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부분은 개인적으로 얼마 전에 읽었던 저자의 전작인《최재천의 공부》에서 만나봤던 부분들이 나와서 내용을 다시금 상기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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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속 읽다보니 이전 저작에서 못봤던 내용들도 일정부분 수록되어 있어서 저자가 살아왔던 인생과 그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여기 별도로 자세하게 밑줄치진 않았지만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것 중 하나로 저자가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 라는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제돌이는 돌고래의 이름 중 하나이다. 저자는 이 돌고래를 야생으로 방류하는 것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었는데 p.130에 밑줄 친 문장에서 단 하루를 살더라도 자유를 선택하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저자가 자유라는 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생각을 좀 더 덧붙이자면,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목숨이 붙어있더라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과 단지 생계만을 목적으로 내가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사는 것은 그 삶의 만족도 같은 질적인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 혹은 꿈꾸던 일을 하지 못하고 생을 살아간다면 마음 한켠에 늘 아쉬움이 상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위에 나온 돌고래 사례에서도 결국 돌고래가 있어야 할 곳은 담장 안에 갖힌 동물원보다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야생 바다가 아닐까 싶다. 물론 돌고래의 머릿속에 들어가 본 게 아니라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돌고래든 사람이든 관계없이 타자에게 속박되어 있기보다는 자기자신에게 선택권이 있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좀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저자의 생각임과 동시에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도 그저 저자나 나의 생각일 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할 줄 알았다‘(p.129)고. 어떤 이들은 자유보다는 그냥 누군가에게 소속되어서 그들의 지시에 따라 시키는대로 일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라는 것에 가치를 얼마나 두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향이나 취향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각자 자기의 성향에 맞게 스스로의 포지션을 잘 선택하면 될 듯하다. 단지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가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만일 뿐 타인이 왈가왈부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게 내가 내린 나름의 결론이다.


또한 이 돌고래 방류 사례의 뒷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숙론‘ 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p.137에서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 는 말을 하는데, 애초에 정책 따로 대책 따로 만들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이해관계에 얽힌 모든 시민과 단체의 대표들이 마주 앉아 격렬한 숙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덜하다(p.137)고 저자는 말한다. 독자인 나는 이런 생각을 미처 해보지 못했었는데, 저자의 얘기를 듣고나니 그 의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개인적인 창의성은 주로 홀로 있으며 몰입할 때 나타난다. - P75

황동규 시인은 외로움과 ‘홀로움‘을 구별한다. 그는 ‘홀로움‘ 을 ‘환해진 외로움‘이라고 묘사한다. 스스로 선택한 혼자 있음은 사무치는 외로움이 아니라 혼자서도 충만한 ‘홀로움‘이다. ‘홀로움‘은 말하자면 ‘자발적 외로움‘이다. 자발적이고 철저한 자기 시간 확보가 창의성과 생산성을 담보한다. - P75

매사를 미리 준비한다고 해서 나의 하루가 스물다섯 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남이 정해준 일정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삶을 끌고 갈 수 있어 나는 늘 여유롭다. - P76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자는 우선 말을 잘해야 한다. - P77

자연계에서 가장 탁월한 언어를 구사하는 동물인 호모 사피엔스 사회에서 리더는 무엇보다 먼저 말을 조리 있게 할 줄 알아야 한다. - P77

우리는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문자를 개발해 사용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 사회에서는 말하기 못지않게 글쓰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는 침팬지와 달리 우리 삶에는 모든 갈래마다 그 끝에 결국 글쓰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글로 밥 벌어 먹고사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면에 어김없이 중요하다. - P78

말하기와 글쓰기는 성공적인 삶의 조건이다. - P79

말과 글의 재료는 어디에서 오나? 살면서 보고 듣는 모든 게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말하기와 글쓰기에 가장 훌륭한 자료는 읽기가 제공한다. - P79

들어가는 게 있어야 나오는 게 있기 마련이다. 많이 읽는 사람의 말과 글이 훨씬 풍성하고 질적으로도 우수하다. - P79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를 뒤집으면 ‘왜 배우는지 알면 스스로 익힌다‘가 된다. - P82

다윈 이래 가장 탁월한 생물학자로 칭송받던 윌리엄 해밀턴 William Donald Hamilton은 이런 멋진 말을 남겼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Nature abhors pure stands." 순수하다고 배웠는데 순수를 혐오하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말인가? 자연은 결코 순수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은 끊임없이 다양화한다. - P83

하버드대에서 고생물학을 연구했던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진화를 다른 말로 ‘다양화‘라고 불렀다. 이처럼 자연은 끊임없이 다양화하는데, 그 속에서 그 일부로 살아 마땅한 호모 사피엔스는 악착같이 다양성을 파괴하며 산다. 나는 인간 불행의 근원이 어쩌면 거대한 자연의 흐름을 역행하려는 무모함에 기인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 P83

섞여야 새롭고 아름다워진다. - P85

칼릴 지브란Khalil Gibran의 시 <결혼에 대하여>는 자연과 우리의 삶을 적절하게 묘사한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P87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뭔가 중요한 질문을 할때 바로 들이대지 않는다.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고 알려준 다음 다른 사람에게 지극히 단순한, 그래서 별 준비 없이 편안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먼저 던져준다. 그 사람이 답변하는 동안 할 얘기를 충분히 준비할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매우 현명한 기법이다. - P9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대담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진행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후보자를 궁지에 빠뜨려야 훌륭한 진행자로 평가받는다. 이럴 때마다 나는 도대체 우리가 뽑으려는 대통령이 과연 어떤 대통령인지 묻고 싶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얼마나 잘 대처하는가를 평가하는 게 목적인 듯 보이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혹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얼마나 공정하게 국정을 운영할지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임기응변에 능한 미꾸라지 혹은 기름장어를 뽑으려는 것인가? - P100

대담이나 인터뷰가 너무나 긴장감 없이 흘러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이나 보는 게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건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하는 짓이다. - P100

브라운 백 런치 미팅Brown bag lunch meeting은 누런 종이봉투에 샌드위치 같은 점심을 싸 와 누군가의 발제를 듣고 숙론을 이어가는 편안한 공부 모임을 일컫는다. - P102

또래들 앞에서 면박당하거나 흠을 잡히고 싶지 않단다. - P103

때로 스스로 정상에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남의 눈을 더 심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음을 나는 그때 깨달았다. - P103

자존심 pride과 열등감inferiority complex은 동전의 앞뒤이거나 기껏해야 종이 한 장 차이다. - P103

하버드대 경영대에는 사례연구법 case method이라는 학습법을 개발해 유명해진 롤런드 크리스튼슨C. Roland Christensen 교수가 있었다. 사례연구법은 제한된 정보와 제약 조건을 안고 있는 실제 비즈니스 케이스를 두고 학생들 스스로 숙론을 통해 사업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연습하는 학습법인데, 지금까지도 세계 많은 경영대에서 수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 P104

학자에게 자유를 허하면 어떤 위대한 선물이 되돌아오는지 - P106

"이번 학기에 나는 여러분을 모두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선배들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요. 그런데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줄 수는 있는데 보좌관을 붙여줄 여력은 없습니다. 국회의원도 하고 보좌관도 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은 대충 그렇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사회적 이슈도 스스로 발굴하고 조사도 직접 해야 합니다." - P113

국회의원이 되면 각종 위원회에 소속되어 일한다. 나는 학생들 스스로 위원회를 구성하게 한다. 누군가가 특정 주제의 위원회를 제안하고 동조하는 학생이 많으면 위원회로 채택된다. - P113

일단 위원회가 구성되면 자체적으로 위원장과 사관史官을 선출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조선시대처럼 사관을 정해 활동 기록을 꼼꼼히 남기도록 권고한다. 각 위원회는 위원장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자료를 수집하며 끊임없는 숙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 P114

자신들이 해온 일을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경험을 하는 것 - P114

나는 오래전부터 경협競協, coopetition 개념을 연구하고 가르쳐왔다. 경협은 보다시피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다. - P114

자연계에서 종 간에 벌어지는 관계로 경쟁 competition, 포식 predation, 기생parasitism, 공생 mutualism, 네 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해가 되는 관계가 경쟁이고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는 공생이다. 한편 한 종은 이득을 보고 다른 종은 손해를 보는 관계로 포식 또는 기생이 있다. - P115

나는 경쟁을 다른 관계들과 동일한 차원에서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게 평면적인 분할이라고 생각한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걸 원하는 존재들은 늘 넘쳐나는 상황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삶의 현실이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은 맞붙어 상대를 제압하는 것 외에도 포식, 기생, 공생 등을 고안해냈다. - P115

자연계에서 가장 무거운 생물 집단이 무엇일까? 그건 고래나 코끼리가 아니라 꽃을 피우는 식물, 즉 현화식물 flowering plants이다. 이 세상 모든 동물을 다 합쳐도 식물 전체의 무게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지구는 누가 뭐라 해도 식물의 행성이다. - P115

자연계에서 수적으로 가장 성공한 집단은 누구일까? 단연 곤충이다. - P115

한곳에 뿌리를 내리는 바람에 움직여 다닐 수 없는 식물은 꽃가루받이를 위해 애써 꿀까지 제공하며 ‘날아다니는 음경‘을 고용하여 공생 사업을 벌였다. - P116

곤충과 식물은 결코 호시탐탐 서로를 제거하려는 무차별적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게 아니다.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살아남았다. 평생 생물학자로 살며 깨달은 결론은 자연이란 손잡은 생물이 미처 손잡지 못한 것들을 물리치고 사는 곳이라는 점이다. - P116

원고지 10매는 얼추 일간신문 시론의 길이로서 대중을 설득하는 데 가장 적절한 분량이다. - P117

"살아보니 이 세상은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짓밟고 제거하며 올라서는 게 아니라 그들과 돕고 사는 가운데 내가 그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려면 그들이 잠잘 때 나는 일어나 조금 더 일하고, 그들이 휴식을 취할 때 나는 조금 더 노력해서 한 발짝이라도 앞서 나가는 것임을 터득했습니다." - P119

소통이 당연히 잘되리라 착각하기 때문에 불통에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다. 소통은 안 되는 게 정상이라 해도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가 우리를 가리켜 사회적 동물이라고 규정했다. 소통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 P122

돌고래 야생 방류의 찬반을 묻는 설문이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할 줄 알았다. 불법으로 붙들려 와 쇼에 동원됐던 돌고래를 고향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 P129

단 하루를 살더라도 자유를 선택할 겁니다. 이 세상에 대가 없이 얻어지는 자유는 없습니다. - P130

석사 박사 학위는 그 분야에서 대가가 되었다고 수여하는 훈장이 아니다. 이제 홀로 설 수 있는 학자가 되었다는 뜻으로 주는 일종의 자격증일 뿐이다. - P131

우리에게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음을 곧바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만일 야생 방류 과정에서 어떤 작은 실수라도 일어나면 앞으로 이 땅에서 동물생태 복원 사업은 꿈도 꾸지 못하리라는 엄중한 현실을 직감했다. 그래서 나는 오롯이 과학을 강조하기로 했다. - P131

‘배냇주름 fetal folds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몸통의 줄무늬 자국)‘ - P132

우리 사회에 돌아다니는 우스갯소리중에서 내가 가장 절묘하다고 생각하는 말이 있다.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 - P137

정부가 무슨 정책을 내놓든 그저 30분이면 초토화된다. 인터넷에는 비판이 넘쳐나고 정책의 영향을 입을 당사자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처음부터 이해관계에 얽힌 모든 시민과 단체의 대표들이 마주 앉아야 한다. 비록 과정은 지난하고 고통스러울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덜하다. - P137

우리 사회의 모든 일이 전부 다 대의민주제 방식을 따를 필요도 없고 그게제나 효율적이지도 않다. 큰 틀에서는 대의민주제를 행하지만 그때그때 적절하게 직접민주제를 가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P137

4차산업혁명이 몰고 올격변이 두려운 이유는 바로 연결성 connectivity에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개발해온 거의 모든 기술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 어떤 변화가 어떤 분야로부터 촉발될지, 그리고 그 영향이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통섭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 P139

그동안 우리 정부가 늘 추구해온 지나친 ‘선택과 집중‘은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균형 잡힌 평가가 절실합니다. - P139

바하마에서 오랫동안 목회를 하다 2014년에 돌아가신 마일스 먼로 Myles Munroe 목사님은 비전vision을 "Foresight with Insight based on Hindsight"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분석한 다음 거기에 통찰력을 발휘하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겁니다. - P140

예전의 ‘hindsight(사후 자각, 사후 진단을 바탕으로 통찰력을 기르면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는 대개 어느 현자의 주관적 관찰이었겠지만 지금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 위에 놓입니다. 정확한 상황 파악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의 명석한 두뇌와 열정을 모으면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핵심을 꿰뚫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집단 지능 collective intelligence을 믿습니다. - P140

이미 짜여 있는 판에서 전술을 세우고 열심히 일하는 ‘전술국가가 있는가 하면 새로 판을 짜는 ‘전략국가‘가 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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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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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들에서 접했던 내용들이 일부 겹친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이 책 제목에 나온 단어인 ‘미래‘ 라는 키워드에 걸맞게 저자가 생각하는 미래의 공간들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변화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새로운 뼈대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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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지난번 포스팅에서 마무리하려고 했었는데 밑줄쳐놓고 싶은 문장들이 추가로 보여서 몇 문장만 추가로 밑줄을 그어본다.

개인적으로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19세기에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두 가지 선택안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독자인 나는 석유가 아닌 수소가 이 당시에도 한 가지 옵션이었다는 것에 대해 솔직히 좀 놀랐다. 내가 과학분야에 무지한 편이라 이런 놀라움이 우습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정도 찰나의 수치심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한것처럼 만약 19세기에 석유 대신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선택했다면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삶과 환경은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물론 수소를 선택했을 때 우리가 알지못하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문제가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걸 보면서 경제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문 내용에 따르면 저 당시 사람들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석유를 선택한 이유는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따졌을 때는 당연히 옳은 결정이겠지만 포괄적으로 혹은 전지구적으로 따져봤을 때 환경오염으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적 비용들은 감히 추산하기 힘들만큼 크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단순한 경제논리만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결과론적인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19세기 당시 사람들이 미래 환경이 얼마나 오염될지 알았다면 당연히 그들도 석유대신 수소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어쨌든 과거는 과거고 이런 역사를 통해 우리 세대는 뭔가 배우고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어느정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도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서 독자들에게 ‘각자의 자리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p.359) 는 말을 한다. 다만 이 지점에서 문득 든 생각은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으로 인해 미래 세대와는 상관없이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과거 19세기든 현재 21세기든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설령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에 따른 선택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이 모여서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만 있다면 참 다행일텐데... 아무튼 미래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비전 없는 부동산 정책들과 세금 정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도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 P358

코로나로 인해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사회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 출발선상에 섰다. 과거의 공간 모델로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 P358

이제는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새로운 도시 공간 시스템, 우리만의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서 세계를 리드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선진국 성공 사례를 찾아다닐 것인가. - P359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하지만 역사만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도 미래는 없다. 미래는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인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시선의 초점을 과거에서 방향을 돌려, 미래를 향하길 바란다. 코로나라는 위기는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P359

역사를 보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대가 있다. 19세기에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을 때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다. 석유와 수소. 그 당시의 기술적 완성도는 석유와 수소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석유가 수소보다 생산 단가가 아주 조금 싸다는 이유로 석유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환경 위기의 세상이다. 만약에 그 당시 사람들이 현명하게 수소를 택했다면 지금의 세상은 어떻게 됐을까? 역사 중에 어느 시대의 선택이 이후 수백 년의 인류 역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금이 그런 시대다. - P359

기후 변화와 전염병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백 년 후의 인류 역사를 결정하는 거룩한 책임을 짊어진 세대다. 미래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오늘의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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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0장 ‘국토 균형 발전을 만드는 방법‘ 이라는 부분부터 읽는다.

가장 먼저 저자는 다양성이 거의 없이 획일화된 형태로 지어진 우리나라 아파트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정량적인 기준으로 행복을 측정하는 사회는 극소수만 행복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뒤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이러한 획일화된 형태의 건축이 아닌 다양성이 드러나는 건축에 대한 얘기가 이어진다. 또한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저자가 중요시하는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한 대안 제시 겸 사례로써 대전의 소제동과 경기도 여주시를 재개발하는 방안에 대한 내용들도 꽤나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저자가 본문에 제시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고 수도권에서 비교적 멀리 있다고 생각되는 지방의 도시들도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서 재개발 할 수 있다면 수도권에 몰려있는 인구가 조금이나마 분산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역별로 고유의 개성과 특색이 넘치게 개발이 된다고 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이고 외국사람들까지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드는 내용이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미래를 기대케하는 저자의 비전 제시가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절을 바꿔서 11장에서는 ‘공간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하기‘ 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이 챕터에서는 저자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들이 소개된다. 세종시에 위치한 산성 교회, 오피스 빌딩인 J사옥, 바닷가에 있는 카페 이렇게 3가지 사례가 나오는데 기존의 획일화된 상자형 건물의 형식에서 탈피한 독특한 건물 디자인과 공간 디자인을 통해 각각의 구조물에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물을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이 11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건축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인 해결책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가 보다 더 나은 사회로 진화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드러내며 11장을 마무리한다.


총 11장의 챕터가 모두 마무리되고 마지막인 닫는 글에서도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키워드는 ‘뼈대‘라는 것이었다. 저자는 코끼리와 고래 이야기를 하면서 고래가 몸집이 큰 이유에 대한 설명과 함께 몸집이 큰 동물들이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그 생물을 지탱하는 뼈대가 튼튼해야 한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독자인 나는 솔직히 공간과 관련된 얘기를 하다가 이 얘기가 왜 나왔는지 처음엔 약간 의아했는데, 이는 결국 건축물에서도 그 골격이 되는 뼈대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의 시스템, 즉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뼈대 혹은 새로운 형태의 방역체계가 코로나 이전까지 확고히 자리잡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향후 발생가능한 전염병에 취약해지지 않도록 튼튼한 뼈대를 확립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 ‘뼈대‘라는 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나온다. 저자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나가는 가족, 민족, 애국심, 국가, 교육, 연금제도 같은 뼈대들의 중요성을 언급함과 동시에 이러한 뼈대들이 부실해지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워한다.

저자의 이러한 지적을 보면서 독자인 나는 문득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라는 말이 떠올랐다. 자기자신, 가정, 나라, 온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음 단계로, 더 넓은 범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이루는 작은 단위들이 튼튼한 버팀목 혹은 뼈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저자는 기존에 있는 뼈대들이 부실해지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뼈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건축에 비유하자면 목조건물에서 돌을 사용한 건물로, 여기서 한 번 더 진화하여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한 건물로 진화하면서 건축물이 튼튼해짐과 동시에 그 높이 또한 높아지듯이, 우리 사회에도 기존에 구축된 시스템 가운데 현시대에 맞지 않는 시스템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건축가로서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새로운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새로운 집, 새로운 업무 환경, 새로운 학교, 새로운 상업 시설, 새로운 도시 공간 구조 등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것들을 예로 드는데, 이는 앞선 본문 내용들에서 다들 조금씩 다루었던 내용이었기에, 읽으면서 다시금 읽었던 내용들을 잠시나마 상기해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의도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저자 본인이 꿈꾸는 미래사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저자는 ‘미래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p.359) 라는 말을 하는데 저자가 이 책에서 제안했던 미래에 대한 이상적인 그림들이 창조의 결과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 , ‘DMZ 평화도시‘ 같은 것이 있었고, 이외에도 위성 오피스, 새로운 형태의 학교,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선형 공원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구상하면서 이 책에 소개했다. 저자가 제안한 것들 중에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는 듯한 공간도 있지만 과연 저게 될 수 있을까 싶은 공간들도 보인다. 하지만, 아직 현실에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미래를 그려보는 일을 멈추는 것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이 시대에 우리의 뼈대를 좀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뼈대가 현실은 물론이고 다가오는 미래에도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저자가 미래를 꿈꾸며 새로운 공간에 대한 미래를 그리듯이, 우리 독자들도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자신만의 뼈대를 잘 마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뼈대는 각각의 분야별로 획일화할 수 없을만큼 다양하기에 각자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자신을 지탱해줄 뼈대를 발견하고 그것을 발전시켜나가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획일화가 되면 가치 판단의 기준은 정량화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집값, 성적, 연봉, 키, 체중 같은 정량화된 지표로 사람들을 평가한다. - P297

우리나라 중산층의 기준은 5천만원 이상의 연봉에 30평형대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2천 시시(cc) 이상의 중형차를 끄는 것이다. 모든 기준이 정량화된 지표다. 반면에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중산층의 기준이 나만의 독특한 맛을낼 줄 아는 요리를 할 수 있다,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다, 외국어를 할 수 있다 같은 정성적定性的기준들이다. - P297

가치관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라이프 스타일이 전체주의적이라 부를 만큼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량적 가치관으로 행복을 측정하는 나라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 - P297

집의 모양이 어디를 가나 똑같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있다. 바로 아파트가 화폐화된다는 점이다. - P297

모양이 똑같기 때문에 가치를 판단하기 쉽고 환금성이 좋다.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는 마치 거액의 자기앞 수표와도 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만의 집과 공간으로 나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액수나 평형으로만 집을 평가하게 되었다. - P299

만약에 우리 사회에서 추구되는 삶의 형식이 10가지가 된다면 행복한 사람이 10배 늘어날 것이다. 100가지가 되면 100배 늘어날 것이다. 추구하는 삶의 다양성을 키워 가는 것이 소득 3만 달러를 넘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덕목이다. - P299

다양성을 키워 가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은 주거 형태의 다양성을 키우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는 물건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거에서 디자인의 다양성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가장 쉬운 것은 아파트 디자인을 다양하게 하면 된다. - P299

이 시대는 혼자 다 하는 단조로운 시대가 아니다. 대중은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다양성 추구는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우리는 보통 나와 반대되는 성향의 이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다양한 유전자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후손이 더 강한 생존력과 면역 체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P300

불규칙 정도를 말하는 프랙털 지수라는 것이 있다. 하얀 종이 같은 완전한 규칙의 상태를 프랙털 지수 1로 본다. 그 위에 검정 볼펜으로 낙서를 하기 시작하면 점점 불규칙성이 늘어나면서 프랙털 지수가 커진다. 낙서가 심해져 완전히 검정색 바탕으로 되면 프랙털 지수는 2가 된다.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수준은 프랙털 지수 1.4 수준이라고 한다. 완전한 규칙도 아니고 완전한 불규칙도 아닌 적당한 불규칙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 P300

숲은 나뭇가지의 모양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모든 나뭇가지는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규칙이 있고 나뭇잎은 모양은 달라도 색상은 녹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불규칙 속에 전체를 아우르는 규칙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 P300

좋은 아이디어를 자문으로 해 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그 아이디어가 채택됐을 경우, 자문한 사람은 좋은 아이디어를 도둑맞는 것이다. 둘째, 그 아이디어가 채택이 안 됐을 경우, 시간 낭비만한 셈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재능 기부 차원에서 사회를 위해서 해 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 P309

재능 기부는 사회 발전을 위해서 없어져야 한다. 재능은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기부해야 하는 거다. - P309

선배들이 재능 기부를 시작하면 이후에 재능 있는 후배들이 재능으로 먹고 살 수가 없어서 그 분야를 떠난다. 나는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이름 있는 선배들이 설계비를 올려 받지 않고 부족한 돈은 따로 건설사에게 리베이트로 받거나 다른 방식으로 충당하는 것도 보았다. 이 선배들은 때로는 받은 돈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 주었다. 이를 통해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사회에서 존경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후배들은 ‘너보다 유명한 건축가가 저 돈으로 이렇게 훌륭한 봉사를 하는데, 너는 뭔데 설계비가 이렇게 비싸냐?‘ 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 P309

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는 무료로 일해 주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보수를 받고 그 일의 질을 높이고 일의 결과물을 통해서 사회에 봉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재능 있는 학생들이 그 분야로 더 들어오는 선순환이 된다. 그런데 그 반대로 하다 보니 재능 있는 동료들과 제자들이 하나둘씩 설계를 그만두고 떠난다. 나는 그렇게 건축 설계 분야를 떠나는 제자나 동료를 많이 보았다. 재능 기부를 하는 선배들은 시장을 교란하여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다. - P310

한국의 K-pop이 세계를 주름잡는 것은 롤모델이 될 만한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델은 다름 아닌 유명해지고 돈을 버는 모습이다. 그랬기에 지금도 땀 흘리고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후배들이 있는 거다. 우리 사회는 도덕성 경쟁을 그만두고 각 분야에서 실질적 경쟁을 만들어야 한다. 윤리 도덕만 강조하는 사회는 위선자들로 가득찬 사회를 만들 수 있다. - P310

문화 강국은 지적 자산이 재산이 될 때 만들어지는 거다. 우리나라 건축 디자인이 선진국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한 결과다. 우리가 언제 제대로 설계비에 투자한 적이 있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이것은 비단 건축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패션 디자인, 집필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 P310

인간은 자연을 봐야 하며, 다양한 사람들 속에 섞여 숨어서 쉬어야 하는 존재다. - P311

융합은 한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그 장소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날 때 만들어진다. - P312

뉴요커라는 말이 있다. 뉴욕에 산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워서 만들어진 말이다. 미국인들 중 뉴욕 출신의 친구들은 꼭 자신을 소개할 때 미국인이라고 하지않고 뉴요커라고 설명한다. 그 정도는 되어야 성공한 지역이고 도시라고 할 수 있다. - P312

출판이나 방송은 사람이 사는 모습을 글과 영상으로 만드는 일이다. - P312

어느 제약회사에서 창의적인 사람의 특징을 조사했더니 우편배달부나 옆 부서 직원들과 쓸데없는 잡담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과 편하게 이야기를 할 때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 P315

창의적 융합이 일어나는 스마트타운을 만들려면 우연한 만남이 기분 좋게 일어나는 공간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골목, 분위기 좋은 카페, 공원과 벤치, 도서관, 갤러리 같은 공간들이다. 이런 도시적 요소들이 사무 공간과 융합되어 있는 곳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다음 세대의 스마트기업타운이다. - P315

기존의 도시를 완전히 지우고 하는 개발은 기존의 공간적 가치를 잃게 된다. - P316

건축은 같은 돈을 사용하더라도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 P329

"건축은 다른 예술과는 달리 한 번 지어지면 공공의 공간 속에 오랫동안 남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이다" - P329

건축가라면 갈등이 있는 곳에 창의적 디자인을 통해서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 P329

건축물의 입면을 곡면으로 만들면 두 종류의 현상을 갖게 된다. 건축 입면 곡면이 바깥쪽으로 볼록하게 휘게 되면 길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건물이 행인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반대로 곡면이 오목하게 들어가면 거리 위 행인을 품어 안는 느낌을 주게 된다. 우리를 안아주는 사람의 팔은 동그란 원호를 그리게 되어 있다. 이러한 곡면은 나를 안아 주는 느낌을 주는데, 건축 공간 중에서는 돔 아래에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유럽의 성당 돔 아래에서 느끼는 온화한 심리적 안정감은 오목하게 둥그런 천장이 나를 안아 주듯 감싸기 때문이다. - P332

어떤 건물을 설게하든 1층이 가장 중요하다. 아파트를 설계할 때에도 서로 다른 계층 간이 섞이는 소셜 믹스를 원한다면 1층을 얼마나 개방적으로 만들것인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 P332

같은 양의 콘크리트, 같은 양의 유리를 가지고도 어디에 창문을 두느냐, 벽을 어떠한 모양으로 만드느냐, 건축물의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건물 내부의 사람만 좋은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고, 건물 내부의 사람뿐 아니라 외부의 시민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는 건물을 만들 수도 있다. - P338

건축은 디자인으로 쉽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분야다. 이는 어느 누구의 희생이 필요한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 P338

상대방이 이익이 되면 내가 피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의 프레임은 정치가들이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지나치게 정치가들이 심은 제로섬 게임 시각으로 나누어져 있고 싸우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누가 적인지부터 색출하려고 한다. 사람을 만나도 이 사람이 내 편인지 적인지 구분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적절한 갈등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사회는 붕괴한다. 어느 한 편이 이긴다고 해서 사회가 더 나아지지도 않는다. 주인만 바뀔 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중은 그런 과정 중에 소비되고 이용되기 십상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이 사회는 윈윈 할 수 있다. - P340

가장 사랑하는 것이 세상을 보는 기준이 된다. - P343

개인의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을 만든다. 그리고 그 기준은 미래를 만든다. - P344

바뀐 공간은 우리의 생각도 바꾼다. - P345

코끼리는 체중이 몇 톤이지만 고래는 수십 톤에 달한다. 대체적으로 수중 포유류 동물은 육지 포유류 동물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가 차가운 바닷물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진대사가 많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몸집이 클수록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P346

크기가 커지면 뼈대의 단면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는 또 다른 분야가 건축이다. 건물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기둥의 단면이 견뎌야 하는 무게는 급격하게 늘어난다. - P347

동물 몸집의 크기나 건물의 높이는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체 재료의 강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 사회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사회를 받치는 뼈대가 튼튼해져야 한다. - P348

인류사의 큰 변화나 갈등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시공간의 변화가 기존 사회와 충돌했을 때 일어난다. 전염병 역시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시간 거리가 축소되고 공간이 압축되면서 전파되고 문제를 발생시킨다. - P350

팬데믹 현상은 기존의 사회를 지탱하는 뼈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 P350

코로나 사태는 거대한 지구 사회를 지탱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 P350

일반적으로 건축과 도시가 바뀌는 가장 큰 요소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이다. 빙하기가 끝나고 온난해진 기후 변화는 인간을 강가로 모여들게 만들었고 전염병에 강한 건조 기후대에서 도시 형성과 함께 문명이 시작되었다. 21세기에도 똑같은 지구 온난화라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분명한 변화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 - P351

비대면 사회가 될수록 공간을 통한 권력이 IT 기업으로 집중되면서 또 다른 형태의 독재 시대가 시작되었다. - P352

대중 매체 기술의 변화는 권력 지형도를 바꾼다. TV전파가 송출되는 곳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권이 교체되면 KBS와 MBC 사장의 임명을 두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 P353

지금은 TV보다 인터넷이 만드는 SNS 공간이 가장 보편적인 공간 시스템이다. 그 공간을 장악한 자는 IT 기업이다. 이들의 유일한 약점은 IT 기업이라 해도 정부가 설치한 광케이블 네트워크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는 1만 2천 개의 인공위성을 띄워서 그만의 인터넷 네트워크를 가지려 하는 것이다. 인공위성 우주 인터넷망을 가지게 되면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하게 가상공간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다국적 기업과 전통의 강호 국가 정부 사이의 권력 암투는 이미 시작되었다. - P353

‘권력은 더 분산되고, 사람끼리의 융합은 늘어나는 공간 체계‘ - P353

전염병에 강한 도시가 되면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 상업이 발달한다. 상업이 발달하면 신흥 부호 계급이 생겨나고, 신흥 계급이 생겨나면 기존의 세력들을 견제하면서 사회가 변화, 발전한다. - P354

공간을 압축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면 사회가 발전한다. - P355

아스팔트 도로가 섬유, 철강, 자동차 산업을 만들어서 경제를 활성화시켰다면 인터넷망은 IT 산업을 탄생시켜서 경제를 발전시켰다. 도로와 인터넷 통신망은 멀리 떨어진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공간 압축‘ 도구다. 이들은 더 많은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해 주고, 상거래를 가능하게 만든다. - P356

진정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부의 이동이 많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나는 가난하지만 내 자식은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 말이다. 그래야 아이도 낳는 것이다. 부의 이동이 쉽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려면 상업이 발달해야 하고, 그러려면 기술 혁명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 새로운 부자가 만들어지는 기회가 형성된다. - P357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자본은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누어진다. 청년을 비롯한 저소득층 사람들은 둘 다 없다. 이때 국가가 새롭게 기술 혁명으로 저렴한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은 이들에게 부동산 자산을 주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 공간이라는 자산으로 부를 만들수 있다. 그렇게 새로 만들어진 공간은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가 된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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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 챕터 제목이 ‘핵심이 한눈에 보이게 쓴다‘ 였다. ‘일목요연‘ 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하는 챕터였는데 이것과 관련된 내용이 이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쓰기보다는 핵심 내용만 간추려 쓰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는 과연 핵심 내용만 쓰고 있는가를 되돌아봤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해보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은 보고서에 관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독자인 내가 여기 서재에 쓰는 글의 종류별로 얘기해보자면 100자평이나 리뷰를 쓸 때는 그래도 그나마 추리고 추려서 쓰고 있지만, 페이퍼의 경우 일단 그때그때 느낌이 가는대로 글을 쓰거나 밑줄을 치는 편이라 핵심만 쓰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핵심과 관련된 말 중 하나로 양을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게 더 힘들다는 얘기도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이를 위해선 글을 많이 읽어봐야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수한 글자들 속에 핵심이 되는 내용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이 글 사이에 숨겨져있는 핵심을 잘 찾을 수 있어야 하겠다.

보고서 분량을 한 페이지로 제한하는 이유도 일목요연한 문서를 쓰기 위해서다. 보고서, 제안서, 기획서 등의 문서를 한 페이지로 작성하라는 의미는 분량, 형식을 제한하라는 게 아니다. 한 페이지에 핵심만 쓰라는 뜻이다. - P157

다음은 일반적인 보고서 작성 순서다.

1. 스토리보드 만들기

2. 메시지를 논리적으로 연결하기

3. 핵심(문제) 확인하기

4. 근거 자료 제시하기

5. 실행방안(해결방안) 제시하기

6. 실행 후 발생할 효과 및 부작용 예상하기

7. 요약 및 작성하기 - P157

문서작성 교육에서는 이 순서를 권한다. 중간에 아이디어 개발·구체화, 근거자료 수집 등의 과정을 넣기도 한다. - P157

규모가 큰 프로젝트 기획안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제안서만 스토리보드를 만든다. 보고서를 쓰면서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경우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뿐이다. - P157

업무에 관한 현재 상황, 진행사항, 결과 등을 적절한 순서에 따라 내용을 기술하기 위해서 차례를 정하고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서 보고서를 쓴다. - P157

일목요연한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 앞에서 설명한 순서를 지키는 것은 소잡는 칼로 닭을 잡는 것이다. 실무에서 일목요연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다. - P157

첫째, 핵심만 쓴다. 보고서는 간절해야 한다. 내용과 형식, 문장, 메시지 모두 간결해야 한다. 간결한 형식과 문장은 보고서를 읽는 사람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신뢰도를 높인다. 꼭 전달해야 하는 내용을 밑줄이나 볼드체로 표시할 수도 있지만 한눈에 봤을 때 난삽하게 보이는 형태는 피한다. - P158

둘째, 체계적으로 쓴다. 체계는 각각의 내용이 하나의 계통을 이루는 것이다. 번호를 넣는 방식, 개조식 또는 서술형 표현의 통일, 결론에 도달하는 일관성은 형식으로 체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보고서 시작 부분에 요약을 넣고 공정, 특이사항, 주요 내용을 앞에 배치한다. - P158

셋째, 보고서를 읽는 사람을 분석하고 목적을 명시한다. 읽는 사람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보고서 목적에 맞게 단락을 구성하고 주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쓴다. - P158

비즈니스 문서는 핵심을 효과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 P158

보고서에 모든 내용을 자세하게 쓸 필요는 없다. 중요한 내용만 기술하면 된다. 읽는 사람이 잘 아는 내용, 반복해서보고한 사안, 이전에 보고한 내용은 간략하게 넣거나 생략해도 무방하다. - P159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자세한 내용은 며칠자 보고서를 참조하라는 메시지를 넣어도 괜찮다. - P159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 사진, 도표, 그림을 한두 개 정도 넣는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넣는 게 아니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넣는다. 제한된 공간에 많은 정보를 전달할 때는 줄글로 풀어서 쓰기보다 그래프나 표를 넣는 것이 효과적이다. - P159

한두페이지로 끝나는 보고서도 도표를 넣고 내용을 설명하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도표에서 중요한 숫자는 볼드로 표시한다. 복잡한 내용은 길게 설명하기보다 도해로 보여준다. - P159

핵심을 도표와 도해로 나타내고 해결할 문제는 글로 설명한다. 주요 내용은 볼드와 밑줄 표시를 넣어서 눈에 띄게 편집한다. 단, 볼드와 밑줄은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인터넷에서 찾은 도표, 그림 등을 넣을 때는 출처를 밝히고 그림, 도표 제목과 설명을 넣는다. - P159

도표, 그림을 이해하려고 한참 들여다본다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 진행사항, 결과 등을 사실 그대로 전달하면서 동시에 핵심이 한눈에 보이도록 정리했다면 보고서의 역할은 다 한 것이다. - P159

시키는 일마다 잘해 내는 직원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데 어느 직원은 맡은 일마다 술술 잘 풀리고, 어느 직원은 쉬운 일을 맡겨도 어렵게 끝낸다. 쉬운 일을 어렵게 끝내는 직원은 공통적으로 이런 특징이 있다. 골칫거리가 딱 하나 있는데 혼자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보고하지 않는다. - P160

보고하지 않으면 관리자는 현장에 어떤 골칫거리가 있는지 모른다. 경험이 부족한 직원은 해결책을 몰라서 시행착오를 겪지만 십수 년 이상 일한 관리자는 골칫거리를 대부분 경험했고 해결하는 방법도 안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미봉책, 근본적인 해결책까지 관리자의 머릿속에 있다. - P160

맡은 일을 순조롭게 끝내는 직원과 늘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려고 동분서주하는 직원의 차이는 보고서에 있다. 어떤 일이든 순조롭게 끝내는 직원은 보고서에 애로사항을 쓴다. 반면,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데 급급한 직원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일만 보고서에 쓰고 골칫거리는 숨긴다. 결국, 관리자는 해결책을 알지만, 일하는 데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도움을 주지 않는다. - P161

보고서를 ‘잘 쓴다‘와 ‘관리자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어떤 의미일까? ‘잘 쓴다‘는 문서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자기가 맡은일의 진행 상황과 해결할 문제 의견을 보고서에 쓰면 그것을 본 상사는 조언을 한다. 일상적인 보고서에 쓴 한 줄을 관리자가 눈여겨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직원이 업무를 장악하고 있다면 상사의 조언에서 힌트를 얻어서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성과를 낸다. - P161

반면, 보고서에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일만 쓰고 골칫거리는 자기 힘으로 해결한 후에 보고하려고 하면 상사의 조언을 들을 기회를 놓친다. 그뿐만 아니라 골칫거리는 더 심각해져서 해결할 기회를 놓친다. - P161

일일보고서, 주간보고서에 문제와 해결하기 곤란한 내용을 간략하게 쓰기 바란다.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메신저, 전화 등을 이용해서 보고한다. 이메일은 수신자가 확인하는 시점을 예상할 수 없고 피드백도 늦기 때문에 메신저, 전화로 보고하는 편이 낫다. 이메일, 메신저, 전화로 보고할 때는 현재 상황과 담당자 의견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표현한다. 내용이 길면 요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 P161

일상적으로 제출하는 업무보고서는 한눈에 핵심이 보이게 쓰지 않으면 상사는 제대로 읽지 않는다. - P162

일일보고서는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 특별할게 없다. 주간보고서, 월간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기획 단계부터 수차례 언급했고 진행 사항, 완료 예정일을 여러 번 보고했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보고서 검토는 형식적으로 끝난다. - P162

관리자는 보고서를 어떻게 볼까? 대충 훑어보면서 문제가 있는 업무만 살펴본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일에는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다. - P162

인트라넷에 접속해서 보고서를 쓰든, 이메일로 보고하든, A4 용지에 인쇄하든 한눈에 들어오는 텍스트의 분량은 최대 400자 정도다. 워드 프로그램에서 10줄 정도 줄글로 쓰면 약 400자 분량이다. 10줄은 인쇄해서 제출하는 한 페이지 보고서에서 3분의 1 정도다. 인트라넷은 화면에 따라 다르지만 여기서도 10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핵심을 써야 한다. - P162

한눈에 들어오는 보고서를 쓰려면, 처음 시작하는 10줄 안에 핵심을 담아야 한다. 문장이 길고 복잡하면 핵심을 찾을 수 없다. 핵심은 전체 내용을 요약한 게 아니라 중요한 내용만 모은 것이다. - P162

계획대로 진행 중인 업무는 ‘이상 없음‘이라고 쓴다. 기일 내에 마무리할수 있으면 현재 진행하는 과정을 한두 줄로 정리하고 ‘계획대로 진행 중‘ 이라고 쓴다. 계획대로 진행되는 일은 특별히 보고서에 쓸 내용이 없다. 보고서에는 특이 사항, 문제, 골칫거리 등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게 쓴다. 잡다한 내용을 많이 쓰는 것과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은 다르다. - P163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 특별한 일이 많아서 내용이 많다면 한눈에 보고내용을 파악하도록 10줄 이내로 요약한다. 양적인 추이 변화를 나타내려면 그래프 도표를 맨 앞에 배치해서 핵심을 전달한다. 해결할 문제는 반드시 앞에 배치해야 해결책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 P163

꼭 필요한 메시지만 남기기 위해서 스토리보드를 만든다 - P164

짧고 간결한 보고서를 쓰려면 읽는 사람에게 필요한 메시지만 넣으면 된다. 보고서의 주체는 읽는 사람이다. 작성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읽는 사람이 원하는 내용을 써야 한다. - P164

상사가 원하는 메시지를 보고서에 담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스토리보드 만들기다. 일상적인 보고서는 스토리보드 만들기를 생략한다. 대형 프로젝트의 완료보고서처럼 정리할 내용이 많고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스토리보드를 만들어야 한다. - P165

스토리보드를 만들면 메시지를 중복하거나 빠트리는 오류가 줄어든다. 논리는 탄탄해진다.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는 과정이 논리를 만드는 구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 P165

스토리보드는 그림과 같이 중심 메시지 아래 하위 메시지가 있다. 논리 피라미드와 형태 · 기능이 비슷하다. - P166

하위 메시지에 개요, 지향점, 계획, 결론 의견을 넣는다. 각각의 하위메시지는 주장과 근거로 나타낸다. 3의 법칙에 따라 하나의 주장에는 근거를 세 개만 넣는다. 인과관계에 따라 A (원인)이기 때문에 B(주장)해야 한다는 형태로 메시지를 만든다. - P166

개요, 지향점, 계획, 결론의 구조를 그대로 보고서에 옮기기도 하는데 소제목을 붙여서 별도의 단락으로 구성해야 보기에 좋다. 결론을 앞에서 보여줄 경우에는 "ㅇㅇㅇㅇ을 추진해야 한다", "ㅇㅇㅇㅇ 해결 방안 및 개선대책"이 핵심이다. 네 개의 단락에는 ㅇㅇㅇㅇ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를 넣는다. - P166

<스토리보드 구성 내용>

개요 : 결론 요약/목적과 목표/ 대강의 일정

지향점 : 방향성/결과 예측

계획 : 전체 계획/부문별 상세 계획 / 시간표(시간 흐름에 따른 목표 달성 프로세스)

결론 : 성과와 예상되는 문제점과 과제 - P167

보고서를 제출하고 구두 보고 또는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면 강조하는 부분을 반복하거나 더 강력하게 주장해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 핵심을 파악하게 하려면 문서를 시작하는 부분에 결론을 요약해서 넣는다. 그러면 보고서를 읽는 동안 핵심 메시지에 관심을 붙잡아둘 수 있다. - P167

스토리보드를 만들면 분명히 장점이 있다. 보고서에 정리할 내용이 많으면 단락마다 비슷한 분량으로 메시지를 배치하고 논리에 벗어나는 내용을 점검할 수 있다. - P167

간단한 보고서를 쓸 때는 스토리보드를 만들지 않는다.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목적은 핵심 메시지, 즉 필요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 - P167

간단한 보고서는 개요-지향점-계획-결론 순서에 따라 단락을 구성하고 개요와 결론에 핵심 메시지를 넣는다. - P167

스토리보드를 만들지 않아도 핵심 메시지를 보고서에 담을 수 있다면 만들지 않아도 된다. - P168

다음은 핵심 메시지를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다.

□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 기대하는 내용이 있는가?

□ 핵심 메시지와 목적·목표는 연결되어 있는가?

□ 핵심 메시지를 요약해서 앞 부분에 넣었는가?

□ 메시지는 프레임워크를 이용해서 구조화했는가?

□ 핵심 메시지를 강조했는가?

□ 사안의 중요성에 맞춰 검토하는 시간을 예상해서 분량을 조절했는가?

□ 문제가 발생한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대안과 함께 제시했는가?

□ 결론에 사업 분석, 앞으로 할 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넣었는가?

□ 한일, 사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았는가?

□ 메시지의 누락이나 비약은 없는가? - P168

스토리보드는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 원하는 정보를 빠트리지 않게 해주고 메시지를 한 방향으로 모아준다. 상황에 따라 근거와 이유는 바뀌어도 핵심 메시지는 일관되게 유지된다. - P168

보고서에 쓸 메시지를 메모하듯이 적어서 스토리보드를 만든 다음 관련 있는 내용끼리 분류해서 논리적으로 연결한다. 그런 다음 체크리스트 항목에 따라 핵심 메시지를 배치하면 꼭 필요한 내용만 담은 간결한 보고서가 완성된다. - P168

보고서 작성 교육에서 ‘자세하게 써라‘는 중요한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라는 뜻이다. 중요한 정보, 즉 의미 있는 정보를 보고서에 쓰고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나 의미 없는 내용은 걸러낸다. - P169

의미 있는 내용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 P169

직장에는 의미 있는 내용은 걸러내는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다. 그 시스템은 업무일지다. 일일보고서, 주간보고서, 월간보고서는 업무 중에 의미 있는 일을 걸러내는 기능을 한다. 단, 제대로 썼을 때만 효과를 볼 수 있다. - P170

일일보고서가 구멍이 작은 그물이라면 주간보고서는 그보다 구멍이 약간 큰 그물이다. 월간보고서는 주간보고서보다 구멍이 더 큰 그물이다. - P170

정기적으로 쓰는 보고서가 있고 진행하는 단계마다 쓰는 보고서도 있다. 사업이 끝나면 단계별 보고서를 취합해서 완료보고서를 쓴다. 정기적으로 쓰는 보고서와 단계별로 쓰는 보고서를 제대로 썼다면 완료보고서, 연간보고서에는 핵심만 남는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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