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31, 232 에 밑줄 친 문장에서 작가인 욘 포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하는 어떤 메시지가 있다고 느껴졌다.


(라스페발) raspeball. 노르웨이 가정 음식으로 고기를 채워 만든 감자만두 - P203

그런데 지금 난 어디쯤 있는 걸까 하고 알리다는 생각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 하고 알리다는 생각한다, - P226

그러나 알리다는 자신과 아슬레가 여전히 연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서로 함께해, 그는 나와 함께하고, 나는 그와 함께해, 나는 그 안에 있고, 그는 내 안에 있어, 하고 알리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바다 저편을 내다보고, 하늘에서 아슬레를 본다, 그녀는 저 하늘이 아슬레인 것을 보고, 저 바람이 아슬레인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저기 있어, 그는 바람이야, 그를 찾지 못해도 그는 여전히 저기 있어, 그러자 그녀의 귀에 아슬레가 말하는 것이 들린다, 나는 저기 있어, 당신은 저기 있는 날 보는 거야. 당신이 바다를 내다보면 바다 저편 하늘에 내가 있는 것을 보게 될 거야 라고 아슬레가 말한다, 그리고 알리다가 바다를 내다보자 물론 아슬레가 보이는데, 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도 하늘에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아슬레가 나는 당신 안에도 그리고 아기 시그발 안에도 존재하고 있어, 라고 말하고 그러자 알리다가 그래, 당신은 존재하고 있어, 앞으로도 늘 그럴 거야, 라고 말한다, - P231

그리고 알리다는 이제 아슬레는 오직 나와 아기 시그발 안에서 살아있는 거야, 이제는 내가 살아 있는 아슬레야 하고 생각한다, 그러자 아슬레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거기 있어, 난 당신과 함께,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어,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 곁에 있을 거야, 라고 아슬레가 말한다, 그리고 알리다가 바다를 내다보는데 저편에, 하늘 저편에 구름에 가려진 해처럼 그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그의 손을 그녀에게 흔드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아슬레가 당신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당신은 당신과 아기 시그발을 잘 돌보도록 해, 정말 최선을 다해서 당신과 아기 시그발을 돌보는 거야 그러고 나면 머지않아 머지않아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라고 말한다, 그리고 알리다는 그의 몸이 가까워 오는 것을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도 그의 머릿결을 쓰다듬는다 - P232

그래, 넌 어쩔 셈이냐, 오슬레이크가 말한다 그러자 알리다가 아슬레에게 그의 뜻이 무엇인지 묻고 그는당신이 오슬레이크를 따라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달리갈 곳이 없으니까 당신과 아기 시그발을 위해서는 그게 최선일 것 같아, 라고 말한다 당신 집을 돌보라고요, 알리다가 말한다 - P232

그리고 알리다는 아슬레의 말을 듣는다. 그게 아마 최선일 거야 그리고 내가 당신과 함께할게, 그래, 라고 그가 말한다. 당신은 두려워할 필요 없어. 라고 그가 말한다. 그러고서 아슬레는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알리다는 그러자고 말한다 - P233

아슬레는 이제가 버렸는데, 아니 아직 나와 함께 있나,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 하고 알리다는 생각한다, - P235

그렇게 된 거야, 그렇게 되었어야 했고, 그렇게 되길 난 바랐어, 라고 아슬레가 말한다, - P241

꼭 누군가 떠나고 나서야 그 사람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게 되는 법이더구나 라고 그가 말한다, - P243

그리고 그녀가 아기 시그발을 들어 올려 가슴에 안고는 내 말 들려, 아슬레, 내 말 들려, 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슬레의 말이 들려온다, 들려, 난 항상 당신과 함께 있어, 라고 그가 말한다, 그리고 알리다가 앉아서 한쪽 가슴을 내놓고 아기 시그발에게 젖을 물리자 시그발은 줄기차게 젖을 빤다 그리고 알리다는 아슬레가 말하는 것을 듣는다, 시그발이 배가 고팠거든, 그치, 라고 그가 말한다, 그래, 이제 아기 시그발이 기분 좋대, 라고 그가 말한다, 그러자 알리다가 이제 그래, 나도 이제 기분이 좋아, 라고 말한다, 당신이 지금 여기 와 있는걸 이라고 그녀가 말한다, 그러자 아슬레가 나는 여기 있어, 나는 늘 당신과 함께 있고 항상 여기 있을 거야 라고 말한다, - P247

나 정말 피곤해, 정말로 피곤해, 정말 끊임없이 피곤한데, 왜 지금 이렇게 피곤할까 여태까지의 그 모든 것 때문일 테지,하고 그녀는 생각한다, 벼리빈으로 걸어간 것 벼리빈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다닌 것, 여기로 배를 타고 온 것, 그것들 전부 다 하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아슬레, 그가 사라져 버린 것과 여전히 가까이 있는 것, 그것도 전부, 전부다, 하고 알리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침상에 드러누워 눈을 감는다, 나 너무 피곤해, 너무 피곤해, 그런데 그녀의 눈에 아슬레가 저만치 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그녀는 너무 피곤하고, 너무 피곤해서 거의 잠에 빠져들 지경인데 아슬레가 저기 서 있다, 그들은 오랜 시간을 걸었고, 마지막으로 인가를 본 지도 여러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아슬레가 멈춰 선 것이다 - P250

그리고 알리다는 잠에서 깨어 눈을 뜨는데 이제 그녀가 누워 있는 오두막 안은 무척 어두컴컴하다 그런데 방 한가운데에 오슬레이크가 검은 그림자처럼 서서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가 눈을 감자 오슬레이크가 바닥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고는 침상에 올라 담요를 덮고 두 팔로 그녀를 바짝 끌어안는다 그리고 알리다는 그래, 그렇겠지, 물론, 하고 생각한다, 그러고서 그녀는 날 안은 건 아슬레야, 그 이상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고 생각하고는 꼼짝도 않고 누워 있다, - P252

넌 여기서 잘 지내게 될 게다, 라고 그가 말한다, 그게 내게 달려있다면 나는 전심전력을 다할 테니까, 그리고 일은, 그래 뭐든 내가 할 수 있다면, 내가 살아 있고 그걸 해낼 수 있는 한 너와 네 아이는 잘 살게 될 게다, 라고 그가 말한다. 지금 아프지도 않고 기분이 좋지 않니, 그리고 저 밖엔 앞바다와 파도와 대해와 바람과 갈매기 소리가 있어, 모든 게 다 잘될 게다, 라고 그가 말한다, - P252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갈매기 소리도, 그가 하는 말도 듣고  싶지 않다, 그리고 세월이 바람처럼 흐른어느 날 양이, 소가 물고기가 알레스가 태어난다, 그녀는 무척이나 예쁜 여자아이고 머리가 나고 이가 자라면서 미소를 짓고 방긋 웃는다 그리고 아기 시그발은 자라서 알리다가 기억하는 그녀의 아버지처럼 덩치가 큰 소년이 되고, 노래를 부를 때면 아버지의 목소리를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오슬레이크는 고기를 잡아 배를 타고 벼리빈에 가지고 갔다가 설탕과 소금, 커피, 옷과 신발, 술과 맥주, 절인 고기를 가지고 돌아온다, 그러면 그녀는 라스페발을 만들고 그들은 고기와 생선을 훈제하고 말린다 그렇게 해가 가고 어린 여동생이 태어난다 그녀는 무척이나 곱고 금발이 아름답다 그리고 세월이 바람처럼 흐른 어느 날 추운 아침에 난로가 그들을 데운다 그리고 빛과 온기와 함께 봄이 온다 그리고 타는 태양과 함께 여름이 온다, 그리고 어둠과 눈과 함께 겨울이 온다, 그리고 비 그다음엔 눈 그리고 다시 비 그리고 알레스는 어머니 알리다가 저기서 있는 것을 본다, 정말 그녀가 저기 서 있어, 부엌 한가운데에 창문 앞에 그녀가 나이 든 알리다가 서 있어 그녀는 그럴수가 없는데, 이건 불가능해 그녀는 저기 서 있을 수가 없어, 그녀는 오래전에 죽었어, 그런데 늘 차고 다니시던 새파란 진주로 장식된 금팔찌를 차고 계시구나 아냐, 이건 불가능해, 하고 알레스는 생각한다, - P254

바이올린보단 다른 게 필요했던 연주자한테서 그걸 샀지, 그가 말한다 그렇지만 값을 잘 쳐줬어, 그가 원했던 것보다 더, 그가 말한다 그렇게 바들바들 떠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가 말한다 그러자 알리다가 그 바이올린을 봐도 되겠냐고 묻고, 시그발이 그녀에게 바이올린을 건네자 그녀는 스크롤 위에 조각된 용머리에 코가 날아가 있는 것을 바라본다 - P256

그런 다음 그녀는 파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모든 추위는 따스함이고, 모든 바다는 아슬레다, 그녀가 더 깊이 걸어가자 뒬리야에서 아슬레가 처음으로 춤판의 연주를 했던,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날 밤처럼 아슬레가그녀를 감싼다 세상에는 오직 아슬레와 알리다뿐이다 그리고 파도가 알리다를 넘어온다 그리고 알레스가 파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녀는 계속해서 걷고, 깊이 더 깊이 들어간다 그러자 파도가 그녀의 잿빛 머리를 넘어온다 - P259

자연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것을 담고 있는 일상이기도 하다. 지구상의 삶이 작디작은 신성함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이 사랑이지 않을까. - P265

등장인물과 시간과 장소 등 전통적인 서사적 구성 요소들을 해체시킨다. 상당 부분 배제되거나 최소화되든지 혹은 그중의 어느 한 요소가 극단적으로 과장되어 나타나는 까닭에 그 속에서 인물들은 나름대로의 현실성이나 개연성을 획득하지 못한 채 살아 있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환영에 가깝게 보인다. - P266

‘나는 그 언어를 완전한 내 고유의 방식으로 쓴다.
예를 들자면 리듬과 반복의 모델이 존재한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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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일행이 남대문을 지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나오는 것보다 신나는 것도 없다면서 슬플 땐 그걸 기억하라‘는 단이의 말이 힘들고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일일이 밑줄을 긋진 않았지만 작가의 표현들이 굉장히 섬세하다는게 느껴져서 이 소설을 좀 더 맛깔나게 읽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표범은 험준한 절벽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고, 따라서 이곳에 그 짐승의 은신처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한 자는 약 30센티미터다.

이 활이 가진 힘으로 호랑이에게 상처라도 내려면 예순 자 안에서 쏴야 할 거다. 치명상을 입히려면 마흔 다섯자 안까지는 들어가야한다. 호랑이에게 마흔 다섯 자가 얼마나 짧은 거리인지 아느냐?
소년은 침묵으로 자신의 무지를 인정했다.

내가 말했지,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이라고, 그리고 그건 호랑이 쪽에서 먼저 너를 죽이려고 할 때뿐이다.
그럴 때가 아니면 절대로 호랑이를 잡으려 들지 말아라. 알겠느냐?

사냥꾼의 오래된 기억은 지금 주위에 폭신하게 쌓여가는 눈처럼 그의 머릿속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러나 거친 바람이 그의 귓가에서 아우성을 쳤고, 남자는 활과 화살을 아래로 내렸다. 호랑이가 널 먼저 죽이려 들지 않는 한, 절대로 호랑이를 죽이지 말아라.

남자는 산신령을 향해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당신의 영물을 놓아주었으니 저도 무사히 내려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계속 같은 자리를 돌고 있군."

"이쪽에 있는 나무들의 가지가 더 굵직한 것을 보니 틀림없이 이 방향이 남쪽이지. 우린 한 시간 동안이나 계속 반대쪽으로 왔던 거야!" 야마다 대위는 노여움과 경멸감을 감추지 못했다.

1리는 약 0.4킬로미터다.

인간의 마음이란 어두운 숲과도 같아서, 야마다처럼 이성적인 남자도 내면에 그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담아 두곤 한다.

감정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게 한 사람의 내적인 의지와 신중한 판단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 요인으로 야기된 반응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백수 중에서도 제일 영험한 짐승이자 조선 땅 어디에나 있다는 호랑이를 직접 사냥해 봤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사람 말로는 호랑이를 보내줘야 한답니다요. 상처 입은 호랑이는 건강한 호랑이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요. 호랑이들은 영물이라 복수심을 품을 줄 압니다.
불의와 정의를 기억할 만큼 영리하고, 공격을 받아 다치면 상대를 죽일 기세로 덤빈답니다."

그는 오직 성공만을 추구했고, 피를 보길 좋아하는 그의 잔혹성조차도, 사실 개인적인 만족보다는 동료들 사이에서 자신의 우월함을 나타내고 부하들을 위협하여 자신을 두려워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서로 대치하고 있는 군인들은 다르기보다 오히려 비슷할 수밖에 없으며, 그들에게는 각자의 편에 있는 민간인들보다 자신과 맞선 상대편 군인들이 훨씬 더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이기 마련이다.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에게 무엇인가를 빚지는 것만큼 불명예스러운 일은 없을겁니다.

자신이 타인의 운명에 결부되어 있다는 감각도 짜증스럽기 그지없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나를 찾아와라."

50원은 의원이 줄 수 있는 돈의 곱절보다도 많았고,
꽤 많은 일을 해낼 종잣돈이 될 수 있었다.

옥희는 눈물조차 말라버릴 정도로 지친 어머니의 어두운 눈동자 속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희망이 비치는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건 제 손을 떠난 문제예요."

그 전까지 옥희는 외모가 매력적인 여자일수록 관능적인 욕망도 더 강하리라 생각했지만, 이제 반드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옥희는 특정한 단어들을 특정한 순서로 나열하면 자기 내면의 모습도 마치가구를 옮기듯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한 마리 춤추는 나비처럼 언어 속을 누볐다. 내면에 쌓이는 단어들이 계속해서 그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가는데도 외부에서는 누구도 그 차이를 감지할 수 없었다.

옥희가 가장 존경하는 황진이의 면모는 그가 자신의 연인이 될 사람을 자유롭게 선택했으며, 또한 그들을 떠날 때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옥희는 그 시가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은실이 왜 그 시를 좋아하는지도 알았다. 애초에 그래서 그 시를 고른 것이었다.
"첫사랑을 추억하는 한 여자의 심정에 대한 내용이야." 옥희가 대답했다.

"쇤네처럼 미천한 장사꾼들이야 남들 못지않게 금을 밝히지만, 그런 저희라도 지켜야 할 명예는 지킵니다."

자신이 지니고 있던 가장 값비싼 장신구들을 다 합쳐도, 은실에겐 은반지 하나를 포기하는 마음에 비하면 값어치가 덜한 듯했다.
그러나 삶은 균형을 유지해야 했다. 은실은 실제로 안타까운 희생처럼 느껴지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놓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쓸쓸한 손은, 다음 날 아침 성문을 통과한 천 씨가 사냥꾼의 집에 은반지를 전달하는 순간까지도 줄곧 텅 빈 애석함을 느끼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사건들은 아무도 눈치챌 수 없이 작은 바늘 하나가 툭 떨어지듯 시작하여 꼬리를 물고 연쇄한다.

은실은 작은딸을 지그시바라보았다. 흡사 보석함을 정리하다가 출처가 불분명한 오래된 기념품을 발견했을 때의 눈빛이었다. 예기치못한 즐거움과 약간의 당혹감이 뒤섞인, 그러나 결국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런 눈빛 말이다.

한편 그 못지않게 오랫동안 침소에 누워 지내던 월향은,
현실의 생각과 꿈속의 일을 구분할 수 없을 때까지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호랑이는 결국 포기하고 동굴을 빠져나왔다. 지성과 감정은 거의 인간에 가까워졌으나, 겉보기에는 여전히 야수의 형상을 띠게 된 이유였다. 홀로 묵묵히 인내한 곰은 101일째 되는 날 아름다운 여자로 변했다.

월향이 기억하는 한, 필사적으로 아이를 원했던 여자들에 대한 이런 이야기는 수십 개나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어머니가 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여자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현실에는 기생, 하인, 혼인하지 않은 여자, 과부 그리고 이미 부양해야 할 입이 수두룩하게 딸린 부인들이 많은데도 말이다. 이런 여성들 역시 그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하늘에 기도를 올리고 쓰디쓴 약초를 삼켜야 했다.

월경을 한 번 건너뛰었을 뿐이지만, 그는 이미 자신의 포궁 안에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날카롭고 뾰족한 무언가가 생겨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 속에 든 이 씨앗이 흉측하고 사악한 쇠못 같다는 사실이 월향에게는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하야시 같은 남자에게서 온 것이니 당연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월향을 둘러싼 공기가 점점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약초는 그 나쁜 못을 월향의 몸 밖으로 내보내는 대신 더 커지게 만들어 안쪽에서부터 모조리 찢어버릴 요량인듯 싶었다.

"이 일을 기억하기엔 네가 너무 어렸지. 나도 연화를 갖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도 탕약이 듣지 않았지." 은실이 입을 열었다.

나는 그 애를 없애려고 했지만, 그 애의 영혼이 실처럼 나에게 이어진 거야. 인연이라는 게 참 이상하기도 하지. 인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를 붙잡을 수 없어.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도 인연이 다하면 한순간에 낯선 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끔은 그 어떤 변수에도 상관없이 영원히 너에게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연화와 나, 우리의 인연은 깊고, 지금의 이 삶을 초월한 전생에서부터 온 것이지.

나는 널 위해 그러듯, 연화를 위해서도 무슨 일이든 할 거야. 너희 둘 다 내 딸이니까.

단이는 다른 사람들처럼 단순하게 분류되기를 철저히 거부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특성이 그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어쨌든 옥희는 아직 열 살밖에 안 됐잖아.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한 해에도 열두 번이나 달라진다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옥희가 좋은 애라는 거야.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만큼은 많은 사람을 봐왔잖니."

가장 소중한 친구가 자신에게 없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위축된 패배감을 맛보는 대신,
옥희는 그들이 서로 딱 맞는 완벽한 한 쌍이라는 사실을 확인받았다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자신은 관찰력이 뛰어나고, 총명하고, 지적이고 성실하다. 연화는 활달하고, 기백이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열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들은 서로 성격이 비슷한 두 친구가 종종 그러하듯이 한 사람의 마음을 두고 동시에 경쟁하거나 같은 종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었다. 옥희는 그들이 각자 반쪽의 인생, 하나씩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들은 서로 나란히 서 있을 때 진정으로 완전해질 수 있다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은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더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었다.

그의 상상력은 낯설지 않고 친숙한 것들 사이에서 계속 순환하며 흘러갔다. 말하자면 강물보다는 샘 같았고, 특히나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할수록 그랬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나오는 것보다 신나는 것도 없거든. 슬플 땐 그걸 기억하렴."

묘하게 사람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능력 또한 그의 특별한 재능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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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넬 기다리고 있는 게 뭔지 아나, 그가 말한다 아니, 아니야 자넨 모를 테지. 그가 말한다 자넨 모르고 있어, 그가 말한다 그러나 그게, 그래, 그게 좋을지도 몰라, 그가 말한다 그래, 그렇다고 해야겠지, 그가 말한다 - P164

달리 뭘 기대하겠나, 남을 살해한 자는 그도 살해당한다. 이렇게 법에 쓰여 있는데, 라고 노인이 말한다. - P164

올라브는 춥다고, 덥다고, 그리고 모든 것이 공허하다고 느낀다 그는 두 눈을 감고 그저 앞으로 걸으며 비명과 외침을 듣는다 더는 아무것도 없어, 지금 존재하는 것은 떠오르는 것뿐이야, 기쁨도 없고, 슬픔도 없어 남은 것은 떠오르는 것뿐, 내가 떠오르고, 알리다가 떠올라, 하고 그는 생각한다 - P185

그러자 아슬레는 푸르게 반짝이는 피오르 위로 떠오른다 그리고 알리다가 잘자라 우리 아기, 너는 그저 떠오르고, 너는 그저 살아가고, 너는 그저 연주하렴, 우리 착한 아기, 라고 말하자 그는 푸르게 반짝이는 피오르를 넘어 높이 푸른 하늘로 떠오른다. 그리고 알리다가 아슬레의 손을 잡고 그는 일어서서 알리다의 손을 잡는다 - P187

나도 너무 늙었나 봐, 알레스가 말한다 세월이 너무 빨리 흘러 버렸어 그녀가 말한다 살아 계실 때는 나이 든 어머니를 전혀 보지 못했는데,
이젠 자주 보는구먼, 그녀가 말한다 이유를 모르겠네. 그녀가 말한다 - P192

저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하고 말하든, 내 자식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고 말을 하든, 그래 나는 걔들이 서로, 그리고 어쩌면 남들한테도 나에 대해 뭐라고 지껄이는지 알고 있어, 내가 혼자 살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그렇게들 말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걔들 중 아무도 나와 함께 살려고 하진 않아 적어도 그랬으면 한다고 나한테 말했던 녀석은 아무도 없어,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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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100자평]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리커버)

예전에 알라딘 굿즈인 롱 머그컵 받겠다고 산 책이었던거 같은데, 멘탈잡는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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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예전에 불법체류자 취급을 받고 한국의 악덕업주에게 노동착취를 당하던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 2명을 구해준 일이 있었는데, 이후 그들의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힘입어 주인공의 사업들 중 일부가 동남아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물론 단순히 이 일 때문만은 아니고 다른 여러가지 원인들이 혼재해 있었지만, 2명의 외국인 노동자의 역할이 핵심적인 것임은 변함이 없었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을 보며 사람을 진심을 다해 돕는다면 그 대가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도울 당시에 이런 것들을 예상하고 도운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들이 술술 풀리는 것들을 경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부분에서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자 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덕분일까.
예상치도 못한 부분에서 모든 게 빵빵 터졌다.

시작은 전혀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는 데서부터였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 나는 노를 젓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터를 장착하고 싶었다.
사람만 찾으면 됐다. 동남아 쪽에 진출하여 장사를 해줄 사람들을.

나는 멀리서 찾지 않았다.
원래 한국에서 돈을 벌어서 귀국한 다음 카페를 차리는 게 목표였던 야야도 있었고, 벌써 한국 음식도 곧잘 만드는 짜가 있었다.
두 사람의 성실함은 이미 입증돼 있었다. 숙모가 함께 일하면서 쭉 지켜봤으니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충분하다고 여겼다. 직원들을 뽑을 때도 면접이나 잠깐보는 게 전부지, 일하는 걸 지켜보고 채용하지는 않는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이미지‘ 덕분이다.
내가 의도를 한 거든 아니든 뭐든 사람들은 결국 이미지를 보고 판단했다.
좋은 이미지 덕분에 기회가 생겼다.
이미지 하나가 가지는 파급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미지가 가지는 힘은 생각이상으로 엄청났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한다면 더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내게도 좋은 영향력을 미치게 되니까. 그렇게 나의 이미지를 깎고 다듬고 쌓아 만들어가는 것이다.

겁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걱정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처음이니까.
뭘 하든 처음은 설레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하고 그러니까.

15초를 웃으면 수명이 이틀 늘어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웃음은 중요하다.
어쩌면 최고의 약일지도 모른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고, 그런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게 웃음이니까.
사람은 행복할 때 웃곤 하니까.
웃는 얼굴이 제일 예쁘다는 건 어쩌면 본능적인 부분일지도.

행복했다. 몸 건강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웃을 수 있으니 더 바랄게 없었다.

배우자를 존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존경할 점이 있다는건 상당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난 축복받았다.
건강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생애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건강상담은 놓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이걸 놓는 순간 초심을 잃는 거라 생각했다.

삶은 언제나 기적의 연속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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