도시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아침에 입 헹구시고, 미지근한 물 한 잔 드신다음, 공복 상태에서 한 팩 드시면 좋습니다."

"재미없어."
"재밌기만 하면 일이 아니지."

중간부터는 어느 정도 감을 잡긴 했다. 그런데 진짜 취업부탁일 줄이야. 당연히 돈을 빌리러 온 거라 생각했었는데. 어느 정도는 빌려줄 마음도 있었고.

할머니는 숙모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작은아빠와 숙모가 이혼했을 때도 그 누구보다 슬퍼했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내가 그런 숙모를 챙기는 것은 당연했다.

숙모가 일할 자리를 만드는 정도야 어려울 게 없었다. 마침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이기도 했고. 목적이 있어서 나를 찾아온 것이긴 했지만, 이런 거라면 아무 상관도 없었다. 문제는 숙모가 작은아빠와 남남이라는 것이었다.

"그건 아무도 몰라, 하늘만이 알지."

"그게 순리인 거야. 알 수도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거지."
"예,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
"그렇다고 포기하라는 소리도 아니다. 될 수도 있는 거니까. 너는 많은 걸 가지고 있지않느냐?"
"예, 할아버지께 전수받은 능력이 있으니 열심히 하면 분명......."
"그것도 그거지만, 중요한건 간절함이다."
"간절함이요?"

"그래. 언제나 예외는 있고, 기적이 일어나게 마련이지. 네가 지금 나와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것도 기적 아니겠느냐?"
나는 아랫입술에 잠시 힘을 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그래. 그 간절함 그리고 의지가 기적을 빚어내는 법이야.
네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네 도움을 받는 사람도 강한 의지를 굳혀야하고."
"알겠습니다."

"넌 잘하고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세상에서 가장 믿어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바로 나 자신이야. 스스로도 못 믿는데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니 좀 더 스스로를 믿어. 그러면 돼. 안타깝게도 그 암환자분이 나을 수 있을지 없을지 어떻게 될지는 몰라. 하지만 끝까지 최선은 다해봐야지."
"예, 끝까지 해보려고요. 설사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까지 보다 존엄성을 지킬 수있게, 하루라도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선 넘는 것보다는 선 그어져 있는 게 낫지."

할아버지가 내게 전수해 준것은 서양 민간요법이었다.
이걸 알 수 있는 부분은 토마토와 달걀 그리고 올리브유를 다루면서였다.
기존에 받은 능력으로도 전부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 바른 섭취법은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양 민간요법으로 들어오면서 이것들을 활용할 더 다양한 방법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도 영어로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사후세계에서 글로벌하게 지낸 듯하다.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그순간에는 지난날의 다정함을 조금도 기억할 수 없었다. 이따금씩 떠올려도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왜 저렇게까지 변했나‘ 같은 생각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는 알 것 같았다. 얼마나 한이 되고 두려웠을까.
할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 몇몇은 환자가 가기 전에 마지막에 뒤바뀌는 것은 정을 떼려고 그러는 거라고.

"아, 선생님 식사하시는데 왜 자꾸 쓸데없는 말들을 하고 그려? 밥 먹을 땐 말이여, 입을 밥 먹는 데만 써야 하는 거여."

이런 부분도 도움이 되는게 아닐까? 긍정적이고 행복한 마음을 가져야 나아질 수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으니까.
노우민과 두 동생을 데려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컨디션이 조금 좋아진 것 같아요. 확실히 억지로라도 챙겨먹으니까 힘이 더 나는 거같고요."
"무조건 잘 드셔야 돼요. 그래야 몸이 이겨낼 힘을 가집니다."
"그래야죠.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당분을 비롯해서 너무 자극적인 음식들 그리고 튀긴 거는 피하시고요. 채식 위주이긴 하지만, 섬유질도 필요 이상으로 먹으면 좋지 않거든요. 장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아져서 영양분 섭취량이 줄어들어요."

"사우나요? 좀 걸려요. 시내까지 가야 되니까. 그런데 사우나는 왜요? 사우나 가시게요?"
"제가 가려는 건 아니고요.
어머니께서 주기적으로 찜질을 하셔도 좋으실 듯해서요."
"찜질이요?"
"네. 핀란드에는 사우나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불치병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돈데요. 과한 찜질은 좋지 않지만, 적당히 이용해 주면 도움이 될수도 있어요."

"예전에 무슨 온열요법인가 받으라고 하는 요양원 사람이 있긴 했는데......."
"그래요?"
"네. 그런데 너무 비싸서 안한다고 했죠. 거기 요양원에서 지내는 비용에 온열요법 비용에 다해서 한 달에 300만 원이 넘더라고요. 말도 안 되죠. 그나저나 진짜로 사우나가 효과가 있다고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장담은 못합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될 것도 같긴 한데. 왜 암세포가 특정온도 이상에 노출되면 사멸한다고, 암이란 게 체온이 낮을때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그런 말이 있긴 하죠. 정확히는 체온이 42도 이상이 되면 암세포가 증식을 못하고 사멸하게 된다고. 그런데 문제는 체온이 40도 이상이 되면 뇌의 단백질에 변성이 일어나서 큰일이 날 수도 있습니다. 암세포뿐만 아니라, 다른 세포들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요."

"그럼 사우나도 안 좋은 거아니에요?"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면 체온도 상승하겠지만, 적은 시간으로 체내의 온도까지 상승시키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면 또 암세포 죽이는데는 효과가..
"한 가지라도 더 해보는 겁니다. 변칙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거죠."
김현자는 재미있다는 듯이피식 웃었다.

"효과만 있다면 뭐든 할 텐데 말이죠."
"벌써 효과를 조금씩 보고 계시잖아요. 컨디션이 좋아지셨죠? 분명히 더 나아지실 겁니다. 사우나는 위치도 멀고, 처음부터 부담되실 수도 있으니 반신욕 정도로 하시면 좋을듯 해요. 반신욕이야 여러 가지로 효과가 좋기도 하고요."
"반신욕 좋을 것 같네요."
"딱 30분만 하세요. 하시면서 미지근하거나 적당히 시원한 느낌이 드는 물을 드시고요. 차도 좋고요. 왜 외국영화 보면 반신욕하면서 샴페인 같은 거 마시고 그러죠? 그런 기분 내보세요."

김현자가 활짝 웃어 보였다.
처음 봤을 때하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에게, 모든 사람들이 항상 밝은 미소를 짓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이 감자튀김이랑 콜라가 몸에 정말 안 좋아. 사실 햄버거 자체도 호밀빵 같은 거랑 채소 많이 넣고, 소스 잘 골라서 한 다음 패티도 고기 질이 좋은 걸로 만들면 건강식이지."

"건강하고 착하기만 하면 됐지 뭐. 자기 하고 싶은 거 분명하고."
"그건 그래요."

단순히 빚이 생기는 게 싫어서는 아니다. 부자가 되려면 적절하게 대출을 써야 하니까.
대출을 많이 쓸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내가 안다. 쥐뿔도 없을 때는 은행에서 대출은 안 해준다. 사금융권에서도 빨대를 꽂을 수 있을 만큼의 소액만 허용한다. 대출도 자산이라고 하지.

내가 저렴한 월세에 들어간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지금 구한 집도 혼자 살기에는 충분하다. 지금은 상담실이 된 쪽방 그리고 모텔달방을 살던 내게 궁궐이나 다름없다.
다른 하나는 전세에 돈이 묶이는 게 싫어서이다. 전세에 묶인 돈만큼 다른 쪽으로 투자든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굴려보겠다는 마음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건강에도 빈부격차가 존재했다.
건강은 타고나는 게 가장 크다고들 한다.
평생 탄산음료를 달고 살면서 100살이 넘게 장수한 할머니가 한 말이 있다. 자신에게 탄산음료를 끊지 않으면 금방 죽게 될 거라고 했던 의사들이 전부 죽었다고. 수십 년 동안 라면만 먹어도 건강한 할아버지, 평생 술, 담배를 즐겼는데도 100살 가까이 산 할머니.

하지만 타고나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관리가 필수다.
관리에는 돈이 든다.
간단한 예로 미국의 중산층 이상보다 서민층에 비만율이 훨씬 높다. 건강한 음식들보다 인스턴트식품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더 극단적이다. 체감물가가 전 세계 최고수준이니까. 채소나 과일 같은 것들은 임금대비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비교해도 가장 비싸다. 그러니 가난할수록 건강도 챙기기 어렵다.

백날 봉사를 하고, 수많은 조언들을 하는 것보다 당장 입금되는 돈 몇 푼이 더 크게 와닿고 도움이 될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경제적으로 나아지면 스트레스도 줄어드니 건강에도 좋다. 내가 건네는 건강관리를 더 충실하게 지키기도 쉽고.

"특히 사과 같은 경우 씨에 독소가 있어서 반드시 제거해야 돼요."

"사장님이랑 우리 우민 씨도 너무 좋으시고."
숙모의 말에 피식 웃었다.
"사장님은 무슨......."
"가게에서는 사장님이라고 해야지."
먼저 이렇게 위계질서를 잡아주니 편했다. 감투를 쓰고있다고 그걸 이용해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지만, 선이라는게 있는 법이니까. 안 그러면 아쉬운 소리도 하기 힘들고.

아는 사람과 일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가까울수록 더.
동업은 절대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일이란 게 아는 사람하고 하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일을 못하면 못하는 대로 아쉬운데, 서운한 말을 하기가 힘들다. 일을 잘해도, 아는 사람이기에 더 큰 걸 바라게 된다. 이런 식으로 문제들이 끊이지가 않는다.

식생활교육지도사, 약용식물관리사, 약초관리사, 약초이용발효지도사, 식품가공기능사까지.
나의 학력으로 빠르게 딸수 있는 것들은 전부 손에 넣은 셈이었다. 다른 자격증들은 수년에 달하는 실무 경력이나 학력이 필요했다. 이 기본적인 조건은 충족하고도 남는 걸로 보였다. 사람들에게 조금은 더 신뢰감을 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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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다 같이 영화를 보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일종의 전통이 됐다.
수년 전부터 작은아빠 집에서 차례를 지내기 시작하면서 할 것 없이 텔레비전이나 보다가 흩어지느니 문화생활이라도 같이하자면서 시작됐다.

단숨에 우리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물 수는 없겠지만, 그 높이가 조금은 낮아진 듯한 기분이었다.

돈이란 게 참으로 재미있었다. 돈이 벌리기 시작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돈을 쓰니 더 좋았다.
나는 가족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내가 잘 돼서 다들 호강시켜줄게!

"원래 뭐든지 차곡차곡 쌓여서 한 방에 터지는 거야. 당장은 괜찮아도, 버틸만해도, 그게 쌓여서 나중에 한 방에 터지는 거라고. 무슨 큰 병 하나씩 달고 살거나 터진 사람들 대부분 5년, 10년, 길게는 20년 전부터 진행이 되어온 거야."

"이잉? 내가 거짓말하는 줄아나 보네. 진짜로 그래. 건강은 있을 때 챙겨야 돼. 사람 몸이라는 게 교체가 안 되잖아.
그래서 최대한 멀쩡할 때부터 관리를 잘해서 오래 가게 해야된다고. 물론, 고장 나서 고칠수도 있지. 그런데 못 고치는 경우도 있어, 자동차처럼 전손처리해야 된다고."

어떻게 이렇게 한 순간에 여러 개가 터지는지. 버티고 버티던 게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쉴 때는 쉬어야지. 돈도 좋지만 아프면 다 무슨 소용이냐.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나한테도 그렇고 밤에 일한다는 곳에도 폐를 끼치는 거야."

통풍은 그리고 요산이 쌓여서 생기는 거고,

어떤 사람들은 사인이 암인게 차라리 낫다고들 한다. 주변 정리를 할 수 있다고. 주변사람들도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마지막에 고통이 너무 크다.
모르핀에 의지하지만, 결코 그 고통을 다 덜어내지는 못한다. 주변 사람들 또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같이 죽어간다. 암은 그렇게 지독한 병이다. 마지막이 다가올 때는 의식도 서서히 멀어진다. 가족인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까.

극심한 스트레스는 신체의 자기방어능력을 떨어뜨리니,
자연히 아픈 곳이 생기기 쉽게 만든다.

"커피도 가능하면 피하셔야돼요. 위장에 자극이 많이 갑니다."

"풍부한 단백질에 좋은 기름으로 지방 그리고 탄수화물은 적당히 드셔야 합니다. 음식도 조금 심심하게 드셔야 하고요. 짠 거는 안 됩니다. 생선이 참 좋습니다. 고등어 같은거요. 달걀도 좋고요. 물은 충분히 드시되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해. 얼마나?"
"물은 하루에 1.5리터에서 2리터 정도만 드시면 됩니다."
"그리고 또?"
"오리탕도 몸보신 하실 때 좋으시고, 마늘도 좋고요."

"잉어나 가물치 같은 것도 좋지 않나?"
"아, 좋죠. 제가 말씀드린 것들 지키시면 일단 배부터 들어가실 겁니다."
"그려? 안 되면?"
"꼭 될 겁니다. 좋아지실 겁니다."
"......알았어. 해볼게."
마냥 쉽지는 않았지만 노인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처음에나 그렇지,
결국에는 해보겠다고 했다.

"그런 말이 있어요. 예순부터는 해가 지날 때마다 다르고, 일흔부터는 달이 지날 때마다, 여튼부터는 하루마다 다르다고."
"하이고, 맞아유, 진짜 그래유."

"무엇 하나 제가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4기 암을 이겨낸 분들도 계시죠.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잖아요. 하지만 그만큼 극소수에 불과하기에 텔레비전에도 나오는 거죠."
마음은 무거웠지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런 기적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습니까? 완치를 약속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약속할 수가 없으니까요. 한 가지만 여쭈겠습니다. 병원에서 몇 개월 남았다고 했죠?"

"저랑 좀 더 노력해 보시죠.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함께하실 수 있는 시간을 늘려보죠. 혹시 모르죠, 기적이 일어날지도. 진심으로 기적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부분은 단 하나입니다."

"시간을 벌어주신다고요?"
"아니요, 적어도 마지막까지 최대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존엄성을 지키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고통이 덜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김현자는 말문이 막히는 듯 입을 몇 번이나 벌렸다가 다시 다물기를 반복했다.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하지만 그이상 뭐가 어떻게 될지는 모두 어머님께 달려 있습니다. 지금처럼 생활하셔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겁니다. 나으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기왕이면 치열하게 싸워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의지가 중요합니다.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제가 상상도 못할 만큼 힘드신걸 압니다. 그래도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가능할까요? 나을 수 있을까요?"
"그건...... 하늘만이 알겠죠.
하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김현자는 여전히 망설이는듯했다. 그리고 곧 그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금까지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에요. 하지만 호전되는 경우는 없었죠. 오히려 간수치가 올라간 적도 있고, 위경련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어요. 그래서, 조금 무섭습니다. 오히려 더 아프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들고요."

"몸에 무리를 주는 약을 쓰거나 할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어머님을 치료해 드린다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하지만 남들보다 건강관리를 위한 것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나는 진심을 다해 말했다.
"반드시 치유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어머님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 해봐요."

그때 얘기를 듣고 있던 이필순 할머니가 김현자를 끌어안았다.
"잘 생각했다, 잘 생각했어. 포기하면 안 돼야....... 애미보다 먼저 가는 자식이 어디 있다니......."
이필순 할머니가 엉엉 울었고, 김현자도 끝내 눈물을 보였다.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김현자가 낫기를.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여기 어머님께서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하셔야 돼요. 일단 기력이 따라줘야 합니다. 지금 몸이 너무 약해지셨어요.
입맛 없어도 무조건 드셔야 합니다. 정말 정 안 먹히면, 건강에 좋은 게 아니어도 일단 드셔야 됩니다. 그래야 싸울 힘이 생깁니다."

"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지쳐서.......무서워서..."
나는 김현자의 손을 꼭 잡았다.
"알아요. 저도 아버지께서 투병생활을 오래하셔서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래오래 사셔야죠. 할머님도 같이 관리 열심히 하세요. 또 누군가 같이하면 힘도 더 나는 법이니까요."

4기는 암이 전이된 상태를 뜻한다. 김현자는 대장암으로 시작됐지만, 현재 간에도 상당부분 전이가 됐었고, 폐에도 아직 확신은 못하지만 암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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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2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2
아피로 / KW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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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간중간에 나오는 다양한 민간요법들을 배울 수 있었고, 건강원을 창업하여 경영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사장의 마인드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또한 주인공이 양심과 욕심 사이에서 잠깐 갈등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어떤 일을 할때 초심을 잊지않고 행동하는게 정말 중요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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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긴 한데 내일 모레부터 추석연휴가 실제로 시작되는데 이 소설 속에서도 추석명절을 보내는 이야기가 나와서 이게 뭔가 싶었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역시나 문제는 믿을 수 있냐는 점이었다.

조율이 필요했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적절한 조율이.

-자를 건 잘라야 돼.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런데, 하자 있는 거 아니면 함부로 자르는 것도 아니야.

작은아빠와 함께 차례상을 거실 가운데로 옮기고 모두가 둘러앉아 식사할 준비를 했다.
명절이라고 다들 나름대로 즐거워 보였다.
이래서 차례와 제사를 지내는 문화가 있는 게 아닐까.

차례라는 건 숭배를 위함이 아니라, 고인을 기리고 기억하며 이럴 때라도 자주 보기 힘든 가족들이 모이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적인 문제로 차례라는 형식을 지키지 않더라도 고인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고 가족들이 모이는 게 좋지 않을까.

삼촌뻘인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데, 괜히 또 어쭙잖게 말을 걸면 어색한 공기만 흐를것 같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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