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가 되면 가치 판단의 기준은 정량화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집값, 성적, 연봉, 키, 체중 같은 정량화된 지표로 사람들을 평가한다. - P297
우리나라 중산층의 기준은 5천만원 이상의 연봉에 30평형대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2천 시시(cc) 이상의 중형차를 끄는 것이다. 모든 기준이 정량화된 지표다. 반면에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중산층의 기준이 나만의 독특한 맛을낼 줄 아는 요리를 할 수 있다,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다, 외국어를 할 수 있다 같은 정성적定性的기준들이다. - P297
가치관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라이프 스타일이 전체주의적이라 부를 만큼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량적 가치관으로 행복을 측정하는 나라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 - P297
집의 모양이 어디를 가나 똑같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있다. 바로 아파트가 화폐화된다는 점이다. - P297
모양이 똑같기 때문에 가치를 판단하기 쉽고 환금성이 좋다.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는 마치 거액의 자기앞 수표와도 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만의 집과 공간으로 나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액수나 평형으로만 집을 평가하게 되었다. - P299
만약에 우리 사회에서 추구되는 삶의 형식이 10가지가 된다면 행복한 사람이 10배 늘어날 것이다. 100가지가 되면 100배 늘어날 것이다. 추구하는 삶의 다양성을 키워 가는 것이 소득 3만 달러를 넘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덕목이다. - P299
다양성을 키워 가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은 주거 형태의 다양성을 키우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는 물건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거에서 디자인의 다양성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가장 쉬운 것은 아파트 디자인을 다양하게 하면 된다. - P299
이 시대는 혼자 다 하는 단조로운 시대가 아니다. 대중은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다양성 추구는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우리는 보통 나와 반대되는 성향의 이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다양한 유전자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후손이 더 강한 생존력과 면역 체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P300
불규칙 정도를 말하는 프랙털 지수라는 것이 있다. 하얀 종이 같은 완전한 규칙의 상태를 프랙털 지수 1로 본다. 그 위에 검정 볼펜으로 낙서를 하기 시작하면 점점 불규칙성이 늘어나면서 프랙털 지수가 커진다. 낙서가 심해져 완전히 검정색 바탕으로 되면 프랙털 지수는 2가 된다.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수준은 프랙털 지수 1.4 수준이라고 한다. 완전한 규칙도 아니고 완전한 불규칙도 아닌 적당한 불규칙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 P300
숲은 나뭇가지의 모양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모든 나뭇가지는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규칙이 있고 나뭇잎은 모양은 달라도 색상은 녹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불규칙 속에 전체를 아우르는 규칙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 P300
좋은 아이디어를 자문으로 해 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그 아이디어가 채택됐을 경우, 자문한 사람은 좋은 아이디어를 도둑맞는 것이다. 둘째, 그 아이디어가 채택이 안 됐을 경우, 시간 낭비만한 셈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재능 기부 차원에서 사회를 위해서 해 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 P309
재능 기부는 사회 발전을 위해서 없어져야 한다. 재능은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기부해야 하는 거다. - P309
선배들이 재능 기부를 시작하면 이후에 재능 있는 후배들이 재능으로 먹고 살 수가 없어서 그 분야를 떠난다. 나는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이름 있는 선배들이 설계비를 올려 받지 않고 부족한 돈은 따로 건설사에게 리베이트로 받거나 다른 방식으로 충당하는 것도 보았다. 이 선배들은 때로는 받은 돈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 주었다. 이를 통해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사회에서 존경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후배들은 ‘너보다 유명한 건축가가 저 돈으로 이렇게 훌륭한 봉사를 하는데, 너는 뭔데 설계비가 이렇게 비싸냐?‘ 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 P309
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는 무료로 일해 주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보수를 받고 그 일의 질을 높이고 일의 결과물을 통해서 사회에 봉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재능 있는 학생들이 그 분야로 더 들어오는 선순환이 된다. 그런데 그 반대로 하다 보니 재능 있는 동료들과 제자들이 하나둘씩 설계를 그만두고 떠난다. 나는 그렇게 건축 설계 분야를 떠나는 제자나 동료를 많이 보았다. 재능 기부를 하는 선배들은 시장을 교란하여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다. - P310
한국의 K-pop이 세계를 주름잡는 것은 롤모델이 될 만한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델은 다름 아닌 유명해지고 돈을 버는 모습이다. 그랬기에 지금도 땀 흘리고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후배들이 있는 거다. 우리 사회는 도덕성 경쟁을 그만두고 각 분야에서 실질적 경쟁을 만들어야 한다. 윤리 도덕만 강조하는 사회는 위선자들로 가득찬 사회를 만들 수 있다. - P310
문화 강국은 지적 자산이 재산이 될 때 만들어지는 거다. 우리나라 건축 디자인이 선진국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한 결과다. 우리가 언제 제대로 설계비에 투자한 적이 있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이것은 비단 건축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패션 디자인, 집필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 P310
인간은 자연을 봐야 하며, 다양한 사람들 속에 섞여 숨어서 쉬어야 하는 존재다. - P311
융합은 한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그 장소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날 때 만들어진다. - P312
뉴요커라는 말이 있다. 뉴욕에 산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워서 만들어진 말이다. 미국인들 중 뉴욕 출신의 친구들은 꼭 자신을 소개할 때 미국인이라고 하지않고 뉴요커라고 설명한다. 그 정도는 되어야 성공한 지역이고 도시라고 할 수 있다. - P312
출판이나 방송은 사람이 사는 모습을 글과 영상으로 만드는 일이다. - P312
어느 제약회사에서 창의적인 사람의 특징을 조사했더니 우편배달부나 옆 부서 직원들과 쓸데없는 잡담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과 편하게 이야기를 할 때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 P315
창의적 융합이 일어나는 스마트타운을 만들려면 우연한 만남이 기분 좋게 일어나는 공간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골목, 분위기 좋은 카페, 공원과 벤치, 도서관, 갤러리 같은 공간들이다. 이런 도시적 요소들이 사무 공간과 융합되어 있는 곳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다음 세대의 스마트기업타운이다. - P315
기존의 도시를 완전히 지우고 하는 개발은 기존의 공간적 가치를 잃게 된다. - P316
건축은 같은 돈을 사용하더라도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 P329
"건축은 다른 예술과는 달리 한 번 지어지면 공공의 공간 속에 오랫동안 남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이다" - P329
건축가라면 갈등이 있는 곳에 창의적 디자인을 통해서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 P329
건축물의 입면을 곡면으로 만들면 두 종류의 현상을 갖게 된다. 건축 입면 곡면이 바깥쪽으로 볼록하게 휘게 되면 길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건물이 행인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반대로 곡면이 오목하게 들어가면 거리 위 행인을 품어 안는 느낌을 주게 된다. 우리를 안아주는 사람의 팔은 동그란 원호를 그리게 되어 있다. 이러한 곡면은 나를 안아 주는 느낌을 주는데, 건축 공간 중에서는 돔 아래에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유럽의 성당 돔 아래에서 느끼는 온화한 심리적 안정감은 오목하게 둥그런 천장이 나를 안아 주듯 감싸기 때문이다. - P332
어떤 건물을 설게하든 1층이 가장 중요하다. 아파트를 설계할 때에도 서로 다른 계층 간이 섞이는 소셜 믹스를 원한다면 1층을 얼마나 개방적으로 만들것인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 P332
같은 양의 콘크리트, 같은 양의 유리를 가지고도 어디에 창문을 두느냐, 벽을 어떠한 모양으로 만드느냐, 건축물의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건물 내부의 사람만 좋은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고, 건물 내부의 사람뿐 아니라 외부의 시민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는 건물을 만들 수도 있다. - P338
건축은 디자인으로 쉽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분야다. 이는 어느 누구의 희생이 필요한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 P338
상대방이 이익이 되면 내가 피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의 프레임은 정치가들이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지나치게 정치가들이 심은 제로섬 게임 시각으로 나누어져 있고 싸우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누가 적인지부터 색출하려고 한다. 사람을 만나도 이 사람이 내 편인지 적인지 구분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적절한 갈등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사회는 붕괴한다. 어느 한 편이 이긴다고 해서 사회가 더 나아지지도 않는다. 주인만 바뀔 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중은 그런 과정 중에 소비되고 이용되기 십상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이 사회는 윈윈 할 수 있다. - P340
가장 사랑하는 것이 세상을 보는 기준이 된다. - P343
개인의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을 만든다. 그리고 그 기준은 미래를 만든다. - P344
바뀐 공간은 우리의 생각도 바꾼다. - P345
코끼리는 체중이 몇 톤이지만 고래는 수십 톤에 달한다. 대체적으로 수중 포유류 동물은 육지 포유류 동물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가 차가운 바닷물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진대사가 많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몸집이 클수록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P346
크기가 커지면 뼈대의 단면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는 또 다른 분야가 건축이다. 건물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기둥의 단면이 견뎌야 하는 무게는 급격하게 늘어난다. - P347
동물 몸집의 크기나 건물의 높이는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체 재료의 강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 사회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사회를 받치는 뼈대가 튼튼해져야 한다. - P348
인류사의 큰 변화나 갈등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시공간의 변화가 기존 사회와 충돌했을 때 일어난다. 전염병 역시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시간 거리가 축소되고 공간이 압축되면서 전파되고 문제를 발생시킨다. - P350
팬데믹 현상은 기존의 사회를 지탱하는 뼈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 P350
코로나 사태는 거대한 지구 사회를 지탱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 P350
일반적으로 건축과 도시가 바뀌는 가장 큰 요소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이다. 빙하기가 끝나고 온난해진 기후 변화는 인간을 강가로 모여들게 만들었고 전염병에 강한 건조 기후대에서 도시 형성과 함께 문명이 시작되었다. 21세기에도 똑같은 지구 온난화라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분명한 변화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 - P351
비대면 사회가 될수록 공간을 통한 권력이 IT 기업으로 집중되면서 또 다른 형태의 독재 시대가 시작되었다. - P352
대중 매체 기술의 변화는 권력 지형도를 바꾼다. TV전파가 송출되는 곳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권이 교체되면 KBS와 MBC 사장의 임명을 두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 P353
지금은 TV보다 인터넷이 만드는 SNS 공간이 가장 보편적인 공간 시스템이다. 그 공간을 장악한 자는 IT 기업이다. 이들의 유일한 약점은 IT 기업이라 해도 정부가 설치한 광케이블 네트워크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는 1만 2천 개의 인공위성을 띄워서 그만의 인터넷 네트워크를 가지려 하는 것이다. 인공위성 우주 인터넷망을 가지게 되면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하게 가상공간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다국적 기업과 전통의 강호 국가 정부 사이의 권력 암투는 이미 시작되었다. - P353
‘권력은 더 분산되고, 사람끼리의 융합은 늘어나는 공간 체계‘ - P353
전염병에 강한 도시가 되면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 상업이 발달한다. 상업이 발달하면 신흥 부호 계급이 생겨나고, 신흥 계급이 생겨나면 기존의 세력들을 견제하면서 사회가 변화, 발전한다. - P354
공간을 압축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면 사회가 발전한다. - P355
아스팔트 도로가 섬유, 철강, 자동차 산업을 만들어서 경제를 활성화시켰다면 인터넷망은 IT 산업을 탄생시켜서 경제를 발전시켰다. 도로와 인터넷 통신망은 멀리 떨어진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공간 압축‘ 도구다. 이들은 더 많은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해 주고, 상거래를 가능하게 만든다. - P356
진정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부의 이동이 많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나는 가난하지만 내 자식은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 말이다. 그래야 아이도 낳는 것이다. 부의 이동이 쉽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려면 상업이 발달해야 하고, 그러려면 기술 혁명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 새로운 부자가 만들어지는 기회가 형성된다. - P357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자본은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누어진다. 청년을 비롯한 저소득층 사람들은 둘 다 없다. 이때 국가가 새롭게 기술 혁명으로 저렴한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은 이들에게 부동산 자산을 주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 공간이라는 자산으로 부를 만들수 있다. 그렇게 새로 만들어진 공간은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가 된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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