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주인공인 화자는 약 4년 반 전에 머물렀었던 돌고래 호텔(돌핀 호텔)에 다시 방문한다. 이 호텔은 《양을 쫓는 모험》이라는 저자의 작품에도 등장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댄스 댄스 댄스(상)》의 초반부에도 등장한다. (혹시라도 이 《댄스 댄스 댄스》를 읽어볼 의향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먼저《양을 쫓는 모험》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4년 반이라는 기간은 신기하게도 두 소설이 출간된 연도의 터울과도 비슷한데, 본문에 대략적인 설명이 나와 있긴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적잖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년 반 전에 저자가 묵었던 돌고래 호텔은 건물이 노후화되어 있었고 다른 호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소 특이한 분위기같은 것이 있었던 반면, 4년 반 만에 재방문한 이 호텔은 단지 호텔의 이름만 동일할 뿐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정도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새로운 소유주가 기존의 낙후된 건물을 허물고 높은 층수의 하이엔드 호텔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호텔 주변의 거리도 변화의 물결에 합세하여 조금씩 변하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을 직접 눈으로 목도한 화자는 왠지모를 상실감을 느끼게 되는데,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이 이러한 상실감을 잘 대변하는 듯하다.

여기엔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여기엔 내가 찾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 P79

오랫동안 혼자서 생활하다 보면, 별의별 것을 다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때때로 혼잣말을 하게 되기도 한다. 북적거리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게 되기도 한다. 중고 스바루 차에 친밀한 애정을 품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시대에 뒤떨어져 간다. - P79

의자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봤다. 엉터리 같은 방송밖엔 하고 있지 않았다. 여러 가지 저작물著作物의 구토물을 보여 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저작물이라서 별로 더럽지는 않지만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진짜 구토물처럼 보인다. - P80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해야 할 일도 없거니와,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나는 돌고래 호텔에 숙박하기 위해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다. 그 근본 명제인 돌고래 호텔이 없어져 버린 셈이니, 어찌할 수도 없었다. 속수무책이었다. - P87

시간을 하릴없이 허비하기도 어지간히 힘든 일인 것이다. - P90

우선 뭘 해야 할지 결정된 셈이다. 기어를 낮게 놓아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고 해도, 상황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다. - P93

"그 호텔엔, 즉 말이죠, 뭔가 좀 이상한 데가 있어요. 좀 비정상이라고나 할까..... 일그러진 데가 있어요." - P98

"있긴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선 여태껏 누구한테도 이야기한 적이 없어요. 느낀 건 굉장히 구체적인데도, 막상 그것을 말로 하려면 그런 구체성 같은 것이 자꾸자꾸 엷어져 가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제대로 말할 수가 없어요." - P98

"꿈과는 또 달라요. 꿈이라는 건, 저도 자주 꾸지만 시간이 지나면 물러가잖아요, 그 사실성이. 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아요. 언제까지고 똑같아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사실적이에요. 언제까지고 거기에 그대로 있다고요. 눈앞에 쏙 떠올라요." - P99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품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그것이 자꾸자꾸 부풀어 오르지." - P109

"무엇과 무엇이 문득 연결되는 거야. 무엇인가를 계기로." - P110

"여러 가지 연결 방식이 있는 거야." - P110

"눈 치우기 같은 거야. 어쩔 수 없으니까 하고 있는 거야.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 P114

"그런 건 만성이 돼. 일상생활에 파묻혀서 어느 것이 상처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거야. 하지만 그것은 거기에 있지. 상처라는 건 그런 거야. 이거다 하고 끄집어내어 보여 줄 수도 없어.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대수로운 상처가 아냐." - P115

그런 것은 그저 아는 것이다. - P117

왔다가 사라져 갈 뿐이다. - P117

"이야기할 것이 많을 때엔 조금씩 이야기하는 게 제일 좋은 거야. 그렇게 생각해. 어쩌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 P120

"오랫동안 이런 일을 하다 보니, 대부분 육감은 틀리지 않더라고요."
"오랫동안 하다 보면 틀리는 수도 있죠. 확률적으로."
"그야 그렇지만" - P121

호텔의 아침 식사란 하루만 지나도 질린다. - P122

섹스의 영역에서 공정이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의미를 갖는 것인가, 하고 나는 자문해 봤다. 섹스에서 공정성을 찾는다면 차라리 이끼가 되는 게 낫지 않느냐, 그러는 편이 간단하지 않은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 P118

모든 것은 면밀한 계획 아래 진행됐다. 그것이 고도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가장 거액의 자본을 투자하는 자가 가장 유효한 정보를 입수하며, 가장 유효한 이익을 얻게 된다. 누가 나쁜가,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본투자란 그런 것을 내포한 행위인 것이다. 자본투자를 하는 자는 그 투자액에 상응한 유효성을 요구한다. 중고차를 사는 사람이 타이어를 발로 걷어차고 엔진을 살펴보듯이, 천억의 자본을 투자하는 자는 그 투자의 유효성을 세세히 검토하며, 때로는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 세계에선 공정성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그런 것을 일일이 따지기에는 투자 자본의 액수가 너무 크다. - P124

거대 기업이라는 건 그런 루트 같은 것도 꽤나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회사는 정치가에서 소설가, 록 싱어, 폭력배에 이르기까지, 입김이 작용할 만한 자들을 모조리 거느리고 있다. 일본도를 든 해결사 패거리가 들이닥친다. 경찰도 그런 사건에는 그렇게 열심히 손을 쓰려 하지 않는다. 경찰의 제일 위에까지 이야기는 이미 통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부패랄 것도 아니다. 시스템이다. 그것이 자본투자다. 물론 예전부터 많건 적건 그런 일은 있었다. 예전과 다른 점은, 그 자본의 그물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치밀해지고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거대 컴퓨터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하여 세계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과 현상이 그 그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P125

집약과 세분화에 의해 자본이라는 것은 일종의 개념으로까지 승화됐다. 그것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종교적 행위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본이 갖는 역동성을 숭배한다. 그 신화성을 숭배한다. 도쿄의 땅값을 숭배하며, 번쩍거리는 포르쉐가 상징하는 것을 숭배한다. 그것 이외에는 이 세계에는 이미 신화 따위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고도자본주의 사회다.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간에,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 P125

선악이라는 기준도 세분화됐다. 세속화된 것이다. 선 가운데에도 유행을 좇는 선과 유행을 좇지 않는 선이 있다. 악 가운데에도 유행을 좇는 악과 유행을 좇지 않는 악이 있다. 유행을 좇는 선 가운데에도 포멀한 것과 캐주얼한 것이 있고, VIP 같은 것이 있고, 쿨한 것이 있고, 첨단 유행을 걷는 것과 속물스러운 것이 있다. 짝짓기도 즐길 수 있다. 미쏘니Missoni의 스웨터에 트루사르디Trussardi의 바지를 입고, 폴리니Pollini 구두를 신듯이 복잡한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런 세계에서 철학은 자꾸자꾸 경영 이론을 닮아 간다. 철학은 시대의 역동성에 근접하는 것이다. - P126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구석구석에 그물이 쳐져 있다. 그물 바깥에는 또 다른 그물이 있다. 어디로도 갈 수가 없다. 돌을 던지면 그것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온다. 정말 그런 것이다. - P126

아무도 그런 것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거대 자본이 부정하게 정보를 입수해서 토지를 매점하고, 또는 정치적 결정을 강요하고, 그 말단에서 폭력배가 작은 신발가게 주인을 협박하거나, 인기 없는 작은 호텔의 경영자를 구타했다 해서, 누가 그런 일에 신경을 쓰겠는가? 그런 것이다. 시대는 흐르는 모래처럼 계속 흘러간다. 우리가 서 있는 장소는 우리가 서 있던 장소가 아니다. - P127

나는 돌고래 호텔의 지배인을 생각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실패의 그림자에 뒤덮인 그 불행한 남자를. 그에게는 이 시대를 타고 넘을 힘이 없었던 것이다. - P127

그는 나에게 있어 (그리고 나는 그에게) ‘이미 통과해 버린 영역‘에 속해 있었다. 내가 그를 거기에 밀어 넣은 건 아니다. 그가 스스로 거기에 들어간 것도 아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고, 그 두 갈래 길은 여간해선 교차하지 않는 것이다. 그뿐이었다. - P128

가끔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용기를 북돋워 줄 필요가 있었다. - P131

세계에는 두 가지 색깔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회색과 검정. 그것이 일정 시간을 두고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따름인 것이다. - P131

할 일이 없으면 여러 가지 일을 시간을 들여 정성껏 하게 된다. - P131

"경향이라는 건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 - P139

스페인 전쟁이라는 건 정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담고 있는 전쟁이다. 옛날엔 제법 그런 전쟁이 있었다. - P145

피로라는 것은 미추美醜나 연령과는 관계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비나 지진이나 벼락이나 홍수처럼. - P146

그녀는 시계를 보고 일어섰다. "고마워"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도 없이 쓱 밖으로 나갔다. 이것이 이날의 유일한 쓸 만한 일이었다. 하찮은 일이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 사람들도 나날의 하찮은 사건에서 기쁨을 찾아내며 하찮은 인생을 보내고, 그러곤 죽어 갔을 것이다. 수영을 배우기도 하고, 미라를 만들기도 하면서. 그런 것들의 집적을 사람들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P148

제트족jet set, 여행을 많이 다니는 부자들 - P149

그것은 두려울 정도의 완벽한 어둠이었다. 어느 하나도 형태 있는 것을 식별할 수가 없다. 자기 자신의 몸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무엇이 있다는 기척마저 느낄 수 없다. 거기에 있는 것은 검은색의 허무뿐이다. 그런 완벽한 어둠 속에서는 자신의 존재가 순전히 관념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육체가 어둠 속으로 용해되고, 실체를 갖지 않는 ‘나‘라는 관념이 마치 엑토플라즘ectoplasm처럼 공중에 떠오른다. 나는 육체로부터 해방되어 있으나, 새롭게 가야 할 장소가 주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 허무의 우주를 방황하고 있다. 악몽과 현실의 기묘한 경계선을. - P156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하는 거야. - P157

이제 그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쓸데없는 것을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머릿속의 공백을 무언가로 채워 버리고 싶다. 공포탓이다. 공백 속으로 공포가 스며들어 오는 것이다. - P159

나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머릿속에서 무의미한 이미지를 몰아낸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계속 있을 수만도 없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서 나는 여기에 오지 않았는가? - P159

무엇이든 생각하지 않으면 공포에 점점 몸이 지배당할 것이다. - P160

나는 침묵의 어둠 속을 벽을 따라 나아갔다. 나는 그 이상 더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 봤자 별수 없다. 다만 시간을 연장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발을 앞으로 내미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주의 깊게, 확실하게. - P163

흔들리고, 끝어당겨지고, 응축한다. 시간의 왜곡에 맞추어서 나 자신도 왜곡되는 것이다. 유령의 집 거울에 비치는 모습처럼. - P165

아무것도 두려워할 건 없다.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 - P165

그저 연결되어 있을 뿐인 것이다. - P165

"기다리고 있었어"라고 그것은 말했다. "줄곧 기다리고 있었어. 안으로 들어와."
나는 눈을 뜨지 않아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양 사나이였다. - P166

"조심해야지. 죽고 싶지 않다면, 조심하는 게 좋아. 전쟁이라는 건 반드시 있는 거야. 언제든 반드시 있어. 없을 리가 없다고. 없는 것처럼 보여도 반드시 있어. 인간이란 건 말이야, 내심 서로 죽이는 걸 좋아하거든. 그리고 다들 지쳐 떨어질 때까지 서로 죽이는 거야. 지쳐 떨어지면 얼마 동안 쉬지. 그러곤 다시 죽이고 죽기를 시작해. 뻔한 일이야.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그러니까 어쩔 수도 없는 거야. 그런 것이 싫다면 다른 세계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어." - P169

"이 장소를 잊어버릴 순 없었어. 잊어버리려고 하면, 무엇인가가 반드시 나로 하여금 여기 생각을 하게 했지. 필시 여기는 나에게 특별한 장소인 거겠지. 좋든 싫든 상관없이, 나는 나 자신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나는 분명히 그렇게 느껴. 꿈속에서 그렇게 느낀거지. 여기서 누군가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그리고 나를 찾고 있다고. 그래서 나는 여기에 올 결심을 하게 된 거야.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어디지?" - P171

"어쨌든, 당신이 여기에 온 건 당신이 여기로 와야 할 때가 됐기 때문이야. 난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 그 점에 관해서 당신은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어. 필시 누군가가 이 장소를 통해서 당신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을 테지. 아마 누군가가 당신을 찾고 있을 테지. 당신이 그렇게 느낀다면, 아마 그게 맞을 거야. 하지만 그건 그렇고 지금 당신이 여기로 되돌아온 건 참으로 당연한 일이야. 새가 둥지로 돌아오는 것처럼 말이야. 자연스러운 것이지. 반대로 말한다면, 당신이 돌아오려고 생각지 않는다면, 여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야." - P172

나는 나 자신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 왔다. 여기가 어떤 장소인지 나로선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라고.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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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몇 달 전에 하루키가 쓴 여행 에세이 중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돌아다니면서 남겼던 글을 읽었었다. 《비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튀르키예까지》 라는 책이었다. 당시 독자인 내가 그 두 나라를 직접 두 발로 걸어다니며 여행한 것은 아니었지만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는 말처럼 저자의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두 나라를 구석구석 여행하고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목차를 간략히 살펴보니 오늘 시작하는 이 책에서는 지난번 책에서 가보지 않았던 그리스의 다른 섬들과 더불어 이탈리아 곳곳을 방문한 얘기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막판엔 오스트리아 지역도 일부 방문할 수 있을 듯하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튀르키예의 옛 노래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을 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보게 된다.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ㅡ터키의 옛 노래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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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안에 AI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는 법 (심화편) - 비전공자를 위한 최고의 로드맵 ㅣ 1년 안에 AI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는 법
서대호 지음 / 반니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AI 빅데이터 업계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안잡히는 분들에게 이 책은 친절한 가이드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심화편이다보니 이전의 기본편보다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이쪽 분야에 진심인 독자들에게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 빅데이터 전문가를 할지 말지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 일상 생활 속에 깊숙히 침투한 AI관련 알고리즘들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를 이론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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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본문에 나왔던 용어들 가운데 다소 생소했거나 혹은 핵심이 되는 개념들을 정리해본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Korea citation index, KCI):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를 통해 논문을 등재하거나 등재 후보를 선정하는 국내학술지 정보가 모인 전문 정보 서비스다. 게재논문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 P341

케라스(Keras): 파이썬으로 작성된 오픈 소스 신경망 라이브러리다. 사용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일관되고 간결한 API를 제공한다. - P341

K-겹 교차검증(K-fold cross validation): 모든 데이터를 최소 한 번 테스트 데이터셋으로 사용하도록, K겹으로 데이터를 나눈 후 매번 테스트 데이터셋을 바꾸어 나가는 방법. - P341

장단기 메모리(Long short-term memory, LSTM): 딥러닝 분야에서 사용되는 순환 신경망 기반의 신경망 모델이다. 셀, 입력 게이트, 출력 게이트, 망각 게이트로 구성되어 셀은 임의의 시간 간격에 대한 값을 기억하고 세 가지 게이트는 셀 안팎으로의 정보 흐름을 조절한다. - P342

무크(MOOC): 웹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참여적이고 대규모의 교육 시스템이다. - P342

주성분 분석(Principal component analysis. PCA): 고차원의 데이터를 저차원의 데이터로 축소시키는 기법을 의미한다. 이때 서로 연관성이 있는 고차원 공간의 표본들을 선형 연관성이 없는 저차원 공간(주성분)의 표본으로 변환하기 위해 직교 변환을 사용한다. - P342

파이썬(Python); 1991년 귀도 반 로섬이 발표한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다. 운영체제나 플랫폼에 독립적이며 인터프리터, 객체 지향, 동적 입력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 P342

파이토치(Pytorch): 오픈소스 머신러닝 라이브러리다. 1993년에 루아(lua)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개발된 오픈 소스 머신러닝 라이브러리인 토치(Torch)를 파이썬에 구현한 것이다. 자연어 처리와 관련된 모델이나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주로 사용한다. - P342

R: 통계 계산과 그 결과를 그래픽으로 나타내기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이자 소프트웨어환경이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로 공개되어 있다. - P342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분류나 회귀분석 등에 사용되는 앙상블 학습 방법의 하나다. 학습 과정에서 구성한 결정 트리 여러 개에서 분류 또는 평균 예측값(회귀분석)을 출력한다. - P342

지역적 합성곱 신경망(Regions with CNN. R-CNN): 사람이 설정한 지역을 합성곱 신경망의 특징(feature, 입력값)으로 활용하여 객체 인식(Object Detection)을 수행한다. - P342

순환 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 RNN): 입력과 출력을 특정 순서(Sequence) 단위로 처리하는 인공 신경망 모델이다. - P342

과학인용색인 확장판(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 SCIE): 과학 저널들 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별한 학회지의 목록 - P342

스코퍼스(Scopus): 2004년 네덜란드의 엘스비어 출판사가 만든 전 세계 우수 학술 논문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이다. - P342

Seq2seq: 언어 처리에 사용되는 머신러닝 기반 방법론이다. 언어 번역, 이미지 캡션, 대화 모델, 텍스트 요약에 주로 사용한다. - P343

자기조직화지도(Self-organizing map, SOM):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저차원(2차원 내지 3차원) 좌표에 고차원 데이터의 개체 각각이 대응하도록 인공 신경망과 유사한 방식의 학습을 통해 군집화하는 기법이다. - P343

SPSS - 통계 분석과 데이터 마이닝 등에 사용되는 통계 분석 프로그램이다. - P343

텐서플로(Tensorflow): 다양한 작업의 데이터 흐름을 제어하는 프로그래밍에 사용하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다. 수학 라이브러리이자 인공 신경망 같은 머신러닝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한다. - P343

단어 빈도와 역문서 빈도(Term frequency-inverse document frequency, TF-IDF): 정보 검색과 텍스트 마이닝에서 이용하는 가중치를 의미한다. 여러 가지 문서로 이루어진 문서 그룹이 있을 때 어떤 단어가 특정 문서 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나타내는 통곗값을 계산한다. - P343

토이셋(Toyset): 데이터를 분석할 때 쉽고 빠르게 결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예제 데이터셋이다. - P343

검정 데이터셋(Validation set): 학습이 완료된 모델을 검증하기 위한 데이터셋이다. 하이퍼파라미터를 튜닝할 때 꼭 필요하다. - P343

Word2Vec: 신경망 모델을 사용하여 대규모 텍스트 말뭉치(corpus)서 단어 연관성을 학습한다. - P343

YOLO(You only look once): 이미지 전체에 대해서 신경망 하나(a single neural network)가 한번의 계산만으로 바운딩 박스(bounding box)와 클래스 확률(class probability)을 예측한다. R-CNN에 비해서 비약적으로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 P343

가설(hypothesis): 현실적 조건에서는 증명하거나 검증하기 어려운 사물, 현상의 원인 또는 합법칙성에 관하여 예측하는 이론. - P343

감성 분석(Sentiment analysis): 자연어 처리, 텍스트 분석, 전산 언어학 및 생체 인식을 사용하여 정서 상태 및 주관적인 정보를 체계적으로 식별, 추출, 정량화하는 기술이다. - P343

결측값(Missing value): 데이터셋에서 누락된 값이다. - P343

경사하강법 (Gradient descent): 함수의 기울기를 구한 후 기울기의 절댓값을 낮은 쪽으로 계속 이동시켜 극값에 이를 때까지 반복하는 최적화 알고리즘이다. - P344

과적합(Overfitting): 학습 데이터에 대해서는 오차가 작지만 실제 데이터에 대해서는 오차가 크도록 과하게 학습된 상태 - P344

네트워크 분석(Network analysis): 노드(node)와 엣지(edge)로 이뤄진 자료구조를 통해 노드사이의 연관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 P344

뉴런(Neuron): 인공 신경망의 모델을 학습할 때 계산을 수행하는 개체다. 수많은 뉴런이 연결되어 병렬 연산을 수행한다. - P344

드롭아웃(Dropout): 학습 데이터를 대상으로 복잡하게 학습하는 작업을 막아 인공 신경망의 과적합을 줄이는 정규화 기술이다. 일부 뉴런을 인위적으로 제거하여 신경망을 간소화한다. - P344

배치 정규화(Batch normalization): 학습할 때 사용하는 미니배치 단위를 정규화하여 학습속도를 개선하고 과적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 P344

불용어(Stopword): 큰 의미가 없는 단어 토큰을 의미한다. - P344

시각화(Visualization): 데이터 분석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전달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 P344

시계열(Time series): 일정 시간 간격으로 배치된 데이터들의 수열이다. - P344

임베딩(Embedding): 자연어 처리에서 특징 추출을 통해 수치화하는 방법이다. - P344

재현율(Recall): 실제 참(True)인 것 중에서 모델이 참(True)이라고 예측한 비율을 뜻한다. - P344

전처리(Preprocessing): 분석하기 좋게 데이터를 고치는 모든 작업을 의미한다. - P344

정밀도(Precision): 모델이 참(True)이라고 예측한 것 중에서 실제 참(True)인 것의 비율을 뜻한다. - P344

클라우드 서버(Cloud server): 물리적 서버 하나를 나누어 여러 개의 가상 서버로 사용하는 가상화 방법의 한 형태다. - P344

토픽 모델링(Topic modeling): 단어 각각이나 문서 집합에 대해 숨겨진 주제를 찾아내어 문서나 키워드별 주제끼리 묶어주는 비지도 학습 알고리즘이다. - P344

파라미터(Prameter): 수학과 통계학에서 어떠한 시스템이나 함수의 특정한 성질을 나타내는 변수를 뜻한다. - P345

활성화 함수(Activation function): 입력 또는 입력 데이터셋이 주어졌을 때 해당 노드의 출력을 정의하는 함수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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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서두에서 저자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썼다고 밝혔었는데,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이 그러한 모습을 대표적으로 잘 보여주는 듯하다. 잠이라는 꿈(비현실)의 세계에서 잠에서 깬 이후의 현실 세계로 돌아온 것인데 주저리주저리 말들이 많지만 여기서의 핵심은 ‘나의 인생은 엄연한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아직 소설의 극초반부라 뒤에 어떤 내용들이 나올지 감을 잡을 순 없지만 적어도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잠에서 깬다. 여기가 어디지? 하고 나는 생각한다.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입 밖에 내어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여기가 어디지?"라고. 하지만 그건 무의미한 물음이다. 물을 것까지도 없이 대답은 처음부터 알고 있다. 여기는 나의 인생이다. 나의 생활, ‘나‘라고 하는 현실 존재의 부속물. 특별히 인정한 기억이 없는데도 어느 틈엔가 나의 속성으로서 존재하게 된 몇 가지 사항 · 사물 · 상황. - P12

나는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 P12

창녀들에게 이름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름을 갖지 않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 P18

어째서 누군가가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가? - P19

돌고래 호텔로 돌아가는 것은, 과거의 그림자와 다시 한번 대면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 P20

그렇다, 나는 이 근래 사 년 동안, 그 냉랭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떨어내 버리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래서 돌고래 호텔로 돌아간다는 것은 내가 사 년 동안 조용히, 부지런히 모아온 모든 것을 송두리째 포기하고 없애 버리는 것이다. - P20

물론 내가 그렇게 대단한 것을 손에 넣었던 건 아니다. 그 대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잠정적이고 편의적인 잡동사니였다. 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며, 그 같은 잡동사니를 그럴싸하게 짜 맞추어 현실과 자신을 연결하고, 내 나름의 조그마한 가치관에 기초한 새로운 생활을 구축해 왔다. - P20

다시 한번 본래의 텅 빈 자리로 되돌아가라는 것인가? 창문을 열고 무엇이든 내동댕이치라는 것인가?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 P20

단념하자, 하고 나는 생각했다. 단념하자, 무슨 생각을 하건소용없다. 그것은 너의 능력 밖의 일이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건, 거기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정해져 있다, 확실히. - P20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을까? 내가 의식을 통해서 파악하고 있는 나는 진정한 의미의 나일까? 녹음된 목소리가 자기 목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처럼, 내가 파악하는 자아의 상像은 왜곡된 채 인식되어 모양 좋게 바뀌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 P21

우리는 모두가 가공의 세계에서 가공의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었다. - P22

하지만 아무튼, 무엇인가 지껄이기로 하자. 자신에 관해 무엇인가 지껄이는 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그것이 우선 첫걸음이다. 바른지 그른지는 나중에 다시 판단하면 된다. 나 자신이 판단해도 되고 다른 누군가가 판단해도 된다. 어쨌든 간에, 지금은 이야기 해야 할 때다. 그리하여 나도 해야 할 말을 고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22

사람이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할 때 (추구하지 않는 인간이 있을까?), 인생은 좀 더 많은 데이터를 그에게 요구한다. 명확한 도형을 그리기위한, 더 많은 정보가 요구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선, 아무런 회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 P22

지껄이자. 그러지 않고선,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도 되도록 길게. 바른지 그른지는 나중에 다시 생각하면 된다. - P23

타인이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파악했다 하더라도 나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보든, 그것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그것은 나의 문제라기보다는 차라리 그들의 문제인 것이다. - P29

‘실제 이상으로‘라는 표현은, 내가 파악한 나 자신의 상像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에 불과하다. - P29

세상에 오해라는 것은 없다.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것이 내 생각이다. - P30

나 자신이 그 쓸쓸함을 제법 잘 견뎌 낼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 P33

네가 네 자신을 마멸시켜 온 것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너는 마멸된 것이다, - P33

나는 일의 좋고 싫음을 가릴 만한 처지는 아니었다. 게다가 도대체가 나에게 맡겨지는 일은 그게 무엇이든 좋고 싫고를 가릴 만한 차이가 없었다. - P34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반적으로 세상사란 것은 끝으로 가면 갈수록, 그 질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주파수와 마찬가지다. 어느 한계점을 넘어 버리면, 인접하는 두 음향 중 어느 쪽이 높은가 하는 것 따위는 거의 분간해 낼 수 없으며, 이윽고 분간은커녕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된다. - P34

쓰레기 치우기나 눈 치우기와 같은 일이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다. 좋고 싫고와 관계없이. - P35

나는 다만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건에 관한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ㅡ실제적으로ㅡ정리하고 검증하는 데 반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결코 자폐적이 되거나, 외부 세계를 완강하게 거부하거나 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은 시간적인 문제였다. 다시 한번 자신을 제대로 회복하고, 재정비하기 위한 순수하게 물리적인 시간이 나에겐 필요했던 것이다. - P37

자신을 재정비한다는 의미와 그다음의 방향성에 대해서까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거기에 대해선 다시 다음에 생각하면 된다. 우선 평형감각을 회복하는 일이 먼저다. - P37

한 번 죽어 버리면, 그 이상 잃어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죽음의 훌륭한 점이다. - P40

하지만 나는 곧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그뿐이다. - P41

모두 고만고만했다. 아무것도 달라지진 않았다. 언제든 언제든 언제든, 사물의 존재양식은 같다. 다만 연호年號가 바뀌고, 사람이 교체된 정도일 뿐이다. 이러한 의미 없는 일회용 음악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앞으로도 어김없이 존재할 것이다.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것처럼. - P42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 - P43

‘난 태어나고부터 줄곧 잃어버리기만 했어‘ - P43

‘그리고 난 지금 그대를 잃어버리려고 해.‘ - P43

이따금 그럴 때가 있다. 무엇인가 하찮은 일이 내 마음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다. - P43

이 거대한 개미집 같은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을 찾는 것은 그다지 곤란한 작업이 아니다. 물론 그 일의 종류며 내용에 대해서 군소리만 않는다면 말이다. - P45

나는 일감의 좋고 나쁘고를 가리지 않았고, 들어오는 일감은 닥치는 대로 떠맡았다. 마감 날짜를 어긴 적이 없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군소리를 하지 않았으며, 글씨도 깨끗했다. 일솜씨도 꼼꼼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적당히 할 일도 성실하게 했고, 대가가 낮아도 싫은 기색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 - P46

눈을 치우는 작업과 같았다. 눈이 내리면 나는 그것을 효율적으로 길가로 치웠다. 한 조각의 야심도 없었고, 한 조각의 희망도 없었다. 오는 일거리를 닥치는 대로 거침없이 체계적으로 처리해 나갈 따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인생의 낭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종이와 잉크가 이만큼 낭비되고 있으니, 내 인생이 낭비됐다 해도 군소리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것이 내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 P47

우리는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거기에선 낭비가 최대의 미덕이다. 정치가는 그것을 내수內需의 세련화라고 부른다. 나는 그것을 무의미한 낭비라고 부른다. 사고방식의 차이다. 하지만 비록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다 해도, 어쨌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방글라데시나 수단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방글라데시에도 수단에도 별다른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묵묵히 일을 계속했다. - P47

내가 그런 식으로 열심히 한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나로선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자기 훈련. 얼마 동안 일을 시키지 않았던 손가락과 머리에 실제적인ㅡ그리고 되도록이면 무의미한ㅡ일을 시키며 혹사하는 것. - P48

나는 결국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모두 하나둘씩 떠나가 버리고, 나만이 연장된 유예기간 속에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었다. 현실이면서도 현실이 아닌 인생. - P50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마음 밑바닥으로부터 그녀를 원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 P51

그렇다, 결국은 그녀 옆에 있으면서 나는 달 위에 있었던 것이다. 옆구리로 그녀의 가슴의 감촉을 느끼면서도 내가 진심으로 찾고 있었던 것은 다른 그 무엇이었다. - P51

생각할 것까지도 없었다. 무엇을 하면 좋은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결론은 훨씬 전부터 짙은 구름처럼 내 머리 위에 빠끔하게 떠 있었다. 나는 다만 그것을 실행에 옮길 결심을 할 수 없어서, 하루 또 하루 미루고 있었을 뿐이다. 돌고래 호텔로 가는 것이다. 그것이 출발점이다. - P51

키키가 출발점의 열쇠를 쥐고 있다. 나는 그녀를 다시 한번 이 방으로 불러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한번 나가 버린 자는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 이 방으로. 그런 일이 가능한지 어떤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해보는 수밖엔 없다. 거기서부터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이다. - P52

솔직히 말해서, 이런 종류의 취재를 나처럼 꼼꼼하게 하는 작가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하자면 참으로 힘든 일이고, 대충하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적당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제대로 하건, 수고를 덜 하려 하건, 기사로서의 완성도에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다. - P56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이왕 하게 된 바에야 제대로 해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프로다. - P57

실제로 가보면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가보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곳으로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달리 특별히 이렇다 할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 P59

나는 낭비라는 건,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최대 미덕이라고 그에게 가르쳐 줬다.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팬텀 제트기를 사들여 스크램블로 쓸데없이 연료를 소비함으로써, 세계의 경제가 그 몫만큼 더 순환되고, 그 순환에 의해 자본주의는 한층 더 고도화되어 가는 것이다. 만일 모두가 낭비라는 것을 일절 하지 않는다면, 대공황이 일어나서 세계의 경제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것이다. 낭비라는 것은 모순을 일으키는 연료며, 모순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활성화가 다시 낭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라고. - P60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파악, 인식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 양자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 P61

하코다테역 근처 서점에서 산 잭 런던 Jack London의 전기를 읽었다. 잭 런던의 파란만장한 생애에 비하면, 내 인생 같은 건 떡갈나무 꼭대기에 난 홈에서 호두를 베개 삼아 꾸벅꾸벅 졸면서 봄을 기다리는 다람쥐처럼 평온한 것으로 보였다.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전기傳記란 것은 그런 것이다. 도대체 어느 누가 평화로이 무사안일하게 살다가 죽어 간 가와자키 시립 도서관원의 전기 따위를 읽겠는가? 요컨대 우리는 대상행위代償行爲를 찾고 있는 것이다. - P61

닮았다ㅡ하지만 다르다. 마치 다른 행성과도 같다. 언어도 복장도 표정도 모두 같지만, 무엇인가 결정적으로 다른 별개의 행성. 어떤 종류의 기능이 통용되지 않는 별개의 행성ㅡ하지만 어떤 기능이 통용되고 어떤 기능이 통용되지 않는가는 하나하나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 P63

내가 고독하다는 것ㅡ이것은 진실이었다. 나는 누구와도 결부되어 있지 않다. 그것이 나의 문제다. 나는 나를 되찾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와도 결부되어 있지 않다. - P64

돈으로 해결되는 일이라면ㅡ그리고 그 돈이 언젠가 되돌아온다는 확신이 있으면ㅡ그들은 거기에 얼마든지 돈을 쏟아붓는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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