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왕모의 강림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 알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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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맨 앞 부분이나 맨 뒷 부분에 나오는 저자의 프로필을 읽다보면 저자가 작품활동을 위해 체류했던 나라들이 굉장히 다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 바로 이 《서왕모의 강림》이었다.

책제목에 서왕모라는 키워드가 들어가있고 책의 페이지 수도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하나의 주제로 방대한 양의 스토리가 쭉 이어지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17개의 스토리가 병렬식으로 배치되어 있고 서왕모는 일부 몇몇 스토리에만 잠깐 등장할 뿐 생각만큼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왕모가 많이 나오는지 여부는 나에게 그닥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나라들의 지명과 문화, 건축물 등을 아주 폭넓게 만나볼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해당 나라들을 속속들이 여행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이러한 느낌은 단순히 지면에 나온 글자만을 읽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배경지식이 어느정도 있는 독자라면 얘기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나온 지명이나 문화재 또는 고유한 어떤 것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하다보니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고서는 본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물론 책을 읽다가 중간중간 스탑하면서 검색하고 하는 과정들이 번거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독자인 나는 이러한 번거로움보다는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더 크다고 느꼈기에 독서 중간중간 키워드들을 검색해는 과정이 오히려 즐거웠다.

작품의 배경이 된 나라 또는 지명들을 생각나는대로 끄적여보자면 일본 교토,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페루자, 그리스 아테네, 페르시아(이란, 인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키이우,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 그리고 알람브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독일 프라이부르크, 스위스, 중국 등이 있다. 여기서 내가 일부 누락한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그게 그닥 중요한 건 아니고, 이렇게 다양한 나라들과 그 안에 있는 좀 더 세부적인 문화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아무튼 위에 나열한 나라들과 지명들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세부적인 문화들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살펴보면서 본문에서 저자가 다루었던 혹은 의도했던 것들에 대한 이해의 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한 검색을 많이 하다보니 인터넷 알고리즘에 관련된 블로그들이 자동으로 뜨면서 해당 국가나 지역 또는 문화재 등에 대한 관심도 자동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겨났고 관련된 책들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게 되었다.

내가 검색하면서 만나봤던 블로그들 중에 어떤 분이 써놓은 글귀가 하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깊은 글귀라 여기 한 번 적어보자면,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라는 말이었다.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고, 독자인 내가 비록 직접 해당 국가나 지역에 간 것은 아니었지만 책을 통해 앉아서 여행을 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수많은 여행 블로거들을 만나보면서 내가 직접 가보지 못한 다른 세상을 손수 몸으로 경험하고 그 경험을 공유해준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생겼다. 물론 나도 직접 다 가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쓰고보니 이 책이 무슨 여행책인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각각의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가면 죽음이나 헤어짐에 대한 문장이 한두문장씩 들어가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독자인 나는 이것이 저자가 인생의 허무함을 표현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다른 작품들에 나왔던 주제를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인생을 살고 어디서 살든지 관계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 날마다 감사하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누리며 살아가는 삶이 행복한 삶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삶이 아닐까 싶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죽음이 다가올 때가 있겠으나 적어도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여기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잘 누리다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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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6-02-28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 저항의 멜랑콜리 리뷰 올렸는데,,, 숙제가 하나 더 늘었네요.
제목때문에 궁금하던 책이었습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6-02-28 19:07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반갑습니다! 조금 전에 《저항의 멜랑콜리》 리뷰 남겨주신 거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깊이가 느껴져서 저도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을 다시금 상기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좀 어려운 소설이었던지라 난해하게 느껴졌었는데, 그레이스님의 리뷰를 통해 작품을 좀 더 심도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서왕모의 강림》은 소설 속 배경이 되는 나라가 다양해서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각 나라별로 잘 몰랐던 문화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보고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책이었습니다. 이 작품 역시 라슬로 작가 특유의 만연체 문장은 여전합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옮긴이 분께서 이와 관련된 코멘트를 남겨주셨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아무쪼록 즐거운 독서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레이스 2026-02-28 19:42   좋아요 1 | URL
꼭 읽어봐야겠네요
 
서왕모의 강림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 알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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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체류했다고 알려진 여러 나라들을 배경으로 하여 거기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소소한 일화도 있고 해당 국가의 도시와 관련된 고유의 문화 같은 것들을 폭넓게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생소한 지명이나 건물 이름 또는 고유한 문화들이 많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해당 키워드들을 인터넷에 검색해가면서 읽었는데, 이 과정이 살짝 번거롭기도 했지만 덕분에 저자가 언급한 내용을 보다 심도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부수적으로는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고 덕분에 해외여행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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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4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24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2-24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번 포스팅까지 해서 일단 이 책에 나왔던 17개의 스토리는 다 읽었다. 오늘은 옮긴이가 번역을 하면서 생각하거나 느꼈던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앞부분만 잠깐 읽어봤지만 번역이라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어는 장문을 쓰기가 쉽지 않은 언어다. 고종석의 말마따나, 관계대명사를 이용하여 절을 무한히 늘어뜨릴 수 있는 영어와 달리 한국어에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절을 연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P666

영어는 주어 바로 뒤에 동사가 나오고 나머지 문장 성분들은 동사가 미리 지정한 자리에 놓이기에 구조를 분석할 때 인지 부하가 크지 않지만, 맨 뒤의 서술어를 봐야 비로소 문장의 구조를ㅡ심지어 긍정, 부정 여부까지도!ㅡ파악할 수 있는 한국어는 끝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으므로 문장이 길어질수록 인지 부하가 커진다. 그런 탓에 주어와 서술어 사이가 너무 멀어지면 미처 서술어에 도달하기도 전에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다. - P666

영어 문장은 대부분 명사로 끝나고 다음 문장 또한 명사로 시작하기에 두 명사를 똑딱이 단추처럼 결합하여 문장을 연결하는 방법을 쓸 수 있는 반면에, 한국어는 문장이 용언으로 끝나기에 연결 어미를 이용해야 한다. 이런 탓에 영어 복합문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어순이 뒤죽박죽이 되기 쉽다. - P667

문법에 맞게 문장성분을 배열하면서도 시간적, 논리적 순서와 정보 구조(이미 아는 정보가 먼저 나오고 새로운 정보가 뒤에 나오는 원리)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어 번역가라면 누구나 골머리를 썩이는 과제다. - P667

연결 어미를 써야 한다는 말은 (영어에서는 관계대명사절에서 암묵적으로 전제되는) 문장과 문장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나타내야 한다는 뜻이다. 영어에서 ‘brother‘라고만 썼어도 한국어에서는 ‘형‘인지 ‘동생‘인지 알아내어 구분해줘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 P667

문장들이 대부분 ‘다‘로 끝나는 한국어 문어체는 낭독할 때 딱딱하게 들리며 교착어인 한국어의 풍부한 어미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지만, 만연체를 구사하여 문장들을 연결하면 리듬감을 살리고 연결 어미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 P667

본문을 보면 접속사가 거의 쓰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연결 어미로 절과 절의 시간적·논리적 관계를 표시하기 때문에 접속사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어가 영어에 비해 오히려 만연체의 본령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겠다. - P667

번역에서 골머리를 썩인 것 중 하나는 종속절의 주절을 파악하는 문제였다. 영어에서는 종속절이 주절 앞에 올수도 있고 뒤에 올 수도 있는데, 절이 두 개이면 종속절이 아닌 절이 당연히 주절이겠지만 종속절 앞뒤에 둘 다 절이 있으면 그중 어느 것이 주절인지를 문법적으로는 파악하기 힘들다. 종속절이 언제 끝나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문장의 의미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 P668

영어판에서는 인칭대명사를 특이하게 구사한다. 영어에서는 인칭 대명사의 선행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기에 이를 위한 장치(성, 수, 인칭대명사와 선행사의 거리)에 주목하게 마련이지만, 이 책에서는 선행사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 P668

종속절 문제와 지금의 선행사 문제는 독자에게 더 능동적인 독해를 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명상으로서의 독서‘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글쓰기 전략이지만, 번역자는 자신의 해석을 신뢰할 수 없기에 끊임없이 고뇌에 빠지게 된다. - P668

드러남 또는 깨달음으로서의 에피파니(예술적, 종교적 경험)의 순간은 텍스트로부터 독자에게 직접 나타나는 것 - P669

‘가모‘의 한자 ‘鴨(오리 압)‘은 ‘압록강‘의 ‘압‘과 같다. - P669

주인공이 강렬한 햇빛에 눈이 머는 것은 일생일대의 목표에 사로잡혀 일상의 행복을 보지 못하는 현실을 돌이켜 보게 한다. 우리는 일상의 행복을 언제든 손에 쥘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하찮게 여기지만, 한번 놓치면 평생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크로폴리스만이 아니다. - P675

어쩌면 예술가의 임무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 존재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는 것 아닐까? - P679

쉼표의 ‘쉼‘은 잠시 멈추고 휴식하라는 뜻이기도 하고 숨을 쉬라는 뜻이기도 하다. 쉼표에는 ‘들이쉼표‘와 ‘내쉼표‘가 있는데, 구를 반복하거나 나열하기 위한 들이쉼표는 독자에게 긴장의 끈을 당겨야 할 때를 알려주는 반면에 하나의 의미 덩어리가 완성되었음을 나타내는 내쉼표는 독자에게 긴장의 끈을 늦추고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를 알려준다. - P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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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인류가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바뀌면서 인간이 한 장소에 머물러 살 수 있게 되자 비로소 집과 가구라는 것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특별히 가구 중에 ‘의자‘를 예로 들면서 의자의 본질적인 속성이 ‘노동하지 않는 자‘에게만 필요한 물건이라고 했었는데, 저자는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기록하는 일을 담당하는 ‘서기‘를 예로 들며 직접적인 노동을 하지 않는 서기 같은 사람들에 의자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저자의 추론이 굉장히 논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현상이나 상황 등을 설명하면서 그에 합당한 이유들을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 추론해내는 저자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것 같다. 물론 저자가 추론해낸 이유들이 100% 모두 다 맞다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딱 읽었을 때 ‘아 그렇구나‘라고 납득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농경 사회에서 빈부 격차가 생겨나면서 다양한 직업과 사회 계급이 생겨났다. 새로 생겨난 직업 중에는 소출물의 양을 기록하는 서기가 있었다. 인류 최초의 화이트칼라 직업이다. 문자를 이용해서 소출과 세금을 숫자로 기록하는 일이 서기의 주요 업무다. 그들은 아마도 의자에 앉아서 일했을 것이다. - P201

집에서 의자에 앉아 있었다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 권력자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서 왕이나 귀족은 행차할 때도 가마 의자에 앉아서 이동했다. 이처럼 의자는 권력자만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 P201

의자가 그리스 시대에 와서는 반원형 극장에 객석으로 만들어졌다. 그것도 모든 시민이 언제든 앉을 수 있게끔 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군집할 때는 왕이나 종교 지도자만 앉았고 시민들은 서 있었다. 지구라트 신전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서 있어야 했다. 그런데 똑같이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인데도 그리스 반원형 극장에서는 객석 의자에 모두 다 앉는다. 오히려 무대에 있는 사람이 서 있다. 이는 권력이 일반인에게 분산되어 내려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02

공짜로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많은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더 민주화된 사회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길거리에 벤치가 많은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더 민주적인 사회라 할 수 있다. - P202

무게와 높이는 위치에너지를 만들고, 그것은 부와 권력의 척도가 된다. - P204

‘파르테논 신전‘은 1687년 오스만 제국이 그리스를 점령하고 있던 시절에 화약고로 사용하던 중 베네치아의 포격으로 인해 폭발해 지붕이 대부분 소실되었다. 하지만 원래의 디자인은 지붕이 덮여 있는 실내 공간이었고, 내부의 모습은 마치 모세의 성막처럼 어두컴컴한 곳에 횃불이 켜 있고, 그 뒤에 아테네 신상이 놓인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 아니라 제사상이 들어가서 제사를 드리는 공간이었다. - P205

사회가 발전하면 기술이 발달하고 경제적 여유도 생긴다. 따라서 건축에서는 공공의 공간들이 실내화되는 경향이 생겨난다. 그리스 다음에 나타난 로마 제국의 건축물들이 그렇다. 그리스 반원형 극장은 지붕이 없지만, 로마 ‘콜로세움‘은 천막으로 된 지붕이 있었다. 그리스인들의 시장인 아고라는 주로 노천 광장이었지만, 로마는 바실리카라는 거대한 건축물의 실내 공간에서 상거래와 재판을 했다. 우리도 그냥 노천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잘살게 되면서 비를 맞던 재래식 시장에 지붕을 덮었고, 더 잘살게 되자 주차장까지 있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 P206

시대와 지역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도시의 대형 종교 건축물 앞에는 시장이 위치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신사를 가도 신사에 들어가는 입구에 가게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고, ‘밀라노 대성당 Duomo di Milano‘ 앞 광장 주변으로 상업 시설이 들어서있다. - P207

대형 건축물은 공사 기간이 길다. 그렇다 보니 공사장 주변에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 등의 상업 공간이 생겨난다. 자연스럽게 대형 종교 건축물 앞에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건물이 완성된 후에도 종교 건축물에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그 시설은 유지된다. 아테네의 시장 아고라가 신전과 극장근처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P207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연극을 본다는 것은 관객 모두가 같은 감정 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되면 서로 이해하기 쉬워지고 집단의 결속력이 강해진다. - P207

문학 연구가 브라이언 보이드는 "이야기는 사회에 대한 친밀감을 유도하고, 사회의 규모를 확장한다."라고 말했다. - P208

책이란 이렇게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는 지성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도구다. 이것이 책이 만드는 창의적 시너지 효과다. - P212

문자는 정보를 책에 기록하고, 책은 정보의 수명 한계를 연장해주었다. - P213

책을 통해 독자는 다른 지역, 다른 시간대에 있는 사람과 문자를 통해서 소통하게 된다. 저자와 독자의 뇌가 링크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정보들이 모이면 시너지 효과를 통해 스파크처럼 새로운 정보가 만들어진다. - P213

책이 한 곳에 모여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책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다녀야 한다. 그만큼 시간이 소모되고, 평생의 시간 동안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된다. 이는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만큼 인류의 발전은 늦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책을 만든 후에 도서관도 만들었다. 많은 책을 한곳에 모아 놓았고, 덕분에 도서관에 들어가는 사람은 짧은 시간에 수많은 저자와 연결될 수 있었으며, 정보와 지식은계속해서 재생산되고 발전하게 되었다. - P213

자연이 진화의 과정에서 두 개의 다른 성(性)을 만든 이유는 암수 다른 유전자의 우연한 조합을 통해서 더 다양한 유전자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 P213

서로 다른 유전자를 섞기 위한 방법이 수정 혹은 교미다. 책을 읽는 것은 교미와 비슷하다. 책에는 저자의 뇌가 만든 각기 다른 종류의 정보들이 담겨 있다. 책 속 정보는 저자의 ‘생각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 그 생각의 유전자들이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와 섞여서 새로운 변종 정보를 만들어 낸다. 도서관은 이렇게 독자와 저자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라는 유전자의 조합과 재생산을 가속하는 건축물이다. - P214

언어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는 사람하고만 연결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류는 문자를 발명했다. 문자는 다른 장소, 다른 시간대의 사람과 연결해 주는 케이블이다. - P214

도서관은 다른 장소, 다른 시간대 사람들의 지식을 좁은 공간에 밀도 높게 담는 공간적 장치다. - P215

현대에는 일간지보다 더 빠르게 정보가 복사되고 퍼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더 큰 권력을 가진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는 실제 공간에 위치하지 않고 가상공간에 있다. 가상공간은 시공간의 제약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더 큰 힘을 발휘한다. - P216

매리언 울프의 저서 「프루스트와 오징어」에 따르면 수메르의 쐐기문자를 읽고 쓰려면 9백 자의 글자를 공부해야 했고, 이집트의 상형문자인 신성문자를 읽기 위해서는 수천 개의 글자를 익혀야 했다고 한다. - P217

도서관이라는 건축물은 기원전 7세기에 시작해서 21세기에도 존재하고 있는 건축 양식이다. 어떤 건축 양식이 약 2천7백 년간 지속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 건축물이 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증거다. - P220

지금은 정보의 저장소라는 도서관의 기능은 인터넷 공간 속으로 이전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상에 있는 정보는 컴퓨터와 전기가 없으면 볼 수 없다. 마이크로필름에 아무리 많은 정보가 있어도 읽어 내는 장치가 없으면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책은 언제 어디서 누구나 어떠한 장치의 도움 없이도 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정보 저장 매체다. 따라서 도서관은 앞으로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 P220

로마는 건조한 기후대가 아닌 북위 42도의 온대기후다. 일반적으로 건조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전염병 때문에 거대한 도시를 구축하기 어렵다. 그런데 로마 제국은 인류 역사상처음으로 인구 100만 명을 넘는 거대 도시 로마를 구축했다. - P221

고대 로마인들은 우선 5층에서 7층 정도 되는 ‘인술라insula‘라는 주상 복합 형태의 주거 건물을 개발했다. - P222

원로원 같은 고위 귀족들은 ‘도무스domus‘라 불리는 개인 주택에 살았다. - P222

인구 100만 명의 로마 시민이 살려면, 100만 명에게 물을 공급해 줄 강이 필요했다. 그러나 로마에는 나일강 같은 큰 강은 없었고 조그마한 테베레강만 있을뿐이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마인들은 나일강을 대신할 인공의 강을 만들었다. 바로 아퀴덕트다. - P222

아퀴덕트는 번역하면 ‘수도교‘다. 수도교란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다리라는 뜻이다. - P223

로마는 이집트의 나일강 같은 큰 강이 없었기 때문에 20~30킬로미터 멀리 떨어진 여러 지방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인공의 강을 만든 것이다. 당시에는 펌프가 없어서 중력과 경사만 이용해서 물을 흐르게 해 가져와야 했다. 중간에 계곡이 있으면 물이 내려가서 다시 올라오지 못하니 계곡 같은 낮은 지대에는 아퀴덕트라는 다리를 만들어 물을 완만하게 흘려서 로마까지 끌고 왔다. - P223

계곡뿐 아니라 수로의 기울기를 유지하기 위해 평지에도 아퀴덕트가 건설됐다. 그런데 물이 있는 티볼리 같은 지방과 로마와의 거리는 20~30킬로미터인데, 해발 고도 차이는 20~30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수로의 기울기는 1,000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가 쓰는 화장실 바닥에서 물이 하수도 배수 구멍으로 들어가게 기울인 바닥의 기울기가 100분의 1이다. 로마는 그보다 10배 더 완만한 기울기를 만들 수 있는 건축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 P223

아치라고 하는 것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을 넓힐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건축 기술이다. 다리 교각 전체를 벽으로 세워 만들기에는 건축 재료 물량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벽보다 적은 재료로 높게 건축하는 방법은 기둥을 세우고 그사이에 보를 두면 된다. 그런데 기둥과 기둥 사이의 간격이 점점 넓어지면 보는 점점 더 두꺼워져야 한다. 그러면 보가 점점 더 무거워져서 그 보를 받치는 기둥 역시 더 굵어져야 한다. 그러면 공사비가 더 올라간다. 보의 두께를 얇게 유지하면서 기둥의 간격을 넓히기 위해서 고대인들은 ‘시옷(ㅅ)‘자 형태의 보를 만들었었다. ‘시옷(ㅅ)‘자 형태의 보는 두 개의 긴 돌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역시 보를 위해서 긴 돌이 필요하고 그 긴 돌을 높이 올리기는 힘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작은 돌을 둥그런 아치 모양으로 쌓아서 올리는 기술을 발명했다. 이제 작은 건축 부재로 기둥 간격을 더 넓게 벌릴 수 있게 되었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하중을 우아하게 반원형 곡면으로 좌우로 나누어 돌려서 기둥으로 분산시키고 하중을 땅으로 내려보내는 방법이 ‘아치‘다. 이때 사용하는 작은 돌은 건축 현장까지 옮기기도 수월하고 위로 올리기도 수월하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한 덕분에 건축 자재의 양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었고, 기둥 사이의 간격도 넓힐 수 있었으며, 아치를 몇 개 층으로 높게 쌓아서 수십 미터 높이의 아퀴덕트 다리를 만들 수 있었다. - P226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는 P파와 S파 두 종류로 나뉘어서 온다. P파는 좌우로 움직이는 지진파고, 속도가 빠르다. S파는 말 그대로 S자로 물결치듯이 오는 지진파다. 속도 면에서 P파가 S파보다 빨라서 먼저 도달한다. 지진이 나면 P파가 일차적으로 피해를 주고 난 후에 S파가 도착해서 건물에 이차적 피해를 준다. - P226

지금도 분수대에 가면 SPQR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데 이는 Senatus Populusque Romanus의 약자로, 번역하면 ‘로마 원로원과 시민‘이라는 뜻이다. 지금으로 치면 ‘대한민국 정부‘ 같은 느낌이다. 분수대마다 정부가 공급하는 깨끗한 물이라고 자랑하는 셈이다. - P227

역사학자들은 로마인들이 아퀴덕트 같은 수로 시스템을 아시리아인들로부터 배운 것으로 본다. 아시리아는 니네베의 정원을 만들 때 먼 지방에서부터 터널을 뚫어서 방수 처리된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와 공급했다고 한다. 이 기술이 로마까지 전파되어 아퀴덕트 시스템이 된 것이다. - P227

아시리아의 수도관은 왕의 정원을 꾸미기 위한 상수도였고, 로마의 아퀴덕트는 시민을 위한 상수도였다. 유럽은 그리스 시대를 거치면서 시민 사회가 만들어졌고, 이는 로마 시민들이 권력을 가지는 사회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권력에 걸맞게 수로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나누어 갖게 된 것이다. 그런 배경에서 아퀴덕트와 분수 같은 시설들이 왕실의 전유물이 아니라 로마 시민들이 사용하는 시설이 된 것이다. - P227

자국의 도로나 지도 같은 지리 정보는 양면성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주변국에 비해서 약소국일수록 도로나 지도의 발전이 장려되지 않고 폐쇄적인 국가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페르시아나 로마 같은 제국은 다르다. 강대국은 도로를 장려한다. - P230

제국의 구심점이 되는 거대 도시는 아퀴덕트 같은 상수도 시스템이 만들지만, 제국을 완성하는 것은 도로망이다. 도로망은 넓은 영토를 통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도로망은 양면성을 가진다. 강력한 국가의 입장에서 도로망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세금을 징수하는 방편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약소국의 경우에는 도로를 통해서 외부 침략 세력이 들어오기 때문에 도로는 가급적이면 놓지 않으려고 했다. - P229

도로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깨달은 사람은 페르시아 제국의 다리우스 1세다. 그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거대한 제국의 통치를 위해서 ‘왕의 길 Royal Road‘을 구축했다. - P230

로마 ‘콜로세움‘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기원후 70년~72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아들인 티투스 황제가 기원후 80년에 완성하였다. 길이 188미터, 너비 156미터, 높이 48.5미터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평민 출신으로 황제가 된 베스파시아누스는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네로 황제의 별장 ‘황금궁전‘에 딸린 인공 호수가 있던 자리에 시민을 위한 경기장인 ‘콜로세움‘을 지었다. - P231

로마 건축은 그리스 건축물을 모방하면서 시작했다. 우선 ‘아테네 아테나이코스 올림픽 경기장‘같은 긴 스타디움 스타일을 흉내 내서 대전차 경주장을 만들었다. 영화 <벤허> (1959)에 나오는 말 네 마리가 끄는 마차들이 경기하는 곳이다. ‘콜로세움‘은 그리스의 반원형 극장과 판아테나이코스올림픽 경기장을 섞은 복합 타원형 평면의 경기장 디자인이다. - P232

건축은 발전할수록 실내화가 진행된다. 그리스의 반원형 극장은 야외였고, 6세기에 건립된 ‘성 소피아 성당Hagia Sophia‘은 거대한 실내 공간의 건축물이다. 가변형 캐노피를 가진 ‘콜로세움‘은 그 중간 과정에 해당한다. - P234

시대를 막론하고 좋은 건축가는 대지의 제약 조건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사용한다. - P235

건축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해 왔다. - P236

건축은 말이 통하지 않을 때도 원주민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그래서 문맹률도 높고 텔레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도 건축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건축 문화를 가지지 못한 제국은 제국을 오랫동안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원나라 몽골 제국의 경우다. 원나라는 말을 타고 중국과 그 너머의 광활한 지역을 순식간에 정복했음에도 150년 만에 멸망하고 말았다. 몽골족은 텐트만 치던 유목 민족이어서 건축을 이용한 문화 통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건축 문화가 약하면 정복지의 다른 민족을 장기간 통치하기 어렵다. - P240

로마는 제국의 정체성을 수메르 건축과 그리스 건축의 하이브리드를 통해 ‘벽돌 아치‘라는 신기술을 만듦으로써 유럽을 통일시킬 수 있었다. 벽돌과 아치가 있었기에 로마 제국이 가능했다. - P240

종교의 지지를 받아야 정치권력을 얻는 것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적용되는 정치 공학이다. - P242

종교는 기본적으로 스토리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그 종교의 세계관을 받아들이게 된다.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든 현대 사회에서는 줄어든 종교의 세계관을 대신해 게임과 영화의 세계관 그리고 자본주의 만능 시대에 맞게 각종 암호화폐 세계관으로 충족시키고 있다. 종교를 가지고 종교 지도자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들이 주는 스토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 P243

교회가 유럽 사회를 얼마나 장악했는지는 교회가 유럽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토마 피케티의 저서《자본과 이데올로기》(안준범 옮김, 문학동네)에 의하면 17세기부터 18세기 무렵 유럽의 기독교 교회는 유럽 전체 토지, 부동산, 금융 자산의 4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고 한다. 당시 국가나 어느 귀족 집안보다도 교회의 경제력이 압도적으로 우위였다. - P244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사피엔스의 성공은 집단의 규모가 크다는데 있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많은 개체 수의 집단을 유지하는 종은 개미나 벌이 있다. - P245

최재천 교수에 따르면 개미나 벌 같은 곤충이 개체 수를 늘리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식물과의 연합‘이라고 한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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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미 한 번 읽어본 작품도 있고, 읽고 있는 작품도 있으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도 있다.

오늘 시작하는 이 작품은 요근래에 출간되어 아직 읽어보지 못했었는데, 우연히 좋은 기회가 되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 책의 맨 처음에 나오는 문장인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도 희망은 긍정적인 의미이지만 실수는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로 느껴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뒤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통해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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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초반부라 새로운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몇 명만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먼저 플로리안과 쾰러 선생님이라는 두 인물이 있는데, 이 둘은 매주 목요일마다 물리학 공부를 함께 하는 사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쾰러가 선생님이고 플로리안은 제자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여기서 이야기는 플로리안이 쾰러 선생님에게 배운 물리학 지식을 가지고 확률적으로 발생가능성이 희박한 사건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과 그로 인한 두려움에서부터 출발한다. 쉽게 말해 플로리안은 과대망상에 사로잡혀버린 것이다. 이것이 소설 초반부를 끌고 나가는 추진체처럼 작용한다.

플로리안(헤르쉬트)과 (아드리만)쾰러 선생님 외에도 플로리안의 보스, 우체국 직원인 제시카와 그녀의 남편 폴크난트 등이 나오는데, 일단은 플로리안을 중심으로 그의 주변 인물들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희망은 실수다.
A remény hiba. - P5

폐쇄된 진공 상태에서, 10억 개 물질 입자 각각에 더하여 10억 개의 반입자도 발생하고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서로 소멸되지만, 하지만 갑자기 이게, 이게 안 그렇다, 그 10억하고 ‘첫 번째‘ 입자 뒤에, 10억하고 첫 번째 ‘반‘ 입자가 생기지 않아서, 그래서 이 하나의 물질 입자가 계속 남아 존재한다, 아니, 이렇게 바로 존재가 발생한다, 풍요로움으로, 잉여로, 과잉으로, ‘실수‘로, 이것 때문에, 오롯이 이것 때문에 전체 우주가 존재하며, 말인즉슨 이것이 없었으면 우주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P14

쾰러 선생님에 따르면 과학은 아직 이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지만, 선생님이 그 말을 하는 동안, 플로리안은 그러니까 무에서, 무언가 나올 수가 있다는 언명에 여전히 붙들려 있었다, 분명히 쾰러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밀폐된 진공 공간 속에서 그 과정이 그런 식으로, 무 안에서 무가 나오는데 어느 순간 무언가 생겨나는 식으로 시작한다고, 말하자면, 이 사건은 완전히 불가능하지만, 비롯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10억 개의 물질 입자와 10억 개의 반입자가 동시에 탄생했다가, 즉시 서로 소멸하고 그렇게 광자가 방출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플로리안은 쾰러 선생님의 설명 중 이 지점에서, 무슨 뜻일까 골머리를 앓으며 계속 생각하고 있었고, 그는 이 과정의 결말을 설명하는 쾰러 선생님의 목소리는, 그러려니 흘려만 들었는데, 그 결말이 그가 보기에는 더욱 놀라운 일이어서, 쾰러 선생님이 하던 설명의 요지를, 그가 버려진 기차역과 그에 딸린 철제 아치에 고정되어 있는 창을 든 성자를 지나고 나서야 플로리안은 완전히 체량體諒했던 것이다, - P15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이다, - P18

진짜, 읽지도 않을 건데, 말이야 바른 말이지, 플로리안은 80센트를 내고 이 편지를 보내고 싶겠지만, 그냥 80센트를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거랑 뭐가 달라, 이해가 가? - P19

그런 허튼소리 늘어놓지 마, 딴말 말고 한 대 팡 박고 끝내, 간단히, - P19

‘스펙트럼‘은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도록 넓어야 해, 이해가 가, 플로리안, 그래피티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래야 우리가 생계를 유지하니까, - P21

플로리안, 우주는 유대인들이 알아낼 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넌 좀 더 실용적인 일에 힘을 써, 예를 들어 국가의 가사 한 줄 한 줄까지 빠짐없이 알고 있는지, 국가를 완전히 알고 있는지나 신경 써, 왜냐면 알고 있어야 하니까, - P21

그리고 독일인은 항상 시작부터 시작해야 해, - P22

오펠 :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 P22

Deutschland, Deutschland über alles (도이칠란트, 도이칠란트, 모든 것 위에)

Über alles in der Welt (세상 모든 것 위에 있도다)

Wenn es stets zu Schutz und Trutz (보호와 도전을 위해)

Brudenrlich zusammenhält... (형제처럼 굳건히 뭉칠 때) - P23

서독의 국가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 <황제>에 제국을 찬양하는 가사였다가, 1841년 팔러슬레벤August Heinrich Hoffmann von Fallersleben이 독일을 찬양하는 애국적인 가사를 붙였는데, 이후 부침을 겪으며 국가로 사용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로는 시대상에 맞지 않는 1절과 2절은 공식석상에서는 부르지 않고 3절만 부른다. - P23

젬퍼오퍼(Semper-oper, 드레스덴 오페라 하우스) - P23

왜냐, 적어도 독일제이기 때문에, 오펠은 늘 오펠이야, 안 그러냐? - P24

자격이 되니 있는 거지, - P28

MDR : 국영 라디오 방송사, 미텔도이처 룬트푼크 Mitteldeutscher Rundfunk의 약자. - P32

불합리, 불가능성의 수용이 전제 요건인 양자이론 - P33

쾰러 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플로리안, 솔직히 나는 이 모든 것을 나 자신이 즐겁자고 하고 있어, - P34

사실 말이 나왔으니 플로리안, 너도 네가 즐길 수 있는 단순한 과학으로 뭔가 찾아봐, 네가 하던 공부를 다시 파고들어보지 그래? 제빵사 일을 하는 건 어때? - P35

너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이 친구야, 언젠가 양자물리학자들이 다 알아낼 테니까, 다만 우리는 살아서 그날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그러게, 그게 그래요, 플로리안은 큰 하늘색의 두 눈동자로 그를 서글프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저는 두려워요, 내가 살아서 그걸 보지 못할까 봐, - P35

하지만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집주인은 고개를 가로젓고, 안경을 매만졌다. 하늘을 봐, 저 구름을 봐, 이렇게 들어오는 햇살을 봐, 이것들은 다 만져지는 실제적인 것들이야, 너는 이 모든 진공 문제니 뭐니에 너무 깊이 정신을 팔 필요가 없어, 결국 네가 아예 완전히 잠겨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특히 너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양자물리학의 무력한 실패가 아니라 제한적인 인간 정신의 파탄인 탓이야, - P35

플로리안에게는 다 헛되었다, 플로리안은 한 가지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들었기에, 쾰러씨가 리히텐베르크 중등학교 지하실에서 2년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그에게 설명해주던 모든 것에 확 사로잡혀, 정확하게, 그리고 일깨우는 계몽의 빛처럼, 마치 선동의 불길처럼 세차게 강압적으로 사로잡는지라, 그런 만큼, 플로리안은 가만히 정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거기 가만히 멈춰서서, 그러고 나서 그는 가라앉았다, 그는 그야말로 영원히 그 속에 침몰했다, - P36

그는, 때때로 쾰러 선생님에게 고백하길, 다시는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느낀다, 왜냐하면 그는 세상이, 가공할 한 가지 사실의 위험에 처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파괴에 쉽게 노출될 처지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냥 파괴만이 아니다, 바로 그 태초의 시작에 질겁했다고 말했다, 아시다시피, 사실 모든 것이 지금 이 파괴의 칼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비틀거린다면, 우리가 존재하게 되었던 그 옛적에도 칼춤을 추며 칼날 위에서 비틀거렸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하늘을 올려다봐도, 쾰러 선생님, 더 이상 행복하지 않습니다, 나는 두려움에 완전히 사로잡혀요, 왜냐면 내가 얼마나 무력한지, 우주가 얼마나 무방비한지 느껴져서 공포에 사로잡혀요, - P36

얘야, 여기 봐라, 다 물리학, 과학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과학은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건 확실해, 아직은 아니야, 얘야, 당분간은 아직, 지금까지 계속그랬지만, 과학은 항상 한동안 답이 없을 질문들을 던져, 그러다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그 해답은 언젠가는 튀어나올 것이고, 풀 수 없어 보이는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나올 것이다, 너도 그것 하나만큼은 확신해도 된다, - P37

어떤 면면들은 이 아이는 놀랍도록 영리하고 감수성이 풍부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자신만의 뭔가 특이한 체계로 변형해버려, 다른 측면으로 보면, 잘못 해석된 그의 지식으로 지나치게 민감한, 멜랑콜리에 도취된 영혼을 불필요한 흥분의 상태로 들쑤셔놓았다, - P37

물리학은 부채처럼 갚아야 하는, 필히 답을 내놓아야 할 질문들이 있다, 즉, 물리학은 가장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하고 있다, - P37

디랙의 예측 : 폴 디랙 Paul Dirac은 반입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로, 수학적 계산으로 반입자를 예측했던 영국의 이론물리학자다. 아주 작고 빠른 물질(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전자)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설명하는 상대론적 파장이론 방정식(디랙 방정식)을 도출했다. 음전하의 전자만이 아니라 양전하의 전자에도 적용하면서, 예상하지 않고 발견된 적 없던 반입자를 ‘예측‘해냈다. - P38

램이동 : Lamb Shift. 램-러더포드 실험(1947)에서, 디랙의 이론에 따르면 동일한 값으로 나와야 할 2개 에너지 상태의 수소 전자 궤도 준위가 진공 상태 실험에서 작은 편차를 보인다. 진공에너지 요동으로 일시적 물질-반물질이 생성된 후 만들어진 가상 광자와 전자가 상호작용하여 발생하며, 재규격화이론 및 양자전기역학이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 P38

쾰러의 신성한 신념에 따르면 미래는 그처럼 두려운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플로리안은 지나치다시피 과장하고 있다, 하지만, 플로리안은 생각이 달라서, 자신은 뭐 하나 과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잠시 후, 문득 그의 편지가 수상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관료주의 요식 체계의 미로에 갇혀 헤매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번에는 인내를 발휘할 게 아니라 대신 자유 시간이 나면 맨 먼저 자리 잡고 앉아 ‘그 결과의 중대한 파급력‘을 명확히 밝힐 목적으로 새 편지 초안을 꾸미기로 결정했다, - P39

플로리안은 총리가, 무엇보다 문제가 아원자 상태에서 우리가 인식하는 차원들을 향해 옮겨 갈수록 지속적인 감속을 목도한다는 점을 환기해달라는 말로 시작했다, 그 안에, 원자적 그리고 각각, 아원자 혼돈 속에서ㅡ저 아래는 "속도"와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상관없이ㅡ그 아래쪽에 끔찍한 속도로, 아니, 어떻게 말해야 할는지, 이런 끔찍하게 빠른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일련의 사건들이, 총리님께 지금 쓰는 편지로 이루 표현하기가 쉽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번개처럼 재빨리"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이 "번개처럼 재빠른"이란 말도 실제 벌어지는 일에, 불행히도, 개략적인, 오히려 오해만 살 수 있는 말일 것입니다, - P39

한편 더 큰 단위들을 향해 우리가 점점 더 갈수록 감속하는 ‘생생하게 그려지는‘ 분야로 나아갈 때, 즉 말하자면, 내부로부터, 쿼크의 깊은 세계에서부터, 시간에 해당하는 시간이 없는 곳 안에서, 이런 원근법을 채용하여, 계속 나아가면, 우리는 거시적 차원으로 접근합니다, 그리하여 이 매우, 매우, 매우 감속된 상태에서 우리가 세계로 인식하는 ‘무언가‘를 가정해야만 하고, 이 엄청난 감속 상태에서만 이런 존재로 등장했다가 중단하는 미친 듯한 무한대 내부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해 말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뭐든 아주 깊은 곳에는 이런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 P39

여기서 절실한 문제가 나옵니다, 현실적인 진짜 깊은 구조의 관점에서, 존재로 등장하건 존재하는 일이 중단되건 이 문제는 엄밀하게 중요한 쟁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기, 예를 들어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소멸하는 세계에서는 아무것도 생겨나지도 않고 아무것도 존재하다가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무언가‘ 생겨날 즈음에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 순간에 유리되는 광자는 빛이고 빛은 ‘무 그 자체이고, 시간과 공간의 속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불행히도 어떤 종류의 ‘무언가‘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참혹한 문제는, 결과적으로 저 아래 깊은 곳 너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자신은 다른 관점을 고양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다른 상황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의 본질은ㅡ거듭 반복합니다!!!ㅡ우리가 지각을 무시무시하게 감속시켜야만 공간으로, 시간으로, 사건의 현장과 지속으로 그 ‘무언가‘가 우리에게 나타날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 P40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날의 수는 한정적이며, 그게 얼마나 될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고, 아마도 거의 없을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 - P41

호흐하우스(고층건물) - P43

하르츠 IV : Hartz IV, 2002년 독일 실업자 수를 줄이려는 노동시장 재편, 개혁을 위해 적용된 법안을 기초로 한 편제들. 그중 하르츠 IV는 실업 부조 및 복리후생, 사회부조 및 고용촉진 등을 아우르는데, 보통 실업급여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 P44

사람으로 붐비는 곳은 가지 않았다, 그들은 과시욕에 물든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 P47

그들은 황갈색 유니폼을 입고 플라우엔에서 메이데이(오월제) 행진 때처럼 여기저기에서 교묘하게 숨긴 깃발을 흔들었지만, 부대원들의 눈에 이것은 서커스에 불과했다, 그들은 서커스가 아니라 전쟁을 원했다, - P47

우리는 이민자에게 집중하지 않아, 우리는 유대인에게 집중해, 그들은 우리의 것을 ‘이미‘ 다 빼앗아 갔으니까, 아닌 건 아니지, 아니야, 우리는 다른 그룹과 동맹을 맺을 이유가 없어, 우리가 대단하자고 이러지 않아, 우리는 독일이 다시 위대해지기를 원하는 거지, 이것이 우리의 사명이야, - P47

여긴 바흐하우스야!! 여기는 아이제나흐라고!!! - P52

보스에게 바흐는 단순히 많은 작곡가 중 한 사람이 아니라, 그의 눈에는 하늘에서 내려주신 천상의 존재, 예언자이자 성인이었다, - P53

‘독일 정신‘의 본질이 뭔지를, ‘최고의 이상‘이 어떻게 독일땅과 연결되는지 모든 음표에 또박-또박-새-겨-넣-은 인물이었고, 보스가 부대의 깃발에 그려 넣고 싶어 하는 인물은 다른 부대가 다들 그러듯이 히틀러도, 뮐러도, 되니츠, 모델, 디트리히도, 심지어 디넬도 아니라 바흐였지만, - P54

하인리히 뮐러 Heinrich Müller: 나치 독일 게슈타포의 수장 - P53

카를 되니츠 Karl Dönitz : 히틀러 자살 후 나치 독일의 수장이 된 인물. - P53

발터 모델Otto Moritz Walter Model :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승승장구하던 야전사령관, 서부전선 벌지전투 및 루르에서의 대패 후 자살했다. - P53

요제프 디트리히 Josef Dietrich : 독일 무장친위대 장군, 나치에 일찍 참여하여 히틀러의 수하 노릇을 했고, 정식 군사훈련 없이 무장친위대 및 제6SS기갑군을 이끌며 말메디 포로 학살에 관여하여 전범재판에 기소돼 복역했다. - P54

토마스 디넬Thomas Dienel : 1990년대 초 동독 및 튀링겐에서 활약하던 극단적 우파 활동가로, 인종차별 및 민족우월주의, 반공산주의, 반자본주의를 기치로 급진적 네오나치 활동을 했다. 1992년 그의 추종자들이 망명 신청자 및 외국 시설을 방화 공격해, 범죄를 조장하고 공공질서를 어지럽혔다는 혐의로 감옥형을 받았다. 이후 연방헌법수호청의 정보원으로 밝혀지면서 다시금 물의를 일으켰다. - P54

보스는 플로리안에게 말했다, 깃발에 대한 말이 나오면 자신으로서는, 나는, 오른손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왼손으로 조종간을 잡고서,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흐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것이 내가 카나 심포니를 설립한 이유이며, 그리고 이것이 네가 토요일 리허설에서 듣는 모든 소리에 몰입해야 하는 이유다, 바흐를 이해하려면 음악을 듣는 좋은 귀가 필요하기 때문이지, 너는 음악에 대한 영혼은 있지만 귀는 없어, - P55

너는 항상 우주에만 관심을 그렇게 두는데, 왜 거기만 관심을 두느냐, 왜 바흐에 더 관심은 안 두느냐, 바흐는 여기에 살았다, 네가 모를지 모르나 모든 바흐 가문들이 여기에 살았어, 사실 여기는 ‘국립 바흐 지방‘이야, 진정한 튀링겐 사람은 우주가 아니라 바흐에 몰두해야지, 우리에게 우주는 베흐마르에서 시작하여 라이프치히에서 끝나, 이해해? - P55

분데스칸츨러람트(연방총리청) - P56

바우마르크트(건축자재시장)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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