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아로마 컬렉션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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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승분만큼까지는 아니더라도 드립백 수량을 1, 2개 정도만이라도 좀 더 담아 주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기존 드립백보다 퀄리티가 좋아진 건 분명하다. 은은한 아로마 향이 실제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패키징도 예전보다 고급진 느낌이 들어서 가벼운 선물용으로도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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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이 바닥(?)에 처음 등단할 당시 썼던 소설로 알려져있다. 당시 이 작품으로 군조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을 일본 문학계에 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간 두서없이 저자의 소설이든 에세이든 가리지 않고 그냥 손에 잡히는대로 마구잡이로 읽어나갔었는데, 어제 완독한 동저자의 책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난 뒤 저자의 책에도 그 나름대로의 순서와 단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 책과 더불어 일단 저자가 초기에 썼던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보면서 저자의 작품 세계를 조금씩 경험해보고자 한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 책의 맨 처음에 나온다. 그냥 쓰고 싶다는 본능이 이끄는대로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문장을 보면서 독자인 내가 예전에 토마스 하디의 《테스》라는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일종의 신념처럼 믿고 있는 한 문장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본능이 이성을 이긴다.‘

물론 이 말이 나오게 된 상황적인 배경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본능이라는 게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로써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자는 본능이 이끄는대로 이 소설을 썼고 그 결과 앞서 언급했듯이 군조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의 길을 지금까지도 걷고 있다. 본능대로 움직였을 때 나온 결과물이 저자의 인생길을 설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만약 이 소설이 군조신인상을 수상하지 못한채 그냥 소리 소문없이 묻혔다면 저자는 소설가가 아니라 그냥 기존에 운영하던 째즈카페를 운영하며 지금보다는 훨씬 덜 유명한 사람으로 그냥 평범하게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도 저자가 만약 처음 썼던 소설이 신인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면 이후에 소설 쓰기를 취미로는 했을지 몰라도 전업으로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말을 했던 것을 봤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어느정도 저자에게 운이 따른 것도 있겠지만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결과적으로 본능이 이끄는 힘이라는 건 쉽게 꺾이지 않는 강력함을 내포하고 있기에 한 사람의 인생길을 결정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어떤 개그맨이 종종 했던 말이 생각난다. ‘본능에 충실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실로 간단하다.
갑자기 무언가가 쓰고 싶어졌다. 그뿐이다.
정말 불현듯 쓰고 싶어졌다. - P5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 P11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정직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정확한 언어는 어둠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버린다. - P12

(데릭) 하트필드는 좋은 글에 대해 이렇게 썼다.
"글을 쓰는 작업은 단적으로 말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물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는 일이다. 필요한 건 감성이 아니라 ‘잣대‘다."(《기분이 좋으면 왜 안 되는데?》, 1936) - P15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어두운 꿈만 꾸지. 더욱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꿈조차 꾸지 않는단다." - P16

우리가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실제로 인식하는 것 사이에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 어떤 긴 잣대로도 그 깊이를 측정할 수가 없다. - P17

만약 당신이 진정한 예술이나 문학을 원한다면 그리스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된다. 참다운 예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노예제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예가 밭을 갈고 식사를 준비하고 배를 젓는 동안, 시민은 지중해의 태양 아래서 시작詩作에 전념하고 수학과 씨름했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 P18

"자동차는 다시 돈 주고 사면 되지만 행운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거야." - P27

"사람은 무엇에든지 익숙해지는 법이거든." - P28

"살아 있는 작가는 아무 가치도 없으니까."
"어째서?"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걸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 P30

"이봐, 살아 있는 사람은 어때? 거의 모든 걸 용서할 수 없어?"
"글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절박한 상황에 처한다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용서할 수 없게 될지도 몰라." - P30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하게 만들어졌다는군."
"누가 한 말이야?"
"존 F. 케네디." - P35

만일 뭔가를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어. - P38

문명이란 전달이다. 표현하고 전달해야 할 것이 없어졌을 때 문명은 끝난다. - P39

남의 집에서 잠이 깨면 언제나 다른 육체에 다른 영혼을 우격다짐으로 구겨 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P40

바다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만나고 싶어지고, 사람을 만나고 있으면 바다가 보고 싶어져. - P43

울어버리면 마음이 편해질 텐데, - P50

"빚진 걸 갚지 않으면 못 참는 성격이거든요.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말이죠." - P57

"가끔은 습관을 바꿔보고 싶어서" - P75

‘나는 빈약한 진실보다 화려한 허위를 사랑한다‘
_로제 바딤, 프랑스 영화감독 - P76

‘뛰어난 지성이란 대립하는 두 개념을 동시에 포용하면서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해가는 것이다.‘ - P76

대공황을 다룬 옛날 영화에서 이런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아래를 지나갈 때는 언제나 우산을 펴서 들고 걷는다네. 왜냐하면 위에서 사람들이 줄줄이 떨어지거든." - P84

우리는 가게 안쪽의 어두운 곳에 놓여 있는 핀볼 기계를 상대하며 시간을 보냈다. 약간의 동전에 대한 대가로 죽은 시간을 제공해주는 가치 없는 기계다. - P108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 - P126

때가 되면 결국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더라. - P130

"나한테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적어도 쓸 때마다 자기 자신이 계발되어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 P130

거대하다는 건 때때로 사물의 본질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꾸어버려. - P132

"그대들은 세상의 소금이니라."
"?"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겠는가?" - P133

"이 세상에는 어떻게 손써볼 수 없는 일도 있더라." - P133

"남들보다 월등히 강한 녀석은 아무 데도 없다구. 모두 같은 거야.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자는 언젠가는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겁을 집어먹고 있고, 아무것도 갖지 못한 자는 영원히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지. 모두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빨리 그걸 깨달은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강해지려고 노력해야 해. 시늉만이라도 좋아. 안 그래? 강한 인간 따윈 어디에도 없어. 강한 척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뿐이야." - P134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걸 소설에 쓴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 P138

"우리는 시간 사이를 방황하고 있는 셈이지. 우주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삶도 없고 죽음도 없어. 그냥 바람이지." - P141

거짓말을 하는 건 무척이나 불쾌한 일이다. 거짓말과 침묵은 현대의 인간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거대한 두 가지 죄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자주 거짓말을 하고, 자주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1년 내내 쉴 새 없이 지껄여대면서 그것도 진실만 말한다면, 진실의 가치는 없어져버릴지도 모른다. - P146

"바람의 방향도 때가 되면 바뀔 거야." - P159

제가 지난 삼 년 동안 침대 위에서 배운 건, 아무리 비참한 상황에서라도 사람은 무엇인가 배울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 P162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 P164

나는• 여러분을• 좋아한다. - P164

"어디나 마찬가지죠 뭐." - P166

‘아끼지 않고 베푸는 자는 항상 베풂을 받게 된다.‘ - P168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 P169

오랫동안 함께 살면 취미까지 비슷해지나 보다. - P170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꿈이란 결국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 P171

울고 싶을 때는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법이다. - P172

한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 P175

"우주의 복잡함에 비하면 우리의 세계 따윈 지렁이의 뇌와 같은 것이다"라고 하트필드는 말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 P179

재능이나 능력이 있든 없든, 아무튼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써보고 싶다고. - P181

작업을 진행해나가는 사이, 정직하게 쓰려고하면 할수록 정직하지 않은 문장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장을 문학 언어적으로 복잡화·심화시키면 시킬수록, 거기에 담기는 생각이 부정확해지는 것이었다. 요컨대 나는 언어의 이차적 언어성에 의존하여 문장을 썼던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 P184

"타인과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라." - P184

나는 좀 더 심플하게 쓰자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쓰지 않았을 정도로 심플하게. 심플한 언어를 쌓아, 심플한 문장을 만들고, 심플한 문장을 쌓아, 결과적으로 심플하지 않은 현실을 그리는 것이다. - P185

신인상을 받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무 근거도 없는 예감으로. 그리고 나는 실제로 상을 받았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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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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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저자는 지난 30여년간 집필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소설가에게 필요한 자질 혹은 역량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터놓고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독자인 내가 인상적으로 눈여겨봤던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일단 소설을 잘쓰기 위해선 평소에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각양각색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잘 관찰하고 자기 나름대로 정리해두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들이 나중에 글을 쓸 때 글감의 소재로써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고 또 그것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가지 소재들을 재료삼아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한 이야기를 만든 뒤 거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저자는 소설가를 마술사(magician)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멋진 비유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마법을 잘 부리고 싶다면 평소 주변의 사물이나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또한 반드시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마음껏 이야기를 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와같은 습관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저자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음악과 관련된 얘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저자는 앞서 언급한 마술사같은 역할을 음악에서 곡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음악에는 다양한 화음들이 존재하는데, 이것들을 여러가지 형태로 조합하여 하나의 곡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작가가 소설을 써나가는 과정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는 아래의 한 문장으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음악을 연주하듯이 글을 쓰면 된다.‘ (p.134)

물론 말은 참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작업들을 일일이 설명하기가 힘들정도로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하고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30년 이상 꾸준히 해온 작가가 그래서 다시금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제반여건들이 그닥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쓰면 된다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저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이는 마치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하면서 왜군을 물리쳤던 마인드와도 비슷해보인다. 외부 상황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여건하에서 최선의 것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저자와 이순신 장군 두 사람 모두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 아닌가 싶다.

또한 저자가 장편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을 꽤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보면서 저자가 최선을 다해 심혈을 기울여 글을 쓴다는 것을 지면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물의 가치 역시 최선이 아닐 것이고 그것은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집필 철학을 보면서 프로라는 것이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가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뒤이어서는 저자가 운동(달리기)을 하는 이유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본업인 소설쓰기를 더 잘 해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일반적으로 소설가라면 가만히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과 상상 등을 하면서 머리를 주로 쓰는 정신노동이 주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그러한 정신노동을 잘 하려면 기본적으로 피지컬(육체)이 강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는 단지 어떤 미신같은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 내린 저자의 결론이었다. 본문에서 저자는 신체활동을 하면 뇌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자신이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썼던 달리기 관련 에세이 책이 문득 생각나기도 했다. 저자가 괜히 아무 이유없이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얼핏보면 그냥 이유없이 하는 것처럼 보여도 다 계획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소설가의 장점에 대해서도 한가지 언급하는데, 바로 ‘마음만 먹으면 나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 (p.240) 는 것이었다. 소설을 쓰다보면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그 캐릭터를 하나하나 만들다보면 글을 쓰는 저자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설 속 내용에 몰입하여 어떤 한 캐릭터의 생각에 빠져들게 되고 그러면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소설 속에서 주로 활동하겠지만 때로는 캐릭터가 현실의 저자가 되어 소설 밖의 실제 세계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 나름대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한 이 책에서 저자는 각종 문학상들과 관련한 자신의 견해도 밝히는데 여기서의 핵심은 단지 겉으로 보여지는 무슨무슨 상이라는 일종의 형식 또는 껍데기(허울)에 연연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알맹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궁극적으로 작가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 가능한 한 좋은 글을 써서 제공해야 한다‘는 저자의 철학으로도 이어진다. 결국 작가라는 직업도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본문에서 글을 쓰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한다는 얘기도 덧붙이는데, 이것은 저자처럼 글쓰는 직업을 하든 아니면 다른 무슨 일을 하든 관계없이 직업인이라면 항상 염두해두고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자기자신의 행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본문을 쭉 읽어나가면서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전까지 썼던 수많은 작품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개략적인 내용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간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어보면서 잘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저자가 해외에 체류하면서 글을 썼던 이유에 대해서도 이 책에 잘 나와 있어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저자의 작품들에도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자의 작품에 조금씩 중독되어가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었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저자가 지극히 평범한 듯하지만 결코 평범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평범하다는 건 어떤 특출난 재능을 타고 나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와중에 평범하다고만 할 수 없다는 건 보통의 재능을 가지고도 매일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는 성실함과 끈기, 노력 등을 말로만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말로만 청산유수로 떠드는 것과 실제 행동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엄청나게 큰 차이다. 저자가 평범한 듯하면서도 비범해보이는 이유를 독자인 나는 무언가를 꾸준하고 진득하게 해내는 저자의 실제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행동에 기반하여 이후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궁합이 잘 어우러지고 여러가지 여건들이 뒷받침되었을 때 소위 말하는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본문을 읽다보면 저자가 자신이 쓴 작품들을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자가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둔 요인에는 일단 저자의 노력에 더해 위에서 언급한 것들과 같은 제반조건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도 실제로 본문에서 자신의 성공이 자신만의 노력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협력할 수 있게 된 것 등 여러가지 행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들을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읽어봤던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실제로 본문에 저자가 그간 써왔던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그 작품들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같은, 해당 작품 속에서는 미처 알 수 없었던 내용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작품을 이전에 읽어본 적이 없는 분들이라도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썼던 작품들에 호기심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독자인 내 경우에도 본문에 소개된 저자의 책들 중에 몇몇 작품은 읽어봤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것들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쓴 책들 중 아직 못 읽어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실제로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 쓰기를 통해 30년 이상 먹고 살아온 저자는 자신은 아직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물론 이것은 어떤 신체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정신적인 것 쪽에 좀 더 가까울 것이다. 이제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저자의 태도를 보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도 어떤 긍정적인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보게 된다. 아마 이런 류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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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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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평소 문학에 대해 갖고 있는 철학이 어떤 것인지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저자의 인생관이나 가치관 같은 것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설령 소설가를 지망하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분야를 막론하고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라면 마땅히 가져야할 태도나 사고방식을 저자의 얘기를 통해 일정부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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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 수 있었다. 독자인 나는 이제껏 소설을 쓰는 작가가 어떤 작품을 자신이 맨 처음에 기획했던대로 끝까지 쭉 써내려가는 게 아닐까라는 섣부른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작가가 작품을 쓰다보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인데, 그 캐릭터의 특정한 언행이 시발점(?)이 되어서 작가가 기존에 기획했던 범위를 뛰어넘는 추가적인 이야기들을 쓰게끔 만든다는 게 독자인 내가 오늘 본문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실제로 저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음을 본문에서 고백하기도 한다. 처음엔 단편으로 기획했던 소설이 등장인물의 한 마디 말로 인해 내용이 이래저래 덧붙여져서 장편소설이 되었다는 얘기는 독자인 나의 뇌리에 아주 강하게 내리 꽂혔다. 독자인 나는 실제 사람이든 소설 속 캐릭터든 간에 사람의 일은 아무리 예측을 하려고 해도 그 예측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서 소설을 쓰는 행위라는 게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도 본질적으로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이라는 것도 살아가다보면 애초에 미처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고 그 이후에 변화된 상황에 따라 행동하다보면 기존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또다른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쓰면서 문득 생각난 말인데, ‘인생이 소설이고, 소설이 인생이다‘ 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의식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내 소설 속 캐릭터들은 작자인 나를 다그치고 격려하고 등을 떠밀어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었는지도 모릅니다. - P252

내가 말하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소설가는 소설을 창작하는 것과 동시에 소설에 의해 스스로 어떤 부분에서는 창작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P253

지극히 일반적인 의미에서도 ‘지금 이곳의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바라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현재진행형의 나 자신은 웬만해서는 파악하기 어려워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나는 다양한 사이즈의 내 것이 아닌 구두에 발을 밀어 넣고, 그것으로 지금 이곳에 있는 나 자신을 종합적으로 검증해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치 삼각법으로 위치를 측정하는 것처럼. - P256

나를 위해서 쓴다, 라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P259

내 안에 존재하는 몇 가지 이미지를, 나에게 딱 감이 오는, 납득이 가는 단어를 사용하고 그 말을 적절히 조합해 문장의 형태로 만들어간다... - P260

모든 창작 행위에는 많든 적든 스스로를 보정補正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 - P260

즉 자신을 상대화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영혼을 지금 존재하는 것과는 다른 형식에 끼워 맞추는 것을 통해, 살아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다양한 모순이나 뒤틀림, 일그러짐 등을 해소해나간다ㅡ혹은 승화해나간다ㅡ는 것입니다. - P260

내가 글을 쓰면서 즐거우면 그것을 똑같이 즐겁게 읽어주는 독자가 틀림없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 수는 별로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지 않은가. 그 사람들과 멋지게, 깊숙이 서로 마음이 통했다면 그걸로 일단은 충분하다, - P261

‘그냥 쓰면서 즐거우면 그걸로 좋지 뭐‘ - P262

기분 좋다는 게 뭐가 나빠? - P262

쓰면서 나 자신이 기분좋고, 동시에 정면 돌파적인 힘을 가진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이미지를 단편적이고 감각적으로 문장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아이디어나 의식을 좀 더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문장으로 만들어가고 싶었던 것입니다. - P263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나대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선행하는 그러한 작품에 담긴 파워를 구체적인 예로 염두에 두면서 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것을 쓰지 않으면 안됩니다. - P264

‘그렇다면 내가 즐기기 위해 쓰는 수밖에 없다‘ - P269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쓰든 결국 어디선가는 나쁜 말을 듣는다‘ - P269

‘뭐든 상관없어. 어차피 나쁜 말을 들을 거라면 아무튼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대로 쓰자‘ - P269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없다면 나 혼자 즐기는 수밖에 없지
_리키 넬슨이 만년에 발표한 노래 <가든파티> - P270

"내가 할 말은 네가 원하는 대로 연주하면 된다는 거야. 세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런 건 생각할 것 없어. 연주하고 싶은 대로 연주해서 너를 세상에 이해시키면 돼. 설령 십오년, 이십 년이 걸린다고 해도 말이야."
_재즈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멍크 - P270

최소한의 지지자를 획득하는 것도 프로로서 필수 조건입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만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다음은 ‘나 자신이 즐길 수 있다‘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합니다. 즐겁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인생이란 아무리 살아봤자 별로 즐겁지 않기 때문입니다. - P271

중요한 것, 교환 불가능한 것은 나와 그 사람이 이어져 있다, 라는 사실입니다. - P272

소설이란, 스토리란, 남녀와 세대 간의 대립이나 그 밖에 다양한 스테레오타입의 대립을 누그러뜨리고 그 날카로운 칼끝을 완화하는 기능을 가진 것 - P280

독자와 나 사이에 굵고 곧은 파이프를 연결하고 그것을 통해 직접 주고받는 시스템을 시간을 들여 구축해왔다 - P283

어떤 말들을 하건 모른 척 흘려들으면 됩니다. - P300

어떤 세계에서나 똑같지만, ‘사람 망치는 칭찬 세례‘만큼 무서운 것도 없으니까요. - P300

돌아가는 형세를 계산해가며 자기 좋을 대로 확실한 근거도 없이 발언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항상 일정한 수만큼 있는 법 - P301

애초에 소설이란 어디까지나 신체의 내측에서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것이지 그렇게 전략적으로 홱홱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조사 같은 것을 해서 그 결과를 보고 의도적으로 내용을 분류해가며 써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그런 일천한 지점에서 태어난 작품은 수많은 독자의 지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지지를 얻는다 해도 그런 작품이나 작가는 오래갈 수도 없고 금세 잊힙니다. - P301

에이브러햄 링컨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많은 사람을 짧은 기간 동안 속이는 건 가능하다. 몇몇 사람을 오랜 기간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오랜 기간 속일 수는 없다‘라고. 소설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시간에 의해 증명되는 것, 시간에 의해서만 증명되는 것이 이 세상에는 아주 많습니다. - P302

‘영어로 된 원고라면 읽을 수 있다‘ - P303

사회 기반 · 구조의 급격한 변동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품고 있던 리얼리티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개변을 요구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현실 사회의 리얼리티와 스토리의 리얼리티는 인간의 영혼 속에서(혹은 무의식 속에서) 피할 수 없이 그 근저에서 상통하는 것입니다. 어떤 시대에도 대변혁이 일어나 사회의 리얼리티가 크게 교체될 때, 그것은 스토리의 리얼리티의 교체를, 마치 반증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요구합니다. - P305

스토리란 본래 현실에 대한 메타포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사람들은 변동하는 주변 현실의 시스템을 따라잡기 위해, 혹은 거기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내적인 장소에 앉혀야 할 새로운 스토리=새로운 메타포 시스템을 필요로 합니다. 그 두 가지 시스템(현실 사회의 시스템과 메타포 시스템)을 제대로 연결하는 것에 의해, 다시 말해 주관 세계와 객관 세계를 오고 가면서 상호 간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하는 것에 의해, 사람들은 불확실한 현실을 겨우겨우 받아들이고 평정심을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 P305

무엇보다 텍스트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는 번역은 그저 성가신 ‘일거리‘가 될 뿐입니다. - P310

새로운 프런티어에 도전하는 의욕을 항상 간직한다는 것은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 - P311

하나의 포지션, 하나의 장소(비유적인 의미에서의 장소)에 안주해서는 창작 의욕의 신선도는 감퇴하고 이윽고 상실됩니다. - P311

어떤 기치를 목표로 내건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몇 살이 되더라도, 어떤 곳에 있더라도. - P314

내가 생각하기에 소설가의 역할은 단 한 가지, 조금이라도 뛰어난 텍스트를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텍스트라는 것은 하나의 ‘총체‘, 영어로 말하면 whole입니다. 말하자면 ‘블랙박스‘입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덩어리의 텍스트로서 기능합니다. 텍스트의 역할은 각각의 독자에게 저작詛嚼되는 데 있습니다. 독자는 그것을 원하는 대로 마음껏 풀어서 저작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만일 독자의 손에 건너가기 전에 저자에 의해 풀리고 저작된다면 텍스트로서의 의미나 유효성이 대폭적으로 손상됩니다. - P320

이야기=스토리라는 것은 인간의 영혼 밑바닥에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영혼 밑바닥에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과 사람을 근간에서부터 서로 이어줍니다. - P326

나는 내가 쓰는 소설에 대해 별로 설명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비교적 강하다. 자작自作에 대해 말하다 보면 아무래도 변명하거나 자랑하거나 자기변호를 하게 되기가 쉽다. 그럴 생각이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여버리는‘ 면이 있다. - P330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낸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지속적으로 표현한다는 것 - P332

100명의 작가가 있다면 100가지의 글쓰기 방식이 있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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