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이 바닥(?)에 처음 등단할 당시 썼던 소설로 알려져있다. 당시 이 작품으로 군조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을 일본 문학계에 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간 두서없이 저자의 소설이든 에세이든 가리지 않고 그냥 손에 잡히는대로 마구잡이로 읽어나갔었는데, 어제 완독한 동저자의 책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난 뒤 저자의 책에도 그 나름대로의 순서와 단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 책과 더불어 일단 저자가 초기에 썼던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보면서 저자의 작품 세계를 조금씩 경험해보고자 한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 책의 맨 처음에 나온다. 그냥 쓰고 싶다는 본능이 이끄는대로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문장을 보면서 독자인 내가 예전에 토마스 하디의 《테스》라는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일종의 신념처럼 믿고 있는 한 문장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본능이 이성을 이긴다.‘

물론 이 말이 나오게 된 상황적인 배경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본능이라는 게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로써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자는 본능이 이끄는대로 이 소설을 썼고 그 결과 앞서 언급했듯이 군조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의 길을 지금까지도 걷고 있다. 본능대로 움직였을 때 나온 결과물이 저자의 인생길을 설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만약 이 소설이 군조신인상을 수상하지 못한채 그냥 소리 소문없이 묻혔다면 저자는 소설가가 아니라 그냥 기존에 운영하던 째즈카페를 운영하며 지금보다는 훨씬 덜 유명한 사람으로 그냥 평범하게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도 저자가 만약 처음 썼던 소설이 신인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면 이후에 소설 쓰기를 취미로는 했을지 몰라도 전업으로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말을 했던 것을 봤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어느정도 저자에게 운이 따른 것도 있겠지만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결과적으로 본능이 이끄는 힘이라는 건 쉽게 꺾이지 않는 강력함을 내포하고 있기에 한 사람의 인생길을 결정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어떤 개그맨이 종종 했던 말이 생각난다. ‘본능에 충실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실로 간단하다.
갑자기 무언가가 쓰고 싶어졌다. 그뿐이다.
정말 불현듯 쓰고 싶어졌다. - P5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 P11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정직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정확한 언어는 어둠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버린다. - P12

(데릭) 하트필드는 좋은 글에 대해 이렇게 썼다.
"글을 쓰는 작업은 단적으로 말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물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는 일이다. 필요한 건 감성이 아니라 ‘잣대‘다."(《기분이 좋으면 왜 안 되는데?》, 1936) - P15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어두운 꿈만 꾸지. 더욱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꿈조차 꾸지 않는단다." - P16

우리가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실제로 인식하는 것 사이에는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 어떤 긴 잣대로도 그 깊이를 측정할 수가 없다. - P17

만약 당신이 진정한 예술이나 문학을 원한다면 그리스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된다. 참다운 예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노예제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예가 밭을 갈고 식사를 준비하고 배를 젓는 동안, 시민은 지중해의 태양 아래서 시작詩作에 전념하고 수학과 씨름했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 P18

"자동차는 다시 돈 주고 사면 되지만 행운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거야." - P27

"사람은 무엇에든지 익숙해지는 법이거든." - P28

"살아 있는 작가는 아무 가치도 없으니까."
"어째서?"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걸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 P30

"이봐, 살아 있는 사람은 어때? 거의 모든 걸 용서할 수 없어?"
"글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절박한 상황에 처한다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용서할 수 없게 될지도 몰라." - P30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하게 만들어졌다는군."
"누가 한 말이야?"
"존 F. 케네디." - P35

만일 뭔가를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어. - P38

문명이란 전달이다. 표현하고 전달해야 할 것이 없어졌을 때 문명은 끝난다. - P39

남의 집에서 잠이 깨면 언제나 다른 육체에 다른 영혼을 우격다짐으로 구겨 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P40

바다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만나고 싶어지고, 사람을 만나고 있으면 바다가 보고 싶어져. - P43

울어버리면 마음이 편해질 텐데, - P50

"빚진 걸 갚지 않으면 못 참는 성격이거든요.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말이죠." - P57

"가끔은 습관을 바꿔보고 싶어서" - P75

‘나는 빈약한 진실보다 화려한 허위를 사랑한다‘
_로제 바딤, 프랑스 영화감독 - P76

‘뛰어난 지성이란 대립하는 두 개념을 동시에 포용하면서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해가는 것이다.‘ - P76

대공황을 다룬 옛날 영화에서 이런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아래를 지나갈 때는 언제나 우산을 펴서 들고 걷는다네. 왜냐하면 위에서 사람들이 줄줄이 떨어지거든." - P84

우리는 가게 안쪽의 어두운 곳에 놓여 있는 핀볼 기계를 상대하며 시간을 보냈다. 약간의 동전에 대한 대가로 죽은 시간을 제공해주는 가치 없는 기계다. - P108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 - P126

때가 되면 결국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더라. - P130

"나한테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적어도 쓸 때마다 자기 자신이 계발되어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 P130

거대하다는 건 때때로 사물의 본질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꾸어버려. - P132

"그대들은 세상의 소금이니라."
"?"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겠는가?" - P133

"이 세상에는 어떻게 손써볼 수 없는 일도 있더라." - P133

"남들보다 월등히 강한 녀석은 아무 데도 없다구. 모두 같은 거야.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자는 언젠가는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겁을 집어먹고 있고, 아무것도 갖지 못한 자는 영원히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지. 모두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빨리 그걸 깨달은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강해지려고 노력해야 해. 시늉만이라도 좋아. 안 그래? 강한 인간 따윈 어디에도 없어. 강한 척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뿐이야." - P134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걸 소설에 쓴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 P138

"우리는 시간 사이를 방황하고 있는 셈이지. 우주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삶도 없고 죽음도 없어. 그냥 바람이지." - P141

거짓말을 하는 건 무척이나 불쾌한 일이다. 거짓말과 침묵은 현대의 인간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거대한 두 가지 죄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자주 거짓말을 하고, 자주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1년 내내 쉴 새 없이 지껄여대면서 그것도 진실만 말한다면, 진실의 가치는 없어져버릴지도 모른다. - P146

"바람의 방향도 때가 되면 바뀔 거야." - P159

제가 지난 삼 년 동안 침대 위에서 배운 건, 아무리 비참한 상황에서라도 사람은 무엇인가 배울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 P162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 P164

나는• 여러분을• 좋아한다. - P164

"어디나 마찬가지죠 뭐." - P166

‘아끼지 않고 베푸는 자는 항상 베풂을 받게 된다.‘ - P168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 P169

오랫동안 함께 살면 취미까지 비슷해지나 보다. - P170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꿈이란 결국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 P171

울고 싶을 때는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법이다. - P172

한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 P175

"우주의 복잡함에 비하면 우리의 세계 따윈 지렁이의 뇌와 같은 것이다"라고 하트필드는 말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 P179

재능이나 능력이 있든 없든, 아무튼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써보고 싶다고. - P181

작업을 진행해나가는 사이, 정직하게 쓰려고하면 할수록 정직하지 않은 문장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장을 문학 언어적으로 복잡화·심화시키면 시킬수록, 거기에 담기는 생각이 부정확해지는 것이었다. 요컨대 나는 언어의 이차적 언어성에 의존하여 문장을 썼던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 P184

"타인과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라." - P184

나는 좀 더 심플하게 쓰자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쓰지 않았을 정도로 심플하게. 심플한 언어를 쌓아, 심플한 문장을 만들고, 심플한 문장을 쌓아, 결과적으로 심플하지 않은 현실을 그리는 것이다. - P185

신인상을 받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무 근거도 없는 예감으로. 그리고 나는 실제로 상을 받았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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